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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을유사상고전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홍사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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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을유문화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짧게 돌아다니는 니체의 글들을 참 좋아했다. 니체의 글에서 파생된 책들, 일력과 필사 책, 그리고 온라인에 떠다니는 명언들. 그럼에도 원전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아직까지도 읽기를 미루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좋은 것은 가장 마지막에' 취하고 싶어 하다 보니 어느새 지금까지 안 읽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실은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하며 가장 처음으로 산 책이 을유사상고전의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이었지만, 이 역시 아직도 새 책인 상태로 책장에 꽂혀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외에도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등의 훌륭한 고전을 꾸준히 내고 있는 을유문화사의 브랜드 「을유사상고전」에서 드디어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나왔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책 뒤표지에 강조한 문구들을 보니 그만큼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던 걸까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특히, '원전의 문체와 운율감을 살린'이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그동안 파편적으로 읽었던 니체의 문장을 한 번도 산문시라고 여겼던 적이 없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 니체의 의도에 맞춘 읽기와 사유에 집중한 번역과 편집
* 저자의 사유에 다가가도록 돕는 해제와 옮긴이의 말
* 니체 철학 연구자의 '원전의 문체와 운율감을 살린' 완역본


/

차라투스트라는 삼십 세가 되었을 때,

자신의 고향과 그곳의 호수를 떠나 산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겼으며,

그렇게 십 년을 지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마침내 변화했다.

─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그는 아침놀과 함께 일어나

태양 앞으로 나아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보라! 나는 마치 꿀을 너무 많이 모은 꿀벌과도 같이 나의 지혜에 물려 있다.

내게는 내밀고 있는 손들이 필요하다.
나는 선사하고 싶고 나누어 주고 싶다.

그리하여 사람들 가운데 지혜로운 자들은 또 한 번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가난한 사람들은 또 한 번 자신들의 부유함을 기뻐할 때까지.
그러기 위해 나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태양 그대가 저녁마다 그리하듯이 바다 너머로 가서,

심지어 하계에도 빛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대 너무나도 넘쳐 나는 천체여!
내가 내려가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표현하듯,

나도 그대와 마찬가지로 몰락해야 하는 것이다. (…) "

​─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P.17, 「차라투스트라의 서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몰락한 차라투스트라가 군중을 향해 위버멘쉬를 가르치는 여러 편의 철학적 산문시로 이루어져 있다. 원전이 되는 책을 읽으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진리 ─어쩌면, 진리가 아니라 찰나의 순간에만 유효하는 그런 말이겠지만─에 최근에 접한 추상 예술들이 떠오른다. 추상화 그림을 보고 잠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가 다시 보았을 때에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프리스타일 연주를 들으며 멜로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처럼, 니체의 철학도 허공에 떠있다. 신은 죽었고, 차라투스트라의 말은 때론 절대적 진리처럼 다가오다가도, 어느 순간 반박하고 싶어지기도, 그리고 지금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먼 미래에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어렴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철학'이나 '사상'이란 키워드에 여전히 겁이 많은 편이지만, 번역가의 노력 덕분에 물 흐르듯 읽힌 책. 더 나아가 처음으로 원전을 읽으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시간이 흐르면 꼭 다시 펼쳐보고 싶은 고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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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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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예쁘게 만들어져서 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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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란 무엇인가 김영민 논어 연작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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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사회평론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서점가에 철학 붐을 일으켰지만, 뒤를 이어 등장한 고전 동양 철학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人不知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아"라 했으니 생소한 한자어의 나열이 나에게는 꽤 큰 장벽이었다.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않으냐?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참으로 군자가 아니겠느냐?)


​이렇게 영원한 숙제였을지 모르는 『논어』가 단숨에 흥미로운 책으로 바뀐 건, 김영민 작가의 논어 교양서 『논어란 무엇인가』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어쩐지 구닥다리인 것 같은 책',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짧지만 산만하고, 유익하지만 철 지난 말씀으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현대 독자들이 흔히 느끼는 『논어』의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

『논어』의 문장들이 산만한 것은 『논어』에 담긴 정신이 산만해서가 아니라

『논어』의 문헌 전통이 산만해서 그렇다.

『논어』는 공자孔子라는 인물이 책상에 앉아

정신 집중하여 써 내려간 한 권의 책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응집력 있고 일관된 책이 되었으련만.

공자는 『논어』라는 책을 쓴 적이 없다.

『논어』는 후대에 얼기설기 편집된 책이다.

그러기에 실로 산만한 책이다.


─ 「1. 『논어』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中


​지금까지는 내가 『논어』를 읽어도 읽는 게 아니었던 것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분절된 내용이라 맥락을 파악할 수 없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체계가 없는, 그래서 저자는 『논어』는 쇼츠라는 은유를 든다.


