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쉬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 노트
김은영 지음 / 심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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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prunsoo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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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몸은 분명 지쳐 있는데도 마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하루의 할 일을 다 끝내고 침대에 누워도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잠깐의 휴식조차 생산적인 무언가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마음 놓고 쉬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 노트》라는 제목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쉬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마음 놓고 쉬고 싶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몸을 쉬게 하는 것과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무엇 때문에 지쳐 있는지 돌아보고, 타인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고, 내 마음의 속도를 다시 느끼는 과정에 가깝다.

🔖“결과와 보상을 위한 행위를 잠시 멈춰보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 그저 고요히 숨 쉬기.”

짧은 문장이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운 주문처럼 느껴진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시간은 낭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언제나 결과와 효율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가끔은 목적 없이 걷고, 창밖을 바라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에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지 몰라도, 지쳐 있던 마음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필사는 왜 휴식이 될까?
처음에는 ‘필사’가 정말 휴식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좋은 문장을 읽는 것과 직접 따라 쓰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읽기는 문장이 나를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쓰기는 한 글자씩 손을 움직이며 문장 안에 머무르게 한다.

특히 이 책처럼 하루에 한두 문장을 천천히 읽고 직접 써 내려가는 방식이라면, 필사는 무언가를 더 해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행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필사의 의미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법을 몸으로 연습하는 것.

밤에는 나를 다독이고, 아침에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책이 밤과 아침이라는 두 개의 시간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PART 1의 밤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마음의 소음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PART 2의 아침은 다시 세상을 바라보고 작은 기쁨을 발견하며 움직일 힘을 얻는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회복은 밤에는 나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고, 아침에는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계속 달리기만 하는 삶도 문제지만, 지쳤다는 이유로 영원히 멈춰 있을 수도 없다.

이 문장이 그런 삶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듯했다.
🔖“강물이 매 순간 흘러가며 새로운 물로 채워지듯, 우리 삶도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지요. 멈췄다가 다시 걷는 그 길도 새로운 길이며, 정박해 있다가 출항하는 배가 마주하는 파도 역시 새로운 물결일 것입니다.”

특히 ‘멈췄다가 다시 걷는 그 길도 새로운 길’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멈추는 것을 실패나 후퇴로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멈춤은 반드시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잠시 멈춘 뒤 다시 걷는다고 해서 이전의 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품은 채 새로운 걸음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휴식은 삶을 계속 살아가기 위한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또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였다.
타인에게는 꽤 다정한 말을 건네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놀랄 만큼 가혹할 때가 많다. 친구가 힘들다고 하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실수하면 “왜 이것밖에 못 했을까”라고 자책한다.

누군가 지쳐 보이면 쉬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쉬면 불안해한다.
그런 점에서 ‘나를 다독이는 일’은 스스로를 한 사람의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에 가깝다고 느꼈다.

특히 책 속에서
🔖“나는 이런 순간이 정말 좋아요”라는 문장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가장 쉽고 평화로운 방법입니다.

행복을 거창하게 정의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좋고, 비 오는 날의 소리가 좋고, 조용한 밤이 좋고,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이 좋다고 말하는 것.

그동안 행복을 너무 큰 단위로 생각해서 오히려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인생은 행복한가?’라는 폭 넓은 질문보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좋은가?’라고 묻는 것이 훨씬 구체적이고 다정하다.
그리고 그 작은 답들이 모여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또 하나 생각하게 된 것은 ‘변화’에 관한 부분이었다.
변화를 생각하면 결심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책에서는 아주 작은 틈에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보다도 아주 작고 구체적인 틈새에서도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지요.”

삶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아도 된다.
오늘 10분 일찍 잠들 수도 있고,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문장 한 줄을 천천히 적어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냈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돌보기 위해 작은 틈 하나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사는 꽤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겠다.

하루를 전부 바꾸지 않아도 된다.
단 한 문장만 천천히 읽고 써도 된다.
그 작은 시간이 반복되면 ‘쉬어도 괜찮다’는 감각 역시 조금씩 몸에 익을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이 힐링 문장 모음집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힘든 삶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포장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살다 보면 피하고 싶은 시련도 있고, 관계 때문에 상처받는 순간도 있고,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하는 때도 있다.

