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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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09년 한국어판 출간 이후 16년 연속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로

40만 부 돌파 기념해서 나온 개정판이다. 1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익명성을 무기로 사람을 죽이는 악플러들이 존재하고, 왕따와 학교 폭력이 존재한다.

스마트폰과 SNS으로 인해 헤어날 수 없을 만큼 사람의 애간장을 끊는

더 지능적으로 악질인 사건에 경악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 책이 "세상에나, 옛날에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도 있었구나"

라고 놀라게 되는 과거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여전히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유효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제이비와 아무르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트루먼의 진실> 사이트를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사를 와서 이웃이 된 제이비, 아무르, 릴리는 유치원에 입학하기 여름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모든 걸 함께했다. 부모님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주말에는 세 가족이

함께 지내곤 했는데, 5학년이 되었을 때 릴리 부모님의 이혼 후 세 가정은 더 이상

전처럼 지내지 못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든 시기를 겪으며

릴리는 급속도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릴리는 뚱보가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마지막 방학 내내 캠프에 갔다 돌아왔을 때 갑자기 날씬해져 있었다.

캠프에서 만난 헤일리와 같은 중학교에서 다니게 되면서 제이비와 아무르와 멀어졌다.

릴리는 헤일리와 함께 인싸 모임을 만들어 헤어스타일, 화장법, 남자애 이야기만 해댔다.

릴리는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트레버의 그림을 보고 짓궂게 놀리는 아이에게

따끔하게 충고하는 정의로운 아이였지만, 헤일리 그룹과 어울리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인싸 그룹의 애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다른 친구를 짓밟는 사람으로

전락했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친구와의 우정, 소속감이 중요한 시기가 중학생이라도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있는데 릴리는 그 선을 넘어버렸다.

아무르가 댄스파티에 가지 않는 걸 알면서도 사귀고 싶다며 댄스파티에 가자며 제안해놓고는

장난이었다며 너의 테러 명단에 올라가겠다며 인싸 그룹 친구들과 깔깔거렸다.

한때 절친이었던 아무르가 이슬람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해서

아무르를 웃음거리로 만드는지 예전의 릴리는 사라졌다. 심지어 트레버가 너무 못생겨서

트레버의 엄마가 트레버를 낳은 걸 후회하며 쓰러져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망언을 했는데, 그러고 나서 이틀 뒤에 엄마가 정말로 쓰러져 돌아가셨다.

물론 우연의 일치이지만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 법이다.

어쩌다 릴리는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을까?

부모님의 이혼을 기점으로 릴리가 자신의 능력을 좋은 일에 사용하지 않는

아이로 변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헤일리 그룹에서 잘나가던 릴리는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 뚱보 시절

초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이 <트루먼의 진실>에 공개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릴리가 뚱뚱했던 건 사실이지만, 릴리가 레즈비언이라는 엉터리 비밀이 폭로되면서

릴리는 균열이 생겼던 인싸 그룹과의 관계는 산산조각 나버렸다.

릴리가 동성애자든 아니든 사실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가십거리이고 모두 릴리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하찮게 여기기 시작했다.

릴리는 자신을 곤란에 빠뜨린 게 사이트를 만든 제이비와 아무르라고 생각하지만,

릴리의 그간의 행실을 보면 누구에게나 릴리에게 복수할 이유가 있다.

인싸였던 릴리는 왕재수로 만든 건 누굴까.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폭로되고, 수백 개의 댓글과 진실게임이 시작되었다.

누구의 글도 사전에 검열하지 않아 발언의 자유를 주자는

제이비와 아무르의 좋은 의도와 달리 <트로먼의 진실>이

누군가를 공격하고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릴리가 행방불명되면서 사이트는 결국 폐쇄되게 된다.

요즘의 끔찍한 뉴스와는 달리 행방불명되었던 릴리를 한때 절친이었던 소꿉친구들이 찾아낸다.

