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9
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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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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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아프고, 내가 그 사람의 삶을 온전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확신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병을 치료할 수도 없고,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으며, 사랑한다는 말조차 상대를 살릴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말이다.

이 소설은 결혼 20년 차 부부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뇌종양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아내가 병원에 실려 간 순간부터 남편 안시찬은 아내의 병과 동시에 자신의 감정, 책임감, 죄책감, 무력감, 사랑의 깊이,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의심까지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슬퍼해야 할 상황에서조차 자신이 정말 슬픈 사람인지 의심하는 인간의 마음이었다. 아내가 쓰러지고 응급실에 실려 간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검열한다.

🔖“나는 침통한가? 정말 슬픈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아내 곁을 지킬 건가?”

이 문장은 이 소설의 남편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처럼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놓였으니 당연히 슬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공포 속에서도 병원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돈과 서류를 챙기고, 예정된 일을 취소하거나 처리해야 한다. 심지어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에도 현실적인 문제들은 멈춰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아내를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걱정하는 남편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를 의심한다.

나는 이 부분이 오히려 이 인물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었다고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인간이 갑자기 완벽하게 선하고 헌신적인 존재로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귀찮아하고, 원망하고, 화를 내고, 때로는 상대보다 나 자신의 삶을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정말 잃을지도 모른다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내가 얼마나 그 사람에게 기대어 살아왔는지 깨닫는다.

그래서 《서성이다》에서 말하는 사랑은
죄책감과 이기심, 후회와 애정이 뒤엉킨 채 존재하는 사랑이다.


🔖“우리는 밑바닥에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잖아.”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냉정한 부부의 모습처럼 느껴졌지만,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니 오히려 이 말이 작품 전체를 표현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믿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믿음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평생 이성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사람이 병원 복도에서 기도한다.
자신의 힘으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 변화가 갑작스럽게 ‘신앙을 갖게 되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그는 여전히 의심한다.
신을 믿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고, 기도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앞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를 붙잡고 싶어진다.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죽기 때문에 신을 발명한 것이다.”

참 아프게 다가온 문장이다.
신을 믿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도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

평생 무신론자로 살아온 사람에게조차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 앞에서는 기도가 절실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사랑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당신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라는 것이 아프게 다가왔다.

남편은 병원과 현실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남몰래 감당해온 일들과 삶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동안 그는 아내에게 조언한다고 생각했지만, 뒤늦게 돌아보니 그 조언이 아내에게는 압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20년.. 오랜 시간을 함께 산다고 해서 상대를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매일 같은 집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해도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모두 알 수는 없다. 오히려 너무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잘 알아’라는 착각 속에서 상대의 고통을 쉽게 지나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뇌종양'이라는 사건을 통해 관계의 맹점을 이야기하는 소설처럼도 읽혔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으면서도 그 사람의 삶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상대가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상대는 말할 힘조차 없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대부분 너무 늦게 찾아온다.


책을 읽으며 또 다른 한가지 고통을 함부로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가 느껴졌다.

흔히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이렇게 말한다.

‘이 일을 통해 더 성장했어.’
‘힘든 일이 있었지만 나에게 좋은 경험이었어.’
‘이 또한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겠지.’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실제로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고통에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설 속 그는 오히려 그것을 거부한다.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니, 그 얼마나 대단한 나르시시즘이냐.”

어떤 고통은 그냥 고통일 뿐이다.
누군가의 병이 반드시 누군가를 성장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삶의 교훈을 주기 위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그냥 몸부림쳐라.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굴러라. 먹은 걸 다 게워 낼 때까지 토하고 울어라……”

이 문장은 견뎌내면 성장한다는 말보다, 때로는 무너져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아무 의미도 찾지 못한 채 울어도 되고, 이해하지 못해도 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끝내 답을 얻지 못해도 된다고.

나는 이 부분에서 오히려 큰 위로를 느꼈다.
고통받는 사람에게 꼭 ‘의미’를 찾아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어떤 순간에는 해결책도, 긍정적인 말도 필요하지 않고 그저 함께 아파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는 것.

🔖“인간은 기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열광으로는 잠시 묶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진정으로 묶어주는 것은 고통이다.”

