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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생 - 새이야기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평점 :
저자는 정치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기업과 스위스 제네바 소재 UN과 지방정부에서 수년간 근무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새의 생태와 이름의 유래를 다 알고 있는지 저자의 박학다식함이 놀라웠다.
작년에 출간한 충선생을 읽은 지인이 새 이야기도 써보라는 권유에 틈틈이 새들을 조사하고
충선생에서 다하지 못했던 삶의 곡진한 이야기들을 새를 통해 풀어내고자 용기를 내었다는데,
조류 전문가 못지 않게 아니 조류 전문이 아니라 더 폭넓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것 같아
너무 대단했다. 이런 할아버지가 있다면 손자손녀들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화수분처럼 그냥 지나가다 이건 뭐예요? 물어보면 관련된 옛날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몇시간이고 막힘없이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져서 다음을 또 기약하게 되고,
계속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처럼 이렇게 다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어느 자리에서나 환영받을것 같아 부러웠다.
지인들이 이야기를 위한 가상의 인물인지 실존 인물인지 가늠이 가기 않을 정도로
다양한 직업과 국적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유상종이라고 저자가 이런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만나는 사람들도 비슷할 것 같기고 하고 이런 대화들로 삶이 채워지면 참 풍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하루종일 나누고 있는 대화의 질도 한번 돌이켜보게 되고 한자의 유래도 알게 되고
여러모로 자극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
주변에서 까치를 많이 보지만 개미 목욕을 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는데 꼭 한번 관찰해보고 싶어졌다.
까치가 개미집 구멍에 엎드려 개미집을 헤집어 놓으면 흥분한 개미들이 까치를 물어 개미산을
뿜어대는데, 개미산에 의해 깃털 속 기생균들이 죽는다고 한다.
까마귀 오(烏)는 새 조(鳥)에서 눈동자를 의미하는 한 획이 빠져 있는데, 온몸이 검은 까마귀는
까만 눈동자를 의미하는 한 획을 빼도 괜찮다고 본 옛사람들의 위트가 담겨있다고 한다.
검은색은 오행 사상에서 지혜를 의미하고 까마귀는 지능도 높은데 졸지에 흉조로 전락한 것은
제주도에서 내려오는 까마귀 전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인간의 수명을 적은 명부를 담당하라는
옥황상제의 명령을 받고 제주도로 내려온 까마귀가 말고기를 정신없이 먹다가 명부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제멋대로 울기 시작해 죽는 순서가 뒤죽박죽 되고 말아서 까마귀 울음을 불길하게 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물의 사체를 파먹는 스캐빈저(scavenger)로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어 반포지효의 교훈도 알려주는 까마귀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면 좋겠다.
참말로 새인 참새는 주변에서 흔히 보니까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참새의 중요성을 중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 소련의 콤비나트 체제를 표방하며 1958년 대약진 운동을 추진하면서
파리, 모기, 들쥐, 참새 네 가지를 제거하는 제사해 운동을 시작햇다가 참새 수가 줄어들면서
메뚜기떼와 해충들이 창궐하여 생태적 균형이 무너져 수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결국 소련에 도움을 요청하여 연해주에서 참새 20만 마리를 어렵게 수입하면서 대약진 운동은 실패로 끝났고
이 일로 모택동은 리더십에 손상을 입게 되었다니 생태계의 연결 고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인간의 기준에서 익조와 해조를 나누고 함부로 행동했다가는 정말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다.
참새 개체 수가 지난 10년간 50%나 줄어들어 인도의 한 민간단체에서 2010년 3월 20일을
세계 참새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니 주변의 텃새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꿩의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로 구분하여 부른다.
꺼병이는 암수 구별이 안 되고 다리가 길어 뒤뚱거리며 걸어 굼뜨고 꺼벙한 인상을 주어
꺼병이를 꺼벙이로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그 꺼병이에 대한 까투리의 모성애가 남달라
주변에 불이 나도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모성 본능 때문에 둥지를 떠나지 않는 까투리를 발견한
사냥꾼은 까투리도 잡고 알도 얻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이나 새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슬픈
사자성어였다니 역지사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새이야기
를 통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어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