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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도록 내 몸을 몰랐다니! - 평생 쓰는 몸을 위한 호흡·걸음·균형
오지영 지음 / 다른상상 / 2026년 9월
평점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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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만 무리해도 쉽게 피곤하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뻐근하고, 어깨는 이유 없이 굳어 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움직임이 어느 날부터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너무 쉽게 ‘나이’라는 결과부터 꺼내 든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예전 같지 않은 게 당연하지.”
“나이 들면 다 그래.”
그렇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노화라는 한 단어로 정리해버리면 편하다.
더 이상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되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나이 때문일까?
아니면 그동안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몸을 관리한다’는 말의 의미였다.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운동, 식단, 체중, 근력 같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더 강한 몸, 더 유연한 몸, 더 날씬한 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했다.
몸을 더 강하게 만들기 전에 몸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출발점이다.
책에서 🔖“다리가 아플 때 ‘왜 이렇게 약해졌지?’가 아니라 ‘아, 다리에 무게가 몰려 있구나’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같은 통증을 두고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 몸이 약해졌다’고 판단하면 몸은 부족한 것이 된다.
하지만 ‘무게가 한쪽으로 몰리고 있구나’라고 바라보면 몸은 나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존재가 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통증을 없애야 할 적으로만 바라보는 것과, 통증을 통해 내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은 다른 접근이기 때문이다.
몸은 내가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몸을 물리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세 하나에도 살아온 시간이 담길 수 있고, 걸음걸이에도 삶의 습관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호흡과 움직임에도 감정과 관계의 흔적이 스며들 수 있다는 관점이다.
생각해보면 마음과 몸을 지나치게 따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마음이 힘들면 ‘스트레스’라고 하고, 몸이 아프면 ‘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렇게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걱정이 많을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면 호흡이 얕아지고, 불안할 때 몸을 웅크리게 된다. 오랫동안 반복된 자세와 움직임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습관은 다시 몸의 형태와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책에서 몸을 읽는다는 것은 어깨가 올라갔는지, 골반이 틀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일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몸을 통해 다시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특히 🔖“몸은 감정을 말한다”는 장에서 말하는 몸과 감정의 관계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다. 책은 억눌린 감정이 근육의 경직이나 얕은 호흡, 피로감과 무기력, 통증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몸과 마음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고, 내가 경험하는 신체적 감각에도 관심을 가져보자는 제안이다.
몸이 아프다고 해서 나를 탓하지 않고,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몸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지금의 몸을 한번 들여다보자!
🔖“진짜 건강은 힘을 빼도 무너지지 않는 상태다. 힘을 주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상태다.”
건강을 생각할 때 ‘얼마나 강한가’를 떠올리지만, 이 문장은 건강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바라본다. 이 관점이 참 좋았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강한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단단한 사람일 수 있다.
몸도 마찬가지다. 항상 긴장하고 힘을 주고 버티는 것이 건강이라면 평생 몸에 힘을 주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
쉬어야 하고, 움직여야 하고, 때로는 흔들려야 하고, 다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굳세다’는 의미가 단단하게 굳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 마음에 남았다.
책을 읽으며 재미있었던 또 하나의 지점은 ‘힘’에 대한 생각이었다.
무언가를 잘하려면 더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고, 일도 악착같이 해야 하고, 삶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몸의 움직임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순간이 있다.
책은 공을 멀리 보내는 움직임을 설명하면서 무게를 아래로 내려놓고 축을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힘의 역설."
무조건 힘을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때로는 내려놓아야 하고, 기대야 하고, 흐름을 허락해야 한다.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통제하려는 순간 오히려 움직임이 작아질 수도 있다.
특히 🔖“힘은 풀어낼수록 강해진다”는 문장으로 이어지는 설명은 몸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 한다.
살면서 힘을 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몸까지 함께 굳어진다.
그러니 몸의 긴장을 바라보는 일은 삶에서 무엇을 지나치게 붙들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겠다.
책의 여러 장 가운데 마음에 들어온 부분은 외향과 내향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외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
적극적인 사람, 소극적인 사람.
하지만 책은 외향과 내향을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존재가 향하는 방향과 움직임으로 바라본다.
🔖“존재는 성격이 아닌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떤 사람인가를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틀 안에 나를 가두게 된다. 하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변한다.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도 있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날도 있고 나에게 돌아오고 싶은 날도 있다.
그것이 모순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리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다운 몸’ 역시 완성된 어떤 이상형이 아닐 것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자세, 남들이 예쁘다고 하는 몸, 남들이 건강하다고 말하는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내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 감각에 맞게 살아가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작은 팔의 근육을 쥐어짜는 일이 아니라 그 팔을 품어 줄 몸통의 큰 감각을 깨우는 일이다.”
작은 몸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큰 감각이 필요하다.
팔이 불편하면 팔만 보고, 허리가 아프면 허리만 보고, 마음이 힘들면 그 감정 하나만 떼어내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몸은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보다 더 넓은 맥락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작은 부분을 지탱해주는 큰 구조를 살피는 것. 책에서 말하는 ‘큰 감각’은 그런 의미로도 다가왔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읽고 끝나는 책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꼭지마다 ‘오늘의 몸 연습’을 제시하고 하루 15분 정도 직접 몸을 관찰하고 움직여보도록 구성했다. 이 부분 역시 책의 주제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몸은 책으로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몸이 이렇구나’라고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움직여보면서 ‘아, 여기에는 이런 힘이 들어가 있었구나’라고 느끼는 것은 다르다. 저자가 책 곳곳에서 강조하는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몸은 설명만 듣는다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꼭지를 읽고 잠시 멈추는 방식으로 읽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내 발은 바닥을 어떻게 딛고 있는지,
숨은 어디까지 들어오는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그렇게 하루에 잠깐이라도 몸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
어쩌면 ‘나를 돌본다’는 말은 이런 작은 감각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의 ‘내 몸을 몰랐다’는 말이 몸의 구조나 자세를 몰랐다는 뜻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것은 훨씬 넓은 의미가 된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내 몸에 어떤 습관을 남겼는지.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진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의 회복은 시간의 속도가 아니라 몸의 속도로 이루어진다”
이 문장을 읽으며 회복을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회복은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몸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함께 살아가면서도 가장 낯선 존재가 내 몸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몸의 변화를 체념하기 전에,
혹은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작정 애쓰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습관을 가져야 겠다.
“내 몸은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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