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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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건 뭘까?

 내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는(책임지는) 것'의 의미였다.

니은이가 나무의 사촌언니에게 "언니, 어른이 된다는건 어떤 거예요?"라고 물었을때 돌아온 답처럼.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정해둔 규칙 같은 건 있어. 징징거리지 않기, 변명하지 않기, 핑계대지 않기, 원망하지 않기. 그 네가지만 안해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니은이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는 그것들 말고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된다는 것의 핵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것 같았다. 나이를 먹고 몸이 커지고, 고래배를 타거나 시집을 가는 것 말고, 엄살, 변명, 핑계, 원망하지 않는 것 말고 중요한 것이 그것 같았다. 자기 삶에 대한 밑그림이나 이미지를 갖는 것. 그것이 쨍쨍한 황톳길을 땀흘리며 걷는 일이든, 미끄러지는 바위를 한사코 굴려올리는 일이든, 푸른 하늘에 닿기 위해 발돋움하는 영상이든.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나도 방황이 끝났다고 결론지었을 때의 느낌이 그랬던거 같다. 내 삶이 어떻게 될지 앞이 캄캄한 것에서 차츰 앞이 밝아지는 느낌.

최소한 자기가 어떻게 살게 될지 그려볼수 있어야 어른인 것이다.

그런데 자기 삶의 밑그림에 이별과 상실의 슬픔을 미리 그려놓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니은이의 결론에 한가지 더 보태야할 것이 그 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핵심에 들어 있는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의 밑그림에 미리 그려놓지 못한, 그래서 밑그림 대로 살아지지 않는, 느닷없는 슬픔들을 처리할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슬픔들은 삶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이므로 결국 어른은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다시 말해 우리는 결코 어른이 '되고나서' 죽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죽을 때까지 어른이 '되어갈 뿐'...<200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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