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하자,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고 - 사회과학 명문장 100
노명우 지음 / 원더박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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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우 작가님 필사책 어떻게 참아요... 필사책 많고 많지만 차별화된 필사책!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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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하자,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고 - 사회과학 명문장 100
노명우 지음 / 원더박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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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원더박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으로 생각의 틀이 확장되고, 디깅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좋아졌던 작가라 하면 저는 노명우 작가님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출간된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는 사고나 재난에 대하여 기억이 가지는 힘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교양고전독서』 시리즈는 숨어있는 좋은 책을 발견하고, 그 책에 대해서도 배우며 더 나아가 고전이 가지는 의미를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읽고 방문한 연신내의 '니은서점'에는 마스터북텐더와 북텐더가 큐레이션 한 양질의 인문사회과학 책이 가득해 (자주는 못 가더라도 + 조만간 방문예정~) 저의 최애 서점이 되었답니다.

노명우 작가님의 생각도 좋은데 안목마저 너무 좋아하는 제가 견딜 수 없어할 책이 한 권 나왔는데요, 바로 노명우 작가님의 사회과학 필사책 『필사를 하자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고』라는 책입니다. 필사책이 이제는 너무 많이 나오는 시기이지만, 기존에 차고 넘치던 예쁜 문장이 아닌 낭만적 기대로 칠해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를 포착해 현실을 표현한 사회과학의 문장을 담았다는 게 다른 필사책과는 차별화가 되는 포인트입니다.
앞서 니은서점의 큐레이션을 좋아한다고 말했었는데, 어쩌면 이 책 또한 사회과학 서적 큐레이션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그저 보물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문장마다 노명우 작가님이 달아주신 주석도 공부가 되니, 평소 이런 쪽으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꼭 한 권 집에 두셔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필사책은 제가 글을 구구절절 쓰는 것보다, 목차와 내용, 작가만 확인해도 괜찮지 않을까, 평소보다 다소 짧게 쓰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좋으니까요. 더 말이 필요할까.

+
지금 원더박스 인스타그램에서 노명우 작가님과 함께하는 '리얼리스트 필사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인데 놓치지 마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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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을 위한 철학 - 나를 짓누르는 삶의 중력을 거슬러 은총으로 나아가는 길
시몬 베유 지음, 한소희 엮음 / 구텐베르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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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구텐베르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병철의 『신에 관하여: 시몬 베유와의 대화』를 읽고, 시몬 베유의 철학을 새로 눈을 뜨며 곧바로 문학과지성사 채석장 시리즈의 『중력과 은총』을 샀다. 내가 공감했던 건 한병철의 글이기도 하겠지만, 시몬 베유의 철학이기도 했으니까 꼭 원전을 읽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오늘날의 세태를 덧붙여 시몬 베유의 철학과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한병철의 책과 달리 누구 하나 손대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텍스트와 영성적인 것이 어색했기 때문일까. 내게 『중력과 은총』은 다소 알듯 말듯 다가오는 책이었다.


지금 시몬 베유의 철학을 필요로 하는 이는 적지 않을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소셜미디어와 무언가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의 기질이 바탕이 되어 숏폼과 릴스의 유행을 낳았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에서 누군가는 무기력을 느끼며 홀로 침잠하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 몽펠리에 3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통계와 진단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마음의 문제에 대한 답을 철학에서 찾은 심리치료사 한소희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현대인들의 번아웃 문제에 대한 답을 시몬 베유로 내놓는다. 구텐베르크 출판사를 통해 나온 신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을 위한 철학』이 그 책이다. 시몬 베유의 주요 저작물인 『중력과 은총』, 『신을 기다리며』, 『노동 일기』, 『뿌리내림』를 중심으로 현대 독자들이 쉽게 몰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엮었다.


