변호사 노무현에서 대선후보 노무현이 되기까지,






영화 『노무현입니다







난 사실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일 때문이나, 취재 차원에서 잠깐 들여다 봤던 것도 지역 내 사람들의 생활권 관련 문제에 대한 것뿐이었다(그것도 잠깐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직도 전문적이고, 깊게 파고들진 못하지만, 절대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멀리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내가 앞날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달린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관심가지고 참여해야만 한 것이다.


그래서 새삼 느낀다. 기자정신이란 없는 요즘의 언론은 국민들을 기만하고 엘리트주의에 빠져 선민의식에 적폐세력 못지 않게 청산하고 정화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좀 많이 놀라웠고, 실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이렇게 굴러가고 있었구나, 싶고. 아니 굴러가고 있는 척 했던가.


야당은 어떠한가, 지리멸렬하게 입으로만 떠드는 입진보와 자멸식 발언만 일삼는(공격하는 발언 모두 야당에 해당한다는 사실) 야당은 뭐만 하면 탄압이라 하는데 실은 다 공정하게 이뤄졌어야 할 것들이라는 게 완전 개그 같다. 


매일같이 뉴스를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된다. 전에는 사는 것에 대한 회의와 어차피 망친 인생 회생불가니 그냥 이렇게 살다 죽어야지 했던 어리석은 마음에서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현 정권에 감사와 지지를 보내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식들에 눈 감고 귀 닫았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며, 크게 실망했던 5년 전의 결과에 좌절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이런 시궁창같은 상황을 하나씩 치우고 가는 사람에게 하나의 작은 힘 보태고자 관심 갖고 참여하고 지켜주고 싶어졌다.


말이 길었지만, 그런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았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잘 몰랐다. 그가 대통령이 됐을 시기엔 나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고, 내 꿈에서 대해서도 잘 판단이 안 서는 어리숙한 인간이었다.


그가 변호사에서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4번의 낙선과 당선, 정치적 힘을 키울 수 있는 곳에서 벗어나 자신을 외면했던 지역구를 다시 찾아갔던 것과 저조한 지지율 속에서 어떻게 노풍을 불러 오게 했고, 대선 후보가 되었으며,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끔 하는 영화이다.


처음 도입부부터 눈에 확 들어왔던 편집과 음악, 구성 덕분에 '노무현'이란 사람은 참 많은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해내고 마는 대담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사람. 그래서 유시민 작가는 그를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했던가.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고, 화도 내주는 사람. 말이 통하지 않는 세력에게까지 정중하게 대화를 요청했던 사람. 자신을 감시하는 직책의 사람까지 매료시키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면서 알게 됐다. 


모두가 외면했던 동서화합을 부르짖으며 노력했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노사모의 열정 또한 감동적이었다. 지금의 문빠라 칭해지는 사람들 또한 노사모와 같이 그냥 보통 사람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이에 함께 바꿔 나가자며 같이 발 벗고 나선 보통 사람들이었을 뿐이라는 걸, 지금의 야당과 언론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보여주고 싶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나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 보통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인간 노무현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잘 몰랐어서 더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가장 큰 환호와 기쁨의 길에서 애도와 통한의 길로 접어들 때 더욱 마음이 쓰라렸다. 인터뷰하는 사람들 또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말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이 작은 땅덩어리, 별 일이 다 일어나는 작은 땅덩어리에 존재했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다. 이런 사람을 잃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 


길을 걸어가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뒷모습의 여운이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노무현입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개구진 웃음을 지을 것만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적폐세력은 어찌나 한결 같은지 우습기도 했다. 똑같은 패턴들. 지역감정 조장, 근거 없이 상대를 비방하고, 사돈의 팔촌까지 엮어 팔아 공격해대는 몰상식한 언사들. 참으로 많기도 하지. 그들 땜에 많이 웃었다. 어이 없어서. 그리고 참 다행이다.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사실 당연한 건데. 당연한 걸 불가능하게 했던 10년의 시간을 지나, 당연하게 보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노풍의 바람결에 흔들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노통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나에게는 먼 이야기 같았던 것들이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부족한 리뷰를 마치려 한다. 


