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할 수 있어
김혁건 지음 / 좋은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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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그룹 더크로스 메인 보컬 김혁건의 자전적 에세이, ​넌 할 수 있어

 

현재 20-30대 중, 노래방에서 더크로스 노래를 직접 부르거나, 또는 상대방이 부르는 걸 안 들어본 이는 아마 없을 거다. 특히 고음이 압도적이고 인상깊었던 'Don't cry'는 가사도 애절하기에 정말 많은, 특히 남성들이 많이 불렀었는데, 한창 인기가 많았던 그들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방송에서 보이지가 않았다. 음반 작업이 오래 걸리는 건가? 이제 은퇴를 한 건가? 싶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식인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예측출발을 하던 승용차에 부딪혀 날아가 목이 부러져 사지마비, 척수마비 환자가 되어버린 것.

 

고음을 내지르던 락커가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었다면, 그것도 아직 이십대 창창한 나이에 그런 일을 겪었다면 좌절하고 절망하고 정말 더이상 삶의 의욕이 안 생길 것만 같은데, 저자 김혁건은 그런 것들을 모두 극복하고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넌 할 수 있어를 써냈다 ;) 

 

처음엔 그도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일어났을까 좌절하고 절망했지만,

결국 미래를 약속했던 사랑하는 사람과도 영영 이별하게 되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 누나, 친구들,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다시금 새 인생을,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래를 부를 순 없지만 하모니카를 배우며 폐활량도 늘리고 악기도 연주하는, 입으로 마우스를 불어가며 한 자 한 자 보컬강좌 책도 써내며

자신도 힘든 상황에서 오히려 다른 이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의 저자는 김혁건이지만 중간 부분쯤, 저자의 아버지 시점에서 쓰여진 내용들도 있다.

사고가 난 날, 그 때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여자친구에게 그냥 가게 두질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자책하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아들 곁에서 묵묵히 힘든 내색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아도 꾹 참고 뒤에서 지켜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와 좀 더 진실되게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또, 같은 사건을 저자가 아닌 다른 이의 눈을 통해 보니 (물론 가족이긴하지만)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도 함께 힘들어 한다는 점.

내가 제일 힘들어! 라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절망할 때, 내 옆에서 그런 날 붙잡아주고 날 위해 기도해주는, 날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그들도 힘들어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부분 같아서 좋았다 ;)

 

어느 날 사고 이후 혼자 가래를 뱉기 어려워하는 그를 위해 아버지가 배를 눌러주셨는데, 그 때 처음으로 큰 소리를 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 배를 눌러주면 노래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마음에 배를 눌러주는 기계를 처음으로 고안해서 이곳 저곳 부탁해 결국 서울대 로봇융합연구센터 방영봉 교수님이 만들어 주시게 되고,

다시 한 번 기적처럼 김혁건 & 이시하 더크로스가 모여 공연도 하게 되었다고!!

이렇게 아름다운 두 사람이 믿는 하나님은 대체 어떤 분이실까. 나는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졌다.

 

처음엔 자신이 이렇게 된 모습에 종교를 갖기가 어려웠지만, 자신을 위해 미국에서부터 날아와 매 주일에 교회를 데리고 나가는 친구 용우를 통해 하나님을 믿게 되는 - 내용이 나오는데,

일단 저런 친구가 옆에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될까, 참 부럽기도 했고

만약 나였다면, 저 분 처럼 저렇게 친구를 위해 미국에서부터 날아와 챙겨주고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저렇게 제대로 믿어야, 너 예수님 믿어! 하면서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몸소 행동으로 보여줘서 믿게 하는데 진짜 전도고 정말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0_0 여러모로 참 존경이 많이 가서 기억에 남았던 내용이었다 :)


거기다, 다시 가수로 노래를 하기도 하면서 강연가로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힘을 넣어주는. 나도 이렇게 다시 일어섰으니까, 너도 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 를 외치는 강연가가 되었다는 모습에도 다시 한 번 감동을 받었었다.

 

하지만 진상보존의 법칙이라고 해야하나? 호의가 반복되면 그걸 당연시하게 생각하는 정말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이 있다.

