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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무대를 세계로 옮겨라
안석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2005년 3월 22일 신문에는 이런 표제의 서평이 실려 있었다.
“한국이 좁다면 세계로 눈을 돌려라”
이 기사가 눈길을 끈 것은 현 시대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을 이 상황에서 과감하게 “세계”를 외치는 환기성 때문이었다. 그것은 정말 통쾌한 일이기도 했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불황과 국지적인 ‘한국’이라는 한계 속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깊은 좌절에 빠져있을 때, 과감하게 던진 이 한마디는 마치 탈출구의 불빛과도 같은 메시지였다.
출간일을 겨냥한 런칭(launching) 전략이었을까?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가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는 장본인이었고, 몸소 그 실현을 증거하고 있었다. 저자는 더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계 프로의 삶에 도전하라!”
저자가 직접 자신의 길을 예시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바로 세계인의 꿈을 심고 그 성공을 도와주는 것. 따라서 세계인을 지향한 이 책의 비전과 전략은 상당히 진취적이며 구체적이다.
꿈을 꾸고, 그것을 위해 준비할 것들, 분석과 목표설정, 기회와 결단, 지식과 멘토.
새로운 것을 향한 동경과 준비. 자신을 변화시키는 주체적인 의지와 노력, 자기만의 의사결정법(SWOT), ‘미리 준비하고 먼저 시도하라’, 멀티테스킹. 끊임없는 도전과 추진력. ‘큰 흐름 속에서 타이밍을 읽어라’, ‘구체적인 곤란함과 해결의 방법, 실마리’ ...
그리고 .. ‘목표를 향해 질주하라’
이 책의 내용은 그야말로 세계인을 키워내는데 손색이 없는 비전과 지침으로 채워져 있다. 꿈없는 젊은이에게 책 한 권이 야심을 심어주고 미래를 설계해 줄 것 같은 기세를 품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나, 이런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평가에는 상반된 면이 있다. 수많은 서평과 꼬리말 속에는 반론이 자주 등장하는데, 대체로 그 요점은 이 책에는 저자의 신념이나 그 성취를 위한 역경이나 고난이 없고 또한 그로 인해 감동도 없다는 것이다. 세계 무대의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으나, 사람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것.
“감동을 느끼기에는 너무 쉽게 풀려버린 그녀의 인생”, “이런 책들에 현혹되는 순진한 사람들이 없기를”, “감동이 없는 글”, “알맹이는 어디에” ..
아마도 이런 반론 속에는 이 책이 추구하는 가치에 단면적인 맹점이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떠한 주관이나 신념보다 자본경제와 세계화의 논리에 충실하게 살았다. 그래서 이렇게 성공적인 승자가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자본경제에 몰입한 우등생의 수기나 세계화라는 우익에 편승한 시대의 우상이 아닐까? 저자의 성공 뒤에 가려진 수많은 가치들의 주검이나 희생과 대가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책을 읽는다고 갑자기 달라질 현실은 없다. 안되던 일을 갑자기 이룰 수도 없을 것이고, 막무가내로 해외로 뛰쳐나간다고 자기 뜻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다. 내 앞을 가로 막던 모든 문제가 이 책 때문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 같다. 똑같은 현실 똑같은 문제 앞에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한계’와 ‘회의’라는 틀을 벋어나며, 자신을 성장시키고, 드넓은 세계 속을 변화하는 자신으로 느끼는 것 ...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자유롭게
이 책은 그저 ‘안석화’라는 한 세계 프로의 화려한 성공담만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점차 한 사람의 얘기는 사라지겠지만, 그가 추구했던 세계는 남는다. 운명같은 지경(地境)을 벋어나 넓은 세게 속에서 자신을 변화의 주체로 인식하고, 세계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간 - 그것은 바로 비전(vision)의 멘토임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해 신문 서평을 읽고 구하게 된 이 책은 지금도 내 책상 머리에 놓여있다. 그것은 마치 꺼질 듯 이어오고 꺼질 듯 되살아나는 내 꿈의 일기처럼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도전이 있는 한 생각하는 모든 것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말은 나에게는 하나의 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