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에 쓴 '살인의 해석' 리뷰에 경계에 서있다는 말을 써버렸는데,

그 말을 이 영화에도 쓰고 싶다.

 

그럼 이 영화는 어떤 경계에 서 있을까?

진중한 주제를 상업영화로 풀어내는 경계,

너무 무거워서 관객들의 외면을 받지도 않고

너무 가벼워서 원래 다루고자 했던 사건을 잃어버리지도 않은 경계이다.

 

발포의 주체라든지 좀 더 다룰 부분이 있지 않았냐고 아쉬움을 표한 친구도 있지만,

이것이 실제 있었던 일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친구는

내용을 더 채우는 것보다 상업성을 포기하지 않고  

일단 많은 사람들에게 사건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역할을 영화가 해 준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나도 후자의 경우인데, 내용을 더욱 많이 전달하려면 다큐나 책자가 좋고,

이 영화에는 이 영화의 의미가 있달까.

사람들의 실제적인 당황과 고통, 고립감을 다루어준 것만으로도 훌륭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도 훌륭하다.

 

충분히 상업영화적이라는 부분이

(특히, 남녀노소를 끌어들일 수 있는 그 캐스팅;;

 안성기, 김상경은 그렇다치고 이준기, 이요원은;;)

오히려 이런 사건을 다룬 영화에 강점으로 작용하는 예를 보게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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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최근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프로이트의 미국 방문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가상의 심리학자 영거를 등장시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고 있다.

 

일단 성실하게 조사된 - 조사원을 따로 고용했다는 정도니까 -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미국의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정확하고 세밀한 묘사는

역사와 문학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기법인데,

개인적으로 최근 읽은 책 중에는 이 부분이 가장 낫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캐릭터인데, 실존했던 심리학자들을 등장시켜 작가가 개성을 부여했다.

헌데 그 개성들이 역할분담이 잘 되어있어서

그 사람들간의 관계가 또 하나의 긴장을 낳을 정도가 된다.

특히, 프로이트의 캐릭터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내가 알고 있는 프로이트의 인물상과도 일치하는데

좀 더 전문적인 평전을 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프로이트와 융과의 긴장은 역사적으로도 그러했던 것을

작품 안에서 개성을 부여하여 더욱 역동성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전에 '플리커 스타일'의 리뷰를 올리면서 정말 일그러진 이야기라고 한 적이 있다.

헌데 이 살인의 해석에서 드러나는 이야기 또한 정말로 많이 일그러져 있다.

그렇지만 플리커 류와 이 작품이 전적으로 다른 것은

전자는 행동의 이유보다는 행동 자체를 묘사하는 반면

후자는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즉, 욕망의 근원에 대해 묻기 때문이다.

그 근원을 탐구하는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묻고,

그것을 통해서 독자로 하여금 묻게 하고.

물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궁극까지 추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심리학 서적이겠지.)

작품을 풍요롭게 하고 독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이 의문에 대해 집중을 해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독자 몫이고,

아니오를 선택한다고 해도 그 탐구는

타인의 마음을 간파하는 심리학자라던지, 속고 속이는 인간관계라던지 하는 형태의

흥미거리로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해준다.

 

성실하게 쓰여졌고 곁들여진 볼거리도 많은 작품이다. 

또한 읽는 이가  가볍게 대하고자 하면 가볍게 응해주고

진지하게 대하고자 하면 진지하게 대해줄 수 있는 경계에 서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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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에 꼽아 놓고 아직 읽지를 못했네요.^^; 프로이트의 일그러진 이야기 굉장히 궁금하네요. 썩히지 말고 빨랑 읽어야 겠네요.

산도 2007-08-29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지게 하는 리뷰... 추천하고 갑니다~^^

Textian 2007-08-29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돌이/ 프로이트의 이야기가 일그러진 것은 아니고, 살인이 벌어지게 되는 과정이 일그러진 이야기랄까요^^
주드 / 감사합니다^^
 
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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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면 충분할 것을 한 권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이 혹시 요즘 베스트셀러인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꽤 눈에 띄는 것 같은데.

