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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처벌 ㅣ 나남신서 29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옮김 / 나남출판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중세의 가혹하고 잔인한 신체형으로부터
현대의 감옥에 이르기까지 처벌방법의 변화와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중세의 신체형이 사라진 것은
우리의 이성이 계몽된 탓도 아니고, 휴머니즘이 힘을 얻은 탓도 아니다.
가혹하며 민중들에게 공개된 신체형을 통하여 권력이 얻으려고 했던 것은
단일하고 집중된 권력, 이를테면 왕권에 대한 외경이었다.
그러나 근대가 다가옴에 따라 오히려 신체형을 관람하던 민중들이
권력에 대한 저항과 조롱을 표출하는 역작용이 일어났고,
이는 이전과 같은 신체형을 권력으로서도 부담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더구나 산업이 발전하면서 신체 그 자체보다는 신체가 가지는 경제성이 더욱 중요하게 됨에 따라,
처벌은 법을 통하여 계량화되었다.
즉, 이러한 범죄에 대해서는 몇 년의 징역,
저러한 범죄에 대해서는 몇 년의 징역이라는 형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또한 감옥에 있는 동안은 사회가 제공하는 노동에 동원되고
사회의 도덕에 적합한 계도를 받아야만 했다.
근대가 다가오며 감금이 거의 단일한 처벌방법으로 작용하였고
노동과 계몽은 감금기간동안 지속적으로 범죄자들을 압박했다.
근대가 자리잡으면서 권력은 권력망을 형성한다.
어떤 특정한 주체를 통해서보다는 사회관계를 통해서 파악하게 되는 권력.
이 권력은 '규율'의 행사를 통하여 인간을 지배해 나간다.
오히려 이전보다도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명령의 형태가 아니라 규율의 형태로
즉, 누가 나에게 지시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모호한 형태로 다가온다.
그리고 감옥은 이 규율에서 일탈하는 자들을
망 자체에 도전하는 인간이 아닌 단지 망 안에서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으로 만들기 위하여 존재한다.
일탈자들을 권력이 분류하기 용이한 범위 내에서 순환하는 범죄자로 재생산하는 역할이다.
권력이 알게 모르게 강요하는 규율에 속해 살아간다는 것은
감옥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당연시 했던 규율들에 대하여 갖는 의심이 내가 어디 서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다만 어려운 것은 그 뒤이다.
난 무엇을 통하여 규율을 깰 것인가.
아니, 그 규율을 벗어나 어디로 갈 것인가.
일견 규율을 깨고 탈출한 듯 보이는 이들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것은
일탈 이후가 너무나 모호한 탓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