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찐 주식공식 - 매수 매도 타이밍 잡는 주식의 기본 원리
이창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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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매경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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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시작하면 어떤 종목이 오를지, 지금 들어가도 되는지, 언제 팔아야 하는지 궁금해서 차트를 보고 뉴스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투자 이야기도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정보를 많이 찾아볼수록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누군가는 장기투자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추세를 따라가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식투자에서 어려운 것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주식투자를 “좋은 종목을 찾아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의 방향을 먼저 보고, 기업을 분석하고, 수급을 확인하고, 추세를 살피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과 위험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구조를 제시한다.

특히 M.A.S.T.E.R라는 틀은 책 전체의 내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Market, Analysis, Supply, Trend, Emotion, Risk.

시장을 보고, 종목을 분석하고, 수급을 확인하고, 추세를 판단한 뒤, 감정을 통제하고 리스크를 관리한다. 주식투자는 어느 한 가지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책의 앞부분에서 다루는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관계는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었다. 한국 주식시장만 바라보고 있으면 국내 기업의 뉴스와 공시만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의 움직임, 금리와 환율, 글로벌 자금 흐름 같은 여러 요소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 주식이 어떤 성격의 자산으로 평가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시장의 움직임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 기업은 좋은 기업인데 왜 주가가 떨어지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시장 전체의 위험 선호도가 낮아지고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면 개별 기업의 장점만으로 주가를 지켜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주식투자를 할 때 종목을 보기 전에 시장을 바라보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좋은 기업과 좋은 매수 시점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ER, PBR, ROE는 주식투자를 조금만 공부해도 만나게 되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용어의 뜻을 외우는 것과 실제 투자에서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PER이 낮다고 무조건 저평가된 것도 아니고, PBR이 낮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ROE 역시 숫자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런 지표들을 복잡한 수식 자체보다 실제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려는 접근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PBR을 바라볼 때 “1보다 낮으면 싸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업의 자산과 수익성, 산업 특성, 미래 전망 등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주식투자에서 숫자는 굉장히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숫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즉, 지표를 많이 아는 것보다 그 지표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 중 하나가 있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다.
처음 주식을 접했을 때라면 “실적이 좋아졌는데 주가가 왜 내려가지?”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주가는 현재의 실적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이미 기대하고 있던 수준과 실제 결과 사이의 차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시장의 기대가 너무 높았다면 좋은 실적조차 새로운 호재가 되지 못할 수 있고, 반대로 예상보다 나쁜 실적이 나왔더라도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하다면 주가가 반응할 수도 있다.

책에서 컨센서스와 피크아웃, 바텀아웃을 함께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주식시장은 “좋다 = 오른다, 나쁘다 = 떨어진다”라는 공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주가에 무엇이 반영되어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은 주식투자를 기업 공부와 시장 심리 공부가 동시에 필요한 영역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주식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제목 하나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OO기업, 신사업 진출!”
“OO기업, 사상 최대 실적!”
“OO기업, 대규모 투자 결정!”

이런 뉴스만 보면 당장이라도 주식을 사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에서는 뉴스와 공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확인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한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뉴스는 종목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뉴스 자체가 매수 버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면 그 사업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시장은 그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현재 주가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가 반영되어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책에서 현대차의 로봇 사업을 예로 들어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는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의 밸류체인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관점은 흥미로웠다.
투자자의 시야를 넓히는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하나의 뉴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이 변화로 돈을 벌게 되는 또 다른 기업은 어디일까?”라고 질문을 확장하는 것이다.


주식 차트를 볼 때 흔히 빠지는 착각 중 하나는 특정한 선 하나만 알면 주가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동평균선 역시 지나간 가격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후행적인 지표다.
따라서 5일선이나 20일선이 미래를 예언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이동평균선을 활용하는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의 평균적인 매매 흐름을 살펴보고 현재 추세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5일선과 20일선을 실제 매매 상황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설명하는 부분은 차트를 처음 공부하는 투자자에게 특히 실용적인 내용으로 느껴진다.

