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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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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의 영상 문법이 활자로 옮겨붙은 심리 스릴러.
‘완전범죄’의 미학을 내세운 살인의 미장센 속에서
가해자/피해자/독자의 위치가 교차하며,
마지막까지 관점을 흔들어대는 시점-전복형 미스터리.
표지에 “완벽한 트릭으로 그를 죽이자.”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플롯보다 먼저 독자의 감각을 포획합니다.
유튜브 공포 채널로 대중의 ‘시각’을 훈련시켜 온 저자가 장편에서 펼치는 건,
말 그대로 연출되는 공포입니다.
좌천된 ‘천재 편집자’ 다치바나에게 도착한 익명의 원고—📌“나는 당신을 죽일 겁니다”—는 미스터리 편집자로서의 본능을 깨우며 동시에 독자에게 현실과 재현의 경계를 흔드는 거울방을 건네줍니다. 서사의 쾌감은 곧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누가 관객이고 누가 연출자인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합니다.
야가미의 첫 장편소설 《나의 살인 계획》은 제목부터 섬뜩합니다.
📌“그를 죽이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완벽한 트릭으로.”라는 문장은 살인을 예술로 설계하려는 자의 선언을 담고 있습니다. 좌천된 천재 편집자 다치바나가 정체불명의 인물 X에게 “당신을 죽이겠다”는 원고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는 생존과 추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범인과 ‘살인 계획’이라는 미묘한 공방전을 벌입니다.
야가미는 원래 유튜브 공포 채널 크리에이터로, 구독자 약 92만 명, 누적 조회 수 4억 뷰에 달하는 대형 채널을 운영하며 인기를 쌓았습니다. 인터넷 괴담을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현실과 가까운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특화된 감각은 이 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영상적 장면 전환, 평범한 무대(출판사, 사무실, 가정)를 비틀어 비일상으로 전환시키는 솜씨는 그가 새로운 방식으로 공포와 미스터리를 서사화하는 작가임을 입증합니다.
이 소설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심리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범인은 법의 심판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독자와 인물들을 심리적 혼란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작품 속에서 다치바나는 자신이 편집자로 쌓아온 직감과 논리를 활용하지만, X는 이를 비웃듯 한 발 앞서나갑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범죄와 예술의 경계, 진짜와 가짜의 경계”라는, 일본 미스터리 특유의 주제의식을 구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야가미는 《나의 살인 계획》에서 세 가지 의도를 드러낸다.
1️⃣ 소설과 현실의 경계 허물기
📌“결국 모든 미스터리는 리얼리티가 결여된 페이크예요.”
소설가는 ‘진짜’를 재현할 수 없다는 자각을 드러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허구를 통해 독자에게 진짜보다 더 강렬한 현실감을 체험하게 합니다.
2️⃣ 살인의 미학화
📌“아름다운 살인을 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남기지 않을 것.”
범죄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미학적 완성물로 제시된다. 이는 불편하면서도, 예술과 범죄의 접점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3️⃣악의 기원 탐구
📌“아이들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순수하고 가능성이 넘치는 보물이에요. …악인인 아이는 없으니까요.”
사회와 환경이 악을 만든다는 문제의식은,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선 사회적 주제를 환기합니다.
즉, 이 소설은 범죄의 미학을 말하면서 동시에 범죄의 사회적 기원을 비춥니다.
책장을 덮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살인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작가는 이 질문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도.
오히려 독자를 교란시켜 심리적 동조와 불쾌감을 동시에 체험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나의 살인 계획》은 우리가 소비하는 폭력과 스릴러 장르 자체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유튜브 공포 크리에이터 출신 신예 야가미의 첫 장편은 ‘장면의 힘’으로 시작해 ‘심리의 파열’로 끝나는, 독하게 정밀한 심리 스릴러입니다. 공포 채널 운영자로 훈련된 시각적 연출 감각이 활자 속에 그대로 이식되어, 독자는 등장인물의 심장 고동에 맞춰 호흡을 바꾸게 됩니다.
무대는 화려한 범죄 현장이 아니라 출판사—좌천된 천재 편집자, 후배 편집자, 신인 작가, 출간 회의, 원고 봉투—우리 일상과 다르지 않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더 서늘합니다. 이 소설의 공포는 ‘잔혹’이 아니라 ‘가능성’에서 나옵니다. “내 주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독자의 불안을 끝없이 증폭시킵니다.