이제는 당당하게 참여하고 스스로 잘 판단하고 봐야 한다. 잘 몰라도 무관심한 것보단 낫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말인지 방구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프레임으로 상황을 현혹시키고 무마하지 않도록 똑바로 바라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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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7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4, 5편에서 내내 묘사되었던 신기할 정도로 긴 속눈썹과 개암나무빛(도대체 무슨 색일까요?) 눈동자, 볼품없이 깡마른 몸에 키만 멀대 같이 큰 우리의 미남자 탐정 해미시 맥베스. 30대 초중반 나이, 7남매의 맏이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있는 착실한 청년이지만, 이 집 저 집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유유자적 순찰을 도는 게 주요 업인 마을 경찰이다. 


스코틀랜드 고지의 악명 높은 장난꾼 앤드루 트렌드는 임종을 앞두고 있다며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 막대한 유산에 대한 기대로 앤드루의 집 애럿 하우스에 모인 가족들은 죽어 간다는 소식과 다르게 정정한 모습의 앤드루의 온갖 기상천외한 장난들에 지쳐가며 분노하게 된다. 미치광이의 면모를 보이는 앤드루는 누군가의 방 장롱에 사람 크기만한 인형을 시체인양 숨겨두고 놀래키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들만 일삼는다. 이런 혼란스럽고 괴로운 장난들이 이어지던 중, 정말 방 장롱에서 괴이한 모습으로 시체가 튀어 나오고, 신고를 받고 애럿 하우스로 향하는 해미시는 또 장난전화가 아닐까 의심을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증거들은 모두 은폐된 상태. 시체는 정말 발견되었던 것이다. 


앤드루의 말도 안되는 장난들이 이어지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되는데, 스트래스베인 경찰 본부에서 온 블레어 경감은 사근사근 제안한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해미시를 머저리 취급하기 바쁘다. 간신히 프리실라의 도움으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단독수사를 진행하는 해미시.


애럿하우스에 모인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앤드루의 큰딸 앤젤라와 막내딸 베티, 앤드루의 수양아들 찰스, 찰스의 약혼녀 티치 골드, 앤드루의 동생 제프리, 제프리의 후처 잰, 잰의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들 폴, 폴의 직장동료 멀리사, 애럿하우스의 하인 엔리코 산토스, 그의 아내 마리아, 애럿 하우스의 사냥터 관리인 짐 개스켈, 그의 아내 메리


평생 일을 해본 적 없이 아버지가 주는 돈으로만 생활한 자매와 수양아들이라면서 천대받는 찰스, 서로에게 남은 거라곤 미움 뿐인 제프리와 잰, 어리숙한 폴과 역시나 해미시에게 잠깐의 호감을 품는 여성 멀리사, 지나치게 착실한 하인 엔리코와 그의 아내 마리아 덕에 증거는 모조리 없어지게 되지만, 어떻게든 수사해 나가는 해미시, 앤드루의 과한 장난으로 소중한 걸 잃을 뻔한 짐. 역시나 한결같이 죽어 마땅한 인물이 피해자가 된다.


이런 와중에도 로맨스는 빠지지 않고 진행된다.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는 제인 오스틴 소설 속 묘한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늘 말했듯이 세세한 심리묘사는 일품이다. 


블레어의 과격한 수사방식으로 약점을 잡게 된 해미시는 지극히 해미시다운 딜을 거는 것도 유쾌했다. 피터 총경의 등장으로 해미시는 정당하게 수사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의 추리 방식은 늘 직관적이기 때문에 감에 따라가는 게 대부분이다. 위태롭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마니까. 해결되어야 이야기가 완성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 것도 사실이다. 


별다른 진전이 없는가 싶지만, 그래서 여전히 흥미로운 프리실라와 해미시의 관계. 그래 실컷 썸을 타고,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도 꼭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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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5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로흐두 라이프를 원하는 해미시의 바람과 달리 블레어 경감의 계략으로 본부로 이동하게 되고, 지루한 도시생활이 이어진다. 한편 마을의 새로운 주민이 된 부유한 중년 여성 매기 베어드는 관심종자 같은 부류인지라, 마을 사람들을 한데 모아 해미시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가짜 범죄 계획을 짜게 된다. 마을 사람들 역시 적극 동참하여 교실에서 마약을 발견했다, 소를 잃어버렸다, 목걸이를 분실하게 됐다 등등 없는 관광객까지 묘사하며 경찰을 귀찮게 한다. 