릴리 또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신을 곤란하게 했던 친구에게 사과를 했고,

전학은 갔지만 소꿉친구들에게 왕따 문제를 토론하는 사이트 운영을 제안하면서

아이들은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된다. 아름다운 성장으로 끝맺음이 되어

천만다행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피해자라고 해서 늘 선한 것도,

가해자가 늘 나쁜 것도 아닌 얇고 모호한 경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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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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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채소와 뿌리의 이야기라는 뜻의 채근담은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지향하는

짧은 격언과 철학적인 명언으로 인간의 도리와 삶의 지혜에 대해 알려주는 잠언집이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자신을 단련하고 인내하는 법을 알려주기에

무너지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정통성과 원형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명각본을 기준으로 삼아 번역과 에세이 형태의 설명을 추가하여 구성했기에

한자를 전혀 몰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본문은 철학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글의 하단에 고전 원문과 해석본을 별도로 수록하였기 때문에 뜻을 곱씹고

천천히 생각해 보기에도 부담 없고 좋았다.

자연은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자연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가 내리면

새들도 불안에 떨고, 햇빛이 맑고 바람이 부드러우면 풀과 나무조차 환하게 웃는 것처럼

한 사람의 마음에 온화한 기운이 깃들면 주변이 따뜻해지고, 삶 전체가 생기를 되찾게 된다.

하루를 살더라도 온화한 마음과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면

화창한 날을 바라는 것처럼 마음의 날씨 또한 가꿔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무리하게 나아가면 결국 자신을 해치는 방향으로 달려가게 된다.

나방이 불빛에 끌려드는 것처럼 멈추지 못하는 욕망은 결국 자기를 불태우게 된다.

앞만 보고 달려들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 삶의 여유를 지키는 지혜를 지녀야 한다.

앞서 나가고 높이 오르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다. 오히려 잠시 멈추고 자신을 다듬고,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고 한 걸음 물러설 줄 알아야 마음의 평안과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마음을 바쁘게 굴리는 습관은 능률과 성취감을 주기도 하지만, 번민과 피로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고생해 본 사람은 일이 적을 때의 여유로움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알게 된다.

평정심을 지닌 사람은 괜한 걱정과 의심이 삶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또한 안다.

마음이 고요할수록 삶은 가볍고 단순해지며, 단순해질수록 우리는 기쁨에 도달하게 된다.

많은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마음을 덜 쓰며 살아가면 삶은 더 맑아질 수 있다.

겉으로는 능력 있고 부지런한 사람이 부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 능력이 지나치면 고단함과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어리숙해 보이더라도 한가로운 삶 속에서 자기다움을 지키면 오히려 더 진실한 삶에 가까울 수 있다.

세상의 평가 기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와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충만이다.

남을 이기려 애쓰기보다 자기 삶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기 뜻을 굽히는 일은 유연해 보일 수 있으나,

내면의 중심을 무너뜨리게 된다. 진실한 자세로 인해 오해를 받거나 미움을 사더라도

곧음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므로 굽은 평화보다 진실한 곧음을 선택하는 게 낫다.

세상은 말과 평판으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진정한 평가는 자기 양심과 진실에 기반한다.

곧은 마음은 상처를 입지만 결국 흔들리지 않는 삶의 뿌리를 세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적당함이 중요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완전함은 감탄을 사기도 하지만,

더 나아갈 곳이 없다는 허무와 쇠락을 가져올 수 있다.

고결한 행실도 지나치면 다른 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결국 험담의 대상이 된다.

빛나되 눈부시지 않고, 뛰어나되 과시하지 않으며, 도를 알되 겸손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은은한 향기처럼 지나치지 않게 머무는 절제가 오히려 더 오래가는 법이다.

인생의 방향은 자기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닫고 나를 되돌아보고 단단하게 만드는 수양에 최적화된,

동양의 탈무드답게 마음공부에 특화된 중국 고전이었다.


