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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2월
평점 :

*소실점(vanishing point) : 회화나 설계도 등에서 투시(透視)하여 물체의 연장선을 그었을 때, 선과 선이 만나는 점.(출처: 두산백과)
'빨간 스카프를 제외하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의 여인이 목이 한 쪽으로 꺾인 채 바닥에 누워있다.'
그냥 글로만 읽어도 강렬한 묘사가 표지 이미지로 눈에 확 들어와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국 추리소설 소실점.
오랜만에 읽는 한국 추리소설이라 더더욱 기대가 되었던 책 :)
'강간이냐 화간이냐, 살인이냐 자살이냐, 조작이냐 증거냐'
표지 이미지 뿐만 아니라 짧지만 임팩트 있는 문구로도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 책은
영화 실미도, 공공의 적 2, 한반도, 국화꽃 향기 등을 각색한 김희재의 첫 소설이다.
당대 최고의 아나운서이자 대한민국 여대생의 롤모델, 재벌가의 며느리이자 외교관 박무현의 아내인 최선우가
스카프만 두른 나체의 모습으로, 그것도 강간의 흔적이 남은 채로, 미술교사 서인하의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강력부 유망주 여검사 강주희에게 넘어가 최선우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과연 최선우는 박무현의 말처럼 순백의, 조신하고 우아한, 그동안 대중들이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여자였을까,
아니면 서인하 말처럼 사실은 조신함 우아함과는 전혀 다른, SM을 즐기고 불륜을 저질렀던 여자였을까 -
읽는 내내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어 결말이 뭐가 나올 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죽은 한 여자를 두고 전혀 정 반대의 진술이 나오는 내용이 뭔가 출간 전 연재로 읽어 본 <악녀에 대하여> 느낌이 많이 났었기에 기대가 되었던 책.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1부, 2부에서도 각각 내용에 대한 반전이 많이 등장해서 진행 속도가 빠르게 느껴졌었다.
역시 영화 각본을 많이 썼던 작가라서 그런가? 술술 읽혀서 다음 내용, 다음 내용이 궁금해! 하며 읽어나갔던 :)
강렬하면서도 자극적인 표지도 뭔가 부끄부끄한데 서인하의 진술의 묘사들이 너무나 선정적이면서도 리얼..0_0해서
출퇴근길에 읽는 건데 괜히 누가 보는 건 아닌가 흠칫ㅋㅋ대며 읽었었다. 아니 이 책, 19금 걸어야 하는 거 아냐?~~! 0_0 싶기도 하고 막ㅋㅋ
"저는 행복했습니다. 제가 선우를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이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p288)
제대로 명확하게 뙇 답이 나오는 걸 좋아하기에, 이 결말은 내가 생각했던 결말이 아니라 아쉬움이 조금 남았지만
끝까지 다 읽고나서 다시 맨 앞, 프롤로그를 찬찬히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 느낌이 확 달라져서, 여운이 더 남았던 책.
다 읽고나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 살짝 떠오르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