파리 최고의 엘리트 교수직을 내려놓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접 겪어보겠다는 신념으로 르노 자동차 공장의 프레스공이 된 철학자 시몬 베유는 약자에 대한 연민과 진리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에는 아나키스트 부대에 합류하여 전선에 뛰어들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투신하며 약자에 대한 연민과 진리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은 시몬 베유는 나치의 집권 하에 고통받는 유대인들과 함께하고자 스스로 음식을 거부하다 34세의 짧은 나이로 일기를 마감했다. 사후에 소설가 알베르 카뮈에 의해 원고가 정리되어 출간되었고, 베유만의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비주의적 통찰이 많은 이들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중력'과 '은총'.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으로는 중력[重力]은 물리학 용어로 질량을 가지고 있는 모든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뜻하고, 은총[恩寵]은 높은 사람에게서 받는 특별한 은혜와 사랑을 말한다. 시몬 베유는 이러한 용어들에 더 높은 차원의 개념을 담아 이야기한다. 책을 엮은 심리치료사 한소희는 이러한 용어에 어려움을 겪을 독자를 위해 책 첫머리에 시몬 베유의 용어를 알기 쉽도록 정리한다.

이어지는 본문은 시몬 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쓴 글들로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도울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풍경과 사물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엮은이보다는 지은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세계를 해석할 때 자아가 닫혀있는 한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다. 판단하려는 의지를 멈추고 내면을 공백으로 만들어 기다릴 때 정답은 찾아온다. 불행은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공포, 사회적 멸시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총체적 파괴 상태를 낳는다. 시몬 베유는 불행을 통해 '나'를 구성하던 것의 허상을 보고 더 큰 실재를 만나며 영혼이 성숙해진다고 한다. 지적 겸손과 존재의 투명성을 회복하는 순간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시몬 베유의 철학들과 이를 바탕으로 짜인 엮은이의 텍스트는 견고했던 자아를 가졌던 탓에 더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철학과 함께하는 심리치료사라는 이력이 눈에 들어온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며 최악의 순간을 지낸 적이 있었다. 정신과 약을 한동안 먹었지만 약은 속 쓰림만 남겼고, 정작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은 약이 아닌 책과 철학이었다. 당신도 치열한 삶을 살며 무기력한 시기를 겪고 있는가. 어쩌면 이 책이 그 고통을 해결하는 하나의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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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루스트 - 삶의 슬픔과 희열, 위로와 예술을 알려준 우리들의 프루스트를 찾아서
김주원 외 지음 / 현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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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현암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민음사 릿터 49호, 『잠의 힘』에서는 10명의 소설가와 시인에게 「자기 전에 읽는 책」을 묻는다. 소설가 문지혁이 꼽은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문지혁은 자기 전에 읽는 책이란 모름지기 ①끝이 나지 않고, ②적당히 지루하며, ③그러다가도 어떤 순간엔 예기치 않게 섬광 같은 영감을 주어야 한다는 세 가지 요소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모두 충족하며, 읽고 있노라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느낀다고. 그러면서 글을 읽는 독자에게 한 가지 유의 사항을 남기며 짧은 글을 마친다.


'책은 열세 권이지만, 한 권이면 충분하다.

어차피 당신은 영원히 스완네 집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매일 밤 내가 그렇듯이.'