#채근담 #리텍콘텐츠 #철학 #중국고전 #심리 #명언 #내면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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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너스에이드
치넨 미키토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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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은 다르지만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목표가 동일한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만나 해결해나가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의료 서스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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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너스에이드
치넨 미키토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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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포스트 히가시노 게이고라 칭해지는 현직 내과 전문의 치넨 미키토의 논스톱 의료 서스펜스이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답게 휘몰아치는 전개와 현장감 있는 의료 현장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심각한 PTSD에 시달리는 미오는 신입 간호조무사이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 아무 자격도 없는 주제에 의료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잡역부라는

모욕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환자의 상태를 간호사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잡무는 반드시 필요하니

의료 현장에서 상하관계 없이 의사도,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동등하다는 선배의 가르침에 따라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의 프로, 간호사는 의사를 서포트하는 일의 프로,

간호조무사는 환자에게 다가가는 프로라는 자부심으로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게 된다.

실제 환자와 보내는 시간은 의사나 간호사보다 더 길기 때문에 환자는 간호조무사에게 마음을 열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할 수 없는 상담도 하고 고민도 털어놓기도 하니, 환자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의료종사자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고 잡무를 처리할 뿐이고

의료에 까막눈이라 취급당해 간호조무사의 의견 따위는 무시당하는 게 다반사이지만,

미오는 환자를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하는 진단을 두고 차마 볼 수가 없다.

간호조무사의 헛소리 따위를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수술실에서 끌려나가는데

병원 에이스 천재 외과의사 류자키가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

감정 없이 깊은 지식과 갈고닦은 기술과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는 류자키는

환자와 긴 시간을 함께하고 친밀한 관계를 구축한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고 한다면

그건 귀를 기울여야 할 데이터라며 말이다. 덕분에 환자의 상태를 보고하는 미오의 의학 지식이 예사롭지 않다.

병원 안의 계급제 따위에 관심이 없는 천재 외과의사 류자키와 간호조무사 미오,

둘 다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이 환상의 콤비가 될 것 같았다.

미오는 히가미 교수와의 인연으로 통합외과에서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언니의 목숨을 앗아 버렸다는 죄책감에 주사라도 놓으려 들면 언니의 모습이 플래시백 되어 공황발작이 일어나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환자 곁에 다가갈 수 있는 간호조무사가 되었다.

인품 좋고 환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사랑받는 의사였던 어머니의 주치의가 검진을 게을리하고

적당한 진단을 내려서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자, 아무리 자상하게 환자를 생각한다 해도

기술이 없는 의사는 환자를 죽인다는 것을 알게 된 류자키는 자신은 그 주치의와 반대로

어디까지나 기술만을 갈고닦아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병원에서

어떤 환자들을 만나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화제의 OTT 드라마로 제작되기에 그야말로 좋은 소재였다.

거기에 미오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언니의 자살이 사실은 타살이었고,

거대 병원 시스템과 첨단의학 연구와 관계가 있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딸을 보육원에 버리고 나 몰라라 했던 엄마가 신흥종교에 빠져 수술해서 매에 구멍을 내면

오로라가 빠져나가 텅 빈 그릇같이 무의미한 고깃덩어리로 전락할 뿐이라고 충수 절제 수술을

거부하는 장면은 정말 화가 났다. 충수가 터지고 수술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다며 뱃속의 오로라 정령이 사라져 버리게 하면 안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자신의 신암심을 지키기 위해 이미 버린 딸의 치료에 동의하지 않다니

진짜 사이비 종교에 미친 사람들은 모성도 이성도 다 마비되는 것 같아 끔찍했다.

수술하지 않으면 아이가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동의가 필요하고,

설득해야 하는 현실이 참 답답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한 적절한 의료 행위일지라도 환자 또는 그 대리인이

거절한 처치를 하게 되면 범죄가 되기 때문에 아동상담소에 연락해서 친권 정지 재판을 청구하고

법원의 결정 내용 통지서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충수는 터지고 만다.

다행히 아동의 생명 신체의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 신청이 있기는 해도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법률에 근거한 대응을 하기 위해 희생되는 아이가 많이 있었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물론 류자키 같은 특별한 천재의사는 의사 면허를 잃는 것보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아이를 잃는 것을

방지하는 사람이지만, 현실에 류자키 같은 의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싶어 씁쓸해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신흥종교에 빠진 아이를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구하는 과정에서

미오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메스를 들 수 있게 되고 의사 면허를 잃게 된 류자키는 일본을 떠난다.