『논어』에 대해서, 그리고 공자에 대해서 짧은 장을 통해 다룬 다음 하나의 키워드로 일관될 수 없는, 『논어』라는 텍스트 그 자체에 설명하기 시작한다. <세속의 질서>, <행동규범>, <주체>, <인간> 등의 10가지나 되는 주제로 『논어』를 바라보는데, 김영민 새 번역의 『논어』 문장과 함께 하는 해설은 그렇게나 어렵게 다가왔던 논어가 순식간에 쉽고 재미있어진다. 『논어』가 시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한계 역시 지적하지만, 쉽게 풀어 설명하고 정교한 읽기를 돕는 글을 따라가다 보니 '논어, 나도 읽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도 어느새 들었다. 아마 나만이 겪는 일은 아닐 것이다.


​김영민이라는 이름은 익숙했지만, 이 책이 처음 읽는 책이 되었다. 유쾌한 문체와 깊은 지식을 모두 아우르는 글을 읽으며 왜 한국에서 많이 읽히는 작가인지 알게 된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논어란 무엇인가』는 '김영민 논어 연작'중 한 권이다. 공자와 논어의 세계 해설을 다루는 이 책 외에 논어 새 번역과 논어 에세이, 심층 해설과 번역서 비평까지 있다. 만약 지금까지 『논어』가 어려웠다면 새해에는 든든한 김영민 작가의 책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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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 - 강창래의 세계문학 강의
강창래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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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비록 성인 독서율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난 몇 년간 도서출판업계에서 가장 반기던 소식이 있었다. 텍스트힙[text+hip], 읽는 행위를 멋지다고 생각하며 젊은 세대들이 독서를 즐기는 현상의 등장이다. 나는 이러한 유행과는 별개의 말 할 수 없는 이유로 독서를 시작한 케이스지만, 내가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알고 지내게 된 것도 어쩌면 이 흐름 덕분일지도 모른다.


오락 본위의 독서에서 졸업하고 폭넓은 독서를 추구하게 된 지 대략 4년에서 5년쯤 된 것 같다. 이젠 무슨 책을 읽어도 자신 있다고 말하고 싶으나 여전히 책 읽기에 두려움은 있는데 그 두려움은 대체로 문학작품에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내가 이해를 못 하면 어쩌지에 대한 고민, 때로는 완독 이후에 이 작품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음에 대한 고민 같은 것들. 이러한 고민 탓에 문학비평·평론집을 자주 찾게 되었다. 

'강창래'라는 이름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처음 읽었던 강창래의 책은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였다. 20여 년간 출판편집기획자로 지내며 쌓아온 내공으로 스물여섯 권의 책을 읽고 쓴 인문교양서적. 그 책으로 문학에 대한 '강창래'의 날카로운 시선을 읽어내는 순간 다른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 나에게 강창래의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늘 장바구니 한켠에 머물러 있던 책이었으나,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번번이 다음으로 미뤄지던 책이었기에 더 받게 돼서 영광이었던 책. 실물로 받아보니 '강창래의 세계문학 강의'라는 부제목을 보고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려운 주제라 해도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수식어를 가진 작가답게 문학과 문예사조와 문학 이론, 개념 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책은 시작부터 외설적인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다루며, 독자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법적 공방과 외설 아래에 숨겨진 문학적 가치에 대한 설명에서 저자는 문학이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규정되고 재정의 되는 대상임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동안 지배계층만의 전유물이었던 문학은 산업혁명 이후 종교를 대체하고 값싼 교양교육 도구가 되었다. 문학의 역사를 간략하게 톺아본 다음, 저자는 각 나라에서 문학이 어떤 역사를 거치며 태어났는지, 유명한 작가와 작품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지 설명한다. 투르게네프의 『연기』를 읽으며 왜 러시아 문학에 프랑스어가 이토록 많이 나오는지 잘 알지 못했는데, 그런 부분을 알려주며 깊은 이해를 돕는다. '당시 러시아 귀족들은 '말할 때뿐만 아니라 생각할 때도 세련된 프랑스어'를 사용했다(P.155)'고. 역사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고전 읽기를 미뤄왔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다른 작품에서도 떠오르는 의문을 이 책이 해결해 주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세계 고전문학의 믿을 구석이다.


저자의 독자의 흥미를 끄는 방식과 어려운 문제를 잘 풀어 쉽게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과 저자에 대한 확신이 또다시 서게 된다. 이 책의 목적이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것이 아님을 책 말미에서 언급하듯 책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나 독자가 문학에 한 발자국 더 딛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했다. 고전이나 문학 읽기를 돕는 책은 적지 않지만, 이 책만큼은 독서가 취미이든 보다 진지한 태도이든 상관없이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세계문학이나 고전에 어려움이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거쳐가도 좋다.