그런 시간을 ‘좋은 경험이었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 경험을 지나면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경우는 있다. 책 속의 다음 문장이 그 부분을 생각하게 했다.

🔖“하찮고 어두워 보이는 시련 속에서도 나만의 의미를 길어 올리고, 반대로 찬란한 밝음 속에서도 그 이면의 취약함을 겸손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고통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은 그저 힘들고 아플 뿐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시간을 지나온 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 수는 있다. 어떤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나의 한계인지.

그렇게 보면 회복은 상처를 지워버리는 일이 아니라 상처를 가진 나를 조금 더 이해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놓고 쉬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 노트》를 읽으며 든 생각은
쉬어도 된다는 것.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되고,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해도 된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도 나이고, 속도를 늦춘 나도 나이며,
잠시 길을 잃은 나 역시 여전히 나다.
그리고 휴식은 그런 나를 다시 삶으로 데려오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좋은 문장은 읽는 순간보다 시간이 지난 뒤 더 오래 남기도 한다.
이 책의 100개 문장 가운데 어떤 문장이 나에게 가장 오래 남을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밤의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아침의 활력이,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어내기보다는 마음이 지친 날 한 페이지를 펼쳐보고, 마음에 걸리는 문장을 천천히 따라 써보는 방식으로 곁에 두는 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보다, 어느 평범한 날 문득 한 문장이 떠오를 때 이 책의 진짜 역할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멈추어도 괜찮고, 쉬어도 괜찮고, 다시 걸어도 괜찮다고.

삶은 늘 앞으로만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멈추고, 돌아보고, 숨을 고르고,
다시 나다운 속도로 걸어가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런 삶의 속도를 잠시 낮춰주는 책이었다.

무언가를 더 잘하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쉬는 시간.
가장 오래 연습해야 할 휴식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책을 보며 필사를 마친 뒤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오늘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더라도, 여전히 충분히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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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알고리즘
고영정 지음 / 시옷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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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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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능력이나 환경부터 돌아본다. 내가 가진 조건이 부족해서일까, 운이 없어서일까, 실력이 부족해서일까. 조금 더 배우고,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가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지금 어떤 태도로 내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능력이나 환경은 내가 당장 바꾸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태도는 매 순간 내가 선택하고 반복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태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 정도로 좁혀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떤 생각을 선택하는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약속을 어떻게 지키는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까지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행동의 방향에 태도가 스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리즘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입력에 따라 일정한 과정을 거쳐 결과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생각난다. 사람도 어쩌면 비슷하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사람은 좌절하고, 어떤 사람은 배우고, 어떤 사람은 다시 시도한다. 같은 말을 들어도 누군가는 상처로만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

물론 인간의 삶을 하나의 공식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도 있고, 통제할 수 없는 환경도 있으며, 아무리 좋은 태도를 가져도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게 하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결과를 태도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상당 부분 돌아볼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태도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실제적인 행동 원칙이 된다.


책에서 가장 먼저 마음에 드는 문장 중 이것이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열심히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가느냐’다.”

이 문장은 ‘열심히’라는 말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어릴 때부터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지치도록 달리고 있으면서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때가 있다.

남들이 앞서가는 것 같으면 나도 속도를 높이고, 누군가의 성공을 보면 나도 그만큼 해야 할 것 같아진다. 하지만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방향이 틀렸다면 목적지에서는 멀어질 뿐이다.

특히 SNS가 일상이 된 지금은 다른 사람의 결과를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직장을 얻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경제적 성공을 이루고, 누군가는 멋진 인간관계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의 현재가 지나치게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결과 화면’과 나의 ‘진행 중인 화면’을 비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이 말하는 자기만의 속도는 비교 때문에 무작정 가속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확인하면서 꾸준히 가라는 의미에 가까웠다.