재능기부, 말이 재능기부지 실제로는 정말 노동 착취고 재능기부는 정말 내가 우러나오는 마음에 해야 기부인거지......... 저런 식으로 말을 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참 놀랍고, 그걸 실제로 들었다는 저자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했을까,

읽는 내가 분노에 차올랐던 부분이었다 ㅠㅠ

거기다가 휠체어를 탄 사람을 보고 저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진짜 세상엔 되먹지 못한 인간이 많구나 하는 분노와 속상함이 한 가득. 나부터라도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을, 좀 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 중간 중간에 용어라든지, 문장이나 사건에 번호가 매겨져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맨 뒤에 이렇게 참조 문헌 형식으로 -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다 읽고 나서 좀 더 다시 한 번 깊게 읽어보며 생각정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던,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자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에 감사했다 ;)

이젠 더크로스 메인보컬 김혁건만이 아닌, 강연가 김혁건으로서 새로운 삶을 사는 -

그러면서도 또 다른, 돈 크라이를 뛰어 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를 그를 기약하며 응원해야지 :))

 

장애를 가진, 또는 현실에 부딪혀 꿈을 잃고 좌절한 이들이 읽고, 용기와 희망을 얻어 다시금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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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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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vanishing point) : 회화나 설계도 등에서 투시(視)하여 물체의 연장선을 그었을 때, 선과 선이 만나는 점.(출처: 두산백과)

'​빨간 스카프를 제외하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의 여인이 목이 한 쪽으로 꺾인 채 바닥에 누워있다.'

그냥 글로만 읽어도 강렬한 묘사가 표지 이미지로 눈에 확 들어와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국 추리소설 ​소실점​.

오랜만에 읽는 한국 추리소설이라 더더욱 기대가 되었던 책 :)

​'강간이냐 화간이냐, 살인이냐 자살이냐, 조작이냐 증거냐'

표지 이미지 뿐만 아니라 짧지만 임팩트 있는 문구로도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 책은

영화 실미도, 공공의 적 2, 한반도, 국화꽃 향기 등을 각색한 김희재의 ​첫 소설이다.

​당대 최고의 아나운서이자 대한민국 여대생의 롤모델, 재벌가의 며느리이자 외교관 박무현의 아내인 최선우가

스카프만 두른 나체의 모습으로, 그것도 강간의 흔적이 남은 채로, 미술교사 서인하의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강력부 유망주 여검사 강주희에게 넘어가 최선우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과연 최선우는 박무현의 말처럼 순백의, 조신하고 우아한, 그동안 대중들이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여자였을까,

아니면 서인하 말처럼 사실은 조신함 우아함과는 전혀 다른, SM을 즐기고 불륜을 저질렀던 여자였을까 -

읽는 내내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어 결말이 뭐가 나올 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죽은 한 여자를 두고 전혀 정 반대의 진술이 나오는 내용이 뭔가 출간 전 연재로 읽어 본 <악녀에 대하여> 느낌이 많이 났었기에 기대가 되었던 책.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1부, 2부에서도 각각 내용에 대한 반전이 많이 등장해서 진행 속도가 빠르게 느껴졌었다.

역시 영화 각본을 많이 썼던 작가라서 그런가? 술술 읽혀서 다음 내용, 다음 내용이 궁금해! 하며 읽어나갔던 :)​

강렬하면서도 자극적인 표지도 뭔가 부끄부끄한데 서인하의 진술의 묘사들이 너무나 선정적이면서도 리얼..0_0해서

출퇴근길에 읽는 건데 괜히 누가 보는 건 아닌가 흠칫ㅋㅋ대며 읽었었다. 아니 이 책, 19금 걸어야 하는 거 아냐?~~! 0_0 싶기도 하고 막ㅋㅋ

"저는 행복했습니다. 제가 선우를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이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p288)

제대로 명확하게 뙇 답이 나오는 걸 좋아하기에, 이 결말은 내가 생각했던 결말이 아니라 아쉬움이 조금 남았지만​

끝까지 다 읽고나서 다시 맨 앞, 프롤로그를 찬찬히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 느낌이 확 달라져서, 여운이 더 남았던 책.

다 읽고나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 살짝 떠오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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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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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수 있다면

Ensemble, c'est tout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저자 안나 가발다의 두 번째 장편 소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대학교 때 분명 읽었었는데 뭔가 가물가물한 감이 있어서, 이번에 북로드컴퍼니에서 개정판이 나왔길래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

열일하는 북로드컴퍼니... 헿헤 다음 안나 가발다 소설도 새로 내주셨음 좋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안나 가발다는 제목을 참 잘 뽑는 것 같다. 그것도 완전 내 취향으로!!

