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공동체 '초생달과곰'을 운영하며 전 세대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하는
자연언어 통역사 겸 교육활동가인 저자가 20년 동안 활동하며,
식물의 위대함에 감탄하며 써 내려간 관찰기이다 보니 정말 매혹적인 풀 이야기가 펼쳐졌다.
풀은 연약해 보이지만 실은 연약하기로 작정한 것이지 결코 힘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발에 밟히지만 그것조차 삶의 방편으로 삼는 식물들의 작지만 위대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정말이지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추위와 더위를 맨몸으로 견디는 풀들은 여리지만
단단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그들만의 전략으로 인간의 지혜를 넘어선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냥 지나쳤던 풀들이 달리 보이고 그들의 생존 전략에 감탄하게 된다.
잎에 나타나는 특이한 무늬나 얼룩은 독이 있거나 독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의 표시이다.
흔하게 만나는 토끼풀잎을 잘 살펴보면 선명한 흰 얼룩이 있는 개체가 있다.
토끼도 즐겨 먹는 풀인 것으로 보면 치명적은 독은 없겠지만, 흥미로운 방어 흔적으로
아주 작은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다가도 흰선을 넘어가지 않고 멈춘다니
정말 식물이 그어놓은 경계선인 셈이다.
그늘에서 편안하게 무리를 지어 사는 토끼풀에는 흰 무늬가 없거나 희미한 반면
땡볕 아래에서 사람들에게 밟히며 고단하게 살아가는 토끼 풀잎에서는
유난히 흰 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토끼풀의 흰 무늬는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치밀한 방어전략이다.
사실 잎에 흰 무늬는 식물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다.
엽록소가 없는 부분만큼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장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식물은 안전을 택했다.
잎의 무늬를 통해 마치 이미 다른 벌레가 갉아 먹은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곤충들의 추가 공격을 피하는 방패가 된다.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천적이 많은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린
토끼풀일수록 방어막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제 몸을 지켜낸다고 한다.
무늬가 있는 잎이 곤충들에게는 이미 누군가 먹다 남긴 맛없는 잎,
시들어가는 잎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같은 땅에서 자라면 조건이 다 같다고 생각하지만 식물이 체험하는 환경은
단 한뼘거리라도 완전히 다르다.
어울려 사는 풀이 다르고 머리 위 햇살의 각도가 다르고 땅속 미생물의 생태계조차 다르기 때문이다.
식물이 땅으로 돌려보내는 영양분이 제각각이다 보니 흙과 섞이는 과정에서
바로 옆자리라 해도 토양의 성분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 작은 차이에 따라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곤충과 동식물의 종류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옆에 붙어 있더라도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세한 환경의 차이가
각기 다른 무늬와 삶의 방식을 만들어낸다니 정말 신기했다.
토끼 풀 잎은 원래 세 장이 기본이지만 4장, 5장, 6장짜리 토끼풀도 있다.
4장 이상이 되는 것은 잎이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에서 생장점이 자극을 받아 분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토끼풀 줄기 끝에서 잎눈을 만드는 생장점은 본래 세 개의 세포로 갈라져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 생장점이 상처를 입게 되면 세포가 4개 혹은 그 이상으로 쪼개진다.
그래서 사람의 발길이 잦은 곳에서 네 잎 토끼풀이 자주 발견된다.
땅속에 특수한 화학물질이나 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생산점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타고나기를 4잎을 잘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도 있지만,
풀밭에서 발견되는 네 잎 토끼풀은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겪은 시련이
생장점의 영향을 미친 결과물이라고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관찰할 수 있는 풀의 생존 전략을 알게 되어
너무나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거대한 숲을 거닐지 않더라도 일상의 산책 속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풀의 월든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안내서여서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