하지만 히가미 교수가 굳이 류자키에게 수술받으며 미오에게 언니를 죽였다며 용서를 구하고,

언니가 알아냈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난다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고 고백했던 말에

숨겨진 언니가 목숨과 바꾸었던 비밀을

방식은 다르지만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목표가 동일한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만나 해결해나가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의료 서스펜스였다.



#이웃집너스에이드 #장편소설 #OTT드라마 #의료서스펜스 #치넨미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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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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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람을 돕고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을 다루는 일을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에서

인권을 분리할 수 있다는 오해를 낳는 '인권 변호사'라는 호칭을 싫어하는

서혜진 변호사는 사회적 발언권이 약한 젠더 폭력 피해자들,

성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을 다수 맡아오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론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법률이 강압적 통제와 폭력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 안타까웠고, 피해자의 모습에 대한 편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일생에 있어 너무나 큰 사건이다.

피해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 또한 피해 그 자체보다 더 힘든 일이다.

혼자가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들과 사회의 국가 시스템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간신히 회복이 가능한데, 피해자를 정형화된 틀에 가두어 버리는 것은

피해자의 상처를 더 곪게 만든다.

합성된 음란물 유포는 성범죄로 취급되지 않아 가볍게 처벌됐됐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실제로 찍힌 사진이 유포된 게 아니라 합성된 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위로를 하는 사회라니,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거나, 합성 사진 옆에 명예훼손성 또는 모욕성 글이 올라와

처벌 가능한 죄명이 생기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현실은

피해자를 고통 속에서 헤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합성 여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기술이 정교해지는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법이 진짜 피해에 한걸음 더 다가서서 반포의 목적이 없어도 편집, 합성뿐만 아니라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한 것 모두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다행이었다.

어제 뭘 먹었는지 떠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매일 숨 쉬듯이 반복되고 지속된 피해는

하나하나 떠올리고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

피해자가 멍청해서도, 말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피해가 너무 오래, 너무 깊게,

너무 일상적으로 스며들어서 입증하기가 어렵다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친족 성폭력 범죄는 특히 피해자가 인생의 선택권을 갖기도 전에 그 가능성을 송두리째 잃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데 그런 범죄에 공소 시효가 있다니 정말 납득할 수가 없었다.

"시간의 경과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약화되고, 피고인이 장기간 도피 생활을 하며 겪는

정신적 고통, 증거의 산일로 인해 공정한 재판이 어려워지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한 제도"가 공소 시효가 존재하는 이유라니

아무리 읽어봐도 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지 모르겠다.

피해자의 인권이 아니라 가해자의 인권이 왜 보호받아야 하는지 진짜 해괴망측한 법이다.

그리고 가해자가 죽으면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현실도 괴이하다.

가해자의 죽음은 형사 절차를 종결짓지만, 피해자는 가해자가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형벌을 받게 된다니

진짜 양심 없는 가해자는 죽음으로 끝까지 가해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혀 절단 사건은 여든을 바라보는 최말자가 재심 청구 당시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지금도 틀렸지만, 그때도 틀렸다." 가 맞다.

2021년 재심 청구가 "사회문화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하여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라고

기각되었다니, 지금이 21세기가 맞나 경악스러웠다. 다행히 준항고한지 3년 10개월이 지나

2024년 12월 대법원이 파기 환송하고 2025년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우리 사회에 현재 진행 중인 범죄가 너무 많아서 19살 소녀가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제대로 된 사과도 받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것인지 너무 씁쓸했다.

성적 수치심이란 말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성범죄가 더 이상 여성의 정조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로

이해해야 하기에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고 명백한 권리 침해이자 범죄라는 말에

성적 수치심이 너무나 오랫동안 강요된 피해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창피해야 할 필요가 없기에 모든 법률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이 사라져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누군가는 화가 나고, 누군가는 짜증이 나고, 누군가는 두렵고 피해자 100명이면 100 그 감정이 다 다르다.

피해자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범죄가 남긴 고유한 흔적으로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

수많은 피해자의 죽음과 피로 만들어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책이었다.

#법정밖의이름들 #서혜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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