구판과 다르게 표지 일러스트부터가 완전 시선강탈! 소장욕구가 샘솟게 하는 매력넘치는 일러스트라 더 기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


  77년생 (소설 속 나이 27세) 화가이자 거식증을 앓고 있는 청소부 카미유와 70년생 오토바이광, 욕을 달고 살지만 실력만큼은 알아주는 요리사 프랑크,

그리고 이 둘을 지탱해주는 귀족이자 말 더듬이, 박물관 앞 엽서 판매원인 67년생 필리베르와 프랑크의 사랑스러운 할머니이자 치매환자인 폴레트까지.

각자 상처 입었던 이들이 어찌어찌 한데 모여 부딪혀가며 서로의 상처를 더 후벼 파기도 하고, 치유해주기도, 결국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되는 -


  이 소설은 역시나 안나 가발다 특유의 담담하게 내려가는, 주인공들의 심리, 내면 묘사가 잘 되어있고,

약간은 선정적이면서도 폭력적인 부분이 종종 등장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 때문에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달까.

평범한 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몰랐던 이들이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가족에게 버림받았던 이들이 다시 하나의 가족이 되는 이야기.


  또, 노인 문제와 마약, 범죄, 아동 학대(물질적이라기 보단 정신적 학대겠지) 등등 사회적 문제들이 꽤 담겨져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이거이거 문제야! 문제있어! 라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문제들도 있다, 이런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까? 이렇게는 어때? 라는 느낌이었던ㅋㅋ..


  각 392, 396 페이지 - 총 788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쭉쭉 읽어나갈 수 있는, 흡입력이 강한 소설인데,

심지어 내용도 꽤 알차다! 카미유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그런지 미술작품과 작가에 관한 내용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어떤 작가일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그 중 나도 좋아하는 작가가 생겨버렸다!

바로 에두아르 뷔야르 ​:)) 

 

확실하진 않지만ㅋㅋ 1권의 256-257P에 나와있는,

    뷔야르의 애인이었던 뤼시 블랭의 미소... 미소를 고정시키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뷔야르는 그것을 해냈다.

  거의 1세기 전부터 이 젊은 여자는 독서를 하다 말고 우리에게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목덜미에 약간의 피로를 느끼는 기색으로 우리에게

  '아, 당신이에요?' 하고 말하는 듯하다. (p257, 카미유 독백)

부분의 그 여인 같아서 *^^* 그리고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저장!

또 다른 하나는 - 그냥 남매인지 자매인지, 같이 쭈그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저장!

그리고 또 다른 상식들은~~~~ 요리사인 프랑크가 이야기해주는 요리와 관련된 용어라든지, 필리베르가 말해주는 프랑스 역사,

카미유의 음악, 오페라 이야기 등등 - 이런 모든 것들이 하나도 안 지루하고 오히려 재밌게, 지식을 쌓아주는 것도 함께 해주니 좋더라 히히


  사실 표지에서 보는 것 처럼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느낌의 소설을 원했다면 당황스러울 법하다 ;)

정말 이렇게까지 안타까울 수 있나, 불쌍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처참한 모습의 주인공들이, 상처입은 영혼들이 필리베르의 궁전 같은 집에서

점점 치유되는, 필리베르 조차도 좋은 쪽으로 변화되는 :) 그런 모습들이 참 감동적이면서도 응원해주고 싶었고,

마음의 문이 계속 닫혀있는 카미유가 답답해서 속이 터질 뻔도 했지만

그 마음이 마냥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었기에,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책을 다 덮고나니 엄마미소가 지어지며 해피엔딩이라 좋다! 행복해. 라는 마음과 함께,

이젠 이 들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다 라는 생각에 상실감?이 같이 느껴져서 싱숭생숭해지기도 한ㅋㅋ 여운이 남았던 소설이었다 :>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뒷 말들을 삼키는 듯한 제목이 더 여운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


▶▶ 책 속의 문장

 {1권}

 그녀는 자기 엄마 같은 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자기 실몽당이를 주절주절 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일단 풀기 시작하면,

그게 어디로 그녀를 데려갈지 알 수 없었다. 너무 멀리, 너무 깊이, 너무 어두운 곳으로 이끌고 갈 공산이 컸다.

당장에는 자신의 자취를 되짚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속내를 감추고 남을 속일 용기는 있어도, 지난 일을 돌이켜볼 용기는 없었다. (p36)


그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필리베르"

"뭐?"

"가족이 없나, 그 여자?"

