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괴물이 산다 - 밝혀야 할 진실, 1923 간토 대학살 근현대사 100년 동화
박지숙 지음, 이광익 그림 / 풀빛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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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출판사에서 잊어서는 안 될 근현대사 100년 동화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1894년 동학 농민 운동부터 시작해서 1907 헤이그 특사, 

1919 스코필드 박사의 3.1운동 일기, 1923 간토 대학살, 

1943 하시마 탄광 강제 징용 군함도, 1948 4.3 사건,

1950 6.25 전쟁, 1960 4.19 혁명, 1970 전태일 열사의 불꽃, 

1980 5.18 민주화운동까지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역사의 한 순간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유익한 동화였다.

아이들에게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기록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선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음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소재의 동화이다.

다만 역사의 진실이 너무나 참혹하여 동화이지만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고학년부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릴 때 간토 대학살시 죽창으로 임산부를 찔러죽이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글을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간토 대지진으로 시국이 혼란스럽지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킬까 

우치다 외상이 조센진의 내습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혼란한 틈을 이용해 조센진이 일본 곳곳의 우물에 독을 타고, 

조선 의열단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숨어들었다는 소문을 퍼뜨리자

조선인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이 치솟게 되고 

마을마다 자경단을 모집해 마을을 보호하게 된다. 

명목이 마을 보호이지 국민들의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죄 없는 조선인에게 죄를 뒤집어쒸워 즉시 죽여도 좋다는

어처구니 없는 비인간적인 일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조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인간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하고 잘 지냈던 이웃이 한 순간 괴물이 된 순간을 보며

악의 평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랐다.

우리 곁에 살던 평범한 이웃이 어떻게 그렇게 무자비하고 

무서운 사람들로 돌변하는지, 집단최면에 걸렸는지

하루 아침에 딴사람이 되어버렸다.

염원과 단짝 친구였던 모모코는 염원을 도와주며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자신을 잊지 말라고,

일본 사람들이 다 미워져도 류스케와 자신은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착한 모모코의 자상한 아버지가

학살에 동참하던 잔인무도한 아저씨였다니,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의 딸에겐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다니, 자신이 얼마나 비겁하고 잔혹한 일을 했는지

인식하고 있으니 다른 자경단에 비해서는 다행스럽다해야 하는지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열흘간의 대학살 이후 자경단원들이 조선인을 죽인다는 명목 아래

사회주의자와 노동 운동가, 원한이 있는 사람들까지

그냥 죽이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자경단의 사법권을 경찰에

돌려주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탄을 갖고 다니며

불을 질렀다는 것이 유언비어였다고 발표한다.

이미 다 죽여놓고 잘못된 정보였다고 하면 끝나는 걸까.

시신이 없어졌으면, 문서상 기록에 없다면 학살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간토 대학살의 기억을 인정하는 양심적인 소수의 일본인도 있긴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다.

처참한 역사를 떠올리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아프지만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기억해야만 왜곡된 역사를 바꿀 수 있음을

알려주는 좋은 동화였다.

#간토대지진  #간토대학살  #근현대사100년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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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너머의 공간 이야기
장윤정 지음 / 푸른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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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실제 촬영지가 어디구나라는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 지역이나 건물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까지 알면 여러모로 도움이 됨을 알려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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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너머의 공간 이야기
장윤정 지음 / 푸른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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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명과 역사는 지리와 지형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지리적 미디어 문해력이 기르면 넓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

드라마, 영화, 광고라는 공간의 재현을 다루는 매체들이 많아지고

해시태그만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여서

커뮤니케이션 지리학 연구도 많아진 것 같다.

지리학의 대중화를 꿈꾸며 문화지리학에 매료되어 연구하던 저자가

영화지리학 석사논문을 작성한지 20여 년이 흐르고

박사학위를 마친 지 11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오랜 기간 육아에 전념했던 덕분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해져서 탄생한 책이다.

실제 장소와 연관된 인지 공간으로 영화나 드라마 속 장소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지리와 미디어의 만남을 분석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영화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고향은 코리아타운이 있는 

동부나 서부의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덴버이다.

