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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수호지 - 난세가 만들어낸 영웅들의 통쾌하면서도 슬픈 반란 ㅣ 교양으로 읽는 시리즈
시내암 지음, 장순필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6월
평점 :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수호지
그런데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108명의 등장인물들도 그렇고 이야기가 계속 싸우는 이야기들뿐이니..
그닥 흥미를 못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교양으로 읽는 수호지 라는 제목의 책이 나온 걸 보고 혹했습니다.
"그래 [수호지] 이번 기회에는 좀 읽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책을 시작했습니다.
수호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양산박, 108호걸뿐이었습니다.
지은이가 시내암이라는 것도 부끄럽지만 이번에 알았습니다.
어릴적 [삼국지]는 열번도 넘게 읽었는데 왜 [수호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읽지 못했는지?
워낙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했기 때문일까요?
이번에 읽으면서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야기 플롯이 너무 비슷합니다. ㅠㅠ
진짜 싸우고 싸우고... 뭔가 권선징악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들도 잘한 것 없다"라는 느낌..
한마디로 매력적인 주인공이 없습니다.
나름의 주인공은 '송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송강'말고는 다른 인물들의 경우 ... 조금 매력도가 떨어집니다.
그래도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수호지]. 이 이야기의 진짜 배경이 있었습니다.
북송 말, 휘종의 선화 3년 회남에서 송강 등이 난을 일으켜 세력을 크게 떨치다가 조정에 귀화한 사실이 [송사]에 기록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마음은 산둥 땅에 있고, 몸은 오 땅에 있으니 공연히 강호에 떠돌면서 한숨만 짓고 있도다.
만약 뒷날 뜻을 이룰 때가 되면
비웃으리라, 황소는 대장부가 아님을
백팔 명의 영웅호걸들의 이야기
진짜 이유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처럼 각자의 사연이 넘쳐나는 이야기 [수호지]
탐관오리들에 대한 가차없는 복수극이 차르륵 펼쳐지는 이야기는 답답한 속내를 시원하게 풀어줄 듯 합니다.
이야기속 등장인물들은 말그대로 파란만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청면수 양지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속고 속이는 과정이 재미있는 인물입니다.
삼 대에 걸쳐 장수를 배출한 가문의 후예인 양지는
화석강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하던 중 자연 재해로 인해 화석강을 몽땅 잃어버리고..직업 상실
이후 사면령을 받았으나 뇌물을 바치지 않아 다시 쫒겨나고
건달패를 만나 그와 싸우던 중 건달패를 살해, 북경 대명부로 압송
대명부 유수사로 있던 양중서의 눈에 들어 제할사 노릇을 하고
양지의 무예를 높이 산 양중서 덕분에 생신강 호송자로 임명
정말이지 인간사 앞날을 알수 없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인생을 잘 알았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지는 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을까요?
"뜨거운 한낮에만 걷게 하는 고달픈 호송길"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던 양지였지만.. 제대로 된 방향, 그리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이 결국은 또다시 그를 쫓기는 몸이 되게 만듭니다.
그리고 노지심과 만나 다시 보주사 산채의 두목이 되는.... 한마디로 파.란.만.장 인생길입니다.
함께 산채의 두목이 되는 노지심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수호지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가 제일 인생이 파란만장했느냐로 놓고 본다면 한 사람도 뺴놓을 수 없을 듯 합니다.
또 수호지의 재미는 바로 "책사"입니다.
책사 of 책사 "오용"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삼국지에 '제갈 공명'이 있다면 수호지에는 '오용' 있다라고 볼 수 있을까요?
양산박의 산채를 빼앗는데 있어서 '오용'의 기지가 발휘됩니다.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이용하여 기존의 양산박 두목인 "왕륜"을 죽이고 양산박 산채를 차지하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집니다.
그뿐 아니라 이후에도 여러 전투에서 어김없이 발휘되는 "오용"의 놀라운 전술들..
보면서 오용의 세치 혀에 휘둘리는 사람들도 어리석어 보이고 우습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행동을 간파하고 그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하는 오용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읽었던 "타인의 해석"에서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잘 판단하지 못한다가 핵심 주제였는데..