🔖“꾸준한 반복은 실력을 쌓게 하고, 그 실력은 자연스럽게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자신감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에게 흔히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말하지만, 그 말만큼 막막한 것도 없다. 자신감은 버튼처럼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나 자신에게 보내는 근거 있는 신뢰에 가깝지 않을까.
한 번 해보고 잘됐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칭찬해준다고 해서 완전히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작은 연습을 반복하고,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나를 확인하고, 실패해도 다시 해보면서 ‘나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일 때 조금씩 단단해진다.

그래서 자신감이 없는 나를 탓하기보다 자신감이 생길 수 있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도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습관인지 모른다.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책에서는 상대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으로 관심을 보이고, 경청하고, 진심으로 칭찬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잘 안 듣고, 익숙한 사람일수록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으며, 편한 관계일수록 말을 함부로 하기도 한다.

책에서 말하는
🔖“기분이 곧 태도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라는 문장도
그런 인간관계를 생각하게 했다.

기분이 나쁜 날에는 말투가 달라지고, 피곤하면 상대의 작은 행동도 거슬리고, 화가 나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을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가 기억하는 것은 내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가 아니라 그때 내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가일 수 있다.

감정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지만,
감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모든 행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태도란 내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그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절하는 능력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특히 책에서 “순간의 분노가 소중한 관계를 잃게 만든다”는 취지의 이야기는 관계를 돌아보게 했다. 화가 난 순간에는 내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지만, 관계에서는 ‘누가 옳았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가 더 오래 기억될 때가 있으니까.


《태도의 알고리즘》에서 운동, 독서, 기록, 시간 관리, 휴식, 정리, 저축처럼 얼핏 보면 너무 평범한 행동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중 기록에 관한 문장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은 금세 사라진다.”

무언가를 생각했다고 해서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도 적어두지 않으면 사라지고, 오늘부터 달라지겠다고 결심해놓고도 행동을 기록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다시 예전 패턴으로 돌아가기 쉽다.

기록의 진짜 힘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데 있는 것 같다.
내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적어보면 ‘나는 노력하고 있어’라는 막연한 생각과 실제 행동 사이의 차이가 보인다. 시간을 어디에 썼는지, 무엇을 반복했는지, 무엇 때문에 계속 미루는지 알게 된다.

기록은 나 자신에게 보내는 작은 데이터가 된다.
그리고 데이터가 쌓이면 패턴이 보인다.
패턴이 보이면 바꿀 지점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태도의 알고리즘’이라는 책의 제목과 기록에 대한 이야기가 묘하게 연결되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휴식에 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휴식도 기술이다.”

휴식을 종종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몸은 쉬고 있는데 머리는 계속 일하고 있을 수도 있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몇 시간 들여다보고도 전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책에서 말하듯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휴식의 방식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산책을 해야 회복되고, 누군가는 책을 읽어야 하고,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자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열심히 사는 태도뿐 아니라 제대로 쉬는 태도도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더 많이 하고 더 오래 하는 것이 성실함은 아니다. 지쳐 있는 자신에게 휴식을 허락하고, 다시 움직일 힘을 회복하는 것 역시 자신을 관리하는 태도일 수 있다.

좋은 태도란 자신을 몰아붙이는 방식만을 의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멈출 줄 아는 것, 쉬어야 할 때 쉬는 것,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역시 좋은 태도일 것이다. 태도는 ‘한 번의 결심’보다 ‘매일의 선택’에 가깝다.

이 책을 읽으며 남은 생각은 이것이다.
오늘 내가 반복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훨씬 현실적인 출발점일 수 있다는 것.
하루의 선택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이면 나라는 사람의 모습이 된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태도를 하나의 ‘알고리즘’이라고 본다면, 이처럼 해야 할 일은 갑자기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매일 반복하고 있는 입력값을 하나씩 점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생각은 좋은 선택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삶의 방향을 만든다”

《태도의 알고리즘》은 나는 평소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가를 점검하게 하는 책에 가까웠다. 현실의 모든 결과를 태도의 문제로 설명할 수는 없다.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고, 좋은 태도를 가지고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메시지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삶의 방향을 조금씩 조정해보라는 제안으로 읽는 것이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지금 내 인생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나는, 매일 어떤 태도를 반복하고 있는가?’

