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
오하라 헨리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21년 11월
평점 :
나는 이 삶을 선택할 의향이 있는가?
나는 이 삶을 살고 싶은가?
#일을원하는가?
이미 퇴직하신지 십여년이 지난 아버지께서 문득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디든 일만 시켜주면 가서 일하고 싶네."
30여년을 주구장창 일했으면서 무슨 일이냐고, 그냥 쉬시라고 만류했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합니다.
도대체 일이란 것이 무엇일까요?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의 작가 오하라 헨리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돈이야기]가 맞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오늘 점심 메뉴도 무엇을 먹고 싶은지 결정하기 힘든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만들기 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결정하라고.
사람은 '싫은 것'에 대해서는 금방 결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점심 메뉴로 먹고 싶은 것 ? 이라고 물으면 답변하기가 어려운데, 먹고 싶지 않은 것? 이라고 하면 금방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죽어도 싫은 것을 적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리스트업하는 방법의 장점으로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는 외부의 영향이 없기 때문일거라고 설명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면 주변의 평가, 나의 능력, 가능성, 실패에 대한 불안 등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은 그냥 나의 감정에 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과연 사람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 중의 하나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통해 얻게 되던 '돈'이 중단됩니다.
'돈'이 없으면 내가 그동안 해오던 생활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은둔생활에 들어갑니다.
#은둔생활
'자연인'에 나오는 것과 같은 생활이 아니라 도시 속 은둔생활입니다. 저자는 그동안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주변 눈치를 보며 고급기모노를 입는 것보다 자신에게 편하고 입고 싶은 저렴한 기모노를 입는 것이 낫다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해야지라는 차원에서 꾸려나가던 삶의 조건들을 '내'가 만족할 수준으로 바꾸어갑니다. 마치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같다는 느낌입니다. 다른 누구를 위함이 아닌 나에게 딱 알맞은 행복의 크기를 아는 것. 그렇게 저자는 자신이 '이 정도면' 만족하는 수준을 알아갑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소화하는 일이라도 내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힘든 겁니다. 내가 실감하는 감정에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누가 더 힘든지 따지는 일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그는 주변을 무시하라고 합니다. 주변의 의견을 참고해야 할때도 있겠지만, 주변의 공감을 얻어야만 행동해야한다면 그것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주변의 공감이 행동기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이말에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저부터가 제 감정보다는 주변에서 보기 좋은 것, 사회적 이미지로 괜찮아보이는 것들을 선택하기 일수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보고 싶은 것은 로맨스 장르소설이면서 지하철을 타거나 주변 보는 눈이 있을 때는 괜히 인문학 서적책을 보고, 사람들이 집에 와서 보게 되면 창피할까봐 책장에는 일부러 있어보이는 책들만 꽂아두곤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애인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같이 다니면 좀더 괜찮아 보일 사람을 선택한 적도 있습니다. 제 감정보다는 주변의 시선을 더 의식했던 것이지요. 조금 결이 다를지 모르지만 저자는 자신의 은둔생활에 있어 주변의 평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심지어 휴대전화도 안 가지고 다니는 오하라 헨리.
책 속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이점입니다. 아. 정말 수시로 쉴새없이 울리는 메시지들.
혼자 있고 싶으나 절대 혼자 있게 두지 않는 휴대전화.
저 또한 누군가의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며 연락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저자가 선택한 휴대전화 없는 삶이 제일 부러웠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나는 이러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이 아닌 나 스스로가 선택한 기준을 가지고, 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
마음은 원하나 실제로는 선택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확실하게 알고 그 선택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저자가 참 멋지며 부럽습니다.
#추천합니다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 / 오하라 헨리 / 북노마드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아 읽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