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지음,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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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위대한 현인을 한 사람 만났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서로를 위해 나눈 건 없지만 많은 것을 받는 것만은 확실한 듯 싶습니다. 정말 옆에서 나무를 심으며 그 지혜를 배우고 싶네요. 오늘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싶겠다 하신 분이 계시지만 그 분 못지 않은 깊은 철학을 가지고 몸소 실천한 양치기 목자..그가 정말 존경스럽고 닮고 싶습니다.

어느 잡지 창간호에서 두 세 페이지에 걸쳐 나무를 싶은 사람이 실려 있었습니다. 읽은 순간 반했습니다. 책 정리를 할 때 그 잡지는 버렸어도 나무를 싶은 사람만은 고이 찢어서 보관을 했지요. 지금도 어딘가 있을 거예요. 잘 놔둔다고 놔둔게 놔둔 사람마저 못 찾는 깊숙한 곳으로 숨어 버렸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유명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글인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름답고 귀한 것을 여러 사람과 비슷한 무게로 공유하고 있다 생각하니 절로 세상이 푸르르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요즘 출판가에 양장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하나같이 양장을 하고 나옵니다. 두레의 나무를 심은 사람도 양장입니다. 책은 종이로 만들고 종이는 나무로 만들죠. 나무가 자라는 세월을 생각하면 나무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그런 나무를 심은 사람의 얘기를 우리에게 알리기 위해 꼭 필요한 양만큼 나무를 쓰려뜨려 종이를 만들고 책을 만드는 건 좋습니다. 근데 나무 얘기에 불 필요한 양장을 꼭 하셔야 합니까..물론 소금처럼 귀하고 빛처럼 빛나는 소설이라 더 귀히 여기는 마음에서 양장을 택하셨을 마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왠지 앞뒤 틀린 거짓말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산뜻하지는 않습니다. 분량이 적은 소설이니 그럴듯한 모양을 갖추어야 살아남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꼭 그럴 것 같지는 않네요.

아끼는 책중에 혜원에서 나온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습니다. 아주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책이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분량의 소설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네요. 책 속의 내용과 어울지리 않은 시꺼먼 검은 색의 그림들도 소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나만 느끼는 건가요.. 책을 책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봅니다. 유한 책의 과도한 양장의 모습이 꽤나 심란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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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 클럽
배수아 지음 / 해냄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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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을 대로 익어가는 주인공의 사람속의 고립과 단절감이 무섭네요. 배수아님의 주인공들이 가지는 비슷한 계열의 색깔을 주인공도 분명히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진 빠진 모습으로 낯선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자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필사적인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편할 수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누구와도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는 사회는 공포입니다. 그런 공포를 낯선 모습으로 지켜보자니 그냥 흔연스러울 수는 없군요.

책에 붙어있는 작가와의 인터뷰를 책을 읽고 생긴 찝찔한 뭔가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유심히 봤습니다. 붉은 낯설음을 만들어낸 작가론 느껴지지 않네요. 그녀의 어디서 이런 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걸까요.붉은 손 클럽은 제겐 공포소설입니다. 피가 낭자한 노골적인 호러적 액션의 공포가 아니라 으슬으슬하고 을씬년스런 날씨와 같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죄어오는 공포..그것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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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 오페라 속에 숨어 있는 7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2
김학민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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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알려주고 이끌려는 책들이 가지는 지루함이나 어이없는 학술적인 풀이 이런 것들이 이 책에는 없습니다. 그 동안 오페라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문화가 산책이나 여타의 문화소식 코너에서 오페라라 불리며 우리 귀에 익은 아리아 몇 곡쯤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의 어정쩡한 오페라에 대한 정보와 즐김을 확실히 풀어주고 올려주네요. 딴 작가의 타 출판사에서 나온 오페라에 대한 책을 본 적이 있는 데 만정이 떨어지더군요..호감이 있어 들어던 사람들을 사래질 치게 만드는 지루함이란 가히 훈장감이었습니다. 내가 모자란 부분도 분명 있을 테지만요. 들 대중적인 뭔가를 쉽게 알아가는 좋은 책 읽기였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오페라는 오페라하면 손에 꼽히는 대표적이고 아름다운 걸작들입니다. 어슴프레 알고 있던 내용이나 그 밖의 것들에 대한 얘기를 기분좋게 들려준 김학민님의 다른 글 쓰기가 기대 됩니다. 뒤 쪽에 실린 추천 음반도 이제 아리아 듣기를 시작하는 분들께는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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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밤 동화
헬가 게버트 / 샘터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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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요술램프 얘기며..신밧드 얘기며 하는 것들이 천일야화로 불리는 구전설화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란 걸 알고는 그 모든 얘기가 읽고 싶었습니다. 동화처럼 읽었던 아라비안나이트는 원본을 많이 단축하고 성적이고 자극적인 얘기들을 빠트리고 수정을 가한 부분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 운운하며 광고하는 천하룻밤 동화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뭔가를 보겠지 하고..근데 결론은 애들이 읽어도 말리고 싶지 않네요.말려야 할 이유도 없구요..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연막을 피운 것 같아요. 내용은 재미있습니다. 숱한 모험담과 그 옛날 아랍과 페르시아의 모습이 상상력을 자극하니까요..중간중간 들어있는 삽화를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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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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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사랑한 사람들의 사랑한 얘기인데...아무리 지나간 사랑의 그림자로부터 풀리는 얘기지만..냉정은 또렷이 봤는데..열정은 어데로 갔을까요..엄밀히 말해 냉정과 열정사이니..정확히 봤어야 하는 건 냉정도 열정도 아닌 그 무엇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냉정은 확실한데 열정은 도통 찾을 수가 없군요..두 권중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 더 좋네요..같은 여자라 그런가요...차분한 분위기로 이끄는 문체와 묘사들..일본 여자의 사랑과 그 사랑의 그림자는 이런 거군요. 작가가 만들어내는 ..습기 차고 장마진 날..하루 종일 목욕통 안에 들어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은.. 덩달아 주인공과 같은 약한 무력증과 약한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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