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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평점 :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23/06/06/17/timschel1_4645080480.jpg)
#생명과학 덕후들에게는 이런 전문가의 알쓸신잡한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가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49개국을 여행하며
뼈의 5억 년 역사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아름답고 효율적인 뼈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한 분야의 대가에 의해 씌여진 과학적 입문서이자 문화사라는 소개글에 걸맞게
기초과학부터 의학, 역사, 문화사까지 뼈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약 270개의 뼈를 갖고 태어났다가 성장하면서 융합되어 어른이 되면
206개의 뼈를 갖게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상습적으로 빼먹는 종자뼈를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206개보다 더 많다고 한다. 206개는 널리 인정된 숫자이지만 실제는 더 복잡하단다.
누구, 무엇, 언제, 어디서, 왜라는 5하원칙에 따라 뼈의 개수는 달라진다.
정형외과 교수답게 액세서리 뼈들의 설움을 사람들에게 호소하며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어 재미있었다.
칠면조와 닭의 위시본은 약간 탄력이 있는 반면 학과 매는 뻣뻣한 위시본을 갖고 있어
추후감사절 메뉴가 되지 못했을 거라며, 일부 공룡도 위시본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당시는 인간이 없어서 구워 먹을 생각은 커녕 위시본을 떼며 소원을 빌 꿈도 꿀 수 없었다는
이과식 유머가 계속 되어서 어려운 뼈 이야기가 쉽게 다가왔다.
뚱뚱한 벌레를 밟으면 찍 소리가 나지만 뚱뚱한 뱀을 밟으면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뱀에게 물릴 거라며, 뱀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 또한 체중을 지지하는 골격 때문이라며
자연스레 내골격과 외골격 비교에 들어가는 교수님의 뼈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견고한 내골격 비슷한 것을 전혀 갖고 있지 않는 벌레는 중력에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없어
땅과 가까운 곳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고, 연체동물이 뼈 없이도 성장하는 것은 뼈 대신
부력이 중력을 견뎌내기 때문이라며 친철하게 설명해주셔서 당연하지만 왜 그런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도 깨닫게 되어 도움이 되었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정형외과 의사들은
전형적으로 생과 사의 문제보다는 삶의 질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환자들이 경기장으로 돌아가거나 노인들이 의자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고 행복해질 수 있다며,
행복하고 낙천적이고 성과지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효율적이고 근면하고 결단력 있고
사교적인 정형외과 의사를 홍보하는 저자의 모습에서는 학과 홍보를 해야만 하는
요즘 교수님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웃프기도 하였다.
이란어 샤스트(shast)가 60과 엄지손가락이라는 의미를 모두 갖게 된 것은
엄지손가락이 손의 기능 중에서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란다.
튀르키예어에서 엄지손가락은 바스파르막(basparmak)으로 주된 손가락이란 의미이고,
라틴어에서 엄지손가락은 폴렉스(pollex)인데 강하다는 뜻의 폴레레(pollere)에서 파생된 것이고
아이작 뉴턴은 "신의 존재를 확신하는 데는 엄지손가락 하나로 족하다. 다른 어떤 증거도 필요없다."
고 했다. 마주 보는 엄지는 수십만 년 동안 뇌와 협동하며 찬란한 문화를 일궈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최고를 뜻할 때 엄지를 치켜세우게 된 것인가보다.
그런데 이 경이로운 엄지손가락은 돌출해 있는 데다 대부분의 수작업에 관여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 또한 높다. 그래서 이 필수 불가결한 신체 부위를 복구하거나 다시 붙일 수 없을 때
외과 의사들이 애원하기, 빌리기, 훔치기라는 세 가지 재건 기법을 통해 치유하는 것도
처음 알게 되어서 놀라웠다. 엄지손 발가락을 재건한 후 엄지발가락이 없어도 발은 완전히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한다니 인체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단추가 등장하기 전까지 패션 산업의 혁명에 이바지했던 뼈의 비지니스에서
최첨단 의학기술까지 뼈 이야기가 이토록 다채로울 수 있었나
읽는 내내 놀라면서 상식을 늘려나가는 시간이었다.
#숨겨진뼈드러난뼈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