삶을 단번에 바꾸는 마법 같은 알고리즘은 없을지 모른다.
대신 오늘의 생각 하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를 바꾸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일도 반복하는 것.

좋은 태도는 이미 완성된 사람에게서가 아닌
매일 더 나은 선택을 반복하는 사람의 삶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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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융의 내면수업 - 당신은 안타깝게도, 진짜 '나'를 만난 적이 없다
강이안 지음 / 필로틱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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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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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강한 사람을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할 줄 알고, 상처받아도 금방 털어내며, 타인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자주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면 스스로를 향해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라는 질문부터 던진다. 그런데 칼 융의 심리학을 들여다보면 '정말 강한 마음이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일까?'라는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칼 융의 내면수업》은 평소 외면하고 있던 내면의 영역을 바라보게 만든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별일 아닌데도 특정 사람만 보면 불편하고, 어떤 태도에는 유난히 화가 난다. 분명 내가 선택한 삶인데 어느 순간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이 맞나?’라는 공허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감정들을 불편한 감정 속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나의 일부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 지점에서 융의 ‘그림자’라는 개념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누구나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다듬는다. 착한 사람, 성실한 사람, 이해심 많은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그와 어울리지 않는 감정은 감추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은 없애버린다고 정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화가 나도 화나지 않은 척하고, 질투가 나도 그런 마음은 가져서는 안 된다고 누르고, 욕심이 생겨도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이유로 모른 척한다. 그렇게 의식에서 밀어낸 마음들은 어느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튀어나온다.

그래서 책에서 만난
🔖“자신을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려 애쓰는 대신 가끔은 자기 안의 어두운 면을 가만히 들여다봐주세요.” 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어쩌면 ‘좋은 나’를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내 안에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는 것, 누군가를 질투하기도 한다는 것,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 때로는 사랑받고 싶어서 가면을 쓰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곧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을 인정하지 못할 때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


책의 ‘그림자’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불편하면서도 흥미로웠던 부분은 내가 유독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관점이었다.
물론 내가 싫어하는 모든 사람이 사실 나와 닮았다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의 실제 행동이 부당하거나 무례하다면 그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특정한 사람이나 행동에 내가 유난히 강한 감정을 보인다면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한 번쯤은 질문해볼 수 있다.

‘왜 나는 이것에 이렇게까지 화가 날까?’


내가 싫어하는 것은 정말 상대의 행동일까. 아니면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어떤 모습일까. 혹은 과거의 경험 때문에 특정한 행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특히 다음 문장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콤플렉스’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했다.
🔖“어떤 말이 유독 아픈 상처로 다가온다면 ... 그 말이 오래 전부터 묻혀 있던 당신의 응어리를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이상하게 어떤 말 하나에만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들었다면 웃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데, 나는 그 말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상대방의 말이 너무 심했다고만 생각하거나, 내가 너무 예민했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그 말이 아픈 이유가 내 안에 이미 존재하던 상처를 건드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관점은 꽤 오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왜 이렇게 예민하지?’라고 나를 몰아붙이는 일이 아니라, ‘이 말이 내 안의 무엇을 건드렸을까?’라고 묻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면을 벗는다고 해서 모든 관계에서 솔직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책에서 다루는 페르소나 역시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직장인의 얼굴을 하고, 가족 앞에서는 가족의 얼굴을 하고, 친구를 만날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을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회생활을 위해 어느 정도의 역할과 태도를 갖추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역할을 내가 진짜 나라고 착각하기 시작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니까 힘들다고 말하면 안 돼.’
‘나는 좋은 사람이니까 싫다는 말을 하면 안 돼.’

이런 문장들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가면을 벗는다’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나의 속마음을 다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가면을 쓴 채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에게 낯선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묵직하게 다가온 부분은 ‘중년의 위기’와 ‘개성화’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목표를 하나씩 달성한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경제적인 안정, 결혼과 가족, 사회적인 인정….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비어 있는 공허한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때 또다시 무언가를 채우려고 한다.
더 많은 돈, 더 좋은 직장, 새로운 관계, 새로운 취미….
하지만 이 책은 그 공허를 ‘채워야 하는 빈자리’로만 보지 않는다.

