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크와 콩나무, 헨젤과 그레텔,빨간 모자, 백설공주,라푼젤,신데렐라 등 너무나 친숙한 그림동화의 요소들이 넘쳐나지만 감독 특유의 산만할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는 과잉이미지 덕에, 더욱 엉성해보이는 황당한 이야기구조는 영화초반 그리 쉽게 익숙해질 수 없게 한다.
체코에 숲과 마을 전체를 영화세트로 새로 건설하고 화려한 의상과 특수효과를 더한 스케일에 맷데이먼, 히스레저, 모니카 벨루치라는 배우를 캐스팅한 이 영화의 전반부는 솔직히 지루하다. 다행히 후반부로 갈수록 진행은 빨라 지지만 황당함이 더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디테일한 이미지들은, 이미 분장으로 미모(?)를 충분히 감춘 두 주인공들보다 더 인상 깊을 수 밖에 없다.
(그림형제를 사기꾼 퇴마사로 게다가 형과 동생을 뒤바꾸고 프랑스 지배하의 독일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프랑스인 장군과 이태리인 심복의 과장된 폭력과 가식은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며 19세기임에도 500년 묵은(?) 왕비의 마법에 걸린 숲에서는 나무들이 걸어다닌다. )
갖은 해프닝 속에 마법을 깨뜨리고 금의환향하는 그림형제의 퇴장으로 끝나는 엔딩, 단 한마디를 덧붙여 영화를 끝까지 우스꽝스러운 농담으로 만들어버리는 감독의 메세지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파멸하는 그 순간에도 누가 더 예쁘냐고 묻는 왕비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사실이란 동화보다 잔인하기 마련이지."
지루하고 산만하게만 느껴졌던 디테일들이며 엉성하고 황당한 이야기 구조에 "스케일이 아깝다"고 느끼던 영화를 거의 두시간 만에, 끝까지 다 보고 나서야 동화보다 잔인한 현실이 얼마나 더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지 수긍하게 만드는 잔인한(?)영화!
* 사족
1) 지루하지만 메세지가 있는 영화. 각 장면의 세부묘사를 만끽하시라!
2)피 한 방울 튀지 않지만 진저브래드맨이 사샤를 납치하는 시퀀스의 그 섬뜩함이 압권이다.
3)오백년을 견디게 했지만 파멸하는 순간까지도 누가 더 예쁘냐고 외치는 왕비의 미에 대한 욕망이
산산이 부서져내리는 거울시퀀스 또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