필리베르는 목도리를 두르면서 대답했다.

"저기 말이야, 나도 자네한테 그걸 묻고 싶었는데 계속 참아왔거든...."

프랑크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미솔르 지어 보였다. (p182)

  - 이 부분이 이 둘의 성격을 완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던 :)


 {2권}

"필루?"

"음...."

"저 여자 대체 뭐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찾아낸 저 여자 말이야, 도대체 뭐야? 외계인이야?"

필리베르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요정이지."

"그래, 요정이야... 네 말이 맞아."

그런데... 으음... 요정에게도 성별이 있나, 아니면 으음... (p120)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가 진짜 가족을 갖게 되었다고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어찌 보면 이들이 이루고 잇는 가족은 진짜 가족보다 나았다. 자기들이 원해서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가족을 위해 고난을 무릎썼고, 그 대가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함께 행복해지는 것뿐이었다. 아니, 행복한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제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했다.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p137)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가 진짜 가족을 갖게 되었다고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어찌 보면 이들이 이루고 잇는 가족은 진짜 가족보다 나았다. 자기들이 원해서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가족을 위해 고난을 무릎썼고, 그 대가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함께 행복해지는 것뿐이었다. 아니, 행복한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제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했다.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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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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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YOKI NA GANG NO NICHIJO TO SHUGEKI

 

다시 한 번,

"로망은 어디인가!"

 

다 읽고 나서도 맴도는 저 문장. 목소리를 모르는데도 음성지원이 되는 것만 같은 이 느낌ㅋㅋ

​'명랑한 갱' 시리즈 2번째,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후속편인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제1장 악당들은 각자의 일상을 보내며 때로 남의 뒤치다꺼리를 해준다

        '거인 위에 올라타면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다.'

        '유리 집에 사는 사람은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알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

        '털 깎인 양에게는 신도 순풍을 내린다.'

제2장 악당들은 먼젓번 실수를 교훈 삼아 대책을 강구하나, 은행 습격 후 골칫거리에 직면한다

        '일단 한 번 물리면 두 번째는 조심한다.'

제3장 악당들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개시한다

        '어리석은 자는 천사가 두려워하는 곳으로 돌진한다.'

제4장 악당들은 계획대로 적지로 잠입하나, 뜻하지 않은 상황에 우왕좌왕한다

        '최대의 부는 보잘것없는 부에 만족하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악당들은 - 으로 시작하는, 역시나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특이한 차례!
분명 은행강도니까 악당이긴 악당인데 매력있는, 남을 위하는 주인공들이라 그런가, 자꾸 정감이 가기에 악당들은 - 이라는 말이 뭔가 매우 어색하다ㅋㅋㅋ
 
이번 책은 전작처럼 4명의 주인공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건 같지만,
딱 처음부터 하나의 사건(기껏 은행을 턴 돈을 다시 다른 갱단에게 뺏긴..ㅋㅋ)을 함께 겪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라
 
각자 따로따로 겪은, 나름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들(정말 소소한 게 맞나...ㅋㅋ)이 결국엔 우연같은 필연ㅋㅋㅋ 으로 겹쳐지며
큰 사건 - 유괴된 아가씨 구하기 대작전ㅋㅋ - 을 해결할 수 있는.
앞 부분에 나온 모든 것들이 뒤로 가며 하나하나씩 퍼즐 맞추듯이 맞춰지고 다 써 먹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더 몰입도 되고 더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4인조 은행 강도일을 안 할 때의 모습들을 엿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사실 그들에겐 딱히 득 될 일이 전혀 없는 일인데....... 넘나 인간적 + 착함 + 오지랖ㅋㅋㅋㅋㅋ 을 보며 흥미진진했던. 정말 능력자들일세 그려 :)
원랜 그냥 각자의 일상들을 단편으로 썼던 것들을 전편의 1년 후 쯤의 이야기로 하나로 묶어 장편으로 만든 거라는데
완전 신의 한 수!!! *^^* 흡족 만족 유쾌 통쾌!!!
 
이렇게 명랑한 갱 시리즈도 끝인데............................ 이 것도 한 편 더 내줬으면 좋겠다 좋겠다...........................
재밌게 술술 읽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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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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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YOKI NA GANG GA CHIKYU O MAWASU

"로망은 어디인가!"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 시리즈들을 다 읽고, 책읽는뇨자님께 또다른 추천을 받아 읽게 된 '명랑한 갱' 시리즈 첫 번째!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네이버 오늘의 책(2008. 3. 19.)으로도 선정된 적이 있는 책이라 더 기대도 됐고, 제목이 무척 특이해서 궁금증을 유발했다.

