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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건들건들 ㅣ 앗, 이건 예술이야! 80
마이클 콕스 지음, 마이크 필립스 그림, 오숙은 옮김 / 주니어김영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추억이 없는 음악은 그저 현란한 소리일 뿐이다. 값비싼 요리도 누군가가 아니라면 그저 화려한 맛일 뿐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장엄한 열주도, 소용돌이치는 계단도, 천공을 떠도는 발코니도 그 누군가가 없다면 단지 공허한 구조물에 불과하다. 인간의 삶이 담겨있기에 그 안에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그런 작은 에피소드들이 없다면 정말 건축에서 아름다움이나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건축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어쩌면 그것은 건축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메니아들의 재담일 것이다. 에펠탑은 그 구조의 장대함보다. 제작 과정과 높이를 둘러싼 해프닝(곡예)을 통해서 더 재미 있는 것이 되고, 건축가와 비평자의 풍자를 통해서 웃음으로 다가온다. 에펠탑을 비난했던 모파상의 괴벽이라던가 시인 베를렌의 이야기는 모두 이러한 우화들이다.
수많은 대작들과 이를 둘러싼 인간사의 이야기들 ...만리장성, 파르테논, 베르사이유, 피사의 사탑,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야심에 찬 건축가들, 건축으로 사기치던 협객, 수많은 재산을 날린 건축광들, ...세상에 숨어살기 위해 지하저택을 만들던 사람, 유령을 피하느라 미로의 집을 만든 사람, ...
전체적으로 이 책은 건축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안내서이다. 건축전문가라기보다 건축애호가에 의해 저술된 만큼 -더욱이 만화로 저술되었기 때문에- 부담없이 친근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그러나, 단 한 권의 그림책으로 건축의 방대한 영역을 설명하기에는 벅찬 한계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작품을 다뤘으되 대부분이 한 조각 그림에 설명 한 줄이고, 몇몇(위에서 언급된) 건축물만이 조금 심도있게 설명되었다. 건축사의 관점이나 작품의 선별에도 구미(歐美)에 편중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저자의 구조기술적인 흐름과 묘사는 아주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입문서로서 추천할 만한 책, 루이스 헬만, <재미있는 건축이야기> 오스버트 랭캐스터, <그림으로 보는 건축양식사> S, 가디너, <건축사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