이 문장은 내겐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과 늘어지는 만연체를 가진 이 소설을 나는 한때 꾸역꾸역 붙잡고 10권까진 읽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13권까진 도착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다시 1권으로 돌아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독서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남는 건 있었으니 원전에서 파생된 글이나 프루스트에 관한 글을 마주할 때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읽었을까'하고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이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밤 시작된 기획으로 열 명의 필자가 모여 각자 고유의 시선과 개성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풀어낸 책이 한 권 나왔다. 제목은 『나의 프루스트』.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보고 프루스트에 입문해 프루스트와 관련된 여러 저서를 쓴 유예진 교수와 인문학자, 문학연구가, 극작가, 피아니스트, 번역가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프루스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루스트 읽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기획이 아닐 수가 없다. 길고 어려운 프루스트의 소설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들에 확신이 안 설 때도 종종 있었는데, 『나의 프루스트』 속 글에 공감하며 내가 느낀 모호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글이 봉준수 교수의 「길이를 화두 삼아」라는 글인데, 프루스트의 소설을 한 번이라도 도전해본 독자라면 '집요하게 내면에 천착하는 긴 소설'이라는 표현에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도, 그 만연체가 가지는 의의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동화인류학자 오선민의 「프루스트에게 배우는 일상의 글쓰기」는 프루스트가 그의 소설에서 일상의 어떤 것을 포착해 글감으로 삼았는지를 이야기한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김주원 교수의 「프루스트에게 피아노에 대해 배운 것」은 피아노나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프루스트의 책에서 피아노에 관한 텍스트가 나올 때 어떻게 읽고 생각하고, 무슨 음악을 들으면 좋은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루스트를 읽은 지가 오래되었다. 애매한 지점에서 읽기를 중단해, 언제 다시 도전할까 고민이 되던 찰나에 만나게 된 책이다. 『나의 프루스트』 속 프루스트에 관한 십인십색의 다양한 글은 독자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볼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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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되살아난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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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블루홀식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미스터리가 꽤 오래전부터 존재했다지만, 나는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작가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직 그의 모든 저서를 읽은 것은 아니나, 장기매매(『카인의 오만』), 사이비 종교(『라스푸틴의 정원』), 집단 따돌림(『가시의 집』)  등 사회문제가 들어간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현실감이 느껴져 더욱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카인의 오만』을 읽을 적에는 밀도 높은 핍진성에 '일본은 만화 그릴 때에도 취재를 열심히 한다던데, 나카야마 시치리도 이런 쪽으로 얼마나 취재를 다녔을까'하고 작가의 작업 과정에 호기심을 품기도 했었다.


그런 작가의 첫 작품은 어떨까? 최초의 작품을 본다는 건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초기 작품이 꽤나 실망스러울 수도 있으니. 하지만 블루홀은 책 뒤편에 이런 문구를 실었다. '십 년 동안 독자들이 염원하던 전설의 명작!'이라고.


드디어 한국에 소환된 나카야마 시치리의 첫 작품.

출간 2주 만에 증쇄까지 찍은 『마녀는 되살아난다』를 읽었다.


/
그 광경을 눈에 담은 순간, 마키하타 게이스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수사 현장에서 12년을 몸담으면서,
부패하거나 열차에 치여 절단되거나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을 수도 없이 봤지만
이렇게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은 처음이었다.

─ P.9

상상만으로도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처참한 광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폭발이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살점과 뼈들. 피해자는 기류 다카시로 유류품에서 알 수 있는 단서는 그가 스턴버그라는 독일 제약회사의 사원이라는 사실뿐이다.

신원 확인을 위해 시체를 보여달라며 사건 현장으로 찾아온 약학대 3년생 마리무라 미사토라는 여성은 그 이후로 수사현장에서 계속해서 마주치고, 기류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후지모리 치과에서는 그가 '그렇다면 저도 마녀의 후예입니다'라는 묘한 말을 했다는 증언을 듣는다. 수사본부의 추가적인 조사 중 드러난 사실은 기류의 가족이 모두 같은 날 사망해 기류가 4억 엔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생명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것. 그리고 이미 일본에서 철수한 독일의 스턴버그 제약회사가 시부야와 신주쿠를 중심으로 퍼진 히트라는 새로운 약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이토록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왜 그랬을까. 공격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신종 ○약이 이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 걸까. 등장인물들의 너무도 암담한 과거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사건과 연결되는 걸까. 기류가 치과에서 내뱉은 '그렇다면 저도 마녀의 후예입니다'라는 말까지 더해 온갖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잔뜩 끌어안으며 읽었다. 이야기의 끝에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의외의, 그러나 누구라도 납득 가능한 진상. 또 시치리 선생에게 당했구나 싶다가도, 마냥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결말에 마지막에는 즐거워하며 책을 덮었다.

반전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스포일러라는 의견이 종종 보인다. 그런 까닭에 나카야마 시치리에 붙는 '반전의 제왕'이라는 칭호는 살짝 치워보면 어떨까 싶다. 그럼에도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라는 또 다른 칭호는 이 최초의 소설에서도 유효하다고 말하고 싶다. ○약과 제약회사의 어두운 이면을 살인사건과 멋지게 엮어냈으니까. '첫 작품이라서'같은 아쉬움 따윈 없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한 번이라도 즐겁게 읽었다면 『마녀는 되살아난다』 역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의 시치리를 만든 초심을 확인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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