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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꾸리는 인터넷 상점, 창업부터 성공까지 - 최신 개정판
원승교 지음 / 제우미디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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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락은 오지 않았다. 벌써 열일곱 번째다. 아니, 뚜렷한 기준없이 보냈던 것까지 따지면 그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간혹 오라는 곳도 있었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뚜렷한 목표, 기준없이 구했던 직장들, 항상 숨막히게 조여왔고, 어느새 나는 꿈마저 잃어버리고 있었다. 항상 밥벌이에 쫒겨왔고, 뒤처진 시간에 더 조급해 했다.

직장에서 나온 뒤, 밤에는 악몽에 시달렸고, 낮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아니, 생각하기도 싫어서 하루 종일 체스를 두었다. 다시 직장에 들어갈 생각에 프로필을 다시 쓰고 마음을 가다듬기도 했지만, 그리고 몇몇 군데서는 오라고 하기도 했지만 직장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마치 죽으러 가는 심정이었다.

맞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거기에는 아무 희망도 없었다. -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다 힘겹게 산다. 너도 별 수 없다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고, 일정기간 묵묵히 이 고난을 참아낸 후에도 바랄 수 있는 어떤 보장도 없다. 일이 힘들어서 죽음이 아니라 내 꿈과 희망을 짓밟아 놓아서, 내 능력과 감성을 모두 조직과 상관의 불합리한 틀 속에 가두어 놓는 것. 그것이 결국 나를 죽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차라리 난 당당히 싸우다가 죽겠다.

갈 곳 없는 내 처지를 한탄하러 친구를 찾아가던 길에 난 이 책을 처음 보았다. 우연이었을까? 나는 인터넷 사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매번 실패했다. 안되는 게 확실하다면 되는 것도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난 미래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 난 홈페이지를 기획하고 있는데, 이 책에 대해서 몇가지 조언을 하려고 한다.

우선 이 책은 저자가 혹평을 기다린다고 자신할 정도로 잘 쓰여졌다. 그래서 난 혹평을 한다. 분명 이 책을 보고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마라. 현실은 냉혹하고, 훈련소와 전쟁터는 분명히 다르다. 죽느냐 아니면 사느냐의 문제는 성공적인 전투지침서의 교본과는 다른 것이다. 책의 지식으로 성공한 사람은 그 책을 쓴 사람뿐이다 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두번째 이 책이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 분야의 현실과 미래에 이 책이 적용될 수는 없고, 이 책을 따라 해서도 안된다. 세번째, 저자는 다분히 정보화시대 인터넷 사업의 상승세에 힘입어 이 책을 쓰고 인터넷 사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온라인 북이 생기면서 종이로 된 구시대의 책자는 모두 사라질 것 같았지만, 명백히 공존한다.