추락한 천재 편집자 다치바나에게 ‘당신을 죽일 겁니다’라는 원고가 도착하는 순간, 작품은 두 개의 레일을 깔게 됩니다. 하나는 "원고=설계도”라는 서스펜스의 레일, 다른 하나는 "편집자=독자"라는 메타 레일입니다. 다치바나는 협박장을 ‘텍스트’로 읽고, 문장 뒤에 숨은 화자의 성정·패턴·허점을 편집자적 감각으로 해부합니다. 그럼에도 추리는 번번이 한 발 늦습니다. 이 비틀림이 작품의 긴장을 끝까지 끌고 갑니다.
📌“완벽한 계획은 이제 막 시작됐다. 지켜봐 주세요. 이 대결, 반드시 내가 이길 테니까요.”라는 선언은, 범인이 독자와 직접 ‘공모’하는 오프닝이자 독해의 자만을 겨누는 신호탄입니다.
야가미는 시점 전환과 시간 뒤틀기를 통해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를 끊임없이 교란합니다. 인물들은 각자의 ‘정당한 이유’와 ‘미학’을 품고 움직입니다. 나르시시즘, 콤플렉스, 인정욕구, 정당화—이 욕망의 실타래가 촘촘히 엮여 어느 순간 가해/피해의 경계가 포개집니다.
📌“결국 모든 미스터리는 리얼리티가 결여된 페이크예요… ‘진짜’를 그린 작품이라는 건 만나볼 수 없어요.”라는 도발은, 이 작품이야말로 가공의 테두리 안에서 현실감의 임계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처럼 읽힙니다.
범인의 ‘아름다운 살인’ 강박은 연쇄 살인마의 쾌락 묘사로 흐르지 않고, 결백/증거 없음/무지 속 죽음이라는 개념 규격으로 표준화됩니다. “상대가 위험을 느끼지 못할 것… 증거를 남기지 않을 것.” — 이 ‘규칙화된 미학’이야말로 소설이 그리는 공포의 핵심입니다.
이 소설의 강점은 범죄자만 정교한 게 아니라 둘러싼 사람들도 입체적이라는 점입니다. 다치바나는 편집자로서의 직업적 자의식과 한때의 실패(도작 사건) 사이에서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독기를 숨기지 못합니다. 그 독기가 때로는 추격의 동력, 때로는 판단의 함정이 됩니다.
신인 하토리는 의욕과 모럴의 경계에서 위험한 재능을 드러내며,
다치바나의 경고—📌“녀석이 한 말을 믿지 마.”—는 작품 전반에
불신의 분위기를 깝니다.
📌“콤플렉스는 언제나 타인이 만든다.”
📌“부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아이 편이어야 해요.”
같은 대목은 범죄 심리의 배경에 양육·관계·시선이 어떤 파문을 남기는지 사려 깊게 포착합니다. 잔혹 대신 사회적 문맥을 택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범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살인”.
이 역설은 수동적 살인/유도된 죽음/자기 파괴의 촉발 같은
윤리적 난제를 동시에 호출합니다.
‘행위’가 아닌 상황 설계로 결과를 만들 때, 책임은 어디에 귀속되는가?
야가미는 법정 드라마로 도망치지 않고, 인물들의 내면적 책임을 끝까지 묻습니다.
📌“이 계획은 나의 승리다.”라는 문장은
응징·구원·승리의 의미를 뒤섞어 독자를 멍하게 만듭니다.
누가 승리했고, 무엇이 패배했는가. 결말의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입니다.
작품의 장면 전환은 빠르되, 심리 묘사는 차갑고 섬세합니다. 원고·회의·현장·대면·내적 독백이 시퀀스처럼 이어지고, 각 장의 클리프행어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완전범죄’ 판타지를 미화하지 않고, 통제의 욕망이 결국 자기 파괴로 귀결되는 냉엄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덕분에 읽고 난 뒤 남는 건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자기 점검입니다.
📌“사람은 늘 부족한 것에만 눈길을 보낸다.” 같은 문장은
장르적 서늘함과 인문적 반성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완전범죄의 미학으로 포장된 ‘통제 욕망’이,
결국 자기 파괴의 서사로 붕괴하는 순간
—독자는 비로소 이 소설의 진짜 공포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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