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의 기쁨 - 89세 현역 트레이더 시게루 할아버지의 흔들리지 않는 투자 철학
후지모토 시게루 지음, 오정화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단순한 원칙을 70년간 지켜낸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더 무겁다.”

《주식 투자의 기쁨》은 화려한 기법 대신 ‘단순함과 꾸준함’으로 시장을 이겨낸 89세 현역 투자자의 삶의 철학이자, 주식과 인생 모두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키는 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가난한 시골 소년으로 시작해 마작장 운영, 전환사채 투자, 버블 붕괴, 리먼 사태, 동일본 대지진, 코로나19까지, 숱한 위기를 지나며 결국 6500만 원으로 시작한 자산을 180억 원으로 불려낸 이야기입니다.

책장을 열자마자 독자는 화려한 이론이 아니라,
한 노(老) 트레이더의 성실한 루틴과 버팀의 힘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자 후지모토 시게루는 일본에서 “워런 버핏”에 비견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투자 철학을 지녔습니다.

✔️19세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해, 89세 현역 데이 트레이더로 활동 중입니다.
✔️하루 평균 80개 종목을 거래하며, 여전히 새벽 2시에 일어나 시장을 분석합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평범한 인물이지만, 시장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끈기와 루틴으로 생존해 왔습니다.

그의 별명은 “투자의 신”이지만,
그 신화의 기초는 화려한 이론이 아니라 단순함과 꾸준함입니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두 가지 배경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1️⃣ 1980년대 버블,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의 일본 경제사의 굴곡.
후지모토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역사의 격변을 몸으로 견딘 생존자입니다.



2️⃣ 데이트레이딩 문화
일본에서 고령 투자자가 데이트레이딩으로 성과를 내는 사례는 드물 것입니다.
그는 오히려 나이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주식은 최고의 두뇌 트레이닝”이라고 강조합니다.


후지모토는 이 책을 통해 ‘돈 버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세 가지를 전하려 합니다.

✔️투자란 삶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 📌“투자가 즐겁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다.”
✔️버팀의 미학을 전합니다. → 📌“주식도 인생도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기본의 힘을 강조합니다. →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사고, 가격이 오른 주식을 판다."


주식 투자라는 세계는 늘 화려한 성공담과 끔찍한 실패담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후지모토 시게루는 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 양극단을 모두 겪으며 끝내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6500만 원으로 시작해 180억 원까지 자산을 불린 89세 현역 트레이더.
그는 자신을 ‘천재’라 부르지 않습니다.
다만 꾸준히, 성실히, 원칙을 지킨 끝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합니다.
그의 책 《주식 투자의 기쁨》은 한 인간이 투자라는 렌즈로 바라본 인생의 기록입니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사고, 가격이 오른 주식을 판다. 제가 하고 있는 건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것이 70년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100년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을 투자의 진리니까요.”

이 얼마나 단순한 공식인가요. 그러나 이 단순함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탐욕과 두려움에 흔들려 이 원칙을 무너뜨립니다. 후지모토는 평생에 걸쳐 이 한 문장을 몸에 새겼고, 그것이 그를 버블 붕괴, 리먼 쇼크, 코로나19 같은 대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게 했습니다.


그는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버블 붕괴의 발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투자자로서 뼈아픈 실패입니다. 실제로 그는 자산의 80%를 한순간에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이 거대한 실패를 겪고도 다시 시장에 돌아왔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실패의 불가피성’이 아니라 ‘복귀의 가능성’입니다. 결국 투자도, 인생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후지모토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됩니다. 미국 증시와 선물 시장을 확인하고, 아침마다 “오늘의 승부수”를 가늠하며, 거래가 끝난 뒤에는 반드시 복기를 합니다.

📌“거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거래 후의 복습”이라는 말은,
투자뿐 아니라 성찰과 기록이 없는 성장은 없다는 교훈을 던집니다.

그는 주식을 단순한 ‘돈벌이’로 보지 않았습니다. 일기 쓰듯 매일 복기하며, 루틴을 삶에 녹여냈습니다. 결국 주식은 그의 두뇌 훈련이자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 중 하나는 그의 투자 배분 원칙입니다.

✔️괜찮다 싶은 종목에는 10%
✔️더 괜찮다 싶으면 20%
✔️반드시 간다 싶을 때 60%

이른바 ‘1:2:6 법칙’입니다.
이는 무조건 분산과 신중을 강조하는 일반적 조언을 넘어, 실제 매매에 적용 가능한 실전적 원칙입니다. 더불어 그는 📌“차트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개별 종목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까지 읽어내는 습관. 이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통찰입니다.


많은 이들은 기관 투자자와의 격차를 절망적으로 느낍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단언합니다.

📌“주가를 움직이는 건 ‘재료’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 재료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다.”

기관이 정보를 앞서 갖더라도, 그 정보에 반응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입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유연한 대응으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개인은 기관과 달리 언제든 ‘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습니다. ‘매수-매도-휴식’의 균형, 이것이야말로 장기 생존의 비결입니다.


후지모토는 주식 투자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합니다.

