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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들 산티아고 순례길 - INFP 아들과 ISTJ 아빠가 함게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양지환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래된 이야기와 역사의 흔적을 헤매는 끝없는 몽상가이자
클래식과 심포닉 고딕 메탈을 좋아하는 감성적인 4차원 세계의 소유자인
INFP인 아들과 여행 마니아이자 알아주는 항덕인 ISTJ 아빠 단 둘이서만의 여행은
한 번도 없었다는 나름의 충격에 트레킹과 자연을 좋아하는 아빠와
스페인을 좋아하는 자신 둘을 충족시킬 이색적인 여행지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만큼 적절한 곳이 또 있을까 싶어 당장 추진한 800km의 대장정을 담은 책이다.
너무나 다르지만 사랑으로 대동단결되는 부자 케미가 폴폴 풍기는 책이라
나는 언제 엄마랑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 수 있을까 부러움과 의무감이 쌓여지기도 했다.
여러 산티아고 순례길 에세이를 봤지만 남은 거리, 진행 거리에 해발고도까지 정리된
엑셀파일은 처음이라 주도면밀한 아버지의 엑셀 파일을 당장 다운로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엄마와의 순례길에는 내가 저런 아버지의 역할을 해야 할 텐데 파일의 탭을 보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걱정 한 스푼이 생기긴 했지만
아무리 꼼꼼히 준비해 가도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되어 안심이 되었다.
강철 체력과 무쇠 다리로 무장한 사람은 많지 않기에 보통의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크고 작은 부상과 고통을 겪기 마련이고 아픔이 드러나는 시점과 형태도
제각각 다르다. '더 갈 것인가, 여기서 멈출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반드시 한 번쯤은 서게 되는데
정해진 길은 없으니 그때 상황을 보고 일정을 바꿀 일이 생기면 바꾸면 된다.
발가락 양말 준비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하루에 몇 시간을 계속해서 걷다 보면
신발과 양말에 땀 등의 노폐물이 가득가득 차게 되고, 동산화를 헐렁하게 신을 수 없어
통풍도 안 되기 때문에 발가락 양말이 큰 도움이 된다.
발가락 사이사이에 끼는 노폐물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 가끔씩 쉬어갈 때
의자나 돌 위에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앉아 발에 바람을 몇 분간 쐬어주면,
가장 거슬리고 아픈 것이 발가락 사이에 잡히는 물집인데
발의 물집이 많이 예방된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여행자들의 체력과 일정이란 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알베르게에 가면 어제 본 사람 또 만나고, 다음 마을에서 또 만나는 일이 빈번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서로 얼굴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어 인사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법인데, 최근 들어 지나치게 상업화된 구간이 늘어남에 따라
산티아고 순례길 고유의 분위기가 많이 희석되고 단체 여행객 무리가 많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혼자, 그리고 같이의 가치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순례길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단체 여행객 무리의 왁자지껄함으로 바뀌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현실상 학교라는 통과의례를 지나며 아빠와 온전히 하루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공유한 부자지간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800km, 31일을 "함께 걸었다"라는
그것만이 중요하고, 감상의 전부라고 표현한 저자의 말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정말 마주하기 어려운 기회이자 더없이 값진 경험,
같이 걸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을, 그때의 추억과 기억으로 나도 밟아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산티아고순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