해미시는 파트너가 된 메리 그레이엄 순경과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아 갈등을 빚게 되고, 정당방위 차원에서 그녀를 쓰레기통에 내리 꽂는 순간 사직까지 결심하게 된다. 전화위복으로 마을의 잦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로흐두 마을로 돌아가게 된 해미시는 격환 환영으로 몸둘 바를 모르나, 이후 닥칠 비판을 예상하며 차분하게 현재를 받아들인다. 


해미시를 복귀시키는 일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중심에 선 매기는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와 망가진 지금을 돌아보며 새로 변신을 꾀하기 위해 잠시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녀에게 하나밖에 없는 조카 앨리슨은 폐암을 앓고 나았으나 재발이 두려운, 쇠약해진 상태인 인물. 소심하고 의존적이며 엄마의 정을 그리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다정했던 이모 매기를 따라 로흐두에 왔으나 이내 변한 매기에게 분노와 미움을 가지게 된다. 매기의 집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된 로흐두 주민 토드 여사도 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해미시의 게으르고 오지랖 기질과 더불어 사람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누구의 욕망이든, 감춘 거짓말이든지 그 안에 감춰진 것을 잘도 파헤친다. 그래서 지금껏 해결해온 사건들이 주로 직관에 의지했기 때문에 사실 밝혀지는 과정보다 그 이전에 인물들간의 갈등해소가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성형과 건강시스템 덕분에 다시 태어난 듯, 아름다워진 매기는 많은 재산을 미끼로 과거 자신과 연애를 했던 네 명의 남자를 불러들인다. 자동차 매장주 크리스핀 위더링턴, 도박 클럽 운영자 제임스 프레임, 퇴물 대중가수 스틸 아이언사이드, 광고회사 이사 피터 쟁긴스. 우습게도 그들 모두 흥신소로 알아본 결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매기의 초대가 퍽 구미가 당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엔 속물근성만 남았지 과거 멋모르고 치기 어렸던 애정은 어느 것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장이 약한 매기가 자동차 시동을 걸자마자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고, 모두가 사고사로 보는 가운데 해미시만이 살인사건으로 보고 그 진위를 밝히려 한다. 아부를 잘 하던 블레어 경감이지만, 이번 사건에선 뒤로 밀려 새로 등장한 해미시의 상사는 이탈리아계 고지인 이언 도나티. 


감정적이거나 과격하지도 않은, 블레어와 정반대 타입. 처음의 해미시는 그가 정당하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수사하는 데에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알고 보니 블레어보다 더한 인물이었기에 나중엔 블레어가 그립기까지 한다. 더 권위적이고, 더 하찮게 보고, 더 대놓고 해미시의 공을 앗아가기 때문에. 이야기 말미에 잠깐 다시 등장한 블레어는 해미시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기 위해 술을 권하는 데 그 모습 역시 참 재밌었다.


이번엔 범인이 뜻밖의 인물 같기도 했지만, 역시 군데 군데 해미시의 통찰력이 발휘되는 순간들이 매력적이었다. 해미시는 본부에서 일할 때에도 그곳 시민들의 애정을 한껏 받았는데, 무조건 체포하려고 든 메리 그레이엄 순경은 그걸 엄청 질투했기에 해미시와 잘 맞지 않았다. 


특유의 말투와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프리실라에게 확실히 마음을 끊었다고 자부하던 해미시는 토멜성의 위기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프리실라가 마을에서 아주 머물게 됨을 알게 되자 행복해한다. 프리실라가 이 일에 죄책감과 책임을 느끼게 된 데에는 자신이 만나던 사람 때문에 아버지의 자금의 모두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획기적인 제안을 한 해미시에게 다시 한번 호감을 느끼는 프리실라. 


하지만 이번 편 전체적으로 프리실라는 드디어 해미시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자신의 마음에 대해 각성하는데 비해 해미시는 그녀를 포기하고자 한다. 이미 엇갈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프리실라가 마을에 완전 머물게 되었음을 기뻐하는 해미시. 그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된 프리실라가 느리지만 천천히 조금씩 가까워지길 바란다. 그게 이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큰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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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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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미시의 로흐두 마을의 애정이 듬뿍 담긴 시리즈,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4편, 현모양처의 죽음은, 마을에 새로 이사 온 한 부부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토머스 부부 중 특히 트릭시 토머스는 어리숙한 남편 폴과 달리 선동가적 기질을 갖춘 것인지, 마을 사람들을 홀리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데 능한 인물이다. 


