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드라이버 1 - 슈퍼매드
C. S. 퀼 지음, 차은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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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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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설레는 설정이 있다. 바로 ‘처음에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던 두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상대를 의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캠퍼스 드라이버 1》은 그 익숙한 공식을 캠퍼스와 빈티지 카, 그리고 뜻밖의 동거라는 장치와 결합해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사랑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이스에게는 오랜 시간 자신의 삶이라고 믿었던 사랑이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사건이 먼저 찾아온다. 반면 레인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인물이다. 한 사람은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고, 다른 한 사람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과 거리를 둔다.

그런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니, 조용하게 시작될 리가 없다.

처음에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부딪히고, 서로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이상하게 상대의 존재가 신경 쓰인다. 그런데 로맨스에서는 이 지점이 진짜 재미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좋아한다’고 인정하기 전, 더 많은 감정이 오가는 시간!

책 속 레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저런 상태로 두고 가려니 마음이 쓰였다. 망할 놈의 성격!”

겉으로는 귀찮아하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이 짧은 장면만으로도 레인이 차갑고 무심한 남자는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말보다 행동에서 마음이 먼저 드러나는 인물이라서, 이후 로이스와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만든다.


로이스의 감정선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갑작스러운 이별 자체보다, 그 이별을 통해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한 사람에게 맞춰 살아온 사람에게 관계의 끝은 함께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뿐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실연당하려면 뭔가 잘못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삶은 오로지 커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사랑이 끝났을 때에 사람은 이유를 찾는다.
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은 아닐까 하고.

하지만 모든 이별에 명확한 잘못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 사람이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의 끝이 되기도 한다. 로이스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은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보다 조금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전 사랑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나를 다시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니까.

이 작품의 재미는 무엇보다 레인과 로이스 사이의 대화와 분위기에 있다.
둘은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서로를 자극하고, 무시하고, 도발하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반복될수록 두 사람 사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친밀감이 쌓인다.

🔖“내가 도발하면 로이스는 늘 그렇듯 맞받아쳤고, 나는 끊임없이 그녀를 무시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사이에 묘한 공감대가 생겼다.”

이 문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처럼 느껴졌다.
사랑은 어느 순간 갑자기 ‘0에서 100’으로 바뀌는 감정보다, 별것 아닌 일들을 함께 겪으며 어느새 상대가 내 일상 안에 들어와 있는 상태에 더 가까울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귀찮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궁금해지고, 신경 쓰지 않으려 할수록 더 신경 쓰이고,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던 행동 하나에 괜히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게 보면 레인과 로이스의 관계는 ‘앙숙에서 연인으로’라는 한 줄보다, 타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으로 읽는 편이 더 재미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확실히 달라진다.
특히 레인의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은 초반의 까칠한 모습과 대비되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녀의 작은 머리가 내 가슴에 닿는 순간, 나는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내 두 팔은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초반의 레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던 사람이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것은 순간의 ‘멈춤’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평소처럼 행동하지 못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할수록 더 어색해지고, 감정을 숨기려 할수록 몸짓과 시선에서 먼저 드러난다. 그래서 이들의 로맨스는 감정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더 큰 설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로이스 역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을 맞는다.
🔖“일 초, 이 초가 흘렀고, 내가 눈을 살짝 뜨려는 찰나 그의 입술이 느껴졌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긴장감이 한순간에 응축된 듯했다.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인정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 결국 한 걸음 가까워지는 순간.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독자가 기다리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언제 서로의 마음을 인정할까?’ 하는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 장면의 설렘도 커지기 때문이다.


《캠퍼스 드라이버》 1권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은 로이스의 변화였다.

처음의 로이스는 이별 때문에 자신의 삶 전체가 흔들린 상태다.
하지만 레인과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이전과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감정과 선택을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로맨스는 누군가와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삶이 있어야 하고, 사랑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졌다.

레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이 흔들리면서 자신이 세워놓은 벽에도 균열이 생긴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만나면서 상대방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변한다.


특히 ‘캠퍼스 드라이버’라는 설정도 이야기에 활력을 더한다.
빈티지 자동차와 대학생이라는 조합 자체가 작품에 젊고 영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네 명의 친구가 함께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설정 덕분에 레인과 로이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궁금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시리즈물임에도 한 커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권의 이야기가 완결되는 구조라는 점이 부담 없이 읽기 좋았다.


책을 읽고 나면 ‘사랑에 빠지는 순간’보다 사랑 때문에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이 더 오래 남는다. 특히 로이스에게 이별은 끝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레인에게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온 선을 넘어서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이란 상대방을 만나는 일인 동시에, 그 사람을 통해 지금까지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였던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서로의 일상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이 되고,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

그 변화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보다 그 직전의 시간이다.
상대가 신경 쓰이지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고, 가까워지고 싶지만 자존심 때문에 먼저 다가갈 수도 없는 그 애매한 거리.

바로 그 거리를 이 작품은 꽤 즐겁고 유쾌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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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 시작되는 걸까.

첫눈에 반하는 순간일까, 아니면 어느새 그 사람의 표정과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 순간일까.

사랑은 ‘좋아한다’고 깨닫기 훨씬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레인과 로이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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