✔️ 마음 ―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 기술 ― 적절한 시점에 매매할 수 있는 실전 능력
✔️ 몸 ― 건강한 신체와 자금 융통성

📌“이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주식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태도입니다.
건강을 지키며, 배운 기술을 갈고닦으며,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것.
이것이 89세에도 현역 트레이더로 살아가는 원천입ㄴ다.


책을 덮으며 가장 깊이 남는 말은 이것입니다.
📌“투자가 즐겁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주식 자체가 두뇌 훈련이고 삶의 활력소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시장을 확인하고, 매매 후에는 반성 일기를 씁니다. 이 단순하고 꾸준한 루틴이 그에게 70년을 버틸 힘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자산으로 이어졌습ㄴ다.


《주식 투자의 기쁨》은 화려한 투자 기법서가 아니었으며, 차트의 비밀이나 단기 급등주의 공식을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이 책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칙과 버팀”이라는,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간과하기 쉬운 진리를 반복해서 일깨워줍니다.

책을 읽으며 나의 투자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이 최고가다, 지금이 최저가다”라며 무리하게 시장을 예측하려 들지는 않았는가. 후지모토는 경고합니다. 📌“무리해서 고점이나 저점을 노리면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난다. 차트가 반전되기 시작하는 순간을 노려야 한다.”

결국 주식도 인생도, 승패를 가르는 건 ‘재능’이 아니라 버팀과 성실함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만이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_

#주식투자의기쁨
#후지모토시게루 #다산북스
#주식 #재테크 #워런버핏
#매수 #매도 #주식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유튜버의 영상 문법이 활자로 옮겨붙은 심리 스릴러.
‘완전범죄’의 미학을 내세운 살인의 미장센 속에서
가해자/피해자/독자의 위치가 교차하며,
마지막까지 관점을 흔들어대는 시점-전복형 미스터리.


표지에 “완벽한 트릭으로 그를 죽이자.”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플롯보다 먼저 독자의 감각을 포획합니다.
유튜브 공포 채널로 대중의 ‘시각’을 훈련시켜 온 저자가 장편에서 펼치는 건,
말 그대로 연출되는 공포입니다.

좌천된 ‘천재 편집자’ 다치바나에게 도착한 익명의 원고—📌“나는 당신을 죽일 겁니다”—는 미스터리 편집자로서의 본능을 깨우며 동시에 독자에게 현실과 재현의 경계를 흔드는 거울방을 건네줍니다. 서사의 쾌감은 곧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누가 관객이고 누가 연출자인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합니다.


야가미의 첫 장편소설 《나의 살인 계획》은 제목부터 섬뜩합니다.
📌“그를 죽이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완벽한 트릭으로.”라는 문장은 살인을 예술로 설계하려는 자의 선언을 담고 있습니다. 좌천된 천재 편집자 다치바나가 정체불명의 인물 X에게 “당신을 죽이겠다”는 원고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는 생존과 추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범인과 ‘살인 계획’이라는 미묘한 공방전을 벌입니다.


야가미는 원래 유튜브 공포 채널 크리에이터로, 구독자 약 92만 명, 누적 조회 수 4억 뷰에 달하는 대형 채널을 운영하며 인기를 쌓았습니다. 인터넷 괴담을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현실과 가까운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특화된 감각은 이 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영상적 장면 전환, 평범한 무대(출판사, 사무실, 가정)를 비틀어 비일상으로 전환시키는 솜씨는 그가 새로운 방식으로 공포와 미스터리를 서사화하는 작가임을 입증합니다.


이 소설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심리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범인은 법의 심판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독자와 인물들을 심리적 혼란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작품 속에서 다치바나는 자신이 편집자로 쌓아온 직감과 논리를 활용하지만, X는 이를 비웃듯 한 발 앞서나갑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범죄와 예술의 경계, 진짜와 가짜의 경계”라는, 일본 미스터리 특유의 주제의식을 구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야가미는 《나의 살인 계획》에서 세 가지 의도를 드러낸다.

1️⃣ 소설과 현실의 경계 허물기

📌“결국 모든 미스터리는 리얼리티가 결여된 페이크예요.”
소설가는 ‘진짜’를 재현할 수 없다는 자각을 드러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허구를 통해 독자에게 진짜보다 더 강렬한 현실감을 체험하게 합니다.

2️⃣ 살인의 미학화

📌“아름다운 살인을 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남기지 않을 것.”
범죄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미학적 완성물로 제시된다. 이는 불편하면서도, 예술과 범죄의 접점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3️⃣악의 기원 탐구

📌“아이들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순수하고 가능성이 넘치는 보물이에요. …악인인 아이는 없으니까요.”
사회와 환경이 악을 만든다는 문제의식은,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선 사회적 주제를 환기합니다.

즉, 이 소설은 범죄의 미학을 말하면서 동시에 범죄의 사회적 기원을 비춥니다.


책장을 덮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살인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작가는 이 질문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도.
오히려 독자를 교란시켜 심리적 동조와 불쾌감을 동시에 체험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나의 살인 계획》은 우리가 소비하는 폭력과 스릴러 장르 자체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유튜브 공포 크리에이터 출신 신예 야가미의 첫 장편은 ‘장면의 힘’으로 시작해 ‘심리의 파열’로 끝나는, 독하게 정밀한 심리 스릴러입니다. 공포 채널 운영자로 훈련된 시각적 연출 감각이 활자 속에 그대로 이식되어, 독자는 등장인물의 심장 고동에 맞춰 호흡을 바꾸게 됩니다.

