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루스트 - 삶의 슬픔과 희열, 위로와 예술을 알려준 우리들의 프루스트를 찾아서
김주원 외 지음 / 현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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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현암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민음사 릿터 49호, 『잠의 힘』에서는 10명의 소설가와 시인에게 「자기 전에 읽는 책」을 묻는다. 소설가 문지혁이 꼽은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문지혁은 자기 전에 읽는 책이란 모름지기 ①끝이 나지 않고, ②적당히 지루하며, ③그러다가도 어떤 순간엔 예기치 않게 섬광 같은 영감을 주어야 한다는 세 가지 요소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모두 충족하며, 읽고 있노라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느낀다고. 그러면서 글을 읽는 독자에게 한 가지 유의 사항을 남기며 짧은 글을 마친다.


'책은 열세 권이지만, 한 권이면 충분하다.

어차피 당신은 영원히 스완네 집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매일 밤 내가 그렇듯이.'


이 문장은 내겐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과 늘어지는 만연체를 가진 이 소설을 나는 한때 꾸역꾸역 붙잡고 10권까진 읽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13권까진 도착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다시 1권으로 돌아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독서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남는 건 있었으니 원전에서 파생된 글이나 프루스트에 관한 글을 마주할 때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읽었을까'하고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이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밤 시작된 기획으로 열 명의 필자가 모여 각자 고유의 시선과 개성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풀어낸 책이 한 권 나왔다. 제목은 『나의 프루스트』.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보고 프루스트에 입문해 프루스트와 관련된 여러 저서를 쓴 유예진 교수와 인문학자, 문학연구가, 극작가, 피아니스트, 번역가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프루스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루스트 읽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기획이 아닐 수가 없다. 길고 어려운 프루스트의 소설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들에 확신이 안 설 때도 종종 있었는데, 『나의 프루스트』 속 글에 공감하며 내가 느낀 모호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글이 봉준수 교수의 「길이를 화두 삼아」라는 글인데, 프루스트의 소설을 한 번이라도 도전해본 독자라면 '집요하게 내면에 천착하는 긴 소설'이라는 표현에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도, 그 만연체가 가지는 의의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동화인류학자 오선민의 「프루스트에게 배우는 일상의 글쓰기」는 프루스트가 그의 소설에서 일상의 어떤 것을 포착해 글감으로 삼았는지를 이야기한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김주원 교수의 「프루스트에게 피아노에 대해 배운 것」은 피아노나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프루스트의 책에서 피아노에 관한 텍스트가 나올 때 어떻게 읽고 생각하고, 무슨 음악을 들으면 좋은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루스트를 읽은 지가 오래되었다. 애매한 지점에서 읽기를 중단해, 언제 다시 도전할까 고민이 되던 찰나에 만나게 된 책이다. 『나의 프루스트』 속 프루스트에 관한 십인십색의 다양한 글은 독자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볼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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