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aphael >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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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냉소와 증오만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지나친 자기반성으로 이루어진 글은 보는 이에게 부담을 주듯, 세상에 대한 냉소와 증오가 가득한 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 "샐린저"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나가고 있다. 진정한 냉소란 그만큼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변명하듯이 저자는 속내를 솔직하고 경쾌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인 콜필드는 아웃사이더이다. 그는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회의하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이는 당사자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한 자신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조직사회를 거부하고 때로는 자기 파괴적으로 행동하는 콜필드는 상처에 익숙하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예민하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은 그를 상처받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남들과 다른 기준으로 사는 그를 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 또한 세상과 타협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세상은 아웃사이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격 이상자들일 뿐이다. 세상은 사람이 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콜필드는 왜 사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 한 어떻게 살지를 결정할 수 없는 아웃사이더이다.
결국 주인공이 하고자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란 호밀밭의 파수꾼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등대지기”란 노래의 가사처럼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위해서라기 보단 홀로 있는다는 것, 또 그것이 혼자 있어도 존재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 같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보면서 "위노라 라이더"가 나오는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가 생각났다. 위노라는 여자 콜필드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그녀가 정신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푸코의 말처럼 광인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세상의 기준은 그들을 수용할 정신병원을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리라. 마치 콜필드의 여정처럼.
이후 콜필드가 계속 아웃사이더로 살아갈지 아니면 성장기의 통과의례쯤으로 간주하고 세상과 적당히 타협해나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사회가 콜필드와 같은 아웃사이더들을 좀더 따뜻하게 감싸안을 수 있는 곳으로 변해야 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