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
본 서평은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마음에 새기면 좋은 성현의 글들을 모아 꾸준히 필사책으로 선보이는 출판사 유노북스에서 이번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글을 엮어 모았다.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다산의 필사책』이 지난 9월 10일 출간되었다. 평생 다산을 공부해 온 국내 최고의 다산학 권위자 박석무 선생님의 손을 거쳐 엄선한 74구절을 독자들은 따라 써 내려가며 다산의 마음, 태도, 관계, 배움, 책임 그리고 삶을 배운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의 신임을 얻어 여러 관직을 거쳤지만, 그 영광도 잠시. 1800년 정조가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 1801년 신유박해로 인해 강진으로 유배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18년간 가족도 없이 고독 속에 살았던 정약용은 그럼에도 학문과 글쓰기를 놓지 않았고, 그의 삶은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가 되었다.
─
우리는 왜 정약용을 써야 할까?
텍스트힙 열풍에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초대형 사건이 있었음에도 성인 독서율은 여전히 문제시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이니 비단 한국만이 겪는 일은 아님에 안도해야 하나. 문제적 인간 유형이 인터넷을 통해 날마다 갱신되는 것도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역할을 어느 정도 하리라. 유노북스와 박석무 선생님이 이 책을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산 정약용은 책을 읽고, 심신을 수양하라는 가르침을 글로써 전한다. 또, 영광의 순간이 한순간 끝났지만 수행을 멈추지 않았던 정약용의 삶을 통해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박석무 선생님은 이 필사책을 통해 많은 사람의 삶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염원하며 냈다고 한다.
/
꺾인 길 위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다산의 삶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단순히 '어려움을 참고 견디라'는 말이 아니다.
살다 보면 노력만으로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온다.
믿었던 것이 무너지고, 계획했던 일이 막히고, 오랫동안 쌓아 온 것을 잃기도 한다.
그가 보여 준 것은 무너진 삶을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방법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인생의 길은 뜻하지 않게 꺾일 수 있다.
하지만 길이 꺾였다고 삶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남은 것을 돌아보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 나간다면,
가장 힘겨웠던 시간조차 언젠가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
─
현대에도 유효한 조선시대 성현의 지혜
/
성인이냐 광인이냐는 오직 뉘우칠 줄 아느냐 모르느냐로 갈린다.
─ 〈매심재기〉
몸을 바르게 움직이는 것, 말을 가려서 하는 것, 얼굴빛을 가다듬는 것.
이 세 가지가 학문을 하는 데 가장 우선하여 마음을 기울여야 할 곳이다.
─ 〈두 아들에게 부치는 글〉
그 누군가가 어떤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에 우리들은 경건한 마음을 서서히 놓아버리지 않았나. 뉘우치는 법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마치 지금의 우리를 질책하는 듯한 다산의 따끔한 가르침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다가온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故失道者後德, 失德者後仁, 失仁者後義, 失義者後禮라 했다. 도를 잃으면 덕을 뒤따라 잃고, 덕을 잃으면 인을 뒤따라 잃고, 인을 잃으면 의를 뒤따라 잃고, 의를 잃으면 예를 뒤따라 잃는다는 뜻이다. 잃어버린 진리를 찾기 위해 책 속의 핵심 내용을 발췌한 문장을 마음에 새겨보는 건 어떨까. 다산의 가르침을 배워보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