다만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하나의 지표를 절대적인 공식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트는 기업의 실적을 대신할 수도 없고, 시장의 모든 변수를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차트는 결국 투자 판단을 위한 하나의 언어일 뿐이다.
’

책에서 개인적으로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텐배거에 대한 이야기였다.
10배가 오른 종목을 찾는 것은 모든 투자자가 꿈꾸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그 종목을 10배가 될 때까지 보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만 원에 산 주식이 1만 2천 원이 되면 20% 수익이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충분히 기분 좋은 수익이다. 그런데 이후 그 주식이 2만 원, 3만 원, 5만 원까지 올라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조금만 더 가지고 있을걸”이라는 후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욕심이 부족해서도, 인내심이 부족해서도 아닐 것이다.
내가 보유한 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기업의 성장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연히 주식을 샀다면 주가가 20~30%만 흔들려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업의 사업 구조와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공부했다면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즉, 장기보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근거 있는 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트에서 가격만 바라보는 것과 거래량이나 거래대금을 함께 보는 것은 상당히 다른 시각을 만들어준다. 가격은 결과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에는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거래했는지에 대한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특히 바닥권에서 큰 거래가 발생한 이후 주가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전고점 부근에서 거래가 폭발하면서 어떤 움직임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부분은 차트를 보는 관점을 넓혀준다.

다만 여기에서도 하나의 신호만으로 미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래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상승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거래량이 발생한 위치와 가격의 움직임, 이후 추세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은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이 남긴 흔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차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투자자의 심리다.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조금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팔지 못하고, 떨어지면 본전이 올 것 같아 손절하지 못한다. 내가 산 종목에 좋은 뉴스만 찾아보게 되고, 불리한 정보는 애써 무시하게 된다. 이미 잃은 돈이 아까워서 계속 보유하고,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물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확증편향과 매몰비용, 손실회피와 같은 행동경제학적 개념을 투자와 연결하는 부분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는 스스로를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투자 순간에는 감정이 판단을 흔들 수 있다.

그래서 투자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 종목이 오를까?” 만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 판단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까지 되어야 한다.
이 질문이 바로 투자자의 메타인지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며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부분 중 하나는 손절과 기회비용에 관한 내용이었다. 손실이 난 주식을 계속 들고 있다가 언젠가 본전이 오면 “역시 팔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다른 좋은 투자 기회를 놓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식투자에서 손실은 계좌에 찍힌 마이너스 숫자만 의미하지 않는다.
자금이 묶이는 시간과 다른 기회를 놓치는 비용까지 포함한다.

특히 한 종목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투자하면 작은 가격 변동에도 심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매수하기 전에 손실을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지, 목표 수익은 어디까지인지, 투자금은 언제까지 필요하지 않은 돈인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식을 잘한다는 것은 틀렸을 때 크게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갖고 있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공식’보다 ‘원칙’이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찐 주식공식》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면 주가의 움직임을 계산해서 정답을 찾아내는 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정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주식시장에 절대적인 정답이 존재한다기보다,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원칙들을 정리해 판단의 기준을 갖게 하는 것에 가깝다.

시장 방향을 살펴보고, 기업을 분석하고, 수급을 확인하고,
추세를 보고, 감정을 통제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것.

좋은 종목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좋은 시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주식투자의 실력을 좋은 종목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로 생각했다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투자 실력은 어쩌면 기다릴 때와 움직일 때를 구분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주식시장은 매일 열리고 수많은 종목이 움직인다.
그 안에서 매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쉽지만,
반드시 매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 기다릴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리 유명한 종목이어도 지나칠 수 있다. 반대로 충분히 공부한 기업이라면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주식투자는 결국 숫자의 게임인 동시에 인간의 심리가 작동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는 메시지는 특정한 차트 패턴이나 매매기법보다는 투자하기 전에 자신만의 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방향성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다.

주식시장에서는 한 번 크게 벌었다고 해서 반드시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한두 번의 손실을 봤다고 해서 실패한 투자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금을 지키면서 시장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권으로 끝내는 찐 주식공식》은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준을 한 번 정리해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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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개의 믿을 수 있는 영어 문장
Richard A. Spears 외 지음 / 넥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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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넥서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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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오래 해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단어와 문법은 알고 있는데도 정작 어떤 표현을 골라야 할지 몰라 머릿속에서 문장을 만들다가 대화의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 영어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에서 원어민이 어떤 표현을 어떤 뉘앙스로 사용하는지를 익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Richard A. Spears, Ph.D.의 《1812개의 믿을 수 있는 영어 문장》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 회화 사전이다. 미국 현지 전문가가 엄선한 1,812개의 회화 표현과 약 6,000개의 대화 예문을 통해 표현이 실제 대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하나의 표현을 한 가지 뜻으로 고정하지 않고, 다른 뉘앙스로 사용될 때는 의미를 나누어 제시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사전에서 단어의 뜻을 찾았다고 해서 실제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말이라도 상황과 말투,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의미가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표현을 일상 회화, 주제별 회화, 상황별 회화로 나누었다는 점이다.