읽고 난 뒤 한참 생각하게 만든 문장이다.
기쁨은 사람을 모이게 한다.
하지만 고통은 사람을 서로의 존재 깊숙한 곳까지 데려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 앞에서는 사회적 지위도, 성취도, 잘잘못도 잠시 뒤로 물러난다.
누구나 아프고,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무섭다.
그래서 고통은 인간을 평등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남편이 끝내 발견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서성인다.
하지만 그 서성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두려워하면서도 병원으로 향하고, 필요한 일을 처리하고, 아내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울고, 기도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제목 《서성이다》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처음의 ‘서성임’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의 움직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책이 끝나고 난 후의 서성임은 조금 다르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의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세상에는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적어도 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순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 문장을 선택할 것 같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순간에 서성인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무엇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서.

그렇지만 미래는 늘 들이닥친다.
준비가 되었든 그렇지 않든, 받아들였든 받아들이지 못했든 우리는 한 발을 내디뎌야 한다.

그것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서성이다》를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여운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다는 것의 의미였다. 정말 절박한 순간에 사랑은 아주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119를 부르는 일, 병원에 가는 일, 서류를 찾는 일, 돈을 마련하는 일, 가족에게 연락하는 일, 면회 시간을 기다리는 일.

그리고 그 모든 일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 계속 묻는 것이다.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걸까.’
‘이 사람을 그 동안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내가 조금만 다르게 했더라면 달라졌을까.’

하지만 어떤 질문에는 끝내 답이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력하고 불완전한 일인지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싶다는 마음.
하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고, 그 곁에 있을 뿐이다.

그저 서성이고, 울고, 두려워하고, 도움을 청하고, 기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
그리고 그렇게 서성이다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사랑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순간에도
그 사람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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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별이다 - 나태주 대표 시선집
나태주 지음 / 더블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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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더블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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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작고 평범한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시선’이다. 들길에 피어난 꽃 한 송이, 문득 떠오르는 사람, 오래된 부모님에 대한 기억, 오늘 하루 무사히 살아낸 자신까지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충분히 아름답고 귀한 존재라고 말한다.

《너는 별이다》는 그런 나태주 시인의 시 세계를 141편으로 엮은 대표 시선집이다. 특히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한국어를 배우는 세계의 독자들이 한글로 직접 시를 읽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에서 출발한 책이라는 점이다.

책의 첫머리에 놓인 신작 <80의 꿈>은 이 시집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제 나의 나이는 80 /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시인은 오히려 팔순의 나이에 새로운 꿈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어린 사람들이 “저 시인이 새롭게 쓰는 시를 읽지 못해 얼마나 섭섭하냐!”라고 말해주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세계의 젊은 영혼들이 한글을 배워 자신의 시를 직접 읽어주기를 꿈꾼다.

여기에서 이 책의 제목인 ‘너는 별이다’도 새롭게 다가온다.
별은 아주 멀리 있지만 어둠 속에서 분명하게 빛난다. 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별 역시 특별한 누군가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시를 읽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나는 존재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 책은 외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선집과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나태주 시인은 해외 문학강연에서 세종학당을 통해 한글을 배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한국어로 쓰인 시를 직접 읽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한글 학습자들에게 자신의 시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시는 언어의 가장 섬세한 영역이다. 단어 하나의 뉘앙스와 문장의 호흡, 번역하기 어려운 감정의 결까지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를 다른 언어가 아닌 한글 그대로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에게도 새롭게 느껴졌다.

너무 익숙해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자주 잊고 살아간다. 매일 읽고 쓰는 문자이기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배우고 익혀야 비로소 읽을 수 있는 언어이고, 그 언어로 쓰인 시 한 편이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은 한글이라는 언어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처럼 느껴졌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가 <풀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짧은 시이지만 이 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분명하다.
사람을 너무나 빨리 판단하고,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에게도 쉽게 실망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보라’는 시인의 시선은 조금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풀꽃도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바라보면 사랑스럽다. 그렇다면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는 별이다》를 읽으며 특히 인상적인 것은 꽃과 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꽃은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존재이고, 별은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존재다. 그런데 나태주 시의 세계에서는 이 둘이 모두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상징처럼 이어진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꽃처럼 바라보고, 멀리 있는 사람을 별처럼 그리워한다.
그 사이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살아가는 일의 쓸쓸함도 있다.