네번째, 저자는 마치 인터넷 사업이 부와 여유로운 생활(1장4절 Life Style)을 가져다 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사업은 망할 확률이 더 높다. 시장은 한정되어 있고 인터넷업체들은 너무 많다. 창업자들은 밑바닥부터 기어오를 생각을 가져야 하고,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노고가 없이 넓은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 쳐다보며 펜대나 굴려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값을 높이 선정한 출판사의 노고에 감사한다. 여기에는 저자의 가격정책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 사료됨.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터넷 소호 창업자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창업 절차와 준비사항에 대한 세심한 설명과 배려,-더구나 저자의 말발은 유머와 재치로 넘쳐난다 - 그 외에도 장사에 필요한 지혜와 배포가 이 안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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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기하학
WILLIAM BLACKWELL / 기문당 / 198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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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건축 현장에서 살아온 오부장(건축감리였다)은 언제나 육각형의 집을 꿈꾸고 있었다. 육각형은 오부장에게 가장 완전한 도형이었고, 그의 환상적인 꿈을 담는 그릇이었다. “집 전체는 육각형 5개(설마 했는데 자신의 성이 ”오“라서…)가 모여있는 형태로, 각각의 육각형이 방이 되어야 하고.… 육각형의 거실에는 투명한 유리 밑에 작은 연못이 있고, …” 오부장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조차도 환상에 빠질 지경이었다. 결국 그는 머릿속에서만 떠돌던 이 집의 설계를 시작했다. 물론 그 설계는 불행하게도 나에게 맡겨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오부장의 망상에 사로잡혀 헛고생만 하게 되었다. 그는 정말 육각형의 공간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그 안에 살고 싶어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다만 평면적으로 완전해 보이는 육각형에 대한 신비감이었다. 이것은 5개의 육각형을 붙여 놓으면서 실현될 것 같았지만, 육각형의 방을 사각으로 갈라놓으면서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오부장은 그저 평면적인 윤곽만 5개의 육각형이길 바랬고, 집의 입체적인 형태나 공간에 대해서는 육각형을 불편해 했다. 결국 난 그가 꿈꾸고 있는 것이 육각형이 아닌, -그렇다고 어떤 기능이나 크기가 제시된 것도 아니었다- 육각형을 빙자한 환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 만의 환상 속을 헤매고 있었고 설계를 남에게 맡기기에도 너무나 주관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때 이 책을 샀다. 이 책은 건축에서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도형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난 오부장이 왜 육각형(hexagon)을 완전한 도형이라고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에 오부장의 사고방식이 3차원적이었다면 그는 정12면체dodecahedron)나 ‘절단8면체’(p168, cube-octa series)의 형태를 원했을 것이다. 건축에 있어서 기하학을 다룬 책은 많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유클리트의 입체도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공간-기하학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Fonatti의 <건축의 기본조형 원리>는 기하학의 형태를 주로 평면조형의 원리로 삼아 설명하고 있으며 기본입장이 건축적이라는데 차이가 있고, 봉일범의 저술 -<움직이는 기하학)은 유클리트의 입체도형 원리를 루이스 칸의 건축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는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간된 ‘건축과 기하학’을 다룬 서적들은 -이 책을 비롯해서- 크게 두가지 맹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서적이 유클리트 기하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기하의 인간적인 또는 감성적인 해석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현대건축은 유클리트의 영역을 넘어서 프렉탈의 세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건축에 있어 기하의 해석은 한편의 시와 같이 인간적인 감성으로 용해되어 나타난다. La Grande Arche는 기하학적 해석의 가장 인상적인 예 중에 하나일 것이다. “열려진 입방체는 세계를 향한 창문이며, 미래를 바라보는 가로의 커다란 종결점입니다.그것은 현대의 개선문으로서 인류의 승리를 기념하며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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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건들건들 앗, 이건 예술이야! 80
마이클 콕스 지음, 마이크 필립스 그림, 오숙은 옮김 / 주니어김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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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없는 음악은 그저 현란한 소리일 뿐이다. 값비싼 요리도 누군가가 아니라면 그저 화려한 맛일 뿐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장엄한 열주도, 소용돌이치는 계단도, 천공을 떠도는 발코니도 그 누군가가 없다면 단지 공허한 구조물에 불과하다. 인간의 삶이 담겨있기에 그 안에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그런 작은 에피소드들이 없다면 정말 건축에서 아름다움이나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건축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어쩌면 그것은 건축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메니아들의 재담일 것이다. 에펠탑은 그 구조의 장대함보다. 제작 과정과 높이를 둘러싼 해프닝(곡예)을 통해서 더 재미 있는 것이 되고, 건축가와 비평자의 풍자를 통해서 웃음으로 다가온다. 에펠탑을 비난했던 모파상의 괴벽이라던가 시인 베를렌의 이야기는 모두 이러한 우화들이다.

수많은 대작들과 이를 둘러싼 인간사의 이야기들 ...만리장성, 파르테논, 베르사이유, 피사의 사탑,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야심에 찬 건축가들, 건축으로 사기치던 협객, 수많은 재산을 날린 건축광들, ...세상에 숨어살기 위해 지하저택을 만들던 사람, 유령을 피하느라 미로의 집을 만든 사람, ...