인사하기와 안부 묻기에서 시작해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 소식을 전하는 방법, 상대방의 말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표현, 리액션까지 다룬다. 이후에는 생각과 감정, 결정과 선택, 시간, 전화, 약속, 문제 상황, 요청과 허가처럼 실제 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으로 범위를 넓혀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식사, 직장과 모임, 음식점, 가게, 술집처럼 더욱 구체적인 상황으로 들어간다. 이런 구성을 보면서 영어 회화는 ‘어떤 순간에 어떤 말을 꺼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넥서스북 홈페이지에서 mp3 음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표현과 예문을 미국 원어민의 발음으로 녹음하고, 개별 표현의 우리말 의미까지 함께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영어 회화를 공부할 때 눈으로 문장을 읽는 것과 실제 소리를 듣고 따라 말하는 것은 분명 다른 공부가 된다.

문장을 이해하는 것과 그 문장을 실제 대화 속에서 꺼내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표현을 듣고, 익히고,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연습을 돕는 책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표현과 예문을 함께 익히도록 한 방식은 패러프레이징 연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하나의 문장을 그대로 외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사람이나 장소, 사물을 바꿔 말해보는 식으로 연습한다면 암기한 영어가 자신의 문장으로 조금씩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목차를 살펴보면서 의외로 반가웠던 부분은 ‘리액션’을 별도의 단원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영어로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긴 문장을 만들거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동의하거나 긍정한다는 표시, 놀라움이나 관심을 나타내는 말처럼 짧은 반응들이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말 대화에서도 “정말?”, “그렇구나”, “맞아”, “대단하다”, “그랬구나” 같은 짧은 말이 대화의 흐름을 만든다. 영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리액션을 하나의 회화 영역으로 다룬 것은 이 책만의 장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느꼈다.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영어를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어를 배울 때 자꾸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고 한다. 머릿속에서 문법을 확인하고, 단어를 고르고, 혹시 틀리지는 않을까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상대방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회화는 시험지가 아니다.
때로는 짧은 표현 하나로도 충분히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했다는 작은 반응 하나만으로도 대화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회화에서 필요한 것은 ‘알고 있는 영어’의 양만큼이나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영어의 양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812개의 표현을 외워야 할 숫자로 보기보다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의 범위를 넓혀주는 재료로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812개의 믿을 수 있는 영어 문장》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영어는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언어라는 것이다.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놀라고, 공감하고, 부탁하고, 거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많은 순간에 영어가 존재한다.

그래서 영어 회화 공부의 목표도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812개의 표현은 많아 보이지만 한꺼번에 외우려고 한다면 부담스러운 숫자다. 반대로 하루에 몇 표현씩 골라 듣고 따라 말하고, 내 상황에 맞게 바꾸어 말해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게 하나씩 쌓인 표현들이 어느 순간 실제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면, 그때 비로소 책 속 영어가 내 영어가 될 것이다.

좋은 회화책은 영어를 내가 직접 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812개의 믿을 수 있는 영어 문장》은 인사부터 감정, 대화, 전화, 약속, 직장, 식사, 문제 상황까지 실제 생활의 장면 속에서 영어를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어를 누군가에게 실제로 건넬 한마디부터 만들어보자.
그 한마디가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영어 공부는 비로소 지식에서 대화로 넘어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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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영어공부 #영어독학 #영어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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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ㅣ 무작정 따라하기 경제경영/재테크
이금희 지음, 윤재수 원작 / 길벗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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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길벗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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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은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기업에 참여하는 방법’이라는 것."
- "주식을 배우는 첫걸음은 ‘무엇을 살까’보다 ‘무엇을 알아야 할까’에서 시작된다."