다음 문장이 특히 그 의미를 잘 보여준다.
🔖“무너짐은 바로 그 빈 껍데기를 알아차린 순간, 영혼이 ‘진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외치는 소리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무너짐’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무너진다는 것은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나를 지탱해주었던 방식이 더 이상 나를 지탱하지 못한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더 이상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익숙했던 관계와 역할에서 갑자기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것을 무조건 극복해야 할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라는 신호로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 우울이나 심각한 심리적 어려움을 단순하게 ‘성장의 신호’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책의 심리학적 통찰은 자기 이해를 위한 하나의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문장은 .
🔖“전반생 동안 우리는 사회가 원하는 인격을 만드느라 진짜 나를 조금씩 뒤로 미뤄둡니다.” 라는 것이었다.

이 문장은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배운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공부를 잘해야 하고, 성공해야 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때 살아 있다고 느끼는가’ 같은 질문은 뒤로 밀려나기 쉽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멈춰 서면 열심히 살아온 것은 분명한데 정작 누구를 위해 그렇게 달려왔는지는 알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융의 개성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개성화는 ‘나다운 사람이 되자’라는 자기계발식 구호가 아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나와 내면의 나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바라보고, 내가 억눌러왔던 부분까지 포함해 나 자신을 통합해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이 문장이 책의 전체를 대변하듯이 느껴졌다.
🔖“개성화는...... 그 동안 흩어져 있던 나의 모든 조각인 가면, 그림자, 응어리, 무의식 등을 그 어느 하나 버리지 않고... "

여기서 ‘흩어진 모든 조각’이라는 표현이 참 오래 마음에 남는다.
살다 보면 나를 구성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 인정받고 싶은 나, 화를 내는 나, 질투하는 나, 혼자 있고 싶은 나, 새로운 것을 꿈꾸는 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나….

그중 사회가 좋아할 만한 모습만 골라 ‘이게 나야’라고 정의해왔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온전한 나란 좋은 모습만 모아 만든 사람이 아니라,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모습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에 더 가까울 것이다.


《칼 융의 내면수업》은 융의 이론을 설명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고,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연결해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고 느꼈다.

페르소나는 내가 세상에서 쓰고 있는 얼굴을 돌아보게 하고, 그림자는 내가 외면했던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콤플렉스는 왜 어떤 말에 유독 흔들리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무의식은 내가 나 자신을 완전히 알고 있다는 믿음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개성화는 그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 ‘멘탈이 강해지는 법’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강한 사람은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화가 나지 않는 사람도, 질투하지 않는 사람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는 왜 이렇게 느끼지?’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약한 부분을 부끄러워하며 숨기는 대신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타인의 기대와 사회가 만든 역할을 모두 내려놓은 뒤에도 ‘그래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책을 덮고도 한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평생 ‘나’를 찾으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찾아야 할 새로운 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외면했던 수많은 조각들을 다시 데려오는 과정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조금 흔들리고 있다면 반드시 ‘나는 약하다’고 결론 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흔들림은 지금까지의 나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내면의 신호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 날, 또 다시 이 책을 펼치게 될 것 같다.

‘지금 나를 흔들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나를 만나고 있는가?’

진짜 멘탈은 아무리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 단단한 돌 같은 것이 아니라, 흔들리고 부서지고 다시 흩어지더라도 자기 자신의 중심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흩어진 나를 다시 하나씩 데려와 마침내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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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신간에세이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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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어휘력 - 언어의 한계를 넘어 마음의 세계를 넓히는 일주일 단어 수업
조아란.권희.이정윤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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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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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꽤 많은 말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부터 밤까지 수없이 많은 문장을 주고받고, 필요한 것은 정확하게 설명하며, 모르는 것은 검색해서 알아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내 마음’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단순한 언어를 사용한다.

분명 내 안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움직이고 있는데,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왜 힘든지도 모르겠고,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마음의 어휘력》은 마음을 더 많이 느끼라고 말하기보다,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언어를 갖자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감정은 이름을 잃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잃은 채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

서운한 것과 억울한 것은 다르고, 지친 것과 무기력한 것도 다르다.
불안과 두려움도 같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그 미묘한 차이를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하면 ‘힘들다’는 말 하나로 묶어버린다.