그렇지만 내 감각에는 굳이 이 내용이 책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복해질 것을 믿으라는 내용인데..

그러니까 좋은 내용인데,

오늘의 좋은 말이나 혹은 샘터의 한페이지 정도면 충분할 것을

책 한권으로 만든 다음 이 돈을 내고 사라고 하는 것은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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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형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조금은 무색한 "시크릿"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9-21 01:24 
    시크릿 -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살림BIZ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19일에 읽은 책이다. 어떤 책이든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없기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아쉬움이 상당히 많은 책이다. 그것은 그만큼 국내나 미국에서 대형 베스트셀러라는 점이 부각되었고 각종 사이트의 많은 리뷰어들의 평점이 상당히 높았기에 그만큼의 기대감을 가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같은 책의 선경험이 있었기에 그만큼의 기..
 
 
 

즐겁게 읽은 2작품이고 그런 방향으로 리뷰도 올렸건만

한켠으로 사족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이렇게 페이퍼로 빼내본다.

 

스타더스트의 경우, 별 아가씨 이베인의 운명이 맘에 걸린다.

그녀가 지상으로 떨어진 것은 자의도 타의도 아닌 우연이다.

그리고 그 우연은 그녀를 영원히 지상에 묶어버리고 만다.

설령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지상으로의 추락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얻은 행복인지라

슬픔을 덮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사랑이라는 것 또한 그녀가 거스르기 힘든 맹약의 힘을 어느정도 빈 것이다.

그녀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서 행복해도 행복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빈국에서 부모님이 팔거나 납치되어 타국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브로커에 의해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괜찮은 사람이어서 알콩달콩 살았더라 같은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지금 여기의 세계사'에는 모 국가에 아직도 존재하는 납치혼을 취재한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납치혼을 하였지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기자가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대목이 있는데

스타더스트를 읽고 내 느낌이 그렇다.

물론 별아가씨의 추락은 어떤 악의에 의한 것도 아니고

사랑을 이루는 과정 또한 납치혼하고는 비교할 수 없음에도 그렇다.

 

그냥 행복에 감정이입해서 즐겁게 읽었지만

또 조금 다르게 읽으면 뭔가 꺼끌꺼끌한 느낌이 남는다.

 

테메레르의 경우, 드래곤들의 번식방법이 맘에 걸린다.

6권까지 출간예정이라고 하니 후편에서 어떤 설명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1권에서는 드래곤의 번식이 그런 형태인 것이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드래곤들의 번식과 사육이 인간에게 맡겨져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렇게나 강하고 현명한 용들이지만 교배를 통해 품종이 개량된다고 할 정도로

인간에게 번식이 맡겨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두 가지 추측이 떠오른다.

 

첫번째는 드래곤의 품종에 대한 기록 중

가축을 해치기에 농부들에게 사냥당했다는 어떤 종의 설명이 나온다.

인간이 결국은 드래곤보다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고,

드래곤들은 자신들의 번식과 사육 - 이후 이어지는 드래곤의 활용 - 을

인간에게 맡기고 대신 생존을 얻은 것이라는 추측.

 

두번째는 테메레르에서 드래곤의 특성인 자신의 파트너에 대한 전폭적인 유대를 이용하여

인간이 파트너인 드래곤뿐만 아니라 그 알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추측.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추측말고도

전혀 다른 각도의 이유, 평화롭고 애정으로 가득찬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에라도 드래곤들의 종족적 자율성이

인간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한 종족이라는 관념은 있는 것 같은데

국적으로 나뉘어 전투를 벌이는 드래곤,

그러나 사실 드래곤은 국가와 무관하고 단지 파트너를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작품 내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알이 인간의 손에 맡겨져 있고

태어나서 파트너가 되는 인간이 안장을 얹고 사육하게 되며

그 파트너와의 유대 때문에 전쟁에 나선다는 것은

인간에게 드래곤이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든다.