주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생기는 질문은 비슷하다.
“그래서 어떤 종목을 사야 하지?”
“지금 사도 될까?”
“언제 팔아야 하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질문의 순서가 조금 달라진다.
어떤 종목을 살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주식이 무엇이고, 기업의 가치는 무엇이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만화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는 바로 그 출발점을 위한 책이다.

특히 주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만화라는 형식은 꽤 좋은 진입로가 되어준다. 주식회사와 증권, 상장, 주가지수처럼 처음 접하면 딱딱하게 느껴지는 개념들을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풀어내기 때문에 ‘공부한다’는 부담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쉽게 설명하면서도 투자자가 스스로 생각해야 할 질문으로 독자를 데려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주식의 본질이었다.

🔖“주식은 투자입니다. 투기가 아닙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초보 투자자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에서 단기간에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쉽게 들려온다. 반대로 누군가 큰돈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접한다. 그러다 보면 주식은 어느 순간 기업의 가치보다 ‘오를 것 같은 종목’을 맞히는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이 무엇을 만들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 현재 주가가 그 기업의 가치에 비해 비싼지 싼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Value Investment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가치투자라는 말입니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것을 뜻합니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이 무엇을 사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식투자를 시작하면 대부분 종목부터 찾는다.
반도체가 좋다더라, AI가 뜬다더라, 미국 주식이 좋다더라, 배당주가 안정적이라더라….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그 정보를 판단할 기준이 없다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합니다. 첫째,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 둘째, 언제 사고 언제 팔 것인가?”

정말 주식투자의 핵심을 압축하면 이 두 질문으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두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보는 눈과 시장을 읽는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에서 기업의 성적표로서의 주가, 좋은 주식을 찾는 방법, 정보 수집, ETF, 차트, 시장의 큰 흐름, 배당투자와 해외주식까지 차례대로 다루는 흐름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무작정 종목을 추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 지도를 그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주식 초보자들이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 중 하나가 차트라고 생각한다. 그래프가 올라가면 더 오를 것 같고, 내려가면 이제 반등할 것 같아 보인다. 숫자와 선으로 이루어진 차트는 왠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차트는 미래를 알려주는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
책에서도 차트를 통해 매매 시점을 살펴보면서 시장의 큰 흐름과 투자 원칙을 함께 강조한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차트를 공부하는 목적은 ‘내일 오를 종목을 맞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라기보다, 가격 움직임을 이해하고 자신의 매매 판단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에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투자에서는 한 번의 성공보다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책에서 소개하는 ‘손해 보지 않는 주식투자 매매 원칙’이라는 방향도 초보자에게 의미가 있다.

주식투자는 수익률만의 게임이 아니다.
얼마를 벌었는가만큼 얼마를 잃지 않았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판에서 해외주식과 ETF를 함께 다룬다는 점도 현재의 투자 환경을 생각하면 흥미롭다. 예전보다 개인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은 훨씬 넓어졌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고, 개별 종목을 직접 고르는 대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ETF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역설적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도 커졌다. 그래서 ETF를 ‘안전하다’고 단순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ETF 역시 투자상품이며, 어떤 지수를 추종하는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수수료와 위험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해외주식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기업이니까 안전하다’라는 생각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환율이라는 변수도 있고, 국내 주식과 다른 시장 환경과 제도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해외주식이라는 선택지를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투자자가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태도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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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주식에서도 통한다.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이더군요.”

이 문장은 주식뿐 아니라 공부 전반에 적용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주식에 관심이 없을 때는 뉴스에서 기업 이름이나 경제지표가 나와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기본적인 투자 공부를 하고 나면 금리, 환율, 기업 실적, 산업 변화 같은 뉴스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단순한 경제 뉴스였던 것이
‘이것이 기업의 실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변화가 특정 산업에는 어떤 의미일까?’
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즉, 투자 공부의 가장 큰 변화는 돈을 버는 기술을 하나 더 갖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주식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증권에 대한 상식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주식투자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살아가는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데 정작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우는 일에는 인색한 경우가 많다. 월급을 받고, 소비하고, 저축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대출을 받고, 연금과 투자를 고민하면서도 경제의 기본 구조를 제대로 공부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 공부는 돈과 기업과 경제가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는 공부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물론 만화로 읽는다고 주식투자의 모든 것이 단숨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완성된 투자자’를 만들어주는 책이라기보다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책에 가깝다.

