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감옥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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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3. 일본소설/가을의 감옥/쓰네카와 고타로. 20201106. p220

: <야시>를 읽고 푹 빠졌던 쓰네카와 고타로. 최근 읽은 <멸망의 정원>도 참 재밌었는데

그의 또 다른 작품인 가을의 감옥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야시> 이후에 발표한 두 번째 단편집으로

2008년에 노블마인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절판되었고 12년이 지난 후 고요한숨 출판사에서 재출간한 책이다.

역자는 동일하다는 게 뭔가 싱기방기했다. 같은 책을 12년이 지나서 다시 번역하신다는 건 어떤 느낌일려나!

이 글은 11월 7일 수요일에 관한 이야기다. (p9)

11월 7일 수요일을 계속 반복해 살게 된 아이 짱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류이치를 만나며

자신과 같은 사람을 '리플레이어'라고 한다는 것을, 리플레이어는 꽤 많은 수가 있지만 갑자기 사라지게 되는 자들이

있다는 것과 그 이유가 '기타카제 백작'때문일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가을의 감옥],

"여기는 특별한 집이오. 우리 마을이 수백 년 전부터 대대로 비밀리에 지켜온 신역이라고 이해하면 될 거요." (p84)

술에 취해 집으로 가던 중 '어떤 규칙에 따라 가옥 채 공간 이동하는' 신비한 집에 갇히게 된 '나'.

이 집에서 탈출하려면 다른 이를 집에 들어오게 해야하는 법칙이 있는 [신의 집],

"여우귀신의 힘은 리오와 나만 아는 비밀이야. 누구에게 보여서도 안 되고 말해서도 안 돼." (p152)

환술을 통해 환상을 만들고 그 환상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리오의 이야기가 담긴

[환상은 밤에 자란다]까지. 총 3개의 단편이 담겨있는 단편집이다.

시간에 갇히고 공간에 갇히고 환술 능력으로 인해 갇혀버린 이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던 책.

전체적으로 최근에 읽었던 <멸망의 정원> 분위기가 났다고 해야하나?

분명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로 갇히게 된 주인공들이지만 격하게 이 곳을 빠져나갈거야! 라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

<멸망의 정원>에서도 미지의 세계에 갇힌 세이치가 그냥 그 곳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탈출 의지가 보이긴 했으나 결국엔 상황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였달까.

사람을 죽여도 그 날이 지나면 다시 살아나게 되는, 같은 하루를 반복해서 살아가게 된다면?

대타를 찾지 못하면 평생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되는 운명을 맞닥뜨린다면?

내가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고 심지어 남에게 보여질 수 있는 환술 능력이 생긴다면?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하며 재밌게 읽어나갔던 책. 역시나 가독성과 흡입력이 좋다.

살짝 오싹하기도 하지만 무섭다기보단 몽환적이라고 해야하나?

쓰네카와 고타로의 작품은 비일상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꼭 일어날 법 한 이야기 같단 느낌을 줘서 그런지

항상 다 읽고 나면 여운이 오래 남는 것 같다. 저자의 또 다른 작품을 읽을 수 있길 고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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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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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한국소설/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김이환, 정명섭, 정해연, 조영주, 차무진. 20201101. p276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말이 씨가 된다'...... 말과 관련된 속담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주는데, 이렇게 중요한 말의 가치와 무게에 대해 다섯 명의 작가가

청소년의 시각에서 (물론 어른이 읽어도 좋다!) 청소년들이 직간접적으로 겪어봤을 법한 소재를 통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 해주는 소설집이다.

초등학생 시절, 나지도 않는 '입냄새가 난다'며 심지어 담임마저 공범으로 집단 따돌림을 당했던

해환의 이야기가 담긴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조영주),

인스타그램에 달린 악플을 보고 분노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 담긴 '리플'(정해연),

막말을 하게 만드는 귀신이 달라붙었다는 성혁의 이야기가 담긴 '말을 먹는 귀신'(정명섭),

인류가 우주로 진출해 여러 외계 행성에 수많은 특징을 가진 다양한 도시들이 존재하고, 그 중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하는 도시: 콘트랙트 시티'에 가게 된 편리의 이야기가 담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김이환),

서기 2196년, 언어가 아닌 '전자칩이 부착된 언스피커블 마스크'로 소통하게 된 지

무려 83년이 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럭키의 이야기가 담긴 '햄릿이 사라진 세상'(차무진)까지.

