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쿠폰북 1 -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
이혜정 지음, 최일룡 그림 / 뜨인돌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로들은 키핑해줄래

 

 


책에는 '읽고' 싶은 책이 있는반면 '가지고' 싶은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분명 후자의 경우였다. 연인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 쿠폰북이라.. 이 얼마나 가장 실용적이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마구마구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제목인가. 이 책이 겨냥하고 있는 주된 독자층인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젊은 연인'이란 집단에서는 한참이나 동떨어져있는 연식이 좀 된 장년 솔로남자인 필자지만 첫 장에 나오는 '내 남자'의 애정지수 체크리스트에서 16개를 기록하며 녹차가 가장 잘 우러나오는 온도로 판정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다시 마음에 불을 지필 여력이 남아있다는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메세지로 보여졌다.

 


책의 형식을 빌렸지만 과연 책이란 표현을 써도 무난할까란 생각이 들 만큼 독특하다. 제목처럼 연인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데 도움이 되는 데이트시 재미나게 알콩달콩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법 서른가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새삼 개인적으로 '젊은 연인'이란 이름으로 관통해 온 90년대 초중반의 시간들을 돌이켜 보았다. 인터넷도 제대로 보급되기전인 모뎀시절이라 이처럼 연인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데 효과적인 이벤트 정보를 습득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기껏해야 소설책이나 잡지, 영화나 드라마 뿐이었으니 지금 이 쿠폰북처럼 필요할때 마다 한장씩 똑 똑 뜯어 손쉽게 애정이 담뿍 담긴 표현을 하고 블루클럽 마일리지 도장 찍듯 사랑의 마일리지를 적립하기가 용이해 졌다는 사실은 필자와 같은 세대에겐 묘한 질투심과 함께 그렇게 맹숭맹숭하게 '젊은 연인'들의 시대를 지나쳤다는데 대한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솔직히 실제로 쿠폰을 사용하기가 아무리 '젊은 연인'들 이라도 낯뜨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연식이 좀 된 필자와 같은 솔로들에겐 염장을 지르는 물건이 아니 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사랑이란것이 그런것이 아니었던가. 지극히
유치해 보이지만 그 두사람에겐 더없이 달콤한 마치 어린시절 길거리에서 사먹던 불량식품 같은 맛이 아니었던가. 공공장소에서 나즈막히 불러주던 나의 노래가 그들에겐 소음공해 였을수도 있고 4차선 횡단보도에서의 뜨겁고 열렬한 키스가 시민들에겐 경범죄로 보일 행동이었을 법도 한 그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정성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나이가 들어가고 열정이 식어간다고 느껴질때는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또 그로인해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와 마음에 들지않는 정치문제에 열을 올리고 종합주가지수나 펀드의 수익률에 눈이 멀어 연인과의 소중한 시간에서 조차 대충 근사한데서 밥을 사주고 값비싼 선물 따위로 마음의 표현이랍시고 행동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소개된 30가지의 방식말고 따로 포함된 나만의 사랑 쿠폰 D.I.Y(Do It Yourself)쿠폰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는 것은 큰 의의가 있는일이 될것같다.

 


거창한것은 아닐지라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연인들에겐 바쁜 일상에서도 잠시 짬을 내어 그 한사람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며 또한 지금은 솔로인 이들도 이 아름다운 사랑앞에 시니컬한 시선을 거두고 언젠가는 자신에게 다시 다가올 수도 있는 그 가나안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을 위해 미리미리 상대방을 위한 정성이 가득 담긴 나만의 사랑쿠폰을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하도록 하는데 이 쿠폰북을 활용해 보도록 하자.

 


요즘 잘나가는 은밀한 매력의 준교수의 표현을 빌려 이 자그마한 쿠폰북에 대한 느낌을 말하며 끝을 맺고자 한다.

 


'연일들에게 사랑은 참 마딨구나.. 하지만 솔로들도 키핑해줄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