어떻게 오용은 이렇게 다른 이들의 행동을 잘 예측했을까요? 궁금하기도 합니다.
수호지를 읽는 재미 중 하나가 어디서 봤는데 하는 인물의 등장입니다.
하필이면 악역이긴 하지만 제일 이름을 많이 들어본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반금련입니다.
중국의 섹스소설 [금병매]에도 등장하는 그 반금련입니다. ㅎㅎ
뭔가 '팜므파탈'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무송의 형인 '무대'를 독살하는 아주.. 잔인한 여인이었습니다.
거기에 함께하는 왕노파까지..
여인들의 질투와 시기, 그리고 성욕이 너무 크게 그려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들긴 했지만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뒤에 등장하는 '구천현녀'와 '호삼랑'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반금련으로 돌아가서 왕노파가 반금련을 꼬시도록 '서문경'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여자를 후려내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얼굴이 잘생겨야 하며,
둘째는 마치 당나귀의 것처럼 그 물건이 커야 하며,
셋째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돈이 많아야 하며,
넷째는 솜옷 위에서 바늘이 찔러도 참고 있을 정도로 참을성이 많아야 하며,
다섯째는 몸이 한가로워야 합니다.
ㅎㅎ 소설이니까... 그냥 재미로 읽어봅니다.
이러한 변금련에게 복수하는 것은 바로 변금련의 시동생 '무송'입니다.
그런데 이 '무송'.. 제가 보기에는 별로 동정이 안갑니다.
제가 보기에는 "니가 먼저 잘못했잖아!" 하는 부분들이 심심치 않습니다.
대체로 "술을 먹고 사고치는 " 유형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술 먹고 행패를 부리다가 잡히고
괜히 술먹다가 오만데 잡혀가고..
그래서 무송을 아끼는 장청 내외는 무송에게 단단히 부탁합니다.
"부디 조심해서 가게. 술은 조금만 마시고 다른 사람과의 시비나 싸움을 절대로 하지 말게."
그리고 얌전히 길을 가면 좋았을 것을.. 역시나 주막에서 사고를 칩니다.
그냥 주어진 대로 먹고 얌전히 길을 가면 좋을 것을... 미리 예약한 손님것 까지도 탐내는...
그래도 다행히 거기서 송강을 만나게 되고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습니다.
경양강 고개에서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일
양곡현에서 도두가 되었던 일
형수 반금련이 서문경과 간통을 하고 형을 독살해 이들을 죽인 일
유배 가던 중 십자파에서 장청, 손이랑 부부를 만나 의형제를 맺었던 일
맹주성에서 시은의 도움을 받고 그의 원수를 갚아 주었던 일
도둑으로 몰려 죽을 뻔하다가 장 도감 일족을 목 벤 일
등등... 역시나 인생 참... 오르락 내리락... 정신없습니다.
이러한 번다한 인생사의 이유 중 하나가 '천상'에서 '사악한 마음'을 버리지 못해 도를 쌓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송강'
사실 그때 이후로 뭔가 짜잔 ~ 하고 엄청 착하게 살줄 알았는데.. 역시나 계속해서 전투하고 조정과 싸우고...
뭐 어쩔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싸우는 것은 싸우는 것!
거기서 느끼는 것이 .. 전체적으로 수호지의 내용도 그렇지만 인간사가 크게 변하는 것 같아도..
결국 사는 모습은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수호지]가 쓰여질 당시랑 지금이랑 '총 칼'만 안들었지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만을 보호하고
그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그들을 어떻게든 힘을 잃게 만들려고 하고
그 와중에 중상모략, 유언비어 등등이 난무하는...
그냥 그래서 더 씁쓸하게 이야기가 느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끝 마무리가 다소 씁쓸한 탓에 말이죠..
혹시 [수호지]를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깔끔한 번역에 문체도 간결한 [교양으로 읽는 수호지]를 강추해드립니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전 여전히 [수호지] 읽어야 하는데.. 만 이야기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