그러면 감정의 원인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상했다면 그것이 ‘화가 난 것’인지, 기대했던 사람에게 외면당해서 생긴 서운함인지, 부당하게 평가받았다는 억울함인지에 따라 내가 해야 할 일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표현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만이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를 조금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특히 오래 머물렀던 단어는 ‘사티’였다.
저자는 설거지를 하면서 물의 온도를 느끼고,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는 연습을 이야기한다.

“아, 지금 나는 내일을 걱정하고 있구나.”
“지금 나는 어제를 붙잡고 있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생각은 더 이상 나의 전부가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이 문장이 참 중요하게 느껴졌다.

‘나는 불안하다’라고 흔히 말한다.
그런데 ‘나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바라보면 조금 달라진다.

전자는 내가 곧 불안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후자는 불안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한다.

감정과 나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이 생기는 것이다.
그 틈이 생기면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바라볼 수 있다.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내가 지금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마음을 돌보는 일의 첫 단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포스터 신드롬을 다룬 부분에서도 오래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 있었다.
🔖“내 마음을 나를 의심하는 데 쓰지 말고,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 시간을 믿는 데 쓰자.”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내는 데 사람들은 지나치게 익숙하다.
잘한 일보다 실수한 일이 오래 기억되고, 열 번의 칭찬보다 한 번의 부정적인 말이 마음에 남는다. 잘해 놓고도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자연스럽게 해내는 일을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자책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자기 신뢰’라는 것은 대단한 자신감과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모든 일을 잘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잘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를 함부로 부정하지 않는 것.
실수했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 전체를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 것.
그것 역시 마음의 어휘력이 아닐까.


‘렛뎀 이론’도 현실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누군가 나를 오해했을 때 우리는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쓴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고, 상대가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 나, 오해받은 나, 모든 관계에서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 나를 끝까지 해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관계를 지킨다’는 것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상대의 생각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관계의 한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에너지를 조금 내려놓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내 마음과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요르나맛’이라는 낯선 단어도 기억에 남는다.
살면서 정말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이미 지나간 일을 놓는 것이다.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일이 일어나지만 않았더라면.”

과거는 바꿀 수 없는데도 계속 과거와 협상을 한다. 이미 끝난 장면을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하면서 다른 결말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책에서는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이야기하며 이런 문장을 건넨다.
🔖“이미 일어난 일,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 앞에서는 그것을 붙잡는 힘보다 놓아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놓는 것을 포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놓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일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계속 붙잡고 있는 동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오늘의 에너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무책임한 체념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에 힘을 쓰는 것.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조정하는 일일 수 있다.


책에서는 킨츠키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킨츠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부서진 이후의 형태를 새로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방식.”

깨진 도자기를 원래 모습으로 완벽하게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금이 간 흔적을 숨기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하는 방식.

이 문장을 읽으며 회복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회복을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떤 경험은 나를 이전과 똑같은 사람으로 돌려놓지 않는다.

상처를 겪기 전과 후의 나는 다를 수 있다.
실패하기 전과 후의 나도 다르고, 관계에서 크게 다친 뒤의 나 역시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회복이란 달라진 나를 받아들이고 그 모습으로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없애야 비로소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금이 간 자리도 나의 삶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자기애라고 하면 흔히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나를 사랑하라는 말조차 어떤 날에는 부담스럽다. 나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고 애써 다짐하는 것보다, 적어도 나에게 부당하게 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책 속 문장처럼,
🔖“타인에게 허락하는 기준을 나에게도 적용해 보는 일”은 아주 단순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친구가 실수하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면서 정작 내가 실수하면 “왜 이것도 못했지?”라고 몰아붙인다.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히 쉬어도 된다고 말하면서 나는 쉬는 순간 죄책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부족함은 과정이라고 이해하면서 내 부족함은 결함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자기돌봄은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정도의 이해를 나에게도 허락하는 것. 그 정도부터 시작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인지적 재평가’ 부분에서는 감정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과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다. 힘든 일을 겪었는데 무조건 “좋은 일이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내 감정을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혹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고통을 없었던 일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음 행동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후반부는 요즘의 일요일을 떠올려 보게 했다.
주말이 끝난다는 사실 때문에 아직 오지도 않은 월요일을 미리 걱정하면, 정작 일요일이라는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한다.

