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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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해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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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라고 하면 보통 발굴 현장을 떠올린다. 땅속에서 오래된 유물을 찾아내고, 그것을 분석해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돌칼이나 토기, 화살촉을 바라보면서 ‘아주 오래된 물건이구나’ 하고 지나치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다.

“정말 그 시대 사람들이 이렇게 사용했을까?”
그런데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이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물건을 실제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유리 진열장 너머의 차갑게 식은 석기나 찌그러진 고대 도기는 늘 일정한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역사적 연대와 학술적 가치는 머리로 이해할 수 있지만, 수천 년 전 그것을 손에 쥐고 삶을 이어갔을 고대인의 온기나 촉감까지 떠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험고고학은 공학자, 미생물학자, 화학자부터 셰프, 미용사, 타투이스트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옛 방식 그대로 가죽을 무두질하고, 고대 효모로 빵을 구우며, 중세 화약으로 대포를 쏘아 올린다. 과거의 기술을 직접 온몸으로 재현해 내는 이 역동적인 시도는, 역사가 서책에 갇힌 글자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감각의 집합체임을 증명한다.


🔖“실험고고학은 그렇지 않다. 사슴 가죽을 무두질하면서 게와 비슷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고대 로마의 피시 소스를 맛보며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중세 대포의 포성을 들을 수도 있고, 몇 시간 동안 직접 곡물을 갈아 가루로 만들면서 온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역사는 흔히 연도와 사건, 인물과 유물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건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냄새가 있었고, 땀이 있었고,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있었으며,
배고픔과 피로가 있었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었을 것이다.
실험고고학은 바로 그 감각을 역사 속으로 되돌려놓는다.


가장 인상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는 투창기와 활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투창기를 실제로 던져본 저자는 그것이 생각보다 쉽고 빠르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한다. 특히 🔖“나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미식축구 경기장 길이만큼 날려 보낼 수 있었다.”라는 대목에서는 ‘투창기가 강력한 무기였다’고 설명하는 것과 직접 경험한 뒤 느끼는 감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하게 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뒤이어 등장하는 활과 화살에 대한 설명이었다.
과거의 사냥 기술을 단순히 남녀의 신체적 차이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을 누가 배울 수 있었는지라는 사회·문화적인 조건까지 함께 바라본다.

기술은 도구 자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교육과 문화, 역할 분담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고학이 단순히 ‘무엇을 사용했는가’를 밝혀내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는가’까지 질문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가죽을 무두질하는 장면 역시 인상 깊었다.
🔖“모든 결점은 나름의 ‘개성’을 더해준다”며 가죽의 불완전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오늘날의 소비문화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우리는 매끈하고 균일한 제품을 좋은 것으로 여기지만, 과거의 재료를 직접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흠과 흔적 자체가 그 물건의 특징이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래된 물건이 지닌 가치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에만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물건의 흠집이나 균일하지 않은 모양을 쉽게 ‘불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는 완벽하게 똑같은 것이 없다. 얼룩도 다르고 결도 다르고 흉터도 다르다.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결함이라기보다 재료가 가진 고유한 특징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의 우리는 너무 완벽한 물건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연이 가진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조금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고대 이집트의 빵을 재현하는 과정에서는 실험고고학의 집요함이 더욱 잘 드러난다. 고대 도기에서 효모를 채취하고, 고대의 것과 비슷한 점토로 빵틀을 만들고, 파라오 시대의 화덕까지 재현한 끝에 제대로 된 빵을 만들기까지 1년의 연습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과거의 기술을 너무 쉽게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시대에는 저런 도구밖에 없었으니까 저렇게 했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도구를 만드는 것,
온도와 시간과 기술을 조절하는 것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원시적'이라고 부르는 기술들도 사실은 수많은 세대의 경험과 실패가 축적된 결과였을 것이다.
기술의 단순함과 기술자의 미숙함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차이를 여러 번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오래 남는 것은 ‘그때도 사람들은 살아 있었다’는 감각이다.
고대인도 우리처럼 먹고, 입고, 일하고, 이동하고, 아프고, 치료하고, 무언가를 만들었다. 새로운 땅을 찾아야 했고, 사냥해야 했으며,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오늘날과 기술의 수준은 크게 달랐지만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문제는 의외로 우리와 닮아 있었다.