특히 자신들의 현재 상황이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가구를 들일 여유가 없으나 민박집을 운영하고자 한다. 그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일이 척척 진행된다. 각 집마다 돌며 실용적인 가구가 아니라 오래된 가구를 모으는데 알고 보니 모두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 나중에 밝혀지게 된다. 그 중 마을 내 유일한 의사 브로디 선생의 부인 앤젤라가 그녀에게 크게 동화되어 변화하게 되고, 곧 자신의 남편과 갈등을 빚게 된다. 트릭시는 앤젤라를 저콜레스테롤 식사와 금연 조류 보호 운동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게 하여,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미시의 예상과는 다르게 추리소설 시리즈의 특성상, 범인을 찾고 사건을 풀어내는 해결사 인물은 늘 살인사건을 이끌고 다니는지라, 살인사건이 발생하고야 만다. 피해자는 당연히 트릭시 토머스. 그리고 복선처럼 깔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인물들 간의 대사에 등장하는 범인의 징조. 


이번 에피소드는 살인사건 보다 로맨스에 더 치중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의 타이밍이 잘 안맞는 것인지,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삐걱대는 프리실라와 해미시가 이번 편에 들어서는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뭐, 결국을 둘이 되겠지 하는 예상은 해보지만. 런던에서 돌아온 프리실라는 존 벌링턴이라는 중권 증개인과 사귀고 있음을 알게 된 해미시는, 침울했다, 분노했다, 포기하기로 이른다. 프리실라는 야망을 가지지 않는 해미시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해미시는 로흐두의 평온함에 파묻혀 살아가는 삶을 행복으로 여기는 자신을 이해 못하는 프리실라에게 이러한 자신의 방식에 대해 설명해보지만 잘 전달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인물은 토머스 뿐 아니라 경찰 내에서도 등장하는데 해미시의 능력을 알아봐주는 상관 피터 데이비엇이 등장한다. 좀 유연한 인물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레어 경감과 해미시의 불같은 케미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되고, 프리실라는 자신의 혹시 해미시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는데서 그치고 해미시는 프리실라를 이제 포기하는 데서 끝이 난다. 


이번 이야기가 로맨스 중심이라 느낀 데에는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들 또한 등장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 상대가 변화했을 때의 불어오는 현상과 결과들 같이, 역시 로맨스 소설을 썼던 작가의 기량이 적절히 발휘되어 갈등이 해소되고, 나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또 한편, 내부고발로 인해 구속된 프리실라의 한때 연인인 존 벌링턴의 기사와 미국 관광객에게 사진이 찍혀 한 지면에 소개된 행복한 표정의 해미시의 기사를 본 프리실라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이번에도 역시 감탄한 부분은 섬세한 풍경 묘사이다. 그 생생한 묘사 덕분에 로흐두 마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해미시의 삶의 형태에 공감하는 바다. 해미시라는 인물에 대해 읽으면 읽을수록 정이 참 많은 캐릭터 같다. 몇몇의 인물 빼고는 그를 좋아한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게, 경찰이면서 마을 사람의 사정들에 관심이 많고 애정이 많아, 유연하고 원만하게 일을 해결을 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의 삶이 부럽기도 하다. 다음 편 역시 너무 기대가 된다. 특히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연애전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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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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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추억...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는 세 개의 단편과 하나의 중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제목을 보고 예상하기로는 펭귄이 있는 독특한 철도가 있으며그 안에 있는 분실물센터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각각 '잃어버린 것'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겠구나싶었다귀엽고 사랑스러운가볍게 읽기 좋은 이야기들이겠구나 싶었는데생각보다 찡한 구석이 많았기에 개인적으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떠오르기도 했다개인적으로는 나미야보단 펭귄철도가 더 마음이 간다.

 

'나토리 사와코라는 작가의 소설이 국내에 첫 소개되는 작품으로정말 잘 쓰인 작품이다묘사에서 특히 감탄하게 되는데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생생한 묘사는 작가가 게임과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썼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 같다캐릭터 하나 하나 다 허투루 쓰지 않고 애정을 가지고 생명력을 부여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펭귄이 등장할 때는 이 무슨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일본 특유의 감성을 생각해보면 이런 환상처럼 느껴지는 설정도 가능한 일인 듯 싶었다그게 붕 뜨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큰 특징이다.