왕따, 악플, 막말 등 말로 인한 문제로 상처 받고 상처를 주고, 목숨까지 위협받는..

말 한 마디의 중요성,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말이라는 것은 입안에 든 칼이랑 다를 바가 없지. 그래서 조심하지 않으면 타인은 물론 자신도 해치는 법이란다."

"하지만 저는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에요."

"세상에 틀린 말은 없단다."

힘주어 말하며 할머니가 덧붙였다.

"잘못된 말이 있을 뿐이지."

"뭐가 잘못된 말인데요?"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곧 잘못된 말이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p131)

세상에 틀린 말은 없고, 잘못된 말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할머니의 말이 와 닿았던.

맞는 말이라고 해서 꼭 그게 정답은 아니라는.... 굳이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에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래, 앞으로는 이걸 마음 속에 새기고 좀 더 조심해야겠다... 라는 생각과 다짐을 하게됐다.

각 단편들이 너무 재밌어서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읽을 수 있었던 책.

<붉은 소파>, <반전이 없다> 조영주 작가님과 <미스 손탁> 정명섭 작가님의 단편을 읽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된건데 두 작가님 작품 뿐만 아니라 다른 세 작가님 작품도 넘 재밌게 읽었기에

세 작가님들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단편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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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하게 되었다
정변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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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그림에세이/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하게 되었다/정변. 20201101. p320

: 꽤나 자극적인 제목에 눈이 갔던 책,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하게 되었다.

네이버 베도에서 연재되었던, 무려 300만 뷰 인기작이었던 웹툰을 책으로 엮어낸 것!

자신의 방패막이였던 41살의 친오빠의 결혼식 며칠 후, 아빠의 최후통첩!

"잘 들어라. 더 이상은 안 된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내년 말까지는 이 집에서 나가거라!" (p30)

라는 말과 함께 1년의 유예기간을 받게 된 38살의 예민희씨의 이야기가 담긴 책.

어디서 어떻게 꼬여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지나 버린 현재,

사랑하는 사람도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없는 것뿐인데. (p266)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 하게 되었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 싶었었는데

'딱히 결혼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안 하고 싶어!'도 아니었는데,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지나버렸기에 못 하게 된 건가?'라며 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자신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며, 되돌아보며 이유를 찾는 ㅋㅋㅋ 뭔가 굉장히 현실적인 그림에세이였다.

너무 리얼한 내용에 혹시 이거 실화 바탕인가?! 하고 찾아봤지만 전적으로 작가의 창작에 의한 허구라고...

요즘은 비혼이 그닥 낯설지도 않고 주변에서도 비혼을 택한 이들이 은근 있기에 그들이 읽는다면

민희씨가 주변으로부터(대표적: 부모님) 당하는 결혼 압박 등에 대해 꽤나 공감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기혼자인 내가 읽을 때에도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 당시를 회상하는 내용에서 공감도 많이 갔던.

기억에 남는, 고개가 끄덕여진 몇 가지를 살펴보면.... 엄청 유명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당시 삼순이는 나이 많은 노처녀로 등장했었는데.... 알고보니 고작 기껏해야 30살이었다는 것!!!

물론 지금과 시대가 다르다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뭔가 깨닫고나니 굉장한 충격이었달까.

아니 30살이 뭔 노처녀야?! 싶으면서도 내가 벌써 나이를 훌쩍 먹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20살 때 24살 선배를 보며 와, 어른이다! 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나왔을 때도 격한 공감이 됐었다.

