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모처럼 대형서점에 가면 으레 만화코너를 둘러보게 되는데 규모가 작은 것은 차치하고 지금당장 가장 잘 팔리는 책 아니면 일본만화 일색이어서 내가 찾는 국내작가의 작품을 찾지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늘 불만스러웠다.

 오늘도 알라딘에서 습관처럼 만화카테고리를 둘러보다가 우리 만화가 애장판으로 복간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 년 전에 이미 읽어 본 작품들이 애장판이란 말 그대로 내 서가에 꽂아두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며 세련되고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선보인다니!

 들뜬 기분으로 좀 더 자세히 둘러보고 구입할 신작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내친김에 내 소장본들을 마이리스트에 등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리스트를 꾸며놓고 보니 뜻밖에도, 알라딘에 없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고 재출간되어 내 것과 표지가 다른 경우며 아예 이미지가 없는 경우,절판이나 (절판이나 마찬가지인) 품절로 표시된 작품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십여년 전 지금도 회자되는 유수의 순정지들를 정기구독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단행본으로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한 권씩 책장을 채워가던 소녀시절엔 이대로 10년쯤 지나면 서재의 한 벽면을 만화컬렉션으로 채우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격주코믹스도 있던 시절을 뒤로하고 월간지가 격월간지가 되다 못해 창간 일 년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폐간을 맞는 지금, 작품이 발표된 지면이 없어지면서 기약없는 미완의 시리즈로 남고 만 단행본의 운명처럼 내 믿음또한 완성 될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지나간 꿈으로 남을 위기에 놓였다.

  세월이 지나 스스로에게도 잊혀진나머지 지금 이 순간도 기억할 수 없는 다른 꿈들은 또 얼마나 많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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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권짜리 합본을 다 읽어 낸 기쁨 보다  더 큰 기쁨이 "세계 3대 환타지소설"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부피에 압도당해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스르르 옷장 속으로 걸어들어가서 코트들을 헤치고 만나는 환상적인 세계를 여행하는 소녀의 기분 딱 그대로다.

  화려한 수식 없이도 간결하고 단순한 문장으로 묘사하는 나니아의 그 생생함을 영화는 얼마나 재현해 낼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 디지털영상기술이 아무리 선명하고 생생하다지만 문장을 보는 순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영상만큼 생동감있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사족

1. "오리지날(?)의 저력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   (c.s.루이스와 동문수학한 톨킨이 이 작품을 질투해서 쓴 작품이 <반지의 제왕>이라는데 그것이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세상에!)             

2. 기독교적인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옥의 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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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의 해후가 차라리 반가울 지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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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우울해하며 인상 쓰고있던 오후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소식을 접했습니다.

전날의 우울을 떨쳐내지 못하고 출근하던 아침,

문득 "내가 아는 누군가가 죽는 일이라도 생긴다는 예감인가... 기분도 바닥이고 날씨도 참 그렇다." 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아직까지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우울증이 자살의 시작단계라는 사실만을 사실로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결국 우울에서 헤어나오지못한 스물다섯의 죽음 앞에서 내 우울이란 단지 그런 척 가장한 것처럼 남루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다음날, 타고 가던 버스에서 불이 나 중간에 다른 차로 옮겨야만 했습니다. 버스뒤에서 검은 연기가 마구 솟고 뻘건 불길이 치솟는 광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지하철도 아닌데 버스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네."
"뒷문도 안 열어주고 기사는 저 혼자 도망간거야?"
"설마 저거 터지는 건 아니겠지?"
"계속 모르고 달렸으면 어쩔뻔 했어?"

내가 했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니 살았다고 웃어야 할지 죽을뻔했다고 울어야 할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다른 버스에 올라타서도 내몸에서 나는 불냄새를 의식하면서 내가 죽을뻔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곱씹어봤지만 여전히 거짓말 같기만 했습니다.

믿기지 않는 거짓말 같은 일들이 벌어진 채로 나의 한 주가 또 가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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