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출판사에서 잊어서는 안 될 근현대사 100년 동화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1894년 동학 농민 운동부터 시작해서 1907 헤이그 특사,
1919 스코필드 박사의 3.1운동 일기, 1923 간토 대학살,
1943 하시마 탄광 강제 징용 군함도, 1948 4.3 사건,
1950 6.25 전쟁, 1960 4.19 혁명, 1970 전태일 열사의 불꽃,
1980 5.18 민주화운동까지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역사의 한 순간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유익한 동화였다.
아이들에게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기록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선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음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소재의 동화이다.
다만 역사의 진실이 너무나 참혹하여 동화이지만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고학년부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릴 때 간토 대학살시 죽창으로 임산부를 찔러죽이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글을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간토 대지진으로 시국이 혼란스럽지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킬까
우치다 외상이 조센진의 내습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혼란한 틈을 이용해 조센진이 일본 곳곳의 우물에 독을 타고,
조선 의열단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숨어들었다는 소문을 퍼뜨리자
조선인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이 치솟게 되고
마을마다 자경단을 모집해 마을을 보호하게 된다.
명목이 마을 보호이지 국민들의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죄 없는 조선인에게 죄를 뒤집어쒸워 즉시 죽여도 좋다는
어처구니 없는 비인간적인 일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조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인간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하고 잘 지냈던 이웃이 한 순간 괴물이 된 순간을 보며
악의 평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랐다.
우리 곁에 살던 평범한 이웃이 어떻게 그렇게 무자비하고
무서운 사람들로 돌변하는지, 집단최면에 걸렸는지
하루 아침에 딴사람이 되어버렸다.
염원과 단짝 친구였던 모모코는 염원을 도와주며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자신을 잊지 말라고,
일본 사람들이 다 미워져도 류스케와 자신은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착한 모모코의 자상한 아버지가
학살에 동참하던 잔인무도한 아저씨였다니,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의 딸에겐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다니, 자신이 얼마나 비겁하고 잔혹한 일을 했는지
인식하고 있으니 다른 자경단에 비해서는 다행스럽다해야 하는지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열흘간의 대학살 이후 자경단원들이 조선인을 죽인다는 명목 아래
사회주의자와 노동 운동가, 원한이 있는 사람들까지
그냥 죽이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자경단의 사법권을 경찰에
돌려주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탄을 갖고 다니며
불을 질렀다는 것이 유언비어였다고 발표한다.
이미 다 죽여놓고 잘못된 정보였다고 하면 끝나는 걸까.
시신이 없어졌으면, 문서상 기록에 없다면 학살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간토 대학살의 기억을 인정하는 양심적인 소수의 일본인도 있긴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다.
처참한 역사를 떠올리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아프지만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기억해야만 왜곡된 역사를 바꿀 수 있음을
알려주는 좋은 동화였다.
#간토대지진 #간토대학살 #근현대사100년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