실제로 원작자도 이 책만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으며 이후 더 깊이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점이 오히려 솔직하게 느껴진다.

주식은 몇 시간 읽었다고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경제 상황도 바뀌고 기업의 실적도 바뀌며 투자자의 상황과 목표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딱 3시간 만에 주식의 기본기를 익힌다’는 것은 투자의 모든 것을 마스터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주식이라는 낯선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기초 지도를 얻는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모르는 것 자체가 아니라, 모르면서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추천했다고 사고,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사고, 뉴스에서 자주 언급된다고 사고,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고 하니 따라 사는 순간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쉽게 흐려진다.

그래서 투자에는 공부가 필요하다.
기업을 알아야 하고, 숫자를 읽어야 하고, 시장의 흐름을 살펴야 하며, 무엇보다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세워야 한다.

주식투자의 첫걸음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화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는 바로 그 첫 공부를 시작하기에 부담이 적은 책이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사람에게는 복잡한 용어의 벽을 낮춰주고, 이미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본기를 다시 점검하게 한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는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나는 지금 주식을 사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기업을 사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투자라는 단어에 조금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보장해주는 책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공부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투자자가 되는 첫걸음을 도와주는 책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돈을 대하는 눈을 키우기 위한 입문서로 기억에 남는다.

📌“투자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전체 시황보다 개별 기업의 가치를 아느냐 잘 아는 것이지요.”

무작정 따라 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는 있어도, 오래 투자하려면 자기만의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 첫걸음을 가볍게 내딛고 싶은 사람에게, 만화라는 친숙한 형식으로 주식의 기본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롭고 막막한 선택의 길목에서 초보 투자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가장 든든하고 유쾌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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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사고 - 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포기하는가?
에릭 사댕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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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헤세드의서재 (@hyejin_bookangel ) 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헤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_

생성형 AI가 일상이 된 지금, 무엇이든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답이 돌아오고, 글을 쓰면 문장이 만들어지고, 이미지를 설명하면 그림이 나타난다. 번역도, 요약도, 자료 정리도 몇 초면 가능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명령’ 하나로 해결된다.

처음에는 이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놀라운 기회라고 생각했다.
반복적인 일을 AI에게 맡기고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간을 절약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 어느 순간 질문이 달라진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AI에게 맡기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에릭 사댕의 《멸종 위기의 사고》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 부분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근본적인 곳을 바라본다.
우리가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포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생각하는 능력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인간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기 시작하는 것일 수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이 궁금한지 스스로 질문하고, 자료를 찾고, 서로 다른 의견을 비교하고, 틀릴 수도 있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면서 하나의 판단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는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
때로는 답답하고, 어렵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알 수 없는 순간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사고력이 만들어지고, 경험이 쌓이고, 자신만의 관점이 생긴다. 그런데 AI는 그 과정을 너무나 능숙하게 건너뛰게 해준다.

특히 무서운 것은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모든 과정을 대신하면서 '링크를 클릭하는 수고'조차 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생각하지 않는 개인은 필연적으로 타인, 혹은 기계의 시스템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점점 ‘답을 받아보는 사람’이 되어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AI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사고력의 퇴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계산기를 쓴다고 수학적 사고가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고 길을 찾는 능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판단까지 위임하는 것 사이의 경계다.
AI에게 자료를 정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까지 AI에게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내가 쓴 글의 맞춤법을 확인하는 것과
내 생각을 AI가 대신 만들어 주도록 하는 것도 다르다.
아이디어를 얻는 것과 만들어내는 과정 전체를 포기하는 것 역시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사고의 멸종’이라는 표현은 훨씬 섬뜩하게 다가온다.


책에서는 인간이 오랜 시간 배우고 연마해 온 능력이 즐거움과 자존감, 사회적 인정, 삶의 의미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능력은 재능을 발휘하도록 이끌고, 일하는 즐거움을 동반하며, 사회적 인정과 자존감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잘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 들인 시간은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한 시간만이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 수없이 문장을 고쳐본 시간, 그림을 그리며 수없이 실패한 시간,
번역가가 언어의 뉘앙스를 고민한 시간, 교사가 한 학생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 시간, 연구자가 수많은 자료를 읽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보낸 시간.

