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어휘력 - 언어의 한계를 넘어 마음의 세계를 넓히는 일주일 단어 수업
조아란.권희.이정윤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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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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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꽤 많은 말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부터 밤까지 수없이 많은 문장을 주고받고, 필요한 것은 정확하게 설명하며, 모르는 것은 검색해서 알아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내 마음’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단순한 언어를 사용한다.

분명 내 안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움직이고 있는데,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왜 힘든지도 모르겠고,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마음의 어휘력》은 마음을 더 많이 느끼라고 말하기보다,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언어를 갖자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감정은 이름을 잃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잃은 채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

서운한 것과 억울한 것은 다르고, 지친 것과 무기력한 것도 다르다.
불안과 두려움도 같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그 미묘한 차이를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하면 ‘힘들다’는 말 하나로 묶어버린다.

그러면 감정의 원인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상했다면 그것이 ‘화가 난 것’인지, 기대했던 사람에게 외면당해서 생긴 서운함인지, 부당하게 평가받았다는 억울함인지에 따라 내가 해야 할 일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표현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만이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를 조금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특히 오래 머물렀던 단어는 ‘사티’였다.
저자는 설거지를 하면서 물의 온도를 느끼고,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는 연습을 이야기한다.

“아, 지금 나는 내일을 걱정하고 있구나.”
“지금 나는 어제를 붙잡고 있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생각은 더 이상 나의 전부가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이 문장이 참 중요하게 느껴졌다.

‘나는 불안하다’라고 흔히 말한다.
그런데 ‘나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바라보면 조금 달라진다.

전자는 내가 곧 불안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후자는 불안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한다.

감정과 나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이 생기는 것이다.
그 틈이 생기면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바라볼 수 있다.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내가 지금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마음을 돌보는 일의 첫 단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포스터 신드롬을 다룬 부분에서도 오래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 있었다.
🔖“내 마음을 나를 의심하는 데 쓰지 말고,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 시간을 믿는 데 쓰자.”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내는 데 사람들은 지나치게 익숙하다.
잘한 일보다 실수한 일이 오래 기억되고, 열 번의 칭찬보다 한 번의 부정적인 말이 마음에 남는다. 잘해 놓고도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자연스럽게 해내는 일을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자책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자기 신뢰’라는 것은 대단한 자신감과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모든 일을 잘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잘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를 함부로 부정하지 않는 것.
실수했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 전체를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 것.
그것 역시 마음의 어휘력이 아닐까.


‘렛뎀 이론’도 현실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누군가 나를 오해했을 때 우리는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쓴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고, 상대가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 나, 오해받은 나, 모든 관계에서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 나를 끝까지 해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관계를 지킨다’는 것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상대의 생각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관계의 한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에너지를 조금 내려놓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내 마음과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요르나맛’이라는 낯선 단어도 기억에 남는다.
살면서 정말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이미 지나간 일을 놓는 것이다.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일이 일어나지만 않았더라면.”

과거는 바꿀 수 없는데도 계속 과거와 협상을 한다. 이미 끝난 장면을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하면서 다른 결말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책에서는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이야기하며 이런 문장을 건넨다.
🔖“이미 일어난 일,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 앞에서는 그것을 붙잡는 힘보다 놓아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놓는 것을 포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놓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일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계속 붙잡고 있는 동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오늘의 에너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무책임한 체념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에 힘을 쓰는 것.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조정하는 일일 수 있다.


책에서는 킨츠키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킨츠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부서진 이후의 형태를 새로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방식.”

깨진 도자기를 원래 모습으로 완벽하게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금이 간 흔적을 숨기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하는 방식.

이 문장을 읽으며 회복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회복을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떤 경험은 나를 이전과 똑같은 사람으로 돌려놓지 않는다.

상처를 겪기 전과 후의 나는 다를 수 있다.
실패하기 전과 후의 나도 다르고, 관계에서 크게 다친 뒤의 나 역시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회복이란 달라진 나를 받아들이고 그 모습으로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없애야 비로소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금이 간 자리도 나의 삶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자기애라고 하면 흔히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나를 사랑하라는 말조차 어떤 날에는 부담스럽다. 나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고 애써 다짐하는 것보다, 적어도 나에게 부당하게 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책 속 문장처럼,
🔖“타인에게 허락하는 기준을 나에게도 적용해 보는 일”은 아주 단순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친구가 실수하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면서 정작 내가 실수하면 “왜 이것도 못했지?”라고 몰아붙인다.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히 쉬어도 된다고 말하면서 나는 쉬는 순간 죄책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부족함은 과정이라고 이해하면서 내 부족함은 결함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자기돌봄은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정도의 이해를 나에게도 허락하는 것. 그 정도부터 시작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인지적 재평가’ 부분에서는 감정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과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다. 힘든 일을 겪었는데 무조건 “좋은 일이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내 감정을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혹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고통을 없었던 일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음 행동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후반부는 요즘의 일요일을 떠올려 보게 했다.
주말이 끝난다는 사실 때문에 아직 오지도 않은 월요일을 미리 걱정하면, 정작 일요일이라는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한다.

책에서는 일요일 밤에 한 주를 돌아보며 잘한 일 하나와 버거웠던 순간 하나를 떠올리고, 차를 마시거나 방을 정리하며 한 주에 조용히 마침표를 찍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이 문장이 좋았다.
🔖“월요일을 미리 준비하는 대신, 일요일을 잘 종료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만큼 현재를 잘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다음을 준비할 걸이다.
다음 주, 다음 달, 내일, 다음 목표.
그런데 지나간 하루를 제대로 닫아주는 시간은 의외로 부족하다.

그래서 어쩌면 마음에도 ‘마침표’가 필요한 것 같다.
오늘 잘한 일 하나. 오늘 힘들었던 일 하나. 조금 웃게 한 일 하나.
그렇게 하루를 정리하고 나면 내일을 향해 조금 가벼워질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감정의 이름’보다 ‘나를 이해하는 방법’에 가까웠다.
《마음의 어휘력》에 등장하는 70개의 단어는 신기하고 예쁜 외국어를 모아놓은 목록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각 단어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들여다보기 위한 작은 렌즈처럼 느껴진다.

어떤 단어는 불안을 바라보게 하고, 어떤 단어는 관계에서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어떤 단어는 과거에 붙잡힌 나를 놓아주게 하며, 또 어떤 단어는 지친 나에게 잠시 쉬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불안하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고, 질투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며, 지쳤다고 해서 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왜 생겼는지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가진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내 마음을 몇 개의 단어로만 설명하고 있을까?”

‘힘들다’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하나씩 찾아주는 것.
‘짜증 난다’는 말 안에서 서운함인지, 억울함인지, 두려움인지 구별해 보는 것.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정말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

그렇게 마음의 이름을 하나씩 찾아가다 보면, 이전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감정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이름을 알게 된 감정은 적어도 이전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로만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난 뒤 남은 것은 ‘어휘력이 곧 자기이해의 깊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멋지게 설명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나에게,
“아, 내가 지금 이런 마음이었구나.” 라고 말해줄 수 있기 위해서다.

마음이 힘든 날에는 해결책보다 먼저 이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왜 힘든지 모르겠을 때,
그저 ‘힘들다’고만 말할 수밖에 없을 때,
내 마음 어딘가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단어가 하나쯤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단어를 찾아가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뒤 깨닫게 되었다.
마음을 잘 돌본다는 것은 평온하지 않은 마음조차 정확하게 알아봐 주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 내 마음에도 이름을 하나 붙여준다면,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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