1부 [서로가 꽃]과 2부 [끌리는 마음]에서는 사랑과 그리움이 중심에 놓인다.
나태주의 사랑은 서툴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라는 제목만 보아도 그렇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소중하기 때문에 더 서툴러질 때가 있다.

<별들이 대신해주고 있었다>에서는 말보다 먼저 마음이 흔들린다.

🔖"이미 우리들이 해야 할 말을 / 별들이 대신해주고 있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이미 마음이 전해지고, 오히려 말을 덧붙이는 것이 그 감정을 흐트러뜨릴 때도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시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긴 설명 없이도 몇 개의 이미지와 짧은 문장만으로 한 사람의 마음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시가 가진 놀라운 힘일 것이다.


4부의 제목은 [부디 아프지 마라]다.

이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잠시 멈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과 부모님을 다룬 시에서는 그 마음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한 사람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다른 사람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고,
한 사람의 가족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람의 가족을 생각하게 한다.

시는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타인의 마음으로 건너가는 순간이다.

‘나중에’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것!
5부와 6부로 넘어가면 시선은 조금 더 삶 자체를 향한다.

수록된 시 제목들이 보여주듯, 여기에서는 거창한 성공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 강조된다. 이 시들은 익숙한 ‘언젠가’를 돌아보게 한다.

언젠가 만나야지. 언젠가 여행해야지. 언젠가 고맙다고 말해야지.
언젠가 나 자신을 위해 살아야지.

그런데 삶에는 그 ‘언젠가’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나태주의 시가 말하는 행복은 오늘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는 태도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너는 별이다》를 읽으며 또 하나 느끼게 되는 것은 ‘쉬운 말의 힘’이다.
어쩌면 좋은 시는 어려운 말을 많이 사용하는 시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단어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시인지도 모르겠다.

‘꽃’이라는 단어를 읽었는데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별’이라는 단어를 읽었는데 멀리 있는 사람이 생각나고,
‘집’이라는 단어에서 가족이 떠오르고,
‘오늘’이라는 단어에서 지금의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단어를 하나 고르라면 나는 ‘다정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거대한 희망을 외치는 대신 작은 존재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기보다 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완벽한 삶을 이야기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라고 말한다.

그 다정함은 때로 사랑이 되고, 때로 그리움이 되고, 때로 가족에 대한 감사가 되고, 때로 자신을 잃지 말라는 응원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목처럼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별로 살아가고 있는가.'

책을 덮은 뒤, 마음 한구석에 작은 별 하나가 남아 있는 듯하다.

잘 살아내는 것. 서로를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는 것.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남의 삶을 따라가기보다 나 자신의 별을 잃지 않는 것.

《너는 별이다》가 내게 남긴 가장 따뜻한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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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사랑
아나 황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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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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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은 사람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를 건드리는 감정이기도 하다는 것.

아나 황의 《뒤틀린 사랑》은 겉으로 보면 ‘얼음 같은 남자와 햇살 같은 여자’가 서로에게 끌리는 전형적인 다크 로맨스처럼 보인다. 복수에 사로잡힌 남자 알렉스와 사랑과 선의를 믿는 여자 에바. 서로 정반대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만나고, 거부할 수 없는 끌림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게는 사랑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사랑의 방법을 다시 배워 가는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에바를 설명하는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역시 ‘선샤인’이다.
에바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세상의 선함을 믿는다.
사람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호의를 베풀고, 누군가를 믿으려 한다.
상처가 없어서 밝은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가지고도 밝음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에바라는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든다.

🔖“인생의 쓴맛, 단맛, 순전히 추한 맛까지 모두 맛봤으면서도 선함을 믿는 것은 에바가 자신을 나타내는 방식이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밝은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세상이 늘 친절하기 때문에 밝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때로 잔인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선함을 포기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강함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알렉스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에게 세상은 사랑보다 복수가 먼저였고, 믿음보다는 의심이 익숙했으며, 감정보다는 목적이 중요했다. 가족을 잃은 충격과 복수심은 그의 삶을 한 방향으로 몰아갔다.

