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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 모녀관계, 그 끝없는 애증의 늪에 관한 가이드북
사이토 다마키 지음, 김재원 옮김 / 꿈꾼문고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는 순간 당장 읽고 싶었다.
엄마와 나와 딸.
내겐 이 관계가 괴로움이고 숙제였다.
딸과 엄마는 동일시하기 쉬운 관계란 건 알고 있었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책을 통해 더 이해되었다.
신체성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저자는 ‘여성성’이란 오로지 신체성에 의한 것일 뿐 어떠한 본질도 없다 했다.
깊이 동의된다.
신체로 인한 여성성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이고 여성에게 억압적이다.
또한 저자는 ‘남성성’은 구체적인 말로 표현되지만 여성성은 남성성의 반대 말 정도로 표현된다 했다.
이것도 끄덕여지더라.
어떠한 본질도 없는 여성성을 사회가 규정하고 요구하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이기에 그렇다.
이런 구조에서 여성은 여성다움을 강요받고 신체를 통해 각인한다.
(저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신체를 더 의식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남성인 저자가 이해하기 힘든, 여성들이 하는 말 “몸이 너덜너덜하다”라는 표현을 사례로 든 게 재밌다.
남성들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이렇게 각인된 여성성을, 자신과 한 몸이었고 동일한 몸을 가진 딸에게 엄마가 강요하고 주입한다.
(그러고 보면 지금도 엄마가 하는 잔소리 중 “여자가~”로 시작되는 말이 많다.
내가 청소년 시기에 남자 아이처럼 해다닌 것이 엄마(여성성)에 대한 무의식적 거부였구나 싶다.)
더불어 엄마는 딸이 자신의 대리인생을 살아주길 바라며 딸의 인생을 통제하려 한다.
(이 점은 나도 반성한다. ‘내가 못 한 것 너라도 해!’라는 무의식!)
저자는 여러 소설과 만화를 많이 분석했는데 그 중 이구아나 엄마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였다.
딸이 이구아나로 보인다며 딸을 미워하는 엄마가 있다.
이 엄마가 죽어가는 때에 딸이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엄마가 죽은 순간 딸이 본 엄마의 얼굴은 이구아나였다!
얼마나 섬뜩한가.
그러니 딸에게 하는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닌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딸을 보며 거울효과를 이따금 생각한다.
대상의 시선이 자기의 시선인 줄 착각하는 것.
근데 그 시선은 부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딸은 엄마라는 거울에 비춘 자기가 진짜인 줄 알고 그 자기를 딸에게 거울로 보여준다.
그럼 그 딸은 그 거울을 보고 착각한다. 악순환...
(어느 날 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 주며 엄마라는 거울은 진실이 아니니 깨트리라고 했다.
딸이 이해했을지는 모르겠다.)
이 거울을 깨트려야 한다.
거울을 깨트리기 위해 (억압적) 여성성의 연결을 끊어야 한다.
근데 ‘어머니 죽이기’는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책의 원제목은 ‘어머니 죽이기는 왜 어려운가’이다.)
그래도 어쨌든, 저자가 강조한대로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잘살면 된다.
그래야 엄마와 딸이 서로 자립한다.
책이 어렵진 않지만 쉽지도 않다.
저자는 프로이트-라캉 이론에 근거한 사람이고, 남성임에도 모녀관계의 특이점을 연구했다.
그리고 엄청 친절한 사람이다.
이 점을 참고해, 모녀관계가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