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도전 1 -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 이야기
이병철 엮음 / 휴먼비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재밌게 읽었다. 역시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가 살았던 역사적 배경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구. 이 책에는 없지만, 훌륭하고 천재적이고 용감무쌍한 여성들이 더 있을 것이다. 그간 남성권력의 시선으로 구성되어온 역사 덕에 장식할 페이지조차 갖지 못하고 사라진 여성들이 얼마이겠는가... 그럼 나는 무엇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까나? 켁. 야사에라도 남을 수 있을까? ㅋㅋ..

뭐. 어느 한 사람 인상적이지 않은 이가 없었다. 에스테 로더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성공한 ceo는 좀 진부한 듯). 사라 베르나르나 안나 마냐니는 그들의 연기를 본게 아니니 감흥이 덜했고, 에바 페론은 전혀 호감이 가질 않았다.

로자 룩셈부르크나 알렉산드라 콜란타이, 라일라 할레드 같은 여성 혁명가들에 대해서는 별루 할 말이 없다. 잘 모르기도 하고, 간략히 보고 말하기엔 그들 삶의 족적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여...
 

우먼 리브의 기수, 우먼 리브의 행동하는 지성, 우먼 리브의 이론가로 명명된 베티 프리던, 글로리아 스타이넘, 케이트 밀레트는 우리가 꼭 공부해야 될 줄로 믿는다. 어찌 됐던 여성운동의 짱들이다. 멋지다.
 

레니 리펜슈탈, 마거릿 버크화이트, 오리아나 팔라치, 레이철 카슨 - 말하자면 전문직 여성들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사상은 둘째 치고 한마디로 넘 멋있다는 거다. 지금도 여성이 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근데 그 시절에 그것도 실력마저 탁월함을 발휘한 그들에게 절로 박수가 나온다.
 

특히 오리아나 팔라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156센티의 키에 소녀 같은 외모로 전쟁터를 누비고 많은 권력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인터뷰하는 그의 저돌성과 용감무쌍함, 깡다구가 참 부럽고 멋있어 보였다. 그는 한마디로 거칠 것이 없어 보이는 여자였다. 이란 대통령 앞에서 차도르를 찢어 버리고, 가라는 데도 안 가고 버텼다가 기어코 인터뷰하는, 그것도 쓸데없는 전쟁을 왜 하냐면서 따지고 드는, 그는 그야말로 무대뽀 정신이었다. 그런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나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사랑도 짱 멋있게 한다. 정치적 노선이 같은 점을 사랑의 핵심으로 보고, 정치적으로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끼리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독재자를 사랑하는 일처럼 불가능하다는 멋진 말도 했다. 애인의 죽음 앞에서도 절망과 비통함을 암살자에 대한 증오로 승화시켜 책을 써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 후론 독신. 그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나처럼 되지 마라. 절대로 아내 따위가 되어 남편이나 아이의 노예가 돼선 안 된다. 난 네가 네 일을 갖고 홀로 서는 사람이 되어 온 세계를 휘젓고 다니길 바란다. 멀리 가거라. 훨훨 날거라. 혼자서 날아야 해!”라는 엄마의 가르침이 그에게 적중한 셈이다.

그 외 예술가들 중에 캐테 콜비츠는 익히 알았던 바대로 연민이 가득한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졌고, 카미유 클로델의 삶이나 이저도라 덩컨의 죽음은 참 안타까웠다. 
 

그러나 빌리 홀리데이 만큼 강렬하게 남은 예술가는 없었다. 읽는 동안 가슴도 먹먹하고 눈물도 나고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 기가 막힌다는 말이 적당할까? 그의 삶에 대한 적당한 말도 못 찾겠다. 온갖 억압과 차별의 모순을 온 몸에 문신처럼 새기고 짧은 생을 마친 그. 가난과 성폭행과 성매매와 인종차별까지.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똑같은 사람으로 살다 가지 못한 그의 삶이 자본주의와 성차별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노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 불운 중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오로지 노래 부를 때만이 온전한 사람일 수 있었던 그. 그래서 그의 노래하는 목소리가 그렇게 슬플 수밖에 없었나보다. 읽는 동안 그의 노래가 귓전에 맴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