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완벽한 유결점
서동주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유명 연예인의 딸로서 공개하고 싶지 않을 가정사가 공개되었음에도
다재다능하고 당당한 모습에 엄청 멘탈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점이 많고, 크고 작은 실패 경험이 단단한 힘이 되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음을 잘 보여주는 책이었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담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또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을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걸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도전하는 일이 훨씬 쉬워지고,
실패해도 데미지가 크지 않고, 성공했을 땐 진짜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미국 유학시절 MIT와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졸업했고
평생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살아오다 30대 초반 법 공부를 시작하고
30대 중반에 첫 로펌 생활을 하면서 난생 큰 좌절감을 맛보았다고 한다.
남들 다 골프 치고, 술 마시고, 썸 탈 때 잠도 안 자고 일만 열심히 했음에도
자신의 부족함이 끝이 없음에 창피하고 치욕스럽고 자신감이 하락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사로부터 "넌 게으른 거니? 아니면 멍청한 거니?"
라는 말까지 들었을 때는 일을 배우기도 전에 잘릴까 봐 위축되었다고 한다.
그때 파트너 변호사가 네가 부족하면 내가 알아서 자를 테니까
겁낼 필요 없이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된다는 말을 해줘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뭐라고 잘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냥 자신을 돈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 할 괜한 걱정을 하고 있음을 깨닫곤,
그냥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내려고 노력하면 될 뿐임을 알고 나니
바닥을 쳤던 자신감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한다.
겁이 많고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능력치를 자기 마음대로 정하고,
해보지도 않고 걱정부터 하는 태도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위기를 품위 있게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어서 좋았다.

어릴 적 다니던 교회에서는 목사님이 헌금을 횡령해 쫓겨났고,
미국에서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성도와의 관계로 물의를 일으켜 떠났고,
심지어 목사였던 자신의 친아버지조차 성도와 바람이 나서 가족을 떠났기에
교회가 자신에게 익숙한 상처이자 아름답지 않은 기억들로 얼룩진 공간이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끌림으로 교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개척 교회에 가서 수많은 생각의 갈래들 속에 엉켜들면서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다는 대목에서 그녀가 얼마나 솔직하게
이 책을 썼는지 와닿았다.
꺾인 지 한 달이 넘는 가지를 꽃병에 물만 넣어줬는데도 잎이 자라는 걸 보며
꺾였을 뿐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의 힘을 느끼며
자신의 삶에서 꺾였던 순간들을 떠올렸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이 들었다.
가지가 꺾였어도, 물만 있으면 그 안에 남은 힘을 다 써가며 새잎을 피어내는 것처럼
굳건하게 삶을 살아내는 투지가 필요하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 같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
꺾여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품고 있으면 된다.
너무 힘든 밤을 하루만 버텨보면 살아날 구멍이 솟아나고 나도 몰랐던 생명의 에너지가
자라기 시작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실패는 나쁜 것이 이아니고 경험이고 자산이다. 실패를 통해서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고,
그건 다음 도전을 위한 단단한 기반이 된다.
도전도 해보기 전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 들어 포기한다면,
실패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다.
실패도 경험이기에 소중한 나의 것이고, 나만의 자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예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하게 준비하면
도전이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다. 계단은 올라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때론 다음 칸으로 올라가기 위해, 한참을 한자리에 발을 고정시켜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계단 함수의 불연속성처럼 인생도 부드럽게 이어지지만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툭 끊기고 갑자기 튀고 다시 한참 동안 평평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기에도 자신이 계속 나아가고 있음을 믿으며,
그 반석 위를 묵묵히 걸어야만 다음 계단을 오를 자격이 주어짐을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솔직한 고백으로 들려준 그녀가 참 고마워지는 책이었다.
#완벽한유결점 #불완전한삶 #서동주에세이 #서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