**

 

 < 제 장 고양이와 운명 >

 

 

쿄코는 대학 동기인 미치의 집을 들렸다 우연히 타게 된 전철에서 펭귄을 마주하게 된다철도에 타고 있는 '진짜살아있는 펭귄아치형 머리띠 무늬의 둥근 머리에, 오렌지 색 주둥이플리퍼라 불리는 날개 같은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있는 펭귄놀란 풍경 속에 쿄코를 제외한 다른 승객들은 평온하기만 하다혼자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게 노력하다그만 자신이 매일 같이 들고 다니던 메신저 백을 놓고 내려버린다미치와의 통화로 자신이 탔던 나미하마선의 유실물 보관소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고전화를 하게 된 쿄코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같은 노선 같은 시각에 같은 소지품을 잃어버린 운명 같은 일이 벌어졌음을.

 

쿄코의 메신저 백 안에 든 것은 작은 유골단지그것도 반려묘 후쿠의 유골단지였다유실물 보관소에 있는 우미하자마 역에 내린 쿄코는 자신을 혼란스럽게 한 펭귄을 다시 보게 되고보관소 직원인 모리야스 소헤이를 만나게 된다붉은 머리에 오리주댕이 처럼 툭 튀어 나온 입술애교 섞인 입가의 훈남 청년은 어딜 봐도 밴드활동을 하는 대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운명'에 기대어 같은 소지품을 잃어버리게 된 인물은 이와미라는 구릿빛 피부의 듬직하게 생긴 한 남자였다.

 

쿄코는 오래 전 짝사랑의 엇갈림그 실연을 통해 상처를 받았고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쿄코의 메신저 백을 자신의 물건인 줄 착각하여 가져간 이와미는 자신의 물건을 알아볼 수 있다 확신하지만두 유골단지 모두 확인하라는 소헤이의 말에 망설이는 쿄코무언가에 홀리듯이 펭귄을 따라 다시 탄 전철에서 후쿠를 처음 발견했던 장소로 향하게 되고동행한 이와미에게 자신의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진심 어린 조언에 쿄코의 마음 속엔 작은 파동이 인다. 이내 이와미의 진실을 알고 놀라게 되지만다시 엮인 인연에 대해 자신이 운명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한다.

 

펭귄이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를 대하는 쿄코의 생각과 행동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했다운명을 떠올리는 것짝사랑 하는 상대와 자신의 친한 친구가 사랑에 빠진 순간을 목격하게 된 쿄코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핑계로 이런 운명적 사랑을 깨보려 노력하지만헛된 짓이란 걸 깨닫는다구멍 난 마음에 잘해주지 못했던 반려묘 후쿠에게콩찹쌀떡처럼 둥글고조용히 죽어갔던 그 고양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고그 마음이 진솔하게 전달되니 안타깝고 짠했다새로 물건을 '잃어버리면'서 운명을 개척해나간 쿄코의 앞으로의 나날들이 기대되기도 했다.

 

 

이리저리 부닥치며 이 세상을 살아간다살아가야 한다자신과 이와미의 얼굴이 떠오른다저세상으로 가버린 후쿠의 얼굴이 떠오른다저마다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우리 옆에 있어줄까?

물보라가 만들어낸 등불을 따라가는 것처럼 앞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검은 바다에서 펭귄이 로켓처럼 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91

 

 

 < 제 장 팡파르가 들린다 >

 


 

등교거부 히키코모리가 된 겐게임 상에서 의지하던 한 사람이 은퇴를 선언하자 그를 위한 아이템 획득을 위해 공을 들인다집 밖을 나서지 않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 낯설고 힘들지만그 아이템을 가진 사람이 자신에게 준 미션을 클리어 하기 위해 거리로 향한다그렇게 '모험'을 하던 도중 겐이 소중하게 간직하던 부적어머니가 주신 주머니 속 소중하게 간직하던 러브레터를 잃어버리게 되고낯선 생물체인 우리의 펭귄을 발견하게 된다.

 

역시나 홀리듯 펭귄을 따라가니 오렌지색 주둥이로 툭툭 두드리는 곳벽과 같이 생긴 미닫이 문이 열리자 그곳이 분실물센터임을 알게 된다분실물 접수를 하고 있자겐의 물건이 이미 도착해있음 알게 되고그 물건을 주어준 사람은 다름아님 러브레터를 쓴 당사자였음을 알게 된다겐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게 될지도 모를 그 러브레터를 써준 여학생 마히로초등학교 같은 반 반장이었던 소녀고지식하고 커다란 둥근 안경에 버섯머리로 놀림 받던 그 아이가 아름다운 미소녀로 성장해 있었고겐은 당혹스러우면서도 설레기 시작한다.