그 시간들이 한 사람의 능력과 정체성을 만든다.
그런데 결과물만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그 과정을 모두 건너뛴다면
인간은 무엇을 얻게 되고, 무엇을 잃게 될까.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나의 판단’일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도덕적 의무를 다해 판단의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일인칭 주체로서 의견을 표명하며, 우리의 자유로운 주관성을 전달하는 데 힘쓰지 않는다면, 자크 라캉이 이미 지적한 바대로 우리는 필연적으로 제삼자에게 지배당하게 될 것이다.”

AI가 제공하는 답변은 그럴듯하다.
문장이 매끄럽고, 논리적으로 보이며, 때로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까지 제시한다. 그래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럴듯함과 진실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AI가 만들어낸 답변을 읽고 ‘그럴듯하네’라고 생각하는 순간과
‘정말 그런가?’라고 다시 확인하는 순간 사이에는 인간의 판단이 존재한다.


책에서 교육과 학교의 변화를 다루는 부분도 상당히 무겁게 다가온다.
생성형 AI가 가장 빠르게 파고든 영역 중 하나가 글쓰기와 과제였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보고서를 쓰라고 했는데 AI가 대신 써주고, 책을 읽고 감상을 쓰라고 했는데 AI가 감상을 만들어주고,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스스로 고민하기 전에 AI에게 답을 요청한다면 교육의 의미는 어디에 남게 될까.

교육의 목적이 ‘완성된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라면 AI는 너무나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교육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5년 파리 그랑팔레에서 글로벌 AI 기업과 정치가들이 모여 기술의 경제적 효과를 논할 때, 불과 300미터 떨어진 콩코드 극장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사, 번역가, 성우, 기자들이 모여 공유한 이야기는 기술의 화려한 전망이 뒤에 숨긴 진짜 현실이었다.
​
그동안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일을 AI에 맡기면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읽고, 쓰고, 고민하고, 판단하는 가장 인간적인 영역부터 기계에 넘어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저자는 이를 인간 존재가 점점 희미해지는 '사막화' 과정으로 진단한다.

​실제로 책 속에 등장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가슴을 찌른다.
🔖“학생과 교사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이미 쇠퇴하고 있었지만 이젠 그야말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격적 교류가 무너지고 기술적 효율성만 남는 모습은, 우리가 효율을 얻는 대신 무언가 치명적인 것을 잃어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영상, 글과 음성은 이제 ‘가짜처럼 보이는 가짜’의 수준을 넘어섰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워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문화 자체의 문제로 바라본다.
🔖“미리 저장된 모양을 재조합해서 만들어지는 만큼 결과적으로 논리적 도식에 부합되는 형상일 뿐 출발점이었던 현실과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따라서 현실과 단절된다.”

여기서 ‘현실과의 단절’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계속 소비하게 되면 어느 순간 무엇이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조차 중요하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
더 나아가 모든 창작물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창작과 문화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더욱 서늘하도. 책에서 제시된 아르튀르 랭보의 비유는 매우 절묘했다. 훌륭한 문학 작품이나 예술작품이 나왔을 때 감탄하기에 앞서 "이거 챗GPT로 쓴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부터 품게 되는 시대. 이는 인간 고유의 재능과 노력을 향한 근본적인 불신을 낳는다.

🔖“25세의 작가가 쓴 첫 장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작가가 정말 쓴 게 맞는지’, ‘혹시 챗GPT와 공모해서 쓴 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창작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누가 어떤 삶을 살아 그 작품에 도달했는가라는 점일 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과 실패와 감정을 통과해 만들어낸 작품과,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된 결과물을 우리가 똑같은 의미에서 ‘창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AI가 내놓은 결과를 의심하고 검증하고 판단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어떤 답을 받아들일 것인가.
무엇을 거부할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결정권만큼은 인간에게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AI를 거부해야 할까?
AI는 이미 우리 삶의 여러 영역에 들어와 있고, 앞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그 흐름을 단순히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AI에게 맡길 것인가를 인간이 결정하는 것이다.

번역의 초벌 작업, 자료를 정리,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등....
하지만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 그리고 내가 무엇을 믿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까지 넘겨버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즉, AI와 인간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전면적인 거부’와 ‘무조건적인 수용’ 사이에 있는 명확한 원칙일 것이다.