 

나는 치바를 먼저 읽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치바 느낌이 묻어나서 좋아라했었는데, 사실은 명랑한 갱단이 이사카월드상에선 한참 선배라는!

이사카 작가의 처녀작 단편 주인공들을 모아 장편으로 개작한 게 바로 요 작품이라는~~~~~ 정보를 알려주신 뇨자님ㅋㅋ 덕분에

오호... 하며 읽게 되었던 작품. 역시 배경지식은 무시 못한다 :P

제1장 _ 악당들은 사전 조사 후 은행을 습격한다 |  '개가 꼭 도둑만 보고 짖는 건 아니다.'

제2장 _ 악당들은 반성을 하고, 시체를 발견한다 | '세금과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제3장 _ 악당들은 영화관 이야기를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 '매를 아끼면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진다.'

제4장 _ 악당들은 작전을 짜고, 허를 찔린다 | '바보는 여행을 보내도 바보인 채 돌아온다.'

옮긴이의 말

 

사신 치바도 차레가 참 특이했는데, 명랑한 갱도 특이하면서도 재밌었던!

생각의 꼬리 물기도 재밌다. (2인조 강도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 3인조는 나쁘지 않다 -> 4인 편이 좋다)

되게 그럴싸하게 논리를 풀어나가서 웃음을 머금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ㅋㅋㅋㅋㅋ' 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던 책.

 

이 팀의 리더격인, 거짓말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인간 거짓말탐지기' 나루세,

잡학다식한 것 같지만 거짓말도 잘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말이 무진장 많은 '연설의 달인' 교노,

정교한 '체내시계'를 갖고 있는 유키코, 탁월한 능력의 소매치기이자 동물애호가인 구온까지.

이 책의 주인공인 4명은 전부 특이한 능력(?)을 가진 은행강도단이다. 그렇지만 폭력을 쓰고 사람을 죽이고 그런 강도단이 아니라,

딱 4분간, 교노가 연설을 시작하고 종료할 때까지 유유히 돈을 챙겨서 빠져나가는! 명랑하고 유쾌한 강도단!

사실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이니 웃으며 넘어갈 수 있지만 실제라면 역시나 범죄고 강도니 허허허..

 

읽어나가며 이 책은 도대체 무슨 장르인거지? 추리...는 아닌 것 같고ㅋㅋㅋ 뭐지?! 했는데,

역시 뇨자님이 알려주신! 굳이 따지면 케이퍼 소설이라고!

처음 들어본 생소한 용어에 검색해보니 케이퍼소설, 케이퍼무비(caper movie)는 다른 말로 하이스트 필름(Heist film)이라고도 하며

범죄 영화의 하위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를 뜻한다고. (출처: 위키백과)

대표적인 영화의 예를 들면 오션스 시리즈랄까? 흐흐.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야!!!!!

난 케이퍼라고 하면 연어와 함께 먹는 향신료라고만 알았는데, 비격식 표현으로 무분별한 행동, 범죄 행위를 뜻하는 거였다. 이렇게 상식이 생기다니! :))

 

다른 소설처럼 쭈욱 전개 되는 것이 아니라 네 명이 화자로 번갈아 나오며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좀 더 흥미진진하면서도 그 캐릭터에 대해 깊게 알 수 있어 좋았고, 각자 다른 매력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들이라 더 몰입도 잘 되었었다.

주인공들의 대사 중 뼈가 있는, 풍자적인 대사들이 많은 것 같네. 하며 읽었는데

 - "인간은 후회는 해도 마음을 바로잡을 줄은 몰라.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지.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은 그런 인간들의 속성에 대한 변명이야." p227 교노

 - "죽어 마땅한 인간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이 나한테는 더 공포지."

    "말만 거창하게 하는 정치가가, 나라의 경기도 회복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잘리지도 않고 질기게 붙어 있는 걸 보면,

     그쪽이 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야. 칼에 찔려 죽은 시체는 그에 비하면 심플하지." p161-162 나루세

'옮긴이의 말'을 보니 역시나,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작가라는 걸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기대치가 조금 높았던 탓일까, 힝 이렇게 끝나는거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속편이 있으니! 룰루랄라♬ 다음 편도 기대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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