 

오랜만의 재회도 모자라 모험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마히로 덕에 미션을 무사히 클리어 하는 듯 싶었지만씁쓸한 결말만이 남게 된다마히로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소헤이와의 만남을 통해 겐은 관계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온라인 게임 상에서도현실에서도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좌절하던 겐이 어렵지만 변화를 시도하고인간관계 속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게 인상 깊었고응원하고 싶어졌다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갇혀버린 틀을 깨버리는한 단계 위로 올라선 레벨업의 팡파르가 울린 듯 .

 

 

"맞다다른 사람의 분실물을 주우면 다시 언제든지 우미하자마 역으로 와줘그 역 분실물센터에 내가 있으니까."

소헤이의 말은 겐에게 "여기에도 네 자리가 있어하고 온 힘을 다해 전해주는 듯 했다겐은 등을 돌린 채 주먹을 높이 치켜든다.

어디선가 레벨업의 팡파르가 울린 듯 했다. 176

 

 

 

 < 제 장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 >

 

 

 

지에는 스물 넷의 젊은 주부이다자신의 선택 없이 타인에게 잘 휩쓸리고책임감이 강한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 사람남편 미치로는 지에가 대타로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를 2년 째 하게 된 마트의 점장이었고지에와 결혼할 무렵엔 본사의 인사부로 영전하게 되었다물건을 잘 정리하지 못한 지에는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걸 깨닫고 유실물 보관소로 향한다마침 우연히 주운 임산부 마크 뱃지를 주머니에 넣고펭귄이 있다는 소년의 말에 거짓말로 봤다고 동조했지만어려운 발음 대신 분실물센터로 부르기로 했다던 소헤이 옆에서 진짜 펭귄을 보게 된다.

 

일주일이 지나 분실물센터에 연락하기가 귀찮아진 지에는 미치로가 출근한 사이 어설프게 겨우 하는 집안일과 게임이나 귀여운 동영상을 보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었다똑같은 안경과 닮은 얼굴비슷한 체형을 가진 부부잃어버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지에서로 옷을 같이 입는 부부는 지에가 우연히 줍고 잊어버린 임산부 마크를 통해 오해가 생기고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지에는 거짓말을 이어간다안락한 주택과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는 가정을 꿈꾼다는 미치로는 지에가 임신했다 믿고 크게 기뻐하고지에는 마냥 초조하기만 하다.

 

검진을 받게 된 지에는 처음 가본 산부인과에서 자신과 똑 닮은 의사를 보게 된다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 의사그리고 처음 받아본 산부인과 진료에 당황한 지에자궁에 발견된 종양.

 

더이상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거짓말에 지친 지에는 다시금 찾은 분실물센터에서 미치로에게 진실을 말한다잃어버린 것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달은 지에의 울부짖음과 같은 고백에 마음이 아팠다흐릿한 존재감처럼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스러운 지에가 주체성을 찾고 외치는 부분이 시원하게 와 닿았다이를 통해 미치로의 본심을 알게 되었으니두 부부의 앞날의 안개가 차츰 걷혀가는 것 같았다.

 

 "가지 마세요미치로 씨."

()

"나는 당신을 선택했어요스스로 선택했어요미치로 씨와 함께 걸어가고 싶어서 결혼했던 거예요따라온 거예요미치로 씨가 시키는 대로 해온 것도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미치로씨를 기쁘게 해주려고 한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미움받고 싶지 않았어요난 선택을 못 하는 게 아니에요미치로 씨와 함께 있고 싶으니까 선택을 안 한 거예요뭔가를 선택해서 미치로씨가 '역시 아니야'라고 생각할까 봐 무서워서 그랬어요. '선택하지 않는걸 선택해던 거예요멍청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을 몰랐어요."

()

당신이 여기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없는 드라마 대사 같은 말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254

  

걱정 마세요우리는 꼭 탈 수 있어요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어요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포기하지 마세요."