무대는 화려한 범죄 현장이 아니라 출판사—좌천된 천재 편집자, 후배 편집자, 신인 작가, 출간 회의, 원고 봉투—우리 일상과 다르지 않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더 서늘합니다. 이 소설의 공포는 ‘잔혹’이 아니라 ‘가능성’에서 나옵니다. “내 주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독자의 불안을 끝없이 증폭시킵니다.


추락한 천재 편집자 다치바나에게 ‘당신을 죽일 겁니다’라는 원고가 도착하는 순간, 작품은 두 개의 레일을 깔게 됩니다. 하나는 "원고=설계도”라는 서스펜스의 레일, 다른 하나는 "편집자=독자"라는 메타 레일입니다. 다치바나는 협박장을 ‘텍스트’로 읽고, 문장 뒤에 숨은 화자의 성정·패턴·허점을 편집자적 감각으로 해부합니다. 그럼에도 추리는 번번이 한 발 늦습니다. 이 비틀림이 작품의 긴장을 끝까지 끌고 갑니다.

📌“완벽한 계획은 이제 막 시작됐다. 지켜봐 주세요. 이 대결, 반드시 내가 이길 테니까요.”라는 선언은, 범인이 독자와 직접 ‘공모’하는 오프닝이자 독해의 자만을 겨누는 신호탄입니다.


야가미는 시점 전환과 시간 뒤틀기를 통해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를 끊임없이 교란합니다. 인물들은 각자의 ‘정당한 이유’와 ‘미학’을 품고 움직입니다. 나르시시즘, 콤플렉스, 인정욕구, 정당화—이 욕망의 실타래가 촘촘히 엮여 어느 순간 가해/피해의 경계가 포개집니다.

📌“결국 모든 미스터리는 리얼리티가 결여된 페이크예요… ‘진짜’를 그린 작품이라는 건 만나볼 수 없어요.”라는 도발은, 이 작품이야말로 가공의 테두리 안에서 현실감의 임계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처럼 읽힙니다.

범인의 ‘아름다운 살인’ 강박은 연쇄 살인마의 쾌락 묘사로 흐르지 않고, 결백/증거 없음/무지 속 죽음이라는 개념 규격으로 표준화됩니다. “상대가 위험을 느끼지 못할 것… 증거를 남기지 않을 것.” — 이 ‘규칙화된 미학’이야말로 소설이 그리는 공포의 핵심입니다.


이 소설의 강점은 범죄자만 정교한 게 아니라 둘러싼 사람들도 입체적이라는 점입니다. 다치바나는 편집자로서의 직업적 자의식과 한때의 실패(도작 사건) 사이에서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독기를 숨기지 못합니다. 그 독기가 때로는 추격의 동력, 때로는 판단의 함정이 됩니다.

신인 하토리는 의욕과 모럴의 경계에서 위험한 재능을 드러내며,
다치바나의 경고—📌“녀석이 한 말을 믿지 마.”—는 작품 전반에
불신의 분위기를 깝니다.

📌“콤플렉스는 언제나 타인이 만든다.”
📌“부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아이 편이어야 해요.”
같은 대목은 범죄 심리의 배경에 양육·관계·시선이 어떤 파문을 남기는지 사려 깊게 포착합니다. 잔혹 대신 사회적 문맥을 택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범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살인”.
이 역설은 수동적 살인/유도된 죽음/자기 파괴의 촉발 같은
윤리적 난제를 동시에 호출합니다.
‘행위’가 아닌 상황 설계로 결과를 만들 때, 책임은 어디에 귀속되는가?
야가미는 법정 드라마로 도망치지 않고, 인물들의 내면적 책임을 끝까지 묻습니다.

📌“이 계획은 나의 승리다.”라는 문장은
응징·구원·승리의 의미를 뒤섞어 독자를 멍하게 만듭니다.
누가 승리했고, 무엇이 패배했는가. 결말의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입니다.


작품의 장면 전환은 빠르되, 심리 묘사는 차갑고 섬세합니다. 원고·회의·현장·대면·내적 독백이 시퀀스처럼 이어지고, 각 장의 클리프행어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완전범죄’ 판타지를 미화하지 않고, 통제의 욕망이 결국 자기 파괴로 귀결되는 냉엄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덕분에 읽고 난 뒤 남는 건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자기 점검입니다.


📌“사람은 늘 부족한 것에만 눈길을 보낸다.” 같은 문장은
장르적 서늘함과 인문적 반성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완전범죄의 미학으로 포장된 ‘통제 욕망’이,
결국 자기 파괴의 서사로 붕괴하는 순간
—독자는 비로소 이 소설의 진짜 공포를 봅니다.

_

#나의살인계획
#야가미 #반타출판사
#오팬하우스 #소설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금시대 :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 - 출간 150주년 기념 국내 최초 간행본
마크 트웨인.찰스 더들리 워너 지음, 김현정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금박이 빛날수록, 밑바닥의 흠집은 더 선명해진다”
“황금빛 문장을 걷어내면, 제도의 뼈대가 보인다.
그리고 그 뼈대는 곧 우리의 얼굴이다.”