 

또 이상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인간과 드래곤의 좋은 관계란 마치 지배국 국민에게 인정받는 피지배민족 엘리트랄까.

'자, 하세가와 상. 김 상은 조선인이지만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나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적인 친교를 맺고 있다네.'

쯤의 대화를 떠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역시나 조금 다르게 읽으니 꺼끌꺼끌하다.

 

두 작품을 즐겁게 읽어놓고서는 이렇게 사족을 단다.

하지만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고 걸려 있으니 나로서는 별수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고개 갸웃할만한 부분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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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2007-08-2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테메레르에 대한 님의 여러가지 궁금증은 2권에서 해소될 겁니다. ㅋㅋ
2권은 9월 안에 출간된답니다. ^^

Textian 2007-08-2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월이면 머지 않았네요^^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세트 - 전4권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결전을 향한 선택.

해리포터 시리즈의 6번째 작품.

불사조 기사단 이후 오랫동안 읽지 못하다가 7권이 해외에 등장한 시점에서 6권을 읽게 되었다.  

흠, 이 시리즈는 정말 전체적으로 괜찮다.

정의인 척, 우정인 척 괜히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강점이고,

이야기가 풀려나가지 않는 갑갑함을 통해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능력도 상당하다.

 

6권에서도 이 갑갑함이 가독성을 높여주고 있는데,

크게 분류하자면 세가지 축을 통해 긴장을 높여주고 있다.

 

첫번째는 후견인.

덤블도어는 언제나와 같이 해리를 돕는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늘 그랬듯이

해리가 자신이 알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독자가 자신이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적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돕는다. 

이것은 해리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6권에서는 이것이 덤블도어와의 '수업'을 통해 드러나는데

수업은 불규칙하며 느리게 진행된다.

물론 수업의 끝에서 알게 되는 것은 많은 의문점을 해결해주는 진실이지만

이 진실을 얻기 위해서는 모험이 필요한 것이다.

 

두번째는 스네이프 교수에 대한 증오.

해리는 수업을 통해 스네이프 교수를 증오할 이유를 또 하나 얻게 된다.

그 이유의 추가는 스네이프에 대한 감정의 저울을 완전히 증오로 기울게 하게 된다.

더구나 상대를 증오하면서도 해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은 그 감정을 더욱 커지게 한데다가

그에 덧붙여 스네이프가 해리에게 저지르는 일은

증오를 넘어 복수심을 불러 일으킨 듯 하다.

 

(잠시 다른 이야기지만, 해리포터 시리즈가 아무리 꾸미지 않아도

복수심을 올바르다고 평가하지는 않을듯 한데 이 감정을 7권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된다.)

 

세번째는 말포이의 음모.

해리는 말포이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 의심하지만

친구들은 말포이의 힘으로는 큰 일을 벌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덤블도어는 이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포이는 참으로 큰 사건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해버린다.

 

이 세가지 축이 이야기 내내 해리의 행동과 밀고 밀리다가

마지막에 펑하고 폭발해 버리는데

결론적으로 소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 가지는 실패하고

해리의 의견이 무시되던 두 가지는 현실로 들어맞는다.

 

1권을 돌이켜 보면 덤블도어의 사태 수습능력은 해리의 입장에서는 거의 전능했는데,

6권에서는 한계가 있다.

7권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풀어져나올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한계로 인해

해리는 6권에서 일어나버린 사태를 수습하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1권으로부터 5권까지 해리의 선택은 각 권에 해당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그 사건들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대립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국 큰 선을 따라간다는 느낌이었다면

6권에서 해리의 선택은 스스로 결정적 대립,

시리즈를 관통하는 선으로의 길에 해당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해리포터 영화의 배우들이 쑥쑥 커버리는 것이 이슈가 되었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인물들의 성장은

현실에서 배우들이 그 정도로 커주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나 6권을 떠나 7권으로 향하는 해리는 더욱 그렇고,

7권에서 보여질 인물들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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