바닷새의 이동을 관찰하면서 육지나 섬의 존재를 추론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멀리 날아가는 새와 육지 가까이에서 잠드는 새를 관찰하면서 자연 속에서 방향과 지리를 읽어냈을 고대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지도나 GPS가 없던 시대에도 인간은 주변의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 안에서 정보를 찾아냈을 것이다. 오늘날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의 빈자리를 그들은 놀라운 관찰력과 경험으로 채웠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박물관의 흉상을 바라보던 미용사의 시선이다.
대부분의 관람객에게는 단순히 고대인의 얼굴을 보여주는 조각상이지만, 미용사에게는 그 뒤통수의 머리 모양이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된다.
같은 유물을 바라보더라도 자신의 경험과 전문지식에 따라 전혀 다른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특히 ‘고대 항생제’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의 지식이 낡은 지식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책 속에서도 해당 치료법이 현대 의학에서 실제로 유효할지는 추가적인 시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중세 치료제가 현대 항생제가 된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되지만, 오래된 기록과 치료법을 현대 과학의 방법으로 다시 검증해보는 시도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처음에는 이 책을 고대 기술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남은 것은 기술보다 사람에 대한 생각이었다.
돌을 깨던 사람도 사람이었고, 가죽을 손질하던 사람도 사람이었고, 빵을 굽던 사람도 사람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별의 위치를 외우던 사람도 사람이었고,
처음 보는 섬을 향해 카누를 몰던 사람도 사람이었다.

그들은 우리보다 과학기술이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이 가진 환경 속에서 놀라울 만큼 치열하게 배우고 적응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는 우리가 지금도 반복하는 고민들이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보관할까. 어떻게 이동할까.
어떻게 더 좋은 도구를 만들까. 어떻게 가족과 공동체를 지킬까.



《실험하는 고고학자》를 읽고 유물을 보는 방법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박물관에서 돌칼을 만나면 이제 누군가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어떤 돌을 골랐을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칼을 처음 사용했을 때 손에는 어떤 감촉이 전해졌을지,
어떤 힘을 주어야 했을지, 실제로 무엇을 잘라보았을지 상상하게 될 것이다.

토기를 보면 그 안에 무엇을 담았을지 궁금해질 것이고, 오래된 항아리를 보면
그 안에서 발효되던 음식이나 술의 냄새까지 떠올려볼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는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과거의 물건은 죽어 있는 물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손길과 노동과 실패와 성공이 남아 있다.

이런 생각들이 이 책이 전하고자 했던 의미일 것이다.

직접 만들어보고, 던져보고, 먹어보고, 냄새 맡고, 몸을 움직여보면서
과거를 조금씩 현재로 끌어온다.

물론 실험으로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를 이해하는 데에는 하나의 전공이나 하나의 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는다. 책에서도 실험고고학이 논쟁적인 분야이며, 과거의 상황을 오늘날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완벽한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시도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구분하게 해준다는 것, 그것이 실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 경이로움을 느꼈다.

수천 년, 수만 년의 시간을 건너온 인간의 흔적을 보며
‘저 시대 사람들도 참 대단했구나’라고 생각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도 우리처럼 세상을 이해하려고 애썼구나.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개척해놓은 시간의 길 위를 걸어가는 후손들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발견하는 오래된 유물들은 먼저 세상을 살아내고 이해하려 애썼던 사람들의 증거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깊은 여운이다.

아주 오래전의 사람과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수천 년의 시간과 거대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도 인간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한때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발견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이어졌듯,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 역시 언젠가 미래의 누군가에게 하나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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