나도 갓 20살이 되었을 때 고작 4살 많은...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24살도 굉장히 어린 건데

그들이 엄청 어른 같고, 엄청 거리감이 있는 느낌이었달까? 사회생활 만렙인 것 같고... 안정되어 보였었는데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냥 같은 멘탈에 나이만 먹은 것만 같았었기에 ㅋㅋㅋ

아, 역시 이런 감정은 나만 느낀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에 꽤나 반가웠다.

그 외에.. 민희씨가 이 사람이랑 잘 됐더라면 결혼이라는 관문을 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인물들인

민희씨의 첫사랑 '왕자님'과 자신만을 사랑해줄 줄 알았던 '연하남', 그리고 동창 '고우연'과의

썸과 연애 이야기를 읽으며 웃프기도 했었던. 아니야.. 저 인물들과 결혼을 안 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민희씨..

그래도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텨 왔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하루를 근근이, 꾸준히! (p304)

과거를 복기하고 현재를 수용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의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세상 모든 민희씨를 응원하게 되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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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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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일본호러미스터리/즈우노메 인형/사와무라 이치. ★★★★★. 20201023-25. p448.

: 2년 전, <보기왕이 온다>로 오싹함을 선사했던 사와무라 이치가 <즈우노메 인형>으로 돌아왔다!

'저주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거야.' (p13)

'도시전설의 원류' 기사를 집필하던 유미즈 기요시가 연락두절이 되자 담당 편집자 후지마는

아르바이트생 이와다와 함께 유미즈 씨의 집으로 찾아가게 되고,

그 곳에서 타다 만 육필 원고 다발과 양쪽의 안구가 적출당한 끔찍한 상태로 죽은 유미즈 씨를 발견한다.

한 편, 이와다는 몰래 육필 원고를 가져와 읽고선 유미즈 씨의 사망 원인이 이 원고라며 후지마에게 복사본을 넘겨준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던 후지마는 그 원고를 읽어보게 되고 '즈우노메 인형'이 나오는 부분을 읽고 난 뒤 부터

'검은색 상복을 입고 얼굴은 붉은 실이 칭칭 감겨진 작은 인형'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전작에서 나왔던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그의 연인이자 영능력자 히가 마코토가 등장하는 시리즈.

안 그래도 전작 읽으며 아무래도 후속작이 나올 것 같은데~ 싶었는데 역시나 나와서 반가웠던.

분명 반갑긴 반가운데, 이번에도 너무나 쫄깃해서... 더군다나 노자키와 마코토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고 해서!

으으 주인공 버프 받을 수 있겠지??? 싶으면서도 초조했더랬다ㅋㅋ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길!

여튼, 꼭 읽고 싶었는데 아르테 출판사에서 보내주셔서 재밌게 읽어보았다. 원래 호러 미스터리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시리즈는 흡입력도 강하고 가독성도 좋아서 덜덜 떨면서도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다.

'즈우노메 인형'이 나오는 부분을 읽고 나면 4일 내로 인형에게 저주 받아 죽게 되는 이야기.

처음엔 그냥 저주 받은 도시 전설 소설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실화라는 걸 알게 되고,

심지어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소설 속 시간과 똑같이 중학교 때 죽은 히가 마코토의 작은 언니 히가 미하루라는

사실에 소름이 쫙! 끼쳤던. 이렇게 연결이 되다니..0_0 전작에서도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화목한 가정, 진정한 가족에 대해서, 그 중요성에 대해서 상기시켜준달까?

뒷통수를 치는 반전들이 있는 책. 끝까지 다 읽고나니 프롤로그의 내용도, 중간 부분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이메일도,

책 중간 중간 음? 이건 무슨 뜻이지? 하고 갸웃거렸던 모든 떡밥이 해소되면서 재미가 더해진다.

거기다 와우...... 전혀 생각하지 못 했던 이의 정체까지!

