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개인소장 / 2013. 8.3 - 4 / 컬처그라퍼 / 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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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
역사의 흐름속에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그것이 투영된 건축물 그리고 거기에 담긴 철학.

우리는 흔히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건축물들을 보게된다. 혹은 건축물을 보기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건축이라는 것은 나에게 뭔가 그 시대상과 관념들이 집약된 산물이라는 개념만을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건물들을 볼때면 '와 옛날사람들이 더 대단한 것 같다' 라는 생각을 자주 했지만, 그 정도의 겉모습 감상에 그쳤을 뿐,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관심으로는 그 내면에 담겨있는 생각들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건축사무소에서 인턴을 하면서 건축과 조금 친밀해지고, 실제 건축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생각과 작업들을 느끼면서 관심이 생겨서 이 책을 집어들게됐다.

사실 내게는 건축이란 상당히 난해한 것(수학을 굉장히 싫어한다)이라고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고, 철학은 건축과는 다른 분야에서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고 느꼈기때문에 그 두 단어가 합쳐진 책의 제목을 봤을때 이 책을 과연 내가 이해하면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조리있는 설명을 통해서 책의 내용을 상상하게 되면서, 점점 재미를 붙여갈 수 있게 된다. 뭐랄까 조금씩 사고의 영역이 넓혀지는 것 같다라고 할까. 시대적 흐름에 따른 철학의 흐름을 설명하기전에 시각적 상상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기본적인 철학, 건축적 지식을 제시하는데, 그 후에 나오는 사람들이 이것을 빛에 따라 인지하는 방법들, 그리고 이상과 실체에 대한 논의들을 보면서 내가 건축물을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내용과 관련된 그림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시각적보정과 관련해서 우리가 바라보는 도시나 건물이 사람이 바라보는 시점에 따른 원근법이 적용된 것과 그것을 고려해서 어떻게 건물이 조정되었는지 보여주는 것,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했던 빛의 개념과 알베르티가 생각한 빛의 개념을 정보그래픽을 통해서 쉽게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읽을 때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하면서도 '아 내가 지금 문자로 이루어진 것을 보고 시각적 심상을 이용해서 이렇게 입체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철학 Philosophy.  philo(좋아하다) + sophy(지식, 생각하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어려운 개념이라기보다는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잡고 그것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인지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건축을 하는 이는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힘을 갖게 되고, 꼭 관련이 없더라도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누군가 헛소리를 하는지 안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책.

