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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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추억...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는 세 개의 단편과 하나의 중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제목을 보고 예상하기로는 펭귄이 있는 독특한 철도가 있으며그 안에 있는 분실물센터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각각 '잃어버린 것'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겠구나싶었다귀엽고 사랑스러운가볍게 읽기 좋은 이야기들이겠구나 싶었는데생각보다 찡한 구석이 많았기에 개인적으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떠오르기도 했다개인적으로는 나미야보단 펭귄철도가 더 마음이 간다.

 

'나토리 사와코라는 작가의 소설이 국내에 첫 소개되는 작품으로정말 잘 쓰인 작품이다묘사에서 특히 감탄하게 되는데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생생한 묘사는 작가가 게임과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썼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 같다캐릭터 하나 하나 다 허투루 쓰지 않고 애정을 가지고 생명력을 부여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펭귄이 등장할 때는 이 무슨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일본 특유의 감성을 생각해보면 이런 환상처럼 느껴지는 설정도 가능한 일인 듯 싶었다그게 붕 뜨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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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장 고양이와 운명 >

 

 

쿄코는 대학 동기인 미치의 집을 들렸다 우연히 타게 된 전철에서 펭귄을 마주하게 된다철도에 타고 있는 '진짜살아있는 펭귄아치형 머리띠 무늬의 둥근 머리에, 오렌지 색 주둥이플리퍼라 불리는 날개 같은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있는 펭귄놀란 풍경 속에 쿄코를 제외한 다른 승객들은 평온하기만 하다혼자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게 노력하다그만 자신이 매일 같이 들고 다니던 메신저 백을 놓고 내려버린다미치와의 통화로 자신이 탔던 나미하마선의 유실물 보관소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고전화를 하게 된 쿄코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같은 노선 같은 시각에 같은 소지품을 잃어버린 운명 같은 일이 벌어졌음을.

 

쿄코의 메신저 백 안에 든 것은 작은 유골단지그것도 반려묘 후쿠의 유골단지였다유실물 보관소에 있는 우미하자마 역에 내린 쿄코는 자신을 혼란스럽게 한 펭귄을 다시 보게 되고보관소 직원인 모리야스 소헤이를 만나게 된다붉은 머리에 오리주댕이 처럼 툭 튀어 나온 입술애교 섞인 입가의 훈남 청년은 어딜 봐도 밴드활동을 하는 대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운명'에 기대어 같은 소지품을 잃어버리게 된 인물은 이와미라는 구릿빛 피부의 듬직하게 생긴 한 남자였다.

 

쿄코는 오래 전 짝사랑의 엇갈림그 실연을 통해 상처를 받았고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쿄코의 메신저 백을 자신의 물건인 줄 착각하여 가져간 이와미는 자신의 물건을 알아볼 수 있다 확신하지만두 유골단지 모두 확인하라는 소헤이의 말에 망설이는 쿄코무언가에 홀리듯이 펭귄을 따라 다시 탄 전철에서 후쿠를 처음 발견했던 장소로 향하게 되고동행한 이와미에게 자신의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진심 어린 조언에 쿄코의 마음 속엔 작은 파동이 인다. 이내 이와미의 진실을 알고 놀라게 되지만다시 엮인 인연에 대해 자신이 운명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한다.

 

펭귄이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를 대하는 쿄코의 생각과 행동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했다운명을 떠올리는 것짝사랑 하는 상대와 자신의 친한 친구가 사랑에 빠진 순간을 목격하게 된 쿄코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핑계로 이런 운명적 사랑을 깨보려 노력하지만헛된 짓이란 걸 깨닫는다구멍 난 마음에 잘해주지 못했던 반려묘 후쿠에게콩찹쌀떡처럼 둥글고조용히 죽어갔던 그 고양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고그 마음이 진솔하게 전달되니 안타깝고 짠했다새로 물건을 '잃어버리면'서 운명을 개척해나간 쿄코의 앞으로의 나날들이 기대되기도 했다.

 

 

이리저리 부닥치며 이 세상을 살아간다살아가야 한다자신과 이와미의 얼굴이 떠오른다저세상으로 가버린 후쿠의 얼굴이 떠오른다저마다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우리 옆에 있어줄까?

물보라가 만들어낸 등불을 따라가는 것처럼 앞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검은 바다에서 펭귄이 로켓처럼 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91

 

 

 < 제 장 팡파르가 들린다 >

 


 

등교거부 히키코모리가 된 겐게임 상에서 의지하던 한 사람이 은퇴를 선언하자 그를 위한 아이템 획득을 위해 공을 들인다집 밖을 나서지 않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 낯설고 힘들지만그 아이템을 가진 사람이 자신에게 준 미션을 클리어 하기 위해 거리로 향한다그렇게 '모험'을 하던 도중 겐이 소중하게 간직하던 부적어머니가 주신 주머니 속 소중하게 간직하던 러브레터를 잃어버리게 되고낯선 생물체인 우리의 펭귄을 발견하게 된다.

