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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 - 강창래의 세계문학 강의
강창래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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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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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성인 독서율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난 몇 년간 도서출판업계에서 가장 반기던 소식이 있었다. 텍스트힙[text+hip], 읽는 행위를 멋지다고 생각하며 젊은 세대들이 독서를 즐기는 현상의 등장이다. 나는 이러한 유행과는 별개의 말 할 수 없는 이유로 독서를 시작한 케이스지만, 내가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알고 지내게 된 것도 어쩌면 이 흐름 덕분일지도 모른다.
오락 본위의 독서에서 졸업하고 폭넓은 독서를 추구하게 된 지 대략 4년에서 5년쯤 된 것 같다. 이젠 무슨 책을 읽어도 자신 있다고 말하고 싶으나 여전히 책 읽기에 두려움은 있는데 그 두려움은 대체로 문학작품에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내가 이해를 못 하면 어쩌지에 대한 고민, 때로는 완독 이후에 이 작품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음에 대한 고민 같은 것들. 이러한 고민 탓에 문학비평·평론집을 자주 찾게 되었다.
'강창래'라는 이름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처음 읽었던 강창래의 책은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였다. 20여 년간 출판편집기획자로 지내며 쌓아온 내공으로 스물여섯 권의 책을 읽고 쓴 인문교양서적. 그 책으로 문학에 대한 '강창래'의 날카로운 시선을 읽어내는 순간 다른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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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게 강창래의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늘 장바구니 한켠에 머물러 있던 책이었으나,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번번이 다음으로 미뤄지던 책이었기에 더 받게 돼서 영광이었던 책. 실물로 받아보니 '강창래의 세계문학 강의'라는 부제목을 보고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려운 주제라 해도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수식어를 가진 작가답게 문학과 문예사조와 문학 이론, 개념 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책은 시작부터 외설적인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다루며, 독자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법적 공방과 외설 아래에 숨겨진 문학적 가치에 대한 설명에서 저자는 문학이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규정되고 재정의 되는 대상임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동안 지배계층만의 전유물이었던 문학은 산업혁명 이후 종교를 대체하고 값싼 교양교육 도구가 되었다. 문학의 역사를 간략하게 톺아본 다음, 저자는 각 나라에서 문학이 어떤 역사를 거치며 태어났는지, 유명한 작가와 작품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지 설명한다. 투르게네프의 『연기』를 읽으며 왜 러시아 문학에 프랑스어가 이토록 많이 나오는지 잘 알지 못했는데, 그런 부분을 알려주며 깊은 이해를 돕는다. '당시 러시아 귀족들은 '말할 때뿐만 아니라 생각할 때도 세련된 프랑스어'를 사용했다(P.155)'고. 역사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고전 읽기를 미뤄왔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다른 작품에서도 떠오르는 의문을 이 책이 해결해 주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세계 고전문학의 믿을 구석이다.
저자의 독자의 흥미를 끄는 방식과 어려운 문제를 잘 풀어 쉽게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과 저자에 대한 확신이 또다시 서게 된다. 이 책의 목적이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것이 아님을 책 말미에서 언급하듯 책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나 독자가 문학에 한 발자국 더 딛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했다. 고전이나 문학 읽기를 돕는 책은 적지 않지만, 이 책만큼은 독서가 취미이든 보다 진지한 태도이든 상관없이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세계문학이나 고전에 어려움이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거쳐가도 좋다.
언젠가 필자가 비평 이론의 모든 것을 다룰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P.344)라는 문장으로 책은 마무리가 되는데 꼭 실현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