150년 전의 풍자가 오늘날 뉴스 헤드라인처럼 읽히는 《도금시대》는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번영 이면에 감춰진 부패, 투기, 불평등을 해부한 풍자소설입니다.

토지 투기, 철도 개발, 정치적 로비, 언론 조작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금빛 외피 아래 부식된 현실”을 드러냅니다. 150년 전의 문제의식이 오늘날의 불평등과 개발 담론에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성찰의 거울이 됩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대표되는 미국 문학의 거장이자, 촌철살인의 풍자로 사회와 인간을 비판한 작가입니다. 체제와 제도에 대한 불신, 약자를 향한 연민이 그의 문학을 관통합니다.

찰스 더들리 워너(Charles Dudley Warner, 1829~1900)는
언론인, 편집자, 사회 비평가로서 당시 미국 사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친 필치로 유명합니다. 트웨인과의 협업으로 《도금시대》를 완성하면서 언론적 시각과 정치 풍자를 결합했습니다.


‘도금시대(Gilded Age)’라는 용어는 겉은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됐지만 속은 부패한 시대를 의미합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1870년대~1900년대 초반 미국은 철도 확장, 토지 투기, 주식 광풍으로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지만, 동시에 정치적 부패와 빈부격차가 극심했습니다.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자본주의 구조적 모순을 탐구하는 교본을 읽는 셈이 됩니다.


트웨인과 워너는 진보와 번영의 언어가 어떻게 부패를 정당화하는가에 주목했습니다. 화려한 수사 뒤에 숨은 탐욕과 제도의 변질을 비판하면서,
⁉️“금빛 외피를 벗긴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 책은 당대 사회를 고발하는 동시에,
반복되는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예견한 작품입니다.


《도금시대》를 읽는 경험은, 화려한 성조기 무늬의 포장지를 손끝으로 살짝 긁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번영과 진보의 수사를 얇게 벗겨내면, 그 아래에는 투기와 로비, 입법의 합법적 사유화가 층층이 도려집니다. 트웨인과 워너가 150년 전 함께 쓴 이 풍자소설은 남북전쟁 직후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오늘의 독자에게는 ‘구조적既視感’을 안깁니다. 부동산·철도·주식이라는 키워드에 정책자금과 언론의 합창이 얹히는 순간, 공화국의 이상은 “공익의 언어로 윤색된 사익”으로 재편됩니다.


작품이 탁월한 것은 악인의 카툰화를 피하고,
‘합법’과 ‘공익’의 법문을 유려하게 구사하는 인물들을 전면에 세운다는 점입니다. 호킨스 가문은 토지세만 성실히 내면 “영원히 우리 것”이 될 거라 믿는 7만 5천 에이커의 땅에 매혹되어, 공공대학 설립법안이라는 금빛 포장지에 자신들의 이해를 밀어 넣습니다.

셀러스 대령은 지도 위 선 긋기로 철도와 운하를 “창조”해 내는 증권형 상상력을, 상원의원 딜워시는 “여론이 원하니 의회가 승인한다”는 대표제의 언어를 능숙히 구사합니다. 말은 언제나 앞서 달립니다. 그 말의 끝은 대개 계산 가능한 숫자, 즉 지대·보조금·표로 귀결됩니다.

초반부, 호킨스가 꿈꾸는 ‘땅의 미래가치’ 열변은 작품의 톤을 결정합니다.
📌“지금은 에이커당 고작 0.3센트… 언젠가는 20달러, 50달러, 아니 100달러… 무려 1,000달러”라며 목소리를 낮추는 장면은 투기의 정념이 어떻게 계산과 은밀함으로 색을 바꾸는지 보여 줍니다. 말은 점점 굵어지고, 숫자는 기하급수로 뜁니다. 그 사이 법과 제도는 욕망을 수용하도록 조정됩니다.


이 소설의 풍자가 거칠지 않은 이유는, 폭로 대신 절차를 묘사하기 때문입니다. 인명사고가 발생한 증기선의 조사 배심은 장시간 심문 끝에 “책임질 사람 없음”이라 결론 내립니다. 익숙한 문장 하나로 공권력의 무책임의 관성을 비추는 이 대목은, 오늘의 안전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짧고도 서늘한 울림을 남깁니다.

재판 파트는 더욱 노골적입니다.
📌변호사 브러햄은 배심원 선정이 승패의 8할이라 확신하며,
문해력이 낮고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로 열두 자리를 채웁니다.

트웨인 특유의 무대 감각과 워너의 언론적 디테일이 합류하는 구간으로,
사법의 형식적 공정이 어떻게 수사적 지배로 뒤집히는지를 꽂아 넣습니다.
정론을 내세우는 언론, 미려한 라틴 격언으로 장식된 주간지의 등장,
인기 있는 팸플릿의 과장—말은 표와 돈이 흐르는 관로가 되고,
절차는 ‘합법적 불의’를 촘촘히 보증합니다.