 

역시나 홀리듯 펭귄을 따라가니 오렌지색 주둥이로 툭툭 두드리는 곳벽과 같이 생긴 미닫이 문이 열리자 그곳이 분실물센터임을 알게 된다분실물 접수를 하고 있자겐의 물건이 이미 도착해있음 알게 되고그 물건을 주어준 사람은 다름아님 러브레터를 쓴 당사자였음을 알게 된다겐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게 될지도 모를 그 러브레터를 써준 여학생 마히로초등학교 같은 반 반장이었던 소녀고지식하고 커다란 둥근 안경에 버섯머리로 놀림 받던 그 아이가 아름다운 미소녀로 성장해 있었고겐은 당혹스러우면서도 설레기 시작한다.

 

오랜만의 재회도 모자라 모험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마히로 덕에 미션을 무사히 클리어 하는 듯 싶었지만씁쓸한 결말만이 남게 된다마히로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소헤이와의 만남을 통해 겐은 관계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온라인 게임 상에서도현실에서도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좌절하던 겐이 어렵지만 변화를 시도하고인간관계 속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게 인상 깊었고응원하고 싶어졌다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갇혀버린 틀을 깨버리는한 단계 위로 올라선 레벨업의 팡파르가 울린 듯 .

 

 

"맞다다른 사람의 분실물을 주우면 다시 언제든지 우미하자마 역으로 와줘그 역 분실물센터에 내가 있으니까."

소헤이의 말은 겐에게 "여기에도 네 자리가 있어하고 온 힘을 다해 전해주는 듯 했다겐은 등을 돌린 채 주먹을 높이 치켜든다.

어디선가 레벨업의 팡파르가 울린 듯 했다. 176

 

 

 

 < 제 장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 >

 

 

 

지에는 스물 넷의 젊은 주부이다자신의 선택 없이 타인에게 잘 휩쓸리고책임감이 강한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 사람남편 미치로는 지에가 대타로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를 2년 째 하게 된 마트의 점장이었고지에와 결혼할 무렵엔 본사의 인사부로 영전하게 되었다물건을 잘 정리하지 못한 지에는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걸 깨닫고 유실물 보관소로 향한다마침 우연히 주운 임산부 마크 뱃지를 주머니에 넣고펭귄이 있다는 소년의 말에 거짓말로 봤다고 동조했지만어려운 발음 대신 분실물센터로 부르기로 했다던 소헤이 옆에서 진짜 펭귄을 보게 된다.

 

일주일이 지나 분실물센터에 연락하기가 귀찮아진 지에는 미치로가 출근한 사이 어설프게 겨우 하는 집안일과 게임이나 귀여운 동영상을 보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었다똑같은 안경과 닮은 얼굴비슷한 체형을 가진 부부잃어버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지에서로 옷을 같이 입는 부부는 지에가 우연히 줍고 잊어버린 임산부 마크를 통해 오해가 생기고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지에는 거짓말을 이어간다안락한 주택과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는 가정을 꿈꾼다는 미치로는 지에가 임신했다 믿고 크게 기뻐하고지에는 마냥 초조하기만 하다.

 

검진을 받게 된 지에는 처음 가본 산부인과에서 자신과 똑 닮은 의사를 보게 된다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 의사그리고 처음 받아본 산부인과 진료에 당황한 지에자궁에 발견된 종양.

 

더이상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거짓말에 지친 지에는 다시금 찾은 분실물센터에서 미치로에게 진실을 말한다잃어버린 것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달은 지에의 울부짖음과 같은 고백에 마음이 아팠다흐릿한 존재감처럼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스러운 지에가 주체성을 찾고 외치는 부분이 시원하게 와 닿았다이를 통해 미치로의 본심을 알게 되었으니두 부부의 앞날의 안개가 차츰 걷혀가는 것 같았다.

 

 "가지 마세요미치로 씨."

()

"나는 당신을 선택했어요스스로 선택했어요미치로 씨와 함께 걸어가고 싶어서 결혼했던 거예요따라온 거예요미치로 씨가 시키는 대로 해온 것도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미치로씨를 기쁘게 해주려고 한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미움받고 싶지 않았어요난 선택을 못 하는 게 아니에요미치로 씨와 함께 있고 싶으니까 선택을 안 한 거예요뭔가를 선택해서 미치로씨가 '역시 아니야'라고 생각할까 봐 무서워서 그랬어요. '선택하지 않는걸 선택해던 거예요멍청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을 몰랐어요."