지에는 자신의 어깨에 실린 미치로의 무게를 느끼며 가슴을 폈다. 261-262

 

 

 < 제 장 스위트 메모리스 >

 

 

자수성가한 후지사키 전기의 회장후지사키 준페이는 갑작스런 아들의 부재를 깨닫고 노발대발하여 우미하자마 역으로 향한다붉은 머리 청년 소헤이에게 불같이 화를 내다 조각조각 엉킨 기억들에 당황한다자신의 화를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청년은 준페이에게 일 끝나고 다시 얘기하기를 청한다우미하자마 역과 맞닿아 있는 후지사키 전기 공장부지 속 공원 같은 곳에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다 자신의 옆에서 뒤뚱뒤뚱 걷는 펭귄을 발견하게 된다방금 전까지 화낸 사람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진난만하게 펭귄을 따라 전철을 타고수족관을 향하고한 인디 아이돌의 팬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하다, 3층 펭귄 코너 앞에서 떠오른 기억 하나에 가슴이 저려온다이내 쓰러지게 된 준페이는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되며자신은 악성뇌종양을 앓고 있고수술을 거부한 상태임을 알게 된다붉은 머리 청년은 아들 소헤이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온전히 정신과 기억이 돌아온 준페이는 아들을 잃은 후이를 인정하기 싫어 회피하게 됐음을 알게 됐다분실물센터 직원 소헤이와는 어떻게 알게 된 인연인 것인지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자신이 아들의 작은 부탁 하나 들어주지 못했음에 한탄하여펭귄을 키우게 됐고건강이 나빠지자그 몫을 소헤이라는 청년에게 부탁했다는 사실을공장 부지 내 언덕에 심은 벚꽃 나무는 아들이 살던 훗카이도의 네무로에서 얻은 종자에서 난 것이며매년 아들의 기일에도 찾아와 보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남 부러울 것 없이 키워 놨더니 불효를 했다 믿은 아들은 유약한 게 아니라 유연한 사람이었다아버지의 기대대로 기업을 잇진 않았지만자신의 꿈을 가지고 성실히 살다 갔던 것이다. 그런 아들이 아버지가 좋아하는 통팥을 넣은 빵을 만들어 부모님을 만나러 오던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만 것이다.

 

이제는 아들과는 전혀 닮지 않은 손자가아들과 닮은 구석을 보이며 할아버지가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벚꽃 나무 아래 따뜻하고 신선한 빵과자신을 염려하는 이들아들이 키우고 싶어 했던 펭귄이 있는 풍경 속에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인정하는 준페이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 보겠다 다짐하게 된다.

 

 

"전 살아났어요살아 있으니까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무서운 수술도 치료도 분명히 끝이 찾아왔어요살아 있으니까 머리도 자라고 체중도 늘고 키도 조금이지만 컸어요살아 있으니까 두 번 다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바깥 세계에 나와 여행을 하고 일을 하고 매일 해와 달과 바다와 전철과 공업단지를 바라보고 있어요살아 있으니까 후지사키 회장님과 다시 만났어요그래서 전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헤이는 문득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투명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살아주세요사람은 태어나면 살아야 할 의무가 있어요멋대로 죽으면 안 돼요포기하지 마세요수술을 받아주세요회장님이 사시길 모두가 바라고 있어요." 352

 

소헤이가 죽은 사실을내 오직 하나뿐인 아들이 더 이상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아들이 자신의 삶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을 거란 사실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370

  

이 세상은 아름다워.

준페이는 소헤이가 죽고 난 이래 오늘 처음 그리 느꼈다이 세상에서 좀 더 살고 싶다고지금 진심으로 빌었다. 391

 

 

**




대망의 마지막 장에서는 펭귄철도의 비밀이 밝혀지는 동시에앞서 나열된 에피소드의 인물들이 한데 등장한다그것도 깨알같이 등장하여 반가움마저 들었다잔잔하면서도 가슴 울리는 이야기들의 연속이었다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각자 살아가는 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걸까추억 속에 살면서지난 기억을 되풀이 하며 잃어버린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펭귄철도는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분실물센터로 안내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다소 생뚱맞게 느껴졌던 '펭귄'이라는 생명체의 사랑스러움 마음 한 구석이 비어버린 사람을 잘 안내해준 것 같다. 소중한 것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잃어버린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후회와 자책만 반복할 뿐어떤 방식으로 다시 되찾을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시도도 없었다현재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숨만 쉬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대체 무엇인지그리고 다시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이 리뷰는 현대문학 출판사 '문학독후'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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