언젠가 필자가 비평 이론의 모든 것을 다룰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P.344)라는 문장으로 책은 마무리가 되는데 꼭 실현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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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 셰익스피어가 그린 권력과 정치, 그리고 악랄한 독재자들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김한영 옮김 / 까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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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까치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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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 P.238, 「결론」

─ 이 지구상에 인간이라는 종이 생기고, 개개인이 모여 부족을 이루고, 점점 커져 국가라는 형태가 된 것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발생한 사건이다. 무수히 많은 인간이 저마다의 지역에서 왕권을 잡고, 어떤 왕은 훌륭하게 백성을 이끄는 왕이 되는가 하면 어떤 왕은 권력에 취해 나쁜 통치자가 되고 만다. 아무리 지금이 정보화 시대라 하더라도 폭군은 여전히 등장하는데 약 400여 년 전이라면 지금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으리라. 또 아무리 지금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시대라 하더라도 권력의 심기를 거스른 자가 응징을 당하는 모습이 여전히 보이는데 그 옛날이라면……. ​작년 12월 3일, 계엄령이 선포되고 계엄 저지를 위해 국회로 달려가고 법을 발 빠르게 선포한 국회의원들의 모습과, 그 추운 날 무수히 많이 일어난 시위와, 탄핵과, 대통령 선거를 지나며 여러모로 낭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우리가 잘 뽑았더라면, 하고. 고명섭 작가의 『카이로스 극장』을 보면 그런 징조가 윤석열 당선 이전에도 숱하게 드러나있었다지만, 그럼에도 나라가 폭군(혹은 폭군적 시도를 하는 나쁜 통치자)의 손에 넘어가는 건 순식간이라는 것을 느낀 사건이었다. ─ 끔찍한 자아도취와 어리석음, 광기, 잔인함, 무능, 피해 망상, 광포함을 가진 나쁘거나 미친 인간들은 늘 존재했고, 앞으로도 늘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인간이 한 나라를 통째로 가질 수 있었을까? 이러한 폭군에 복종하며 생기는 비극적 손실들은 어떻고 또 이를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하버드 대학교 인문학 교수이자, 문학 작품을 다양한 맥락에서 분석하는 신 역사주의의 주창자인 스티븐 그린블랫은 '폭군'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시선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린블랫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폭군 문제에 대해 고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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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작품을 쓰기 시작한 1590년대 초부터 펜을 내려놓을 때까지 매우 심란한 한 가지의 문제로 고심을 되풀이했다. 그 질문은 이러했다. 어떻게 한 나라 전체가 폭군tyrant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을까? ​─ P.15, 「1. 비스듬한 시선」


그 고민에 따른 답은 극이라는, 우회된 이야기의 형식이 되었다. 극을 통해 맥베스나 리어왕, 리처드 3세, 코리올라누스라는 가상의 폭군 캐릭터를 보여주며 그들이 집권한다는 것의 의미를 대중에게 전달하려 했으리라. ​많은 이야기의 탄생 배경에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대대로 직접적인 비판을 하기 어려웠다. 알레고리(Allegory), '다르게 말한다'는 뜻으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돌려 말하는 우화 따위가 대표적이다. 셰익스피어의 시대의 영국 역시 표현에 있어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돌려 말하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조심성 때문만은 아니었고, 당대에 중요한 문제들을 숙고할 때 에둘러 생각하는 편이 더 좋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오늘날 가장 중요한 셰익스피어 연구자"라는 찬사를 받는 만큼 그린블랫의 분석은 이 우회성을 띠는 원전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통찰력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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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자존심, 고통을 주면서 즐거워하는 가학적 성향, 강박적인 지배 욕구​(P.79), 큰 소리로 말하기 전에 자신의 의도가 실행되기를 기대하는 조급함​(P.123)​,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 배신, 빈말, 수많은 자의 무고한 죽음​(P.148)​.


셰익스피어의 극을 바탕으로 하는 그린블랫의 해석을 읽다 보면 오늘날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갑질의 풍경이 떠오른다. 나라의 왕은 되지 못했을지라도 각자의 집단 내에서 기어코 발생하고 마는 폭군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극작가요, 그의 작품은 여전히 읽혀야 할 고전인 것은 어떤 인간 부류의 특징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저자의 텍스트를 파고드는 집요함도 배울 수 있었지만, 동시에 세상을 보는 시선도 더 넓힐 수 있었던 책. 당신 주변에도 폭군과 같은 미친 인간이 있다면, 이 책과 셰익스피어의 극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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