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함께 있을 수 있다면

Ensemble, c'est tout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저자 안나 가발다의 두 번째 장편 소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대학교 때 분명 읽었었는데 뭔가 가물가물한 감이 있어서, 이번에 북로드컴퍼니에서 개정판이 나왔길래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

열일하는 북로드컴퍼니... 헿헤 다음 안나 가발다 소설도 새로 내주셨음 좋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안나 가발다는 제목을 참 잘 뽑는 것 같다. 그것도 완전 내 취향으로!!

구판과 다르게 표지 일러스트부터가 완전 시선강탈! 소장욕구가 샘솟게 하는 매력넘치는 일러스트라 더 기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


  77년생 (소설 속 나이 27세) 화가이자 거식증을 앓고 있는 청소부 카미유와 70년생 오토바이광, 욕을 달고 살지만 실력만큼은 알아주는 요리사 프랑크,

그리고 이 둘을 지탱해주는 귀족이자 말 더듬이, 박물관 앞 엽서 판매원인 67년생 필리베르와 프랑크의 사랑스러운 할머니이자 치매환자인 폴레트까지.

각자 상처 입었던 이들이 어찌어찌 한데 모여 부딪혀가며 서로의 상처를 더 후벼 파기도 하고, 치유해주기도, 결국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되는 -


  이 소설은 역시나 안나 가발다 특유의 담담하게 내려가는, 주인공들의 심리, 내면 묘사가 잘 되어있고,

약간은 선정적이면서도 폭력적인 부분이 종종 등장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 때문에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달까.

평범한 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몰랐던 이들이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가족에게 버림받았던 이들이 다시 하나의 가족이 되는 이야기.


  또, 노인 문제와 마약, 범죄, 아동 학대(물질적이라기 보단 정신적 학대겠지) 등등 사회적 문제들이 꽤 담겨져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이거이거 문제야! 문제있어! 라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문제들도 있다, 이런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까? 이렇게는 어때? 라는 느낌이었던ㅋㅋ..


  각 392, 396 페이지 - 총 788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쭉쭉 읽어나갈 수 있는, 흡입력이 강한 소설인데,

심지어 내용도 꽤 알차다! 카미유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그런지 미술작품과 작가에 관한 내용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어떤 작가일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그 중 나도 좋아하는 작가가 생겨버렸다!

바로 에두아르 뷔야르 ​:)) 

 

확실하진 않지만ㅋㅋ 1권의 256-257P에 나와있는,

    뷔야르의 애인이었던 뤼시 블랭의 미소... 미소를 고정시키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뷔야르는 그것을 해냈다.

  거의 1세기 전부터 이 젊은 여자는 독서를 하다 말고 우리에게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목덜미에 약간의 피로를 느끼는 기색으로 우리에게

  '아, 당신이에요?' 하고 말하는 듯하다. (p257, 카미유 독백)

부분의 그 여인 같아서 *^^* 그리고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저장!

또 다른 하나는 - 그냥 남매인지 자매인지, 같이 쭈그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저장!

그리고 또 다른 상식들은~~~~ 요리사인 프랑크가 이야기해주는 요리와 관련된 용어라든지, 필리베르가 말해주는 프랑스 역사,

카미유의 음악, 오페라 이야기 등등 - 이런 모든 것들이 하나도 안 지루하고 오히려 재밌게, 지식을 쌓아주는 것도 함께 해주니 좋더라 히히


  사실 표지에서 보는 것 처럼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느낌의 소설을 원했다면 당황스러울 법하다 ;)

정말 이렇게까지 안타까울 수 있나, 불쌍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처참한 모습의 주인공들이, 상처입은 영혼들이 필리베르의 궁전 같은 집에서

점점 치유되는, 필리베르 조차도 좋은 쪽으로 변화되는 :) 그런 모습들이 참 감동적이면서도 응원해주고 싶었고,

마음의 문이 계속 닫혀있는 카미유가 답답해서 속이 터질 뻔도 했지만

그 마음이 마냥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었기에,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책을 다 덮고나니 엄마미소가 지어지며 해피엔딩이라 좋다! 행복해. 라는 마음과 함께,

이젠 이 들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다 라는 생각에 상실감?이 같이 느껴져서 싱숭생숭해지기도 한ㅋㅋ 여운이 남았던 소설이었다 :>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뒷 말들을 삼키는 듯한 제목이 더 여운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


▶▶ 책 속의 문장

 {1권}

 그녀는 자기 엄마 같은 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자기 실몽당이를 주절주절 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일단 풀기 시작하면,

그게 어디로 그녀를 데려갈지 알 수 없었다. 너무 멀리, 너무 깊이, 너무 어두운 곳으로 이끌고 갈 공산이 컸다.

당장에는 자신의 자취를 되짚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속내를 감추고 남을 속일 용기는 있어도, 지난 일을 돌이켜볼 용기는 없었다. (p36)


그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필리베르"

"뭐?"

"가족이 없나, 그 여자?"

필리베르는 목도리를 두르면서 대답했다.

"저기 말이야, 나도 자네한테 그걸 묻고 싶었는데 계속 참아왔거든...."

프랑크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미솔르 지어 보였다. (p182)

  - 이 부분이 이 둘의 성격을 완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던 :)


 {2권}

"필루?"

"음...."

"저 여자 대체 뭐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찾아낸 저 여자 말이야, 도대체 뭐야? 외계인이야?"

필리베르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요정이지."

"그래, 요정이야... 네 말이 맞아."

그런데... 으음... 요정에게도 성별이 있나, 아니면 으음... (p120)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가 진짜 가족을 갖게 되었다고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어찌 보면 이들이 이루고 잇는 가족은 진짜 가족보다 나았다. 자기들이 원해서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가족을 위해 고난을 무릎썼고, 그 대가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함께 행복해지는 것뿐이었다. 아니, 행복한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제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했다.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p137)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가 진짜 가족을 갖게 되었다고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어찌 보면 이들이 이루고 잇는 가족은 진짜 가족보다 나았다. 자기들이 원해서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가족을 위해 고난을 무릎썼고, 그 대가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함께 행복해지는 것뿐이었다. 아니, 행복한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제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했다.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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