그런 알렉스 앞에 에바가 나타난다.
그에게 에바는 처음부터 너무 밝아서 오히려 불편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밝음이 알렉스가 오랫동안 닫아 놓았던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알렉스가 정말 원하는 것은 복수였을까
알렉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이 없는 남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 속 문장을 보면 그의 내면은 오히려 감정으로 가득하다.

🔖“너는 온 우주가 네가 피도 눈물도, 아무 감정도 없는 인간이라고 여기길 바라지. 하지만 진실은 말이야, 네 마음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지. 마음은 꽁꽁 언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얼음 아래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해.”

그는 사랑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했기 때문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 이후 사랑 대신 복수를 선택했다. 감정을 없애버린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시 느끼는 것이 두려워 마음 전체를 얼려버린 것에 가깝다.

알렉스는 에바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복수 이외의 것을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질투하고, 함께 웃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 복수를 위해 살아온 사람에게 그런 감정은 오히려 낯선 감정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알렉스는 과거의 기억을 너무 선명하게 가지고 있다.
반면 에바는 자신의 가장 큰 상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한 사람은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한 사람은 기억 속에 묻힌 진실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구원하는 구조가 아니다.

알렉스는 에바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에바는 알렉스에게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과 사랑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둘 모두 상대를 통해 자신이 외면했던 것을 마주한다. 이런 의미에서 ‘쌍방구원’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다만 내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구원(사랑)이 모든 상처를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처가 있었던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그 상처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뒤틀린 사랑’이 아니라 ‘뒤틀려 버린 사랑’
책을 읽고 난 뒤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뒤틀린 사랑》이라는 제목은 처음에는 집착과 욕망, 비밀과 복수가 뒤엉킨 관계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이 처음부터 뒤틀린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배울 기회를 빼앗긴 사람들이
사랑을 뒤틀린 방식으로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알렉스에게 사랑은 상실과 복수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에바에게 사랑은 자신을 받아들여 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둘 다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이들의 관계에는 집착도 있고, 불안도 있고, 소유하려는 마음도 있다.

특히 알렉스의 사랑은 상당히 강압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안에서 그가 점차 깨닫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 ‘소유한다는 것’이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그는 계속 흔들린다. 그리고 바로 그 흔들림이 알렉스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든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알렉스의 소유욕은
이 작품의 다크 로맨스적인 성격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에바는 나의 것이었다. 에바가 아직 그 사실을 몰랐을 뿐.”

이 한 문장만 놓고 보면 상당히 위험한 사랑이다.
아직 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상대를 자신의 것으로 규정해 버리니까.
그런데 이 작품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알렉스는 말로는 에바를 밀어내면서 행동으로는 누구보다 집요하게 에바를 신경 쓴다. 에바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반응하고, 다른 남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질투하고, 위험이 닥치면 과할 정도로 보호하려 한다.

그의 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을까.
머리로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그래서 알렉스가 에바를 ‘선샤인’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둘 사이의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고 느껴지는 것도 재미있었다.
자신이 싫어하던 빛을 결국 가장 필요로 하게 된 사람이니까.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알지 못했던 면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죽어도 알 수 없는 법이었다.”

이 작품의 관계성을 꽤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전부 아는 것이 아니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상처를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개의 얼굴을 만들어 살아가기도 한다.

알렉스에게는 복수에 미친 냉정한 사업가라는 얼굴이 있고,
그 아래에는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다.

에바에게는 누구에게나 다정한 ‘선샤인’이라는 얼굴이 있지만
그 안에는 어린 시절의 공포와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상대가 숨기고 있던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랑이 더 위험하고, 동시에 더 깊게 느껴진다.

사랑한다고 해서 갑자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가진 방식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에바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에바를 다치게 하느니 에바를 포기하는 쪽을 택할 거야.”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의외로 뜨거운 로맨스보다 이 부분이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이 사랑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인생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두려워하며 평생을 보내기보다 믿음을 갖기로 했다. 두려움이 나를 쥐락펴락하며 내가 한없이 움츠러들게 만드는 일이 진절머리가 났다.”