감독의 아버지가 한국식 농사를 짓기 위해 아칸소 링컨으로 어린 시절

이사를 갔다고 한다. 낯선 땅에 뿌리내린 희망을 이야기했기에,

한국인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질적으로 촬영된 곳이 감독의 고향이 아니라 오클라호마주 일대가 된 것은

오클라호마주에서 세금 감면을 더 많이 해주기 때문이었단다.

그런데 오클라호마주는 원주민의 현지 적응 과정이 남아 있는 장소라고 한다.

1830년 앤드류 잭슨 대통령 때 인디언 추방법이 개정되면서

원주민들이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이동하기를 명령받았는데,

이를 거부했던 일부 부족이 1838년 가을과 겨울에 4000명 이상 사망하면서

눈물의 궤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오클라호마주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을 주었다고 한다.

실제 촬영지의 역사를 알고 보면 영화를 볼 때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영화 <도굴>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픽션일까 궁금했는데, 

오구라 컬렉션에 대해서 알게 되어 유익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조달품이 매매되기 시작하면서

조성되었는데, 1948년 건물이 지어지면서 자유시장으로 이름 지어졌으나

한국을 도와준 16개의 참전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2년 후에 국제시장으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은 충청도지만 실제 촬영은

포항의 구룡포 일대의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이루어졌다.

구룡포에 일본 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는 고래잡이를 하는 일본인 어부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란다. 어촌의 특성상 언덕 위에 배들이 들고나가는 것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였고, 일본 가옥의 특성상 목재 건물이 많아

근대문화역사관이 개관하면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로 

잘 보존되게 된 것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나서 대만 단수이의 담강 중학교와 

진리 대학교를 일부러 방문했었다. 단수이는 대만의 최초 선교사가 들어오고,

대만에 서북쪽으로 중국이나 기타 외국 문물이 들어올 때 통로 역할을 한 곳이다.

홍마오청을 단순히 인생샷 남기는 이쁜 건물이 아니라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나라의 식민지 세력에 의해 사용된

서구 열강과의 교류 역사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곳이라고 알았더라면

대만 여행이 더 알차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실제 촬영지가 어디구나라는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 지역이나 건물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까지 알면 

여러모로 도움이 됨을 알려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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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지음 / 청담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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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좋은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 육필원고를 바탕으로 읽기 쉬운 편집으로 재구성되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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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지음 / 청담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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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날씨가 급 쌀쌀해지면서 곧 2024년도 저물어가겠구나,

완연한 중년으로 접어들겠구나는 생각에 괜스리 서글퍼졌다.

기운을 내고 마음만은 청년으로 돌아가기 위한

나만의 비법 중 하나가 사춘기 때 열렬히 사랑했던

헤르만 헤세와 윤동주를 만나는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꼭 읽어야 할 이 시애의 고전인

윤동주 시집을 청소년기에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물아홉 해방되던 해에 가버려 더 가슴 저미게

우리에게 영원한 청년으로 각인된 시인의

출중한 외모에 반해 시집을 집었다가

그의 시를 가슴에 새기며 얼마나 먹먹했었는지,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을 읽으면 꿈 많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말주변도 사귐성도 없었지만 윤동주의 방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가득 차 있었고,

친구들이 찾으면 빙그레 웃으며 반가이 마주 앉아주었다는

수줍은 청년을 통해 내향인의 롤모델을 삼았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시인 발끝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이 존경했던 정지용 시인이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쓴 서문을

보니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였다.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극강의 I 성향 사람으로서 수줍었던 내향적이지만,

그 누구보다 굳건했던 한 청년의 외침에 공감이 되었다.

조용히 열흘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곰곰이 생각하여서 한 편의 시를

탄생시키기까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지나치게 겸허 온순했지만 시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던

그 굳건한 심지를 본받고 싶다.


서시와 길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만,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고민되는 이 시점에서

길은 더 마음 속 깊이 들어왔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9.31.



#윤동주 #시집 #하늘과바람과별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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