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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5. 프랑스소설/여왕의 변신/피에레트 플뢰티오. ★★★★☆. 20201014-18. p356
: 표지가 너무 예뻐서, 거기다 '여성, 빼앗긴 동화를 되찾다'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와닿아서
언젠간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여왕의 변신을 몽실북클럽 서평단을 통해 만나보게 되었다.
300년도 전에 쓰인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 <엄지 동자>,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빨간 두건>, 그리고 그림형제의 <백설공주> 까지.
옛 동화들을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다시 쓰기한 여섯 편의 동화와 작가가 새롭게 창작한 한 편의 동화가 담긴,
1985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을 어릴 적 부터 이 작가를 좋아했다는 이상해 번역가님이
2년 동안 천천히 번역해 낸 책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직접 번역해 국내에서 처음 출간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옮긴이의 글을 읽으며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번역가님이 부럽다고 느껴졌다. 성덕의 한 버전 아닐까?
사실 샤를 페로, 라고 하면 <푸른 수염> 밖에 몰랐는데 그가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장화 신은 고양이>, <빨간 모자>의 원작자라는 사실은 이번에야 처음 알아서 꽤나 충격적이었다.
옛 동화들은 그림형제 껏도 그랬듯이 잔혹 동화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무서운 <푸른 수염>과
나머지 동화들의 원작자가 같은 사람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달까.
첫 시작은 <엄지 동자>를 다시 쓴 '식인귀의 아내'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사실 <엄지 동자> 라는 동화를 읽어본 적이 없는 터라 식인귀, 라는 단어부터가 낯설었는데
와우..... 내용이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일단 식인귀의 아내인데 채식주의자인 건 웃음 포인트.
거기다 책 표지와 책 소개를 보았을 땐 그저 동화 비틀기, 동화 패러디!라고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오우.. 읽는 동안 폭력적인 묘사에 자꾸 눈이 찌푸려졌었다.. 이거 동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내용이 프랑스에서는 출간 당시 오페라로 각색되어 공연됐을 정도라니 0_0
오래 전 봤었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한 장면이 떠올랐달까..
그 다음은 <신데렐라>를 다시 쓴 '신데렐로'.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의 성별을 바꿔버린데다
마차가 아닌 캐딜락을 타고 무도회장에 가는, 유리구두가 아닌 워키토키를 떨어뜨리는 참신한 설정이 돋보인다.
이런 설정은 다른 단편들에서도 등장하는데 하녀가 먼지 터는 게 힘들다고 울자 진공 청소기를 구매해준다는 내용,
전쟁터에 나가는데 말을 타고 가는 게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내용까지 등장하기에 꽤나 쇼킹했던 책.
"사실대로 말해야지. 아주 오랫동안 지하 벽장에 갇혀 있다보니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고,
여자들이 행복하기 위해 남자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고." (p173,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 중)
뜬금포 같은 내용 전개가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폭력적인 묘사로 읽기 거북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이래서 페미니즘 관점이구나? 라는 걸 알게 해 준, 꽤 재밌게 읽은 단편은
<빨간 모자>와 <푸른 수염>을 적절히 섞어 꽤나 유쾌하게 패러디한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과
<백설공주>를 비튼,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나왔던 초록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나쁜 마녀가 아니었다, 라는 설정의 소설 <위키드>처럼,
백설공주에서 나왔던 계모는 사실 알고보면 그 역시도 불쌍한 인물이었다는 설정의 '일곱 여자 거인'이었다.
늑대를 여러 아이템으로 마음껏 부리는 '빨간 바지'와 박사 과정을 공부중인 짧은 머리에 기사 복장을 한 '새 왕비'.
어떻게 이런 캐릭터들을 생각해냈는지! 이 두 단편은 정말 기분좋게 재밌게 읽은 것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일 줄 알고 시작했다가 큰 코 다치긴 했지만.... 사실 그래서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굳이 그런 내용이 들어갔어야했나? 싶었던,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단편들도 있긴 했지만
이 두 단편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던 책이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