《도금시대》의 미덕은 거품과 붕괴를 서사적 편집으로 번역하는 솜씨입니다. 나폴레옹이라는 허세 가득한 지역지의 창간—📌“라틴어 격언”과 “조악한 시”—는 지역경제의 반짝이는 껍질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어음은 소식이 없고, 공사는 중단되고, 신문은 과장과 오보로 지역의 ‘희망’을 도금합니다. 이 장면들은 모두 붕괴를 향해 달리는 이야기의 속도를 만듭니다. 거품이 꺼질 때 소설의 문장도 푹 꺼지는 듯한 편집—트웨인의 무대감각이 빛납니다.


워싱턴으로 진출한 로라의 스토리는, 권력의 살롱이 어떻게 정책과 재화를 나누는지 보여주는 미시적 현장 보고서입니다. 딜워시는 “민심이 들끓으면 의회가 외면하지 못한다”며 민주적 정당성을 사익의 방편으로 바꿔치기합니다. 그리고 재판부에서는 “천사들만 국회를 꾸릴 수 없다”는 냉소가 고개를 듭니다.

📌“오십 명 정도 부정한 의원이 섞여 들어오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그 소수(의) 이득이 서로를 감시한다”는 대사는, 부패의 공존을 제도적 견제로 합리화하는 위험한 레토릭을 활자에 못 박습니다.
트웨인은 그 말의 자기기만을 독자의 속에서 부풀렸다가, 서늘하게 터뜨립니다.


이 한국어판은 지도·연표·해설로 문맥을 보강해, 19세기 미국의 제도·지리·경제적 배경을 ‘읽히는 정보’로 돌려줍니다. 덕분에 ‘법안–로비–보조금–언론–투자자’로 이어지는 네트워크의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무엇보다 1873년 공황 직전의 과열과 “책임 없음”의 후일담은, 오늘의 개발특구·혁신금융·공공-민간 파트너십을 비추는 긴 거울로 기능합니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금빛 외피가 벗겨지고 난 뒤에는 무엇이 남는가?”

공공의 언어가 사유화의 포장지로 쓰이는 순간,
공동체의 토대—신뢰·절차·안전—는 가장 먼저 부식됩니다.
우리는 번영의 숫자만큼 누가 무엇을 잃는지를 함께 묻고 있는가요?
도금은 금이 아닙니다. 금박이 벗겨지고 남는 것이 기록된 부와 빈 껍질뿐이라면, 다음 세대의 포장지는 더 얇아질 뿐입니다.

트웨인과 워너는 도덕적 분노 대신 풍자의 인내로 말합니다.
그 침착한 문장이 오히려 더 멀리 날아가 박힙니다.
《도금시대》는 과거의 풍자가 아니라, 신(新)도금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건네는 사용설명서입니다. “공익”이라는 단어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일—그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도금시대》의 통찰은 아주 단순합니다. 공익의 언어를 사익의 금박으로 쓰지 말라. 금박이 벗겨진 자리에는 토지와 표, 그리고 사람이 남습니다.
⁉️그 자리를 다시 공동체의 기준으로 설계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금박을 덧칠할 것인가
—그 선택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문제입니다.

_

#도금시대
#구텐베르크
#마크트웨인
#찰스더들리워너
#풍자소설 #고전 #자본주의 #미국문학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본격 미스터리의 윤리.
왜 이 방법이어야 했는가 - 오마주를 넘는 갱신.

밀실의 끝은 결국 인간 심리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
다시는 나오기 힘든 본격 미스터리의 명품.


《밀실수집가》는 1937년 교토부터 2001년 후쿠시마까지
다섯 건의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룬 연작 단편집입니다.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 현장마다 신비로운 인물 ‘밀실수집가’가 등장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냅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전통과 신본격의 세련된 트릭이 어우러진,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걸작입니다.


오야마 세이이치로(大山誠一郎)는
현대 일본 추리문학계에서 “수수께끼 본격파”의 대표 주자로 꼽힙니다.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 《왓슨력》 등으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으며,
고전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과 오마주가 작품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밀실수집가》는 그가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본격 추리 장르의 계승자이자 혁신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대표작입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범인이 어떻게 잠긴 방을 드나들었는가”라는 불가능 범죄의 묘미에 집중합니다.
존 딕슨 카, 애거사 크리스티 같은 거장들이 구축한 이 장르 전통은
일본의 ‘신본격’ 추리문학으로 계승되었습니다.
《밀실수집가》는 이런 계보 속에서 태어난 작품으로,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고전 트릭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으면
더 깊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저자는 “밀실”이라는 장르의 순수한 매력을 되살리려 했습니다.
독자가 인과관계와 수수께끼 풀이의 쾌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사회파 메시지보다 퍼즐과 논리에 집중했습니다.
동시에 ‘밀실수집가’라는 인물을 통해
수수께끼 그 자체를 탐닉하는 탐정상(像)을 제시하며,
“왜 우리는 불가능 범죄에 매혹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첫 문단부터 톤을 정합니다.
“희미한 파열음” 두 번—피아노가 있던 잠긴 음악실, 총을 맞고 쓰러진 교사,
밖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여학생, 그리고 안쪽에서 잠긴 창문과 문.
오야마 세이이치로는 고전 본격이 사랑해 온 그 원초적 장면을 21세기 감각으로 재기동시킵니다.