나는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과거의 상처를 가진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로도 읽혔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라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때로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까지 지배한다.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또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이 가장 안전해진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상처받지 않는 대신 새로운 것을 얻을 기회도 잃어버린다.


페이지가 두꺼워도 속도는 오히려 빨랐던 소설!
《뒤틀린 사랑》은 상당히 많은 요소를 한꺼번에 끌어안고 있다.

앙숙에서 연인으로 이어지는 관계, 강한 집착, 다크 로맨스, 복수, 가족의 비밀, 트라우마, 기억과 진실, 배신과 구원까지.

그럼에도 이야기가 쉽게 늘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궁금증을 계속 만들어 내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한다고 해서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처가 없었던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그 상처를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어둠을 가진 사람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상처받은 사람도 다시 누군가를 믿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제목인 ‘뒤틀린 사랑’이 마지막에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사랑은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깊이 숨겨 두었던 모습을 꺼내 주는 것일까.

책을 읽고 가장 오래 남는 여운은 에바가 말한 그 한 가지였다.

두려움 때문에 움츠러든 채 살아가기보다, 두려움이 있어도 제대로 살아가는 것.
알렉스와 에바가 서로에게 준 가장 큰 선물도 어쩌면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사랑할 용기.
믿을 용기.
그리고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삶을 선택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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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로맨스소설 #소설책 #소설책추천 #신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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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심리학 : 영조·사도세자·정조 편 - 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조선왕조 심리 실록
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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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시크릿하우스 (@secrethouse_book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를 역사 속 인물로만 기억한다. 영조는 탕평책을 펼친 왕,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세자, 정조는 개혁을 추진한 성군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역사적 이름과 업적을 잠시 내려놓고 그들을 한 사람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로 바라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특히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임오화변을 정치적 사건 하나로만 설명하지 않고, 그 이전에 오랫동안 쌓여온 가족의 관계와 개인의 심리에서 바라보려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임오화변은 1762년 영조가 대리청정 중이던 사도세자를 폐위하고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사건이며, 그 배경에는 부자간의 갈등뿐 아니라 노론과 소론의 정치적 대립, 궁중 세력의 갈등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영조에게는 영조만의 불안이 있었고, 사도세자에게는 사도세자만의 기질과 상처가 있었으며, 어린 정조에게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의 비극을 지켜봐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한 사람의 행동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관계와 환경, 타고난 기질,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조금씩 굳어질 수 있다는 책의 관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가족은 인간의 마음이 구성되는 제일 첫 번째 집단이자 관계다.”



가족은 가장 먼저 사랑을 배우는 곳이면서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하는 곳이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버림받고 싶지 않은 마음,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자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역시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강하게 형성된다.



그래서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조선 왕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가족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사도세자에 대한 부분에서 그 생각이 더욱 깊어졌다.

책은 사도세자의 행동을 ‘이상한 행동’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평가불안, 반복되는 좌절과 인정 욕구가 그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두세 살 때는 글도 잘 읽고 말도 잘하던 사도세자가 네다섯 살이 되며 아버지를 두려워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를 고민하던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어린아이가 ‘무엇을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혼나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면, 그 아이의 마음에는 어떤 세상이 만들어질까.



물론 역사 속 인물에게 현대의 심리학적 진단명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 역사 기록만으로 오늘날의 정신질환이나 성격장애를 확정적으로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여러 심리학적 분석 역시 역사적 사실 그 자체와 심리학적 해석을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런 렌즈가 의미 있다고 느낀 것은 한 인간의 행동을 그가 놓여 있던 관계와 환경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는 한쪽의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고 더욱 강하게 몰아붙이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만 점점 더 위축된다. 아버지는 그 위축을 무능함으로 받아들이고, 아들은 아버지의 질책을 두려워하며 더욱 자신을 숨긴다.

그렇게 서로의 반응이 다시 상대의 행동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책 속에서 영조에 대해

🔖“영조는 의심이 많았고 한번 의심한 인물은 절대 믿지 않았다.”

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영조를 ‘무서운 아버지’라고만 생각하기보다,

왜 그토록 의심하고 자신을 증명하려 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왕이라는 자리는 누구보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자리였지만, 역설적으로 영조에게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형 경종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과 정치적 위협 속에서 왕이 된 그의 삶을 생각하면, 그의 예민함과 경계심이 개인적 성격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의 특별한 점이 드러난다.