건축을 위한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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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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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라딘_구입 / 2013. 7. 28 / 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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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가가 살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충동이 어느정도 소설에 반영이 된 것은 아닐까 싶은 무서운 생각이었다. 그만큼 책을 읽으면서 순식간에 나 스스로도 60살 연쇄살인마가 되어있었다. 작가님이 후기에도 남긴 것처럼 그 전까지의 소설에서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 호흡에 맞추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라는 점을 나도 그 안에 녹아들면서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글귀들을 보니 은교가 생각났다. 은교에서는 이적요 시인이 주인공으로 있어서인지 여러가지 고전 및 시의 글귀들이 인용되어 있는데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자주 그런 모습이 비춰진다. 특히 차라투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가 자주 언급되는데 군대있을적에 선임이 추천해서 읽어보다가 너무 어려워서 반쯤 읽다가 구석에 처박아두었는데, 다시 한번 도전해보면서 이 책에 나왔던 것처럼 한소절 한소절 채근담 읽듯이 읽어내려가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주인공의 어떤 기억의 조각이 어긋난 것일까? 찾아보다가 이내 곧 이럴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약간의 단서들이 이곳 저곳에 배치되어있을 뿐이지 정확한 정답이 필요치 않기도 하고, 주인공의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되는 이상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치열하게 잘 짜여진 소설은 아니지만, 이 책 덕분에 정말 순식간에 군산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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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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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명대 도서관 / 2013. 7. 25 - 26 / 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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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통해서는 자주 접했던 김영하 작가님이었지만, 실제로 책으로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막상 또 책을 읽고 무언가 적으려고 생각하니, 김영하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소설이 무엇인가가 생각났다. 책을 읽고 난 후에 한마디로 그 책을 정의할 수 없어야 좋은 소설이다. 이번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 어느 누군가의 삶의 단편속에 내가 그 주인공이 되거나 혹은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되는 경험이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는 소설이나 수필집에서 쓰이는 비유적인 표현들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글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었는데 이제서야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다., 최근에 여러 소설이나 책들을 읽으면서 마치 책 역시도 음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음악을 처음 들으면 가사에 집중하게 되고, 리듬속에서 보컬의 음성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여러번 반복해서 듣게 되면 점차 하나씩 깊은 부분이 들린다. 다양한 세션들이 어떤 박자를 가지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고, 전체적인 구성은 이렇게 되있고, 싸비는 이렇게 반복되다가 변형을 줬구나, 등등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가게 되는데 독서 역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만이 쓸 수 있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보는 일도 조금씩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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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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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도서관 / 2013. 7. 15 - 18 / 1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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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제목이 에브리맨이라는 것과 내용에도 자주 언급되듯이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앞에서 우리는 어쩌면 한명의 에브리맨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고 오로지 지칭대명사로만 언급되어 나타난다. 죽음이 다가올수록 사람은 후회하기 마련인 것 같다. 이랬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주인공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름대로의 사회적 성공은 거두었으나, 인간관계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세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 그리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형과의 불화. 나는 특히 그의 첫번째 결혼에서 생겨난 두 아들과 그의 관계가 너무나 슬펐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도 슬픔보다는 분노와 증오로 터저나온 감정들. 그리고 생전에도 서로의 불화때문에 그의 아들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하면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모습과 그 역시도 결국에는 그들을 미워하게 되버리는 모습 속에서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부모님의 묘자리를 다시 찾아가 무덤 파는 인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도 결국에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그곳에 묻히게 되는 것을 통해 반복되는 인간의 삶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좇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고 장영희 교수님께서 쓰신 글 '내가 살아보니까'를 최근에 우연히도 읽게 됐는데 그가 이 글을 일찍이 봤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는 내가 거울이 되서 나를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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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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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단편집 모음이다. 책읽는 시간에서 목사의 기쁨 낭독을 듣고, 꼭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보게됐다.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는 우리가 영화로 흔히 잘 알고 있는 찰리의 초콜릿공장의 원작 소설가이다. 그 외에도 몇일전에 영어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라는 작품도 굉장히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았다. 

 

2차대전때 그는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을 했다고 하는데, 어린왕자의 작가인 생떽쥐베리 역시 비행기 조종사이고, 또 다른 유명한 작가도 조종사 출신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평소에 보는 시각이 아닌 하늘위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에서는 훨씬 다양한 모습들도 세상이 비춰져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조종사이기때문에 자신의 컨디션을 항상 잘 파악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도 한가지 원인이 아닐까?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작가가 말한 것처럼 흔히들 규칙적으로 생활하면 사고가 딱딱해져서 창작생활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창의적인 일은 생활의 방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에서 나온다고 한 것처럼 이러한 부분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거라 홀로 생각해봤다.

 

「맛」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사람의 욕심이 불러오는 결과를 재미있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다. 한편 한편 지나갈수록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이야기가 어떻게 반전될까? 가슴을 졸이며 킥킥대는 마음을 다잡고 읽게된다. 소설가는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통 사람의 시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디자이너와 닮았다. 라고 생각했다. 

 

그는 검은 양복을 입고, 목에는 목사들이 흔히 다는 칼라를 달고 있었다. 머리에는 검은 중절모를 썼다. 손에는 낡은 떡갈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그의 의견에 따르면 이것은 소박하고 편안한 인상을 주었다. - 목사의기쁨. 맛. 17p

 

터져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뱃속에서 아주 작은 거품이 수도 없이 보글거리며 솟아올라 머릿속에서 즐겁게 터지는 기분이었다. - 목사의기쁨. 맛. 45p

 

책을 읽다가 결론에 도착해서는 음? 왜? 라는 의문을 품고 다시 되돌아가 다시 읽게도 만든다. 대부분은 그 익살스럽게 짜여진 내용에 그곳에 나온 주인공들을 향해 조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하게 된다. 작품 하나하나 읽고 또 읽어도 소소하게 숨겨져 있는 보물들을 발견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오늘 다른 책을 읽으려고 뽑아들었는데 번역가분이 같은 분이셔서 더더욱 기대가 된다. 습기가 없을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놓은 조용한 방안에서 창밖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천으로 마감된 푹신한 소파에 파뭍혀 책을 읽다 잠들고 싶은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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