그리고 《멸종 위기의 사고》를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문장은 결국 이것이었다.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이 무시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는 이런 강경함이 지난 15년 동안,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우리에게 심각하게 부족했다. 챗GPT가 출시되던 바로 그날부터 그렇게 했어야 한다. 우리 자신이나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정신적 활력과 사고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기술 발전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은 고립된 프리랜서, 노동자, 창작자들이 단체를 결성하고 독립적인 헌장을 만들며, 필요하다면 거부권과 파업을 통해서라도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선의의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기술 권력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손쉽게 AI 검색 창을 켜고 답을 구하려던 손가락을 잠시 멈추게 된다.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질문하고, 고뇌하고, 오류를 범하며, 그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사고의 자율성' 그 자체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스스로 빈껍데기가 되기를 거부할 때, 비로소 인간은 기계의 주인이 아닌 고유한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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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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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해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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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라고 하면 보통 발굴 현장을 떠올린다. 땅속에서 오래된 유물을 찾아내고, 그것을 분석해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돌칼이나 토기, 화살촉을 바라보면서 ‘아주 오래된 물건이구나’ 하고 지나치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다.

“정말 그 시대 사람들이 이렇게 사용했을까?”
그런데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이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물건을 실제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유리 진열장 너머의 차갑게 식은 석기나 찌그러진 고대 도기는 늘 일정한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역사적 연대와 학술적 가치는 머리로 이해할 수 있지만, 수천 년 전 그것을 손에 쥐고 삶을 이어갔을 고대인의 온기나 촉감까지 떠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험고고학은 공학자, 미생물학자, 화학자부터 셰프, 미용사, 타투이스트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옛 방식 그대로 가죽을 무두질하고, 고대 효모로 빵을 구우며, 중세 화약으로 대포를 쏘아 올린다. 과거의 기술을 직접 온몸으로 재현해 내는 이 역동적인 시도는, 역사가 서책에 갇힌 글자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감각의 집합체임을 증명한다.


🔖“실험고고학은 그렇지 않다. 사슴 가죽을 무두질하면서 게와 비슷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고대 로마의 피시 소스를 맛보며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중세 대포의 포성을 들을 수도 있고, 몇 시간 동안 직접 곡물을 갈아 가루로 만들면서 온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역사는 흔히 연도와 사건, 인물과 유물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건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냄새가 있었고, 땀이 있었고,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있었으며,
배고픔과 피로가 있었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었을 것이다.
실험고고학은 바로 그 감각을 역사 속으로 되돌려놓는다.


가장 인상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는 투창기와 활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투창기를 실제로 던져본 저자는 그것이 생각보다 쉽고 빠르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한다. 특히 🔖“나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미식축구 경기장 길이만큼 날려 보낼 수 있었다.”라는 대목에서는 ‘투창기가 강력한 무기였다’고 설명하는 것과 직접 경험한 뒤 느끼는 감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하게 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뒤이어 등장하는 활과 화살에 대한 설명이었다.
과거의 사냥 기술을 단순히 남녀의 신체적 차이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을 누가 배울 수 있었는지라는 사회·문화적인 조건까지 함께 바라본다.

기술은 도구 자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교육과 문화, 역할 분담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고학이 단순히 ‘무엇을 사용했는가’를 밝혀내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는가’까지 질문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가죽을 무두질하는 장면 역시 인상 깊었다.
🔖“모든 결점은 나름의 ‘개성’을 더해준다”며 가죽의 불완전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오늘날의 소비문화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우리는 매끈하고 균일한 제품을 좋은 것으로 여기지만, 과거의 재료를 직접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흠과 흔적 자체가 그 물건의 특징이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래된 물건이 지닌 가치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에만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물건의 흠집이나 균일하지 않은 모양을 쉽게 ‘불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는 완벽하게 똑같은 것이 없다. 얼룩도 다르고 결도 다르고 흉터도 다르다.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결함이라기보다 재료가 가진 고유한 특징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의 우리는 너무 완벽한 물건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연이 가진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조금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고대 이집트의 빵을 재현하는 과정에서는 실험고고학의 집요함이 더욱 잘 드러난다. 고대 도기에서 효모를 채취하고, 고대의 것과 비슷한 점토로 빵틀을 만들고, 파라오 시대의 화덕까지 재현한 끝에 제대로 된 빵을 만들기까지 1년의 연습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과거의 기술을 너무 쉽게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시대에는 저런 도구밖에 없었으니까 저렇게 했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도구를 만드는 것,
온도와 시간과 기술을 조절하는 것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원시적'이라고 부르는 기술들도 사실은 수많은 세대의 경험과 실패가 축적된 결과였을 것이다.
기술의 단순함과 기술자의 미숙함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차이를 여러 번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오래 남는 것은 ‘그때도 사람들은 살아 있었다’는 감각이다.
고대인도 우리처럼 먹고, 입고, 일하고, 이동하고, 아프고, 치료하고, 무언가를 만들었다. 새로운 땅을 찾아야 했고, 사냥해야 했으며,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오늘날과 기술의 수준은 크게 달랐지만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문제는 의외로 우리와 닮아 있었다.