《밀실수집가》는 다섯 개의 불가능범죄를 시대(1937–2001)와 장소를 달리해 배열한 연작 단편집이지만,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건이 교착할 때 홀연히 나타나는 ‘밀실수집가’라는, 일종의 ‘형식의 수호자’가 섭니다.


다섯 편의 서로 다른 시대·공간(1937~2001)을 가르는 연작 단편집은,
말 그대로 “밀실” 그 자체를 서사의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범인은 늘 자취를 감추고, 경찰은 손을 놓을 때쯤—그때 ‘밀실수집가’가 등장해 교착을 깨뜨립니다. 그는 등장과 함께 이렇게 말하죠.
📌“진상을 알아냈습니다.”
이 냉정하고도 낙차 큰 선언이 만들어내는 고·저의 리듬,
곧 ‘불가능’에서 ‘가능’로의 돌연한 전환이 이 책의 쾌감입니다.

경찰은 의심하고 독자는 움찔합니다.
그의 등장은 서사의 리듬을 뒤집는 장치입니다.
누군가가 고민을 끝낼 때의 청량감
—그 ‘미결의 시간’을 벼랑 끝까지 끌고 가는 편집 감각이 탁월했습니다.


🌿버드나무 정원(1937)

📌“희미한 파열음이 울리고… 선생님이 뒤로 튀어 나가듯 쓰러졌다.”

잠긴 음악실, 유리 넘어 ‘실시간’ 총격.
관찰자의 시점과 실내의 동선이 맞물릴 때
발생하는 현실감 결여의 현실성이 압권입니다.
“파열음”이라는 소리 단서가 트릭의 미세한 톱니가 됩니다.


🌿소년과 소녀의 밀실(1953)

📌“진상을 알아냈다”

경찰이 철통감시하던 옆집에서 시신이 발견됩니다.
관찰의 절대성이 오만으로 변하는 순간을 예리하게 찌릅니다.
여기서 핵심은 ‘감시’의 그물 코 하나.
‘보았다고 믿는 것’과 ‘보지 못한 틈’을 논리적으로 분리해내는 대목에서
오야마의 단편 장기가 빛이 납니다.


🌿죽은 자는 왜 추락하는가(1965)〉

📌“오후 5시 반~6시 반 사이라고? … 9시 반에 추락한 시체를 봤는데”

‘추락을 목격한’ 사건이 실은 사후 트릭과 맞물립니다.
사망시각과 목격시각의 간극, 이 시간차의 난제가 퍼즐의 심장입니다. 카(Carr)의 흔적을 분명하게 잇되, ‘왜 지금 떨어져야 했는가’라는
동작의 미스터리를 시간/공간 논리로 정교하게 봉합합니다.
공간의 위아래를 뒤집는 배열이 고전의 기품을 살립니다.


🌿이유 있는 밀실(1985)

이 단편이 이 책의 심장입니다.
밀실 자체의 동기가 미스터리의 화룡점정입니다.

“이처럼 싱겁게 풀렸다.”지만(…그 ‘싱거움’은 독자에겐 결코 싱겁지 않습니다), 경감의 말처럼 📌“범인은 왜 밀실을 만들었는가”

‘밀실을 만든 이유’를 끝까지 묻습니다.
밀실이 자살·사고 위장에 쓰이지 않았다면 밀실의 서사적 효용은 무엇인가
—장르 내적 메타 질문이 본격의 품격을 올립니다.


🌿가야코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2001)

📌“밀실수집가가 나타났어요.”

눈 밀실의 정석 위에 심리와 동선, 발자국의 부재가 얹힙니다.
외부가 봉인된 폐쇄성은 오히려 관계의 내부를 비춥니다.

경찰의 대사는 거의 메타-우화처럼 읽힙니다.
‘흔적 없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를 찾아내는 일,
고전에서 가장 사랑받는 ‘눈’ 밀실의 단단한 구현입니다.


다섯 편 모두 증언-공간-시간의 배열을 바꾸거나,
‘보고 있음’의 확신을 미세하게 흔들어 트릭을 성립시킵니다.
이때 ‘밀실수집가’는 자연 법칙을 비트는 마술사가 아니라,
오해의 층위를 걷어내는 편집자처럼 움직입니다.


각 편은 길지 않지만,
독자가 스스로 추리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닫힌 음악실에서 총성만 울리고 범인은 증발’(〈버드나무 정원〉),
‘경찰이 철통감시한 옆집에서 발견된 고교생 커플의 시체’(〈소년과 소녀의 밀실〉), ‘등 쪽 자상으로 사망했는데 6층 밀실에서 5층 창밖으로 추락’
(〈죽은 자는 왜 추락하는가〉),
‘위(胃) 속에서 열쇠가 나온 피해자’(〈이유 있는 밀실〉),
‘눈 덮인 폐쇄 공간에서의 살인’(〈가야코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

트릭의 형태가 서로 겹치지 않고,
시대의 물성과 상황을 활용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수께끼 → 정밀한 청취 → 논리의 점화’라는 본격의 리듬을
한 치의 군더더기 없이 즐기게 합니다.
밀실수집가는 허풍을 부리는 괴짜로 보일 법하지만,
이후의 전개는 철저히 단서의 배열, 시간·공간 조건의 재포맷,
인간 행동의 심리적 한계라는 세 기둥 위에 올라섭니다.
해결의 순간은 독자에게 ‘아, 그래서 그 디테일이…’ 하는 작은 전율을 선사합니다.


