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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되살아난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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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블루홀식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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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미스터리가 꽤 오래전부터 존재했다지만, 나는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작가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직 그의 모든 저서를 읽은 것은 아니나, 장기매매(『카인의 오만』), 사이비 종교(『라스푸틴의 정원』), 집단 따돌림(『가시의 집』) 등 사회문제가 들어간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현실감이 느껴져 더욱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카인의 오만』을 읽을 적에는 밀도 높은 핍진성에 '일본은 만화 그릴 때에도 취재를 열심히 한다던데, 나카야마 시치리도 이런 쪽으로 얼마나 취재를 다녔을까'하고 작가의 작업 과정에 호기심을 품기도 했었다.
그런 작가의 첫 작품은 어떨까? 최초의 작품을 본다는 건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초기 작품이 꽤나 실망스러울 수도 있으니. 하지만 블루홀은 책 뒤편에 이런 문구를 실었다. '십 년 동안 독자들이 염원하던 전설의 명작!'이라고.
드디어 한국에 소환된 나카야마 시치리의 첫 작품.
출간 2주 만에 증쇄까지 찍은 『마녀는 되살아난다』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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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경을 눈에 담은 순간, 마키하타 게이스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수사 현장에서 12년을 몸담으면서,
부패하거나 열차에 치여 절단되거나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을 수도 없이 봤지만
이렇게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은 처음이었다.
─ P.9
상상만으로도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처참한 광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폭발이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살점과 뼈들. 피해자는 기류 다카시로 유류품에서 알 수 있는 단서는 그가 스턴버그라는 독일 제약회사의 사원이라는 사실뿐이다.
신원 확인을 위해 시체를 보여달라며 사건 현장으로 찾아온 약학대 3년생 마리무라 미사토라는 여성은 그 이후로 수사현장에서 계속해서 마주치고, 기류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후지모리 치과에서는 그가 '그렇다면 저도 마녀의 후예입니다'라는 묘한 말을 했다는 증언을 듣는다. 수사본부의 추가적인 조사 중 드러난 사실은 기류의 가족이 모두 같은 날 사망해 기류가 4억 엔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생명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것. 그리고 이미 일본에서 철수한 독일의 스턴버그 제약회사가 시부야와 신주쿠를 중심으로 퍼진 히트라는 새로운 약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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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왜 그랬을까. 공격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신종 ○약이 이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 걸까. 등장인물들의 너무도 암담한 과거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사건과 연결되는 걸까. 기류가 치과에서 내뱉은 '그렇다면 저도 마녀의 후예입니다'라는 말까지 더해 온갖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잔뜩 끌어안으며 읽었다. 이야기의 끝에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의외의, 그러나 누구라도 납득 가능한 진상. 또 시치리 선생에게 당했구나 싶다가도, 마냥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결말에 마지막에는 즐거워하며 책을 덮었다.
반전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스포일러라는 의견이 종종 보인다. 그런 까닭에 나카야마 시치리에 붙는 '반전의 제왕'이라는 칭호는 살짝 치워보면 어떨까 싶다. 그럼에도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라는 또 다른 칭호는 이 최초의 소설에서도 유효하다고 말하고 싶다. ○약과 제약회사의 어두운 이면을 살인사건과 멋지게 엮어냈으니까. '첫 작품이라서'같은 아쉬움 따윈 없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한 번이라도 즐겁게 읽었다면 『마녀는 되살아난다』 역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의 시치리를 만든 초심을 확인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