심리학은 역사적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렌즈가 된다.

그리고 그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영조의 엄격함은 권위가 아닌 불안과 결핍을 통제하려는 방식일 수도 있고, 사도세자의 회피와 불안은 나약함이 아닌 오랫동안 누적된 압박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도 있으며, 정조의 완벽주의는 ‘성실한 왕’이라는 평가를 넘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했던 삶의 방식으로 읽을 수도 있다.



정조 부분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먹먹함이 남았다.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아이에서 훗날 왕이 되었고, 즉위 후에는 사도세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과 자신의 왕권을 안정시키는 일을 함께 추진했다. 정조가 현륭원을 중심으로 아버지를 기리고 이후 수원 화성을 건설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수원 화성은 1794년에 공사를 시작해 1796년에 완공되었으며, 정조의 아버지에 대한 추숭과 왕권 강화, 경제·군사적 거점으로서의 신도시 건설이라는 여러 의미가 함께 얽혀 있었다. 그런 정조를 책은 ‘완벽주의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정조는 강박적일 만큼 완벽하려고 애쓴 왕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완벽주의는 정말 강점이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완벽주의는 때로 놀라운 성취를 만들어낸다. 실수를 줄이고, 목표를 향해 자신을 단련하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게 한다. 정조가 보여준 강력한 국정 운영과 개혁의 의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삶은 달라진다.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조의 ‘완벽한 왕’이라는 이미지 뒤에 ‘완벽해야만 했던 인간’의 모습을 겹쳐보게 된 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다.



🔖“결함이 사라진다고 내 삶이 시작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문장은 책 전체를 읽고 난 뒤 다시 생각해 볼수록 깊어진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한 점이 사라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처가 없어지면, 불안이 사라지면, 콤플렉스를 극복하면, 완벽해지면,
그때 비로소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조도, 사도세자도, 정조도 완벽하지 않았다.



영조는 자신의 불안과 결핍을 평생 극복하려 애썼지만 아들을 죽인 아버지라는 비극적인 이름을 남겼다. 사도세자는 자신의 고통을 끝내 감당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안고도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갔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통제하고 증명해야 했다.



세 사람의 삶을 나란히 놓고 보면 ‘상처와 결함을 가진 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돌아온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인정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길 수 있고, 늘 혼날까 두려웠던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반대로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지나치게 완벽하려 애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삶을 역사 속 인물들과 겹쳐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 안에서 만들어진 관계의 방식이 성인이 된 뒤에도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260여 년 전 왕실의 이야기가 낯설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은 ‘영조는 편집성 성격, 사도세자는 경계선 성격, 정조는 자기애성 성격’이라고 분류하는 책으로 읽기보다, 한 가족 안에서 불안과 기대, 사랑과 통제, 인정 욕구와 상처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으로 읽는 편이 더 의미 있다고 느꼈다.



특히 임오화변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역사적으로 임오화변은 단순하게 부자간의 불화가 아니었다. 정치적 갈등과 왕실 내부의 역학관계, 사도세자의 실제 행적과 병증에 대한 기록, 영빈 이씨의 고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심리학적 해석을 이미 알고 있던 역사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으로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사에는 하나의 사건이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시선은 하나일 필요가 없으니까.



정치사의 렌즈로 보면 권력과 당쟁이 보이고, 사회사의 렌즈로 보면 시대와 제도가 보인다. 여기에 심리학의 렌즈를 더하면 그 안에서 두려워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고 상처받고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인간이 보인다.