이 책이 유독 기분 좋은 이유는 정공법의 힌트가 정직하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오야마는 쓸데없이 사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파열음(총성), 잠금의 방식, 사망추정시각, 발자국의 부재, 열쇠의 위치(위 속) 등 핵심 단서가 첫 독에 포착 가능한 지점에 배치됩니다.
독자는 ‘밀실수집가’와 동일한 자료를 갖고 싸웁니다. 그리고 종종 집니다.
그 패배의 느낌이 공정하기 때문에, 결말의 해갈감이 더 큽니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장르의 윤리에 가깝습니다.
밀실의 동기를 자살·사고 위장으로 좁히지 않고,
관계·심리·욕망의 낙인까지 탐색합니다.
“범인은 왜 밀실을 만들었는가”라는 경감의 중얼거림이
독자의 머릿속에서도 오래 울립니다.

밀실이 단지 ‘불가능을 위한 무대장치’가 아니라,
범인의 세계관을 체현하는 구조물이 되는 순간, 본격은 인물의 소설이 됩니다.
이 지점에서 《밀실수집가》는 퍼즐을 넘어서 서사의 감도를 얻습니다.


✨️독서 팁! - 본격러를 위한 미세조정

✔️시간표를 그려라 - 목격시각/사망시각/발견시각의 차이에 트릭이 삽니다.
✔️‘안쪽에서 잠금’의 경위를 의심하라
- 누가, 언제, 무엇으로, 왜. ‘왜’에 답이 숨어 있습니다.
✔️소리·발자국·열쇠는 늘 말이 많다 - ‘없음’ 또한 단서입니다.
✔️수집가의 첫 질문을 메모하라 - 그의 질문 방식이 이번 트릭의 관문입니다.


《밀실수집가》는 퍼즐의 정교함, 리듬의 정확함, 오마주의 교양으로
본격의 가장 찬란한 미덕을 환기합니다.
시대를 건너뛰어도 늙지 않는 주인공처럼,
다섯 편의 밀실은 낡지 않은 고전성으로 반짝입니다.

끝장을 보는 비틀기나 과장된 반전 없이,
정석의 아름다움만으로 독자를 설득하는 드문 단편집.

“또 밀실이야?” 하고 투덜대던 독자도,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엔 아마 이렇게 중얼걸 것입니다.

💭“역시, 밀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터 문
서맨사 소토 얌바오 지음, 이영아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선택을 맡기면 가벼워질까, 비어버릴까”
“후회를 맡기러 갔다가, 후회까지 ‘나’의 일부로 끌어안는 법을 배우고 돌아왔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달빛 아래, 깨닫게 됩니다.
후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지브리의 몽환, 신카이의 찬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물음이 한데 포개져 “선택과 후회”를 끝까지 추적합니다. 환상은 눈부시지만, 결론은 단단히 현실을 향합니다.
우리를 만든 건 우리가 내린 수많은 선택들이라는 사실.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삶의 ‘전당물’을 떠올렸습니다.
맡기고 싶었던 그것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서 있다는 사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마법은 현실로 돌아오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도쿄 뒷골목, 라멘집 뒷문으로 들어가면 ‘선택’을 맡기는 전당포가 열립니다.
주인 하나와 물리학자 게이신은 사라진 아버지와 유실된 ‘선택’을 찾아
운명이 정해진 세계를 가로지릅니다.

구름 위 야시장, 물웅덩이 포털, 전당포의 기묘한 담보가 엮는 지브리 풍 마술적 사실주의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식 대체선택/후회의 사유가 만납니다.

⁉️질문은 결국 하나!
“그 선택을 지워도 나는 여전히 나인가?”
— 답은 후회까지 포함한 ‘나’의 전부를 껴안는 법에서 시작됩니다.


서맨사 소토 얌바오는
마닐라의 전당포 거리와 일본 여행 중 느낀 “문 하나 넘어 다른 세계”의 감각을 엮어, 전당물=후회한 선택이라는 탁월한 장치를 만든 소설가입니다.
봉쇄기의 답답함을 돌파한 상상력이 《선데이 타임스》《USA 투데이》 베스트셀러로 터졌습니다.
결과물은 동아시아 정서 + 보편적 철학 + 애니메이션적 상상의 고급 혼종.


이 소설은 후회를 삭제하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후회와 상처가 나를 만든다”는 방향으로 독자를 회귀시킵니다.

📌“망가진 건 뭐든 아름답지요… 움푹 파이고, 긁히고, 갈라진 곳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미래를 공짜로 알 수는 없다… 대가는 자유.”
📌“실패하면 뭐 어때요? 잘못된 길이 하나 제거되는 거죠.”

이 소설의 세계는 단 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귀금속 대신 후회스러운 ‘선택’을 맡기는 전당포.” 설정만 기발한 게 아닙니다. 맡겨진 선택은 ‘동전’ ‘낡은 습작’처럼 물성으로 변환되고, 이때부터 이야기는 ‘상징’이 아니라 감각이 됩니다.

