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히가시노 게이고라 칭해지는 현직 내과 전문의 치넨 미키토의 논스톱 의료 서스펜스이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답게 휘몰아치는 전개와 현장감 있는 의료 현장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심각한 PTSD에 시달리는 미오는 신입 간호조무사이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 아무 자격도 없는 주제에 의료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잡역부라는
모욕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환자의 상태를 간호사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잡무는 반드시 필요하니
의료 현장에서 상하관계 없이 의사도,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동등하다는 선배의 가르침에 따라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의 프로, 간호사는 의사를 서포트하는 일의 프로,
간호조무사는 환자에게 다가가는 프로라는 자부심으로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게 된다.
실제 환자와 보내는 시간은 의사나 간호사보다 더 길기 때문에 환자는 간호조무사에게 마음을 열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할 수 없는 상담도 하고 고민도 털어놓기도 하니, 환자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의료종사자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고 잡무를 처리할 뿐이고
의료에 까막눈이라 취급당해 간호조무사의 의견 따위는 무시당하는 게 다반사이지만,
미오는 환자를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하는 진단을 두고 차마 볼 수가 없다.
간호조무사의 헛소리 따위를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수술실에서 끌려나가는데
병원 에이스 천재 외과의사 류자키가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
감정 없이 깊은 지식과 갈고닦은 기술과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는 류자키는
환자와 긴 시간을 함께하고 친밀한 관계를 구축한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고 한다면
그건 귀를 기울여야 할 데이터라며 말이다. 덕분에 환자의 상태를 보고하는 미오의 의학 지식이 예사롭지 않다.
병원 안의 계급제 따위에 관심이 없는 천재 외과의사 류자키와 간호조무사 미오,
둘 다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이 환상의 콤비가 될 것 같았다.
미오는 히가미 교수와의 인연으로 통합외과에서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언니의 목숨을 앗아 버렸다는 죄책감에 주사라도 놓으려 들면 언니의 모습이 플래시백 되어 공황발작이 일어나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환자 곁에 다가갈 수 있는 간호조무사가 되었다.
인품 좋고 환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사랑받는 의사였던 어머니의 주치의가 검진을 게을리하고
적당한 진단을 내려서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자, 아무리 자상하게 환자를 생각한다 해도
기술이 없는 의사는 환자를 죽인다는 것을 알게 된 류자키는 자신은 그 주치의와 반대로
어디까지나 기술만을 갈고닦아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병원에서
어떤 환자들을 만나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화제의 OTT 드라마로 제작되기에 그야말로 좋은 소재였다.
거기에 미오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언니의 자살이 사실은 타살이었고,
거대 병원 시스템과 첨단의학 연구와 관계가 있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