그리고 역사 속 왕들의 얼굴에서 우리의 얼굴까지 겹쳐 보인다. 책을 읽고 나서 도달한 결론은 ‘왕도 인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왕이라서 더 강해야 했고, 왕이라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됐으며, 아버지라서 아들을 사랑해야 했지만 그 사랑이 통제가 되기도 했고, 아들이라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 마음이 두려움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관계의 한가운데에서 어린 정조가 있었다.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한 사람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그 상처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가족 전체가 비극의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른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과거의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인 동시에, 그들의 삶을 통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영조·사도세자·정조의 비극과 성취를 따라가다 보면 조선 왕실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 자신의 가족과 관계, 상처와 욕망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자신의 결함 때문에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결함을 가진 바로 그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



역사 속 왕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현재의 나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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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한국사 #조선시대 #조선후기
#인문 #심리학 #교양심리 #신간 #신간소개 #역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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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찐 주식공식 - 매수 매도 타이밍 잡는 주식의 기본 원리
이창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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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매경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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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시작하면 어떤 종목이 오를지, 지금 들어가도 되는지, 언제 팔아야 하는지 궁금해서 차트를 보고 뉴스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투자 이야기도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정보를 많이 찾아볼수록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누군가는 장기투자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추세를 따라가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식투자에서 어려운 것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주식투자를 “좋은 종목을 찾아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의 방향을 먼저 보고, 기업을 분석하고, 수급을 확인하고, 추세를 살피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과 위험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구조를 제시한다.

특히 M.A.S.T.E.R라는 틀은 책 전체의 내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Market, Analysis, Supply, Trend, Emotion, Risk.

시장을 보고, 종목을 분석하고, 수급을 확인하고, 추세를 판단한 뒤, 감정을 통제하고 리스크를 관리한다. 주식투자는 어느 한 가지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책의 앞부분에서 다루는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관계는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었다. 한국 주식시장만 바라보고 있으면 국내 기업의 뉴스와 공시만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의 움직임, 금리와 환율, 글로벌 자금 흐름 같은 여러 요소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 주식이 어떤 성격의 자산으로 평가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시장의 움직임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 기업은 좋은 기업인데 왜 주가가 떨어지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시장 전체의 위험 선호도가 낮아지고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면 개별 기업의 장점만으로 주가를 지켜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주식투자를 할 때 종목을 보기 전에 시장을 바라보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좋은 기업과 좋은 매수 시점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ER, PBR, ROE는 주식투자를 조금만 공부해도 만나게 되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용어의 뜻을 외우는 것과 실제 투자에서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PER이 낮다고 무조건 저평가된 것도 아니고, PBR이 낮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ROE 역시 숫자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런 지표들을 복잡한 수식 자체보다 실제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려는 접근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PBR을 바라볼 때 “1보다 낮으면 싸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업의 자산과 수익성, 산업 특성, 미래 전망 등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주식투자에서 숫자는 굉장히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숫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즉, 지표를 많이 아는 것보다 그 지표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 중 하나가 있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다.
처음 주식을 접했을 때라면 “실적이 좋아졌는데 주가가 왜 내려가지?”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주가는 현재의 실적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이미 기대하고 있던 수준과 실제 결과 사이의 차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시장의 기대가 너무 높았다면 좋은 실적조차 새로운 호재가 되지 못할 수 있고, 반대로 예상보다 나쁜 실적이 나왔더라도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하다면 주가가 반응할 수도 있다.

책에서 컨센서스와 피크아웃, 바텀아웃을 함께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주식시장은 “좋다 = 오른다, 나쁘다 = 떨어진다”라는 공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주가에 무엇이 반영되어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은 주식투자를 기업 공부와 시장 심리 공부가 동시에 필요한 영역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주식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제목 하나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OO기업, 신사업 진출!”
“OO기업, 사상 최대 실적!”
“OO기업, 대규모 투자 결정!”

이런 뉴스만 보면 당장이라도 주식을 사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에서는 뉴스와 공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확인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한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뉴스는 종목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뉴스 자체가 매수 버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면 그 사업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시장은 그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현재 주가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가 반영되어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책에서 현대차의 로봇 사업을 예로 들어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는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의 밸류체인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관점은 흥미로웠다.
투자자의 시야를 넓히는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하나의 뉴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이 변화로 돈을 벌게 되는 또 다른 기업은 어디일까?”라고 질문을 확장하는 것이다.


주식 차트를 볼 때 흔히 빠지는 착각 중 하나는 특정한 선 하나만 알면 주가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동평균선 역시 지나간 가격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후행적인 지표다.
따라서 5일선이나 20일선이 미래를 예언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이동평균선을 활용하는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의 평균적인 매매 흐름을 살펴보고 현재 추세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5일선과 20일선을 실제 매매 상황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설명하는 부분은 차트를 처음 공부하는 투자자에게 특히 실용적인 내용으로 느껴진다.