정해진 운명을 탑처럼 쌓아 올린 하나의 세계와, 무한 가능성을 신조처럼 믿는 게이신의 세계가 물 위 달, 거울 속 꽃처럼 서로 비치되 겹치지 않습니다. 이 이격(離隔)이 곧 서사의 장력입니다.

작품은 초반부터 “망가진 것의 미학”으로 톤을 정합니다.
📌“망가진 건 뭐든 아름답지요. 의자든, 건물이든, 사람이든.”
부서짐을 덮지 않고 ‘윤곽’으로 드러내는 시선
—이 감수성이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지휘합니다.


🌿두 주인공, 서로의 거울

✔️하나 - 선택의 자유가 봉인된 세계에서, 가업을 잇는 전당포 주인.
운명의 구속 속에서도 타인의 상처와 무늬를 보는 눈을 가졌습니다.
✔️게이신(케이) - 가능성과 실험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물리학자.
실패를 ‘진행 중인 진리’로 환산하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실패가 뭐가 나빠요? … 잘못된 방향이 하나 제거되고 옳은 길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들의 여정은 단순 로맨스가 아닙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줄다리기이며, 한쪽이 다른 쪽을 설득해 굴복시키는 대신 서로의 언어를 ‘번역’해 갑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후회가 ‘삭제’가 아니라 ‘통합’의 문제임을 깨닫게 합니다.

📌“각각의 실수가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상처 같았다.”


💭지워진 선택 이후에도 ‘나는 나’인가
전당포는 손님에게서 후회를 덜어 주는 곳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날렵하게 뒤집습니다.

📌“우리가 훔치는 영혼 조각들이 너무 작아서 손님들도 아쉬울 거 없다지만… 손님들은 선택을 전당포에 두고 떠날 때 자기가 선택한 인생을 받아들일 기회도 포기하는 거예요.”

여기서 소설은 ‘가벼움’과 ‘공허’를 구분합니다. 후회를 포기하면서 우리는 때때로 책임과 배움의 회로까지 끊어 버립니다. 그 공백은 결국 다시 다른 형태의 갈증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작품은 유예(보류)가 아닌 수용(통과)으로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는 곳곳에서 삶의 정의를 수리합니다.

✔️행복은 결핍의 측량에서 시작된다는 통찰.
📌“행복이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못 가졌느냐에 달려 있지요.”

✔️‘살아 있음’의 기준을 혈액이 아닌 목적으로 선회.
📌“누군가를 진정 살아 있게 하는 건 혈관 속의 피가 아니라 삶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사이(間)’에서의 기쁨.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공간에서 기쁨을 찾는 게 바로 인생.”

특히 이 마지막 문장은, 전당포라는 ‘경계-공간’의 은유와 아름답게 합을 이룹니다. 하나와 게이신이 서 있는 자리야말로 미래와 과거, 결정과 가능성, 현실과 환상 사이의 틈이었습니다. 독자는 그 틈에서 자기 이야기를 꺼내 보게 됩니다.


구름 위 야시장, 물웅덩이를 통한 이동, 틈새로 떨어진 타 세계의 잔해
( 📌“금색 신용카드… 당신 세계의 책갈피” ) 같은 장면들은 시청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마법은 이미지의 밀도보다 윤리의 깊이에 있습니다. 전당포가 후회를 ‘받아’ 줄 뿐 아니라 자유를 대가로 청구한다는 사실—

📌“몸에 지도가 새겨지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요금을 내요. 자유.”
이 냉정한 규칙이 이야기 전체를 달콤쌉쌀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잠깐! 개인적으로 읽는 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1️⃣ 전당물의 목록을 메모해 보세요. - 각 물건의 상징적 환산율이 보입니다.
(가벼운 동전 하나가 평생의 방향을 바꾸는 무게가 될 수 있습니다.)
2️⃣ 하나와 게이신의 문장 리듬을 구분해 읽어 보세요.
- 하나는 관찰의 언어, 게이신은 탐구의 언어.
어느 지점에서 두 리듬이 섞이는지 포착하면, 감정선이 선명해질 것입니다.
3️⃣ 마지막까지 ‘지워진 선택’의 빈칸을 들여다보세요.
- 독자인 당신이 그 빈칸을 무엇으로 메울지가 이 소설의 진짜 엔딩이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을 되새겨보며 남는 것들이 있다면!

✔️후회는 버릴 짐이 아니라 방향 감각을 주는 지도—비록 상처투성이일지라도.
✔️행복은 목적지의 좌표가 아니라 호흡의 리듬.
(“우리가 쉬는 모든 숨에 깃들어 있지”)
✔️선택은 때로 우리를 망가지게 하지만, 그 금이 간 자리에 이야기가 스밉니다. 그러니 ‘금사(金綵)’처럼 이어 붙여 다시 살아 봅시다.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사,
성대하고도 섬세한 미장센, 무엇보다 선택과 후회에 대한 성숙한 윤리학. “영상화가 시급하다”는 수식이 과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먼저, 종이 위의 달빛을 천천히 흡수하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면,
어쩌면 당신은 더 이상 어제의 후회를 ‘반납’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지금의 당신을 지탱하는 설계도일지 모르니까요.

_

#워터문
#서맨사소토얌바오
#클레이하우스
#소설 #소설추천 #신작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