혹시나 스포가 될까봐 이렇게만 남겨본다 ㅠㅠ 궁금하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호러 미스터리 답게 무섭기도 꽤나 무섭지만 그와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과 분노와 슬픔,

거기에 재미와 여운까지 안겨주는 책이었다 :) 다음 시리즈가 또 나올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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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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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프랑스소설/여왕의 변신/피에레트 플뢰티오. ★★★★☆. 20201014-18. p356

: 표지가 너무 예뻐서, 거기다 '여성, 빼앗긴 동화를 되찾다'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와닿아서

언젠간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여왕의 변신을 몽실북클럽 서평단을 통해 만나보게 되었다.

300년도 전에 쓰인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 <엄지 동자>,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빨간 두건>, 그리고 그림형제의 <백설공주> 까지.

옛 동화들을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다시 쓰기한 여섯 편의 동화와 작가가 새롭게 창작한 한 편의 동화가 담긴,

1985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을 어릴 적 부터 이 작가를 좋아했다는 이상해 번역가님이

2년 동안 천천히 번역해 낸 책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직접 번역해 국내에서 처음 출간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옮긴이의 글을 읽으며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번역가님이 부럽다고 느껴졌다. 성덕의 한 버전 아닐까?

사실 샤를 페로, 라고 하면 <푸른 수염> 밖에 몰랐는데 그가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장화 신은 고양이>, <빨간 모자>의 원작자라는 사실은 이번에야 처음 알아서 꽤나 충격적이었다.

옛 동화들은 그림형제 껏도 그랬듯이 잔혹 동화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무서운 <푸른 수염>과

나머지 동화들의 원작자가 같은 사람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달까.

첫 시작은 <엄지 동자>를 다시 쓴 '식인귀의 아내'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사실 <엄지 동자> 라는 동화를 읽어본 적이 없는 터라 식인귀, 라는 단어부터가 낯설었는데

와우..... 내용이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일단 식인귀의 아내인데 채식주의자인 건 웃음 포인트.

거기다 책 표지와 책 소개를 보았을 땐 그저 동화 비틀기, 동화 패러디!라고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오우.. 읽는 동안 폭력적인 묘사에 자꾸 눈이 찌푸려졌었다.. 이거 동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내용이 프랑스에서는 출간 당시 오페라로 각색되어 공연됐을 정도라니 0_0

오래 전 봤었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한 장면이 떠올랐달까..

그 다음은 <신데렐라>를 다시 쓴 '신데렐로'.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의 성별을 바꿔버린데다

마차가 아닌 캐딜락을 타고 무도회장에 가는, 유리구두가 아닌 워키토키를 떨어뜨리는 참신한 설정이 돋보인다.

이런 설정은 다른 단편들에서도 등장하는데 하녀가 먼지 터는 게 힘들다고 울자 진공 청소기를 구매해준다는 내용,

전쟁터에 나가는데 말을 타고 가는 게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내용까지 등장하기에 꽤나 쇼킹했던 책.

"사실대로 말해야지. 아주 오랫동안 지하 벽장에 갇혀 있다보니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고,

여자들이 행복하기 위해 남자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고." (p173,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 중)

뜬금포 같은 내용 전개가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폭력적인 묘사로 읽기 거북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이래서 페미니즘 관점이구나? 라는 걸 알게 해 준, 꽤 재밌게 읽은 단편은

<빨간 모자>와 <푸른 수염>을 적절히 섞어 꽤나 유쾌하게 패러디한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

<백설공주>를 비튼,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나왔던 초록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나쁜 마녀가 아니었다, 라는 설정의 소설 <위키드>처럼,

백설공주에서 나왔던 계모는 사실 알고보면 그 역시도 불쌍한 인물이었다는 설정의 '일곱 여자 거인'이었다.

늑대를 여러 아이템으로 마음껏 부리는 '빨간 바지'와 박사 과정을 공부중인 짧은 머리에 기사 복장을 한 '새 왕비'.

어떻게 이런 캐릭터들을 생각해냈는지! 이 두 단편은 정말 기분좋게 재밌게 읽은 것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일 줄 알고 시작했다가 큰 코 다치긴 했지만.... 사실 그래서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굳이 그런 내용이 들어갔어야했나? 싶었던,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단편들도 있긴 했지만

이 두 단편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던 책이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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