다만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하나의 지표를 절대적인 공식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트는 기업의 실적을 대신할 수도 없고, 시장의 모든 변수를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차트는 결국 투자 판단을 위한 하나의 언어일 뿐이다.
’

책에서 개인적으로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텐배거에 대한 이야기였다.
10배가 오른 종목을 찾는 것은 모든 투자자가 꿈꾸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그 종목을 10배가 될 때까지 보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만 원에 산 주식이 1만 2천 원이 되면 20% 수익이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충분히 기분 좋은 수익이다. 그런데 이후 그 주식이 2만 원, 3만 원, 5만 원까지 올라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조금만 더 가지고 있을걸”이라는 후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욕심이 부족해서도, 인내심이 부족해서도 아닐 것이다.
내가 보유한 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기업의 성장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연히 주식을 샀다면 주가가 20~30%만 흔들려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업의 사업 구조와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공부했다면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즉, 장기보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근거 있는 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트에서 가격만 바라보는 것과 거래량이나 거래대금을 함께 보는 것은 상당히 다른 시각을 만들어준다. 가격은 결과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에는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거래했는지에 대한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특히 바닥권에서 큰 거래가 발생한 이후 주가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전고점 부근에서 거래가 폭발하면서 어떤 움직임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부분은 차트를 보는 관점을 넓혀준다.

다만 여기에서도 하나의 신호만으로 미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래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상승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거래량이 발생한 위치와 가격의 움직임, 이후 추세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은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이 남긴 흔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차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투자자의 심리다.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조금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팔지 못하고, 떨어지면 본전이 올 것 같아 손절하지 못한다. 내가 산 종목에 좋은 뉴스만 찾아보게 되고, 불리한 정보는 애써 무시하게 된다. 이미 잃은 돈이 아까워서 계속 보유하고,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물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확증편향과 매몰비용, 손실회피와 같은 행동경제학적 개념을 투자와 연결하는 부분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는 스스로를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투자 순간에는 감정이 판단을 흔들 수 있다.

그래서 투자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 종목이 오를까?” 만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 판단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까지 되어야 한다.
이 질문이 바로 투자자의 메타인지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며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부분 중 하나는 손절과 기회비용에 관한 내용이었다. 손실이 난 주식을 계속 들고 있다가 언젠가 본전이 오면 “역시 팔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다른 좋은 투자 기회를 놓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식투자에서 손실은 계좌에 찍힌 마이너스 숫자만 의미하지 않는다.
자금이 묶이는 시간과 다른 기회를 놓치는 비용까지 포함한다.

특히 한 종목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투자하면 작은 가격 변동에도 심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매수하기 전에 손실을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지, 목표 수익은 어디까지인지, 투자금은 언제까지 필요하지 않은 돈인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식을 잘한다는 것은 틀렸을 때 크게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갖고 있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공식’보다 ‘원칙’이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찐 주식공식》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면 주가의 움직임을 계산해서 정답을 찾아내는 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정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주식시장에 절대적인 정답이 존재한다기보다,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원칙들을 정리해 판단의 기준을 갖게 하는 것에 가깝다.

시장 방향을 살펴보고, 기업을 분석하고, 수급을 확인하고,
추세를 보고, 감정을 통제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것.

좋은 종목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좋은 시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주식투자의 실력을 좋은 종목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로 생각했다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투자 실력은 어쩌면 기다릴 때와 움직일 때를 구분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주식시장은 매일 열리고 수많은 종목이 움직인다.
그 안에서 매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쉽지만,
반드시 매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 기다릴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리 유명한 종목이어도 지나칠 수 있다. 반대로 충분히 공부한 기업이라면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주식투자는 결국 숫자의 게임인 동시에 인간의 심리가 작동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는 메시지는 특정한 차트 패턴이나 매매기법보다는 투자하기 전에 자신만의 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방향성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다.

주식시장에서는 한 번 크게 벌었다고 해서 반드시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한두 번의 손실을 봤다고 해서 실패한 투자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금을 지키면서 시장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권으로 끝내는 찐 주식공식》은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준을 한 번 정리해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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