전체적으로 이 책은 건축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안내서이다. 건축전문가라기보다 건축애호가에 의해 저술된 만큼 -더욱이 만화로 저술되었기 때문에- 부담없이 친근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그러나, 단 한 권의 그림책으로 건축의 방대한 영역을 설명하기에는 벅찬 한계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작품을 다뤘으되 대부분이 한 조각 그림에 설명 한 줄이고, 몇몇(위에서 언급된) 건축물만이 조금 심도있게 설명되었다. 건축사의 관점이나 작품의 선별에도 구미(歐美)에 편중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저자의 구조기술적인 흐름과 묘사는 아주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입문서로서 추천할 만한 책, 루이스 헬만, <재미있는 건축이야기> 오스버트 랭캐스터, <그림으로 보는 건축양식사> S, 가디너, <건축사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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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구조
WOLFGANG MEISENHEIMER / 국제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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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건축에 관한 개론서이다. 초보자들에겐 입문서로서 건축가들에겐 교양서로서 읽혀질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과 구성 방식은 개론서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점이 있다. 친절하게 풀어놓은 그림들을 보면서 단편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저자의 설명은 간결하고 암시적이며 때로는 시적이어서, 하나하나의 그림을 살피면서 저자의 짧은 해설을 읽노라면 독자들은 많은 의문을 품게 된다. 아마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이 다른 것은 저자 자신의 독특한 건축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저자는 건축의 공간 현상을 세 범주로 나누고 있다. - 배열과 분할(*), 내부공간. 그에 따르면 건축은 사물과 공간의 배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 배열이 첫 번째 범주이다. 배열과 다른 범주는 물체와 공간의 내적 질서와 분할의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을 둘러싸는 내부공간을 이야기 하는데, 이러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저자의 인지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이젠하이머(저자)는 공간 조형의 기본 모델로서 인체를 강조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배열과 분할, 내부공간” 모두가 인간이 공간을 느끼고 만드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그는 공간을 논하기에 앞서 인간 행위의 원초적인 무대로서 장소를 이야기하고, 이 장소들의 체계로서 공간을 정의한다. 공간 또한 1차적으로 ‘행동의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간이 촉각 등에 의해 원초적으로 인식했던 공간의 감각을 일깨운다. 행동의 공간에 이어서 ‘시각적인 공간’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공간을 지각하게 되는지를 시지각의 유클리트적인 특성과 투시적인 구조(깊이감)를 들어 설명한다.

그에게 있어 공간을 읽는 최종적인 수단은 인체이다. 심지에 배열의 최종적인 원리를 설명하면서도 그는 Edward T. Hall의 공간심리학 연구인 프럭시믹스(Proxemics)를 인용한다. 사람들 간의 공간심리학적인 허용거리가 바로 공간 배열의 원칙이 된다는 것이다. 분할의 원칙으로 다루고 있는 유클리트의 도형과 플라톤의 입체(hedron)은 통설에 불과 하다. 다만 그가 덧붙인 조형의 상징적이고 인간적인 의미의 분석은 뛰어난 것이다. 그는 조형 형태(Gestalt)를 설명하면서도 에렌펠스의 ‘시간적인 형태’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삶의 공간 이라는 건축의 인간적인 가치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그 외에도 그는 건축조형의 근본적인 모델이 인간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접하면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어딘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건축의 원형상“이었다. “건축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조형적인 기본 꼴은 건축공간에서 반복되어 나타난다. 그것은 고도로 문명화된 건축술의 형태에도, 그리고 소박한 형태에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 아마도 저자는 넌지시 그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인체공간, 동굴과 같은 인체의 내부, 몸을 감싸는 옷, 부풀어 오른 옷, ...” 저자는 건축의 역사가 유클리트적이고 정형화된 ‘사이공간’과 원시적이며 비유클리트적인 ‘동굴공간’으로 대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도 동굴은 그 원시성으로 인해 끝없이 재탄생되는 원형적인 모티브였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공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잘 읽어내고 있다.

인간은 태초로부터 수많은 꿈을 꾸어왔다. 태초의 오두막이 거대한 신전의 삼각 지붕이 되고, 바벨탑이 현대도시의 초고층이 되기까지 ... 그러나 인간이 꿈꾸는 건축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수많은 시간과 그 장대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 그것은 마치 피라미드와 원시오두막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건축가에게는 그런 원형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건축이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 이 책에서는 “분류”라고 옮겼으나 적합하지 않다.
** 이 책에서는 “유형학적 공간”이라고 옮겼으나, 문리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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