()

당신이 여기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없는 드라마 대사 같은 말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254

  

걱정 마세요우리는 꼭 탈 수 있어요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어요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포기하지 마세요."

지에는 자신의 어깨에 실린 미치로의 무게를 느끼며 가슴을 폈다. 261-262

 

 

 < 제 장 스위트 메모리스 >

 

 

자수성가한 후지사키 전기의 회장후지사키 준페이는 갑작스런 아들의 부재를 깨닫고 노발대발하여 우미하자마 역으로 향한다붉은 머리 청년 소헤이에게 불같이 화를 내다 조각조각 엉킨 기억들에 당황한다자신의 화를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청년은 준페이에게 일 끝나고 다시 얘기하기를 청한다우미하자마 역과 맞닿아 있는 후지사키 전기 공장부지 속 공원 같은 곳에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다 자신의 옆에서 뒤뚱뒤뚱 걷는 펭귄을 발견하게 된다방금 전까지 화낸 사람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진난만하게 펭귄을 따라 전철을 타고수족관을 향하고한 인디 아이돌의 팬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하다, 3층 펭귄 코너 앞에서 떠오른 기억 하나에 가슴이 저려온다이내 쓰러지게 된 준페이는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되며자신은 악성뇌종양을 앓고 있고수술을 거부한 상태임을 알게 된다붉은 머리 청년은 아들 소헤이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온전히 정신과 기억이 돌아온 준페이는 아들을 잃은 후이를 인정하기 싫어 회피하게 됐음을 알게 됐다분실물센터 직원 소헤이와는 어떻게 알게 된 인연인 것인지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자신이 아들의 작은 부탁 하나 들어주지 못했음에 한탄하여펭귄을 키우게 됐고건강이 나빠지자그 몫을 소헤이라는 청년에게 부탁했다는 사실을공장 부지 내 언덕에 심은 벚꽃 나무는 아들이 살던 훗카이도의 네무로에서 얻은 종자에서 난 것이며매년 아들의 기일에도 찾아와 보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남 부러울 것 없이 키워 놨더니 불효를 했다 믿은 아들은 유약한 게 아니라 유연한 사람이었다아버지의 기대대로 기업을 잇진 않았지만자신의 꿈을 가지고 성실히 살다 갔던 것이다. 그런 아들이 아버지가 좋아하는 통팥을 넣은 빵을 만들어 부모님을 만나러 오던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만 것이다.

 

이제는 아들과는 전혀 닮지 않은 손자가아들과 닮은 구석을 보이며 할아버지가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벚꽃 나무 아래 따뜻하고 신선한 빵과자신을 염려하는 이들아들이 키우고 싶어 했던 펭귄이 있는 풍경 속에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인정하는 준페이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 보겠다 다짐하게 된다.

 

 

"전 살아났어요살아 있으니까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무서운 수술도 치료도 분명히 끝이 찾아왔어요살아 있으니까 머리도 자라고 체중도 늘고 키도 조금이지만 컸어요살아 있으니까 두 번 다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바깥 세계에 나와 여행을 하고 일을 하고 매일 해와 달과 바다와 전철과 공업단지를 바라보고 있어요살아 있으니까 후지사키 회장님과 다시 만났어요그래서 전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헤이는 문득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투명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살아주세요사람은 태어나면 살아야 할 의무가 있어요멋대로 죽으면 안 돼요포기하지 마세요수술을 받아주세요회장님이 사시길 모두가 바라고 있어요." 352

 

소헤이가 죽은 사실을내 오직 하나뿐인 아들이 더 이상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아들이 자신의 삶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을 거란 사실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370

  

이 세상은 아름다워.

준페이는 소헤이가 죽고 난 이래 오늘 처음 그리 느꼈다이 세상에서 좀 더 살고 싶다고지금 진심으로 빌었다. 391

 

 

**




대망의 마지막 장에서는 펭귄철도의 비밀이 밝혀지는 동시에앞서 나열된 에피소드의 인물들이 한데 등장한다그것도 깨알같이 등장하여 반가움마저 들었다잔잔하면서도 가슴 울리는 이야기들의 연속이었다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각자 살아가는 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걸까추억 속에 살면서지난 기억을 되풀이 하며 잃어버린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펭귄철도는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분실물센터로 안내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다소 생뚱맞게 느껴졌던 '펭귄'이라는 생명체의 사랑스러움 마음 한 구석이 비어버린 사람을 잘 안내해준 것 같다. 소중한 것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잃어버린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후회와 자책만 반복할 뿐어떤 방식으로 다시 되찾을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시도도 없었다현재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숨만 쉬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대체 무엇인지그리고 다시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이 리뷰는 현대문학 출판사 '문학독후'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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