책에서는 일요일 밤에 한 주를 돌아보며 잘한 일 하나와 버거웠던 순간 하나를 떠올리고, 차를 마시거나 방을 정리하며 한 주에 조용히 마침표를 찍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이 문장이 좋았다.
🔖“월요일을 미리 준비하는 대신, 일요일을 잘 종료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만큼 현재를 잘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다음을 준비할 걸이다.
다음 주, 다음 달, 내일, 다음 목표.
그런데 지나간 하루를 제대로 닫아주는 시간은 의외로 부족하다.

그래서 어쩌면 마음에도 ‘마침표’가 필요한 것 같다.
오늘 잘한 일 하나. 오늘 힘들었던 일 하나. 조금 웃게 한 일 하나.
그렇게 하루를 정리하고 나면 내일을 향해 조금 가벼워질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감정의 이름’보다 ‘나를 이해하는 방법’에 가까웠다.
《마음의 어휘력》에 등장하는 70개의 단어는 신기하고 예쁜 외국어를 모아놓은 목록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각 단어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들여다보기 위한 작은 렌즈처럼 느껴진다.

어떤 단어는 불안을 바라보게 하고, 어떤 단어는 관계에서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어떤 단어는 과거에 붙잡힌 나를 놓아주게 하며, 또 어떤 단어는 지친 나에게 잠시 쉬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불안하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고, 질투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며, 지쳤다고 해서 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왜 생겼는지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가진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내 마음을 몇 개의 단어로만 설명하고 있을까?”

‘힘들다’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하나씩 찾아주는 것.
‘짜증 난다’는 말 안에서 서운함인지, 억울함인지, 두려움인지 구별해 보는 것.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정말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

그렇게 마음의 이름을 하나씩 찾아가다 보면, 이전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감정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이름을 알게 된 감정은 적어도 이전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로만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난 뒤 남은 것은 ‘어휘력이 곧 자기이해의 깊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멋지게 설명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나에게,
“아, 내가 지금 이런 마음이었구나.” 라고 말해줄 수 있기 위해서다.

마음이 힘든 날에는 해결책보다 먼저 이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왜 힘든지 모르겠을 때,
그저 ‘힘들다’고만 말할 수밖에 없을 때,
내 마음 어딘가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단어가 하나쯤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단어를 찾아가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뒤 깨닫게 되었다.
마음을 잘 돌본다는 것은 평온하지 않은 마음조차 정확하게 알아봐 주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 내 마음에도 이름을 하나 붙여준다면,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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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어휘력 #조아란 #권희 #이정윤 #페이지2북스
#포레스트 #에세이 #신간에세이 #어휘력 #감정 #심리
#심리학 #서평단 #신간 #신간소개 #신간도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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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 심리학으로 읽는 숨겨진 마음의 작동 원리 84
데이비드 J. 리버만 지음, 정미화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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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맘 (@gbb_mom ) 님 #르온서평단 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_

“왜 나는 이러지?”

