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시간 - "삶이 힘드냐고 일상이 물었다."
김혜련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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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나니 기분이 묘하다.
나와 비슷한 면을 가진 분이다.
참으로 공감이 되고, 그이처럼 살고 싶다.
내가 꿈꾸는 삶을 사는 사람.
'아는 것'과 '사는 것'을 일치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

나는 알기만 할 뿐 살고 있지 못하다.
여기보다 저기를 꿈꾸는 관념에 사로잡혀 산다.
일상으로 내려앉는 일을 하지 못한다.
삶의 고통을 탐구하기 위해 여러 길을 거쳐 온 끝에 일상이 곧 수행임을, 땅에 발 붙이고 자신의 생명을 돌보는 일이 남은 삶의 과제임을 깨달은 저자가 부럽다.

살아온 관성을 깨트리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은 바꿀 수 있지만 삶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변화를 위해서는 하루하루 일상의 축적이 이루어져야 함을 알지만, 내게 일상이란 귀찮고 하찮은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나도 하나의 생명이건만, 내게도 생명력이 있으련만 그것을 무시하고 싶다.

'사는 게 귀찮아.'
나를 지배하는 의식이 이 책을 통해 잘못되었음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는 자립하지 못한 인간이다.
다른 삶을 그리기만 할 뿐, 다른 삶을 살려고 하지 않는다.
생명이되 생명력을 발현하지 못한다.
어느 한 점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나아가지 못한다.
나아가려면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할지 알지만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한다.

인생의 중반은 자신을 들여다 보는 시기. 남은 인생의 향방을 고민하는 때.
그 시기를 성공적으로 지나와 보이는 저자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그는 말 그대로 '생존자'였다.
삶의 여러 고비를 지나 지금에 이른 그의 생존기를 마주하니 기쁜 마음이 들었다.
부러움에 배 아프기보다 축하하고 싶었다.
그가 느낀 몸과 자연과 삶의 일체감을 나도 언젠가 느끼고 싶다.
가능할까? 내게 그럴 힘이 있을까?
일상의 반복이 깊어질 수 있을까?

어쨌거나 이 책을 통해 청소와 빨래, 밥하기와 설거지 같은 귀찮고 하찮다 여기지만 필수적인 일상의 노동을 달리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 시작이 며칠 지나 흐지부지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잊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뭔가를 알았으니까. 한 번 안 것은 몰랐던 상태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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