바닷새의 이동을 관찰하면서 육지나 섬의 존재를 추론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멀리 날아가는 새와 육지 가까이에서 잠드는 새를 관찰하면서 자연 속에서 방향과 지리를 읽어냈을 고대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지도나 GPS가 없던 시대에도 인간은 주변의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 안에서 정보를 찾아냈을 것이다. 오늘날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의 빈자리를 그들은 놀라운 관찰력과 경험으로 채웠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박물관의 흉상을 바라보던 미용사의 시선이다.
대부분의 관람객에게는 단순히 고대인의 얼굴을 보여주는 조각상이지만, 미용사에게는 그 뒤통수의 머리 모양이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된다.
같은 유물을 바라보더라도 자신의 경험과 전문지식에 따라 전혀 다른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특히 ‘고대 항생제’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의 지식이 낡은 지식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책 속에서도 해당 치료법이 현대 의학에서 실제로 유효할지는 추가적인 시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중세 치료제가 현대 항생제가 된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되지만, 오래된 기록과 치료법을 현대 과학의 방법으로 다시 검증해보는 시도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처음에는 이 책을 고대 기술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남은 것은 기술보다 사람에 대한 생각이었다.
돌을 깨던 사람도 사람이었고, 가죽을 손질하던 사람도 사람이었고, 빵을 굽던 사람도 사람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별의 위치를 외우던 사람도 사람이었고,
처음 보는 섬을 향해 카누를 몰던 사람도 사람이었다.

그들은 우리보다 과학기술이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이 가진 환경 속에서 놀라울 만큼 치열하게 배우고 적응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는 우리가 지금도 반복하는 고민들이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보관할까. 어떻게 이동할까.
어떻게 더 좋은 도구를 만들까. 어떻게 가족과 공동체를 지킬까.



《실험하는 고고학자》를 읽고 유물을 보는 방법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박물관에서 돌칼을 만나면 이제 누군가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어떤 돌을 골랐을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칼을 처음 사용했을 때 손에는 어떤 감촉이 전해졌을지,
어떤 힘을 주어야 했을지, 실제로 무엇을 잘라보았을지 상상하게 될 것이다.

토기를 보면 그 안에 무엇을 담았을지 궁금해질 것이고, 오래된 항아리를 보면
그 안에서 발효되던 음식이나 술의 냄새까지 떠올려볼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는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과거의 물건은 죽어 있는 물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손길과 노동과 실패와 성공이 남아 있다.

이런 생각들이 이 책이 전하고자 했던 의미일 것이다.

직접 만들어보고, 던져보고, 먹어보고, 냄새 맡고, 몸을 움직여보면서
과거를 조금씩 현재로 끌어온다.

물론 실험으로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를 이해하는 데에는 하나의 전공이나 하나의 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는다. 책에서도 실험고고학이 논쟁적인 분야이며, 과거의 상황을 오늘날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완벽한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시도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구분하게 해준다는 것, 그것이 실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 경이로움을 느꼈다.

수천 년, 수만 년의 시간을 건너온 인간의 흔적을 보며
‘저 시대 사람들도 참 대단했구나’라고 생각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도 우리처럼 세상을 이해하려고 애썼구나.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개척해놓은 시간의 길 위를 걸어가는 후손들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발견하는 오래된 유물들은 먼저 세상을 살아내고 이해하려 애썼던 사람들의 증거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깊은 여운이다.

아주 오래전의 사람과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수천 년의 시간과 거대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도 인간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한때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발견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이어졌듯,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 역시 언젠가 미래의 누군가에게 하나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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