살면서 한 번쯤은, 아니 어쩌면 꽤 자주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질문이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미루고,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고, 다른 사람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면서 정작 내 일은 뒤로 미루고,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계속 확인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머리로는 분명히 안다.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런데도 또 그렇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자신을 ‘게으른 사람’, ‘예민한 사람’, ‘우유부단한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린다. 그리고 고치려고 애쓴다. 계획표를 만들고, 마음을 다잡고, 좋은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데이비드 J. 리버만의 《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는 다른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 행동을 고치기 전에,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왜 자꾸 미룰까’, ‘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까’, ‘왜 사소한 일에 집착할까’, ‘왜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까’처럼 너무나 평범해서 평소에는 그냥 성격이라고 넘겨버렸던 행동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행동 아래에는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욕구, 두려움, 불안, 자기방어, 자아 이미지가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닌데?’라는 책에 의해 관찰당하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한다.
미루는 습관이 문제라면 부지런해져야 하고, 걱정이 많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관계에서 불안하다면 상대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억지로 바꾸려고 하면 같은 문제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책에서는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돕는 행동조차 그 동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타인을 돕는 것은 분명 좋은 행동이지만, 그 행동이 자신의 삶을 마주하지 않기 위한 도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경우를 두고 🔖“자신의 인생을 외면하기 위해 타인의 삶에 몰두한다”고 표현한다.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모습만 보면 쉽게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같은 행동이라도 그 안에 어떤 마음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이 정말 좋아서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어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행동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나는 왜 이것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 하나가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상황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생각은 ‘통제’에 관한 부분이었다.
살아가면서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통제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한 말에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나지는 않을지.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해지고, 불안할수록 더 통제하려고 한다.
그런데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책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순간, 불안의 크기가 조금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행동하면 된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아무리 반복해서 생각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걱정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일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평온을 비는 기도’ 역시 이 부분과 맞닿아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킬 용기를 가지며, 둘을 구별할 지혜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읽고 나니 ‘마음의 평온’이란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까지 붙잡고 있지 않는 상태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이 많아졌던 부분 중 하나는 자아 이미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믿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쉽다.
내가 부족하다고 믿으면 좋은 결과가 나와도 불안해지고, 내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믿으면 누군가의 사랑조차 의심하게 된다.

책에서는 골프 경기의 예를 통해 이런 심리를 설명한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내가 이렇게 잘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면 긴장하고 결국 자신이 예상했던 수준의 결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가 때때로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만큼이나 성공을 낯설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익숙한 모습이 ‘부족한 나’라면, 오히려 잘된 일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변화라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지를 다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 후반부의 ‘관계를 끊임없이 확인하려는 욕구’에 대한 내용도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상대방의 말투가 평소와 조금만 달라져도 ‘혹시 마음이 변한 걸까?’ 생각하고, 답장이 늦으면 이유를 상상하고, 사소한 다툼 하나를 관계 전체의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마음.

사랑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인데 결과적으로는 관계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책에서는 이런 행동의 밑바닥에 ‘상대가 나에게 과분하다’는 감정이 자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상대가 지금까지 보여준 사랑보다 현재의 작은 부정적인 신호 하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이상하게도 열 번의 다정한 말보다 한 번의 차가운 말을 오래 기억할 때가 있다.

‘왜 그렇게 말했지?’
‘예전과 달라진 건 아닐까?’

그렇게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관계 전체를 재해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한순간의 표정이나 한마디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으며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순간에도 모든 것을 최악으로 해석하지 않는 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은 처음에는 상당히 직설적이다.
《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문제가 있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이 제목이 오히려 다르게 들린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지금의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행동에 일정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면 앞으로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생긴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희망”이라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문제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우리는 평생 자신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목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책을 읽고 남은 것은 특정한 심리 유형이나 해결 방법보다 ‘반응과 선택은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책에서는 우리가 상황 자체를 모두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것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처한 환경과 과거의 경험, 심리적 어려움은 실제로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모든 감정과 행동을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축소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메시지가 의미 있는 이유는 ‘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화가 났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도 없고,
불안하다는 감정을 억지로 없앨 필요도 없다.
대신 그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한 발짝 물러나 물어볼 수 있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반응하고 있지?’

감정과 행동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변화는 바로 그 틈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는 내가 반복하는 행동을 낯선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특히 84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고 지금의 나에게 걸리는 질문부터 찾아 읽어도 좋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것은, 나를 고치려고 애쓰기 전에 나를 이해해보라는 메시지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 쉽게 판결을 내린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 ,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지.’
‘나는 왜 남들처럼 못하지.’ , ‘나는 왜 사랑받고 있으면서도 불안하지.’

하지만 그 문장 뒤에 물음표 하나를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자책이 질문으로 바뀌는 순간, 나를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진다.

어쩌면 나를 가장 잘 이해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인데,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를 가장 오랫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남긴 가장 큰 여운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시작했다면, 이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그 이해의 순간부터, 어쩌면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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