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필사노트 : 메밀꽃 필 무렵 / 날개 / 봄봄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1
이효석.이상.김유정 지음 / 새봄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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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작품을 그대로 따라 옮겨적는 필사는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건데, 요즘 들어 시나 소설을 옮겨 적는 필사 관련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필사라고 하니 학창시절 좋아하는 시 전체나 감명깊게 읽은 소설의 구절을 옮겨 적던 추억이 생각났다. 슬며시 떠오르는 미소 뒤에 그것들을 따라 적을 때의 마음이 생각나 갑자기 필사가 하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따라 적으면 좋겠다 싶던 중 발견한 책이 바로 새봄출판사의 <나의 첫 필사노트>다. 이책은 책표지가 3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알라딘에는 '표지 3종 랜덤'과 '김유정의 봄봄' 두 가지가 올라와 있길래 나는 연초록의 느낌이 따듯한 '봄봄'으로 골랐다. 봄향기 물씬 풍기는 책표지 그림 덕분에 책이 더 친근해졌다.




 <나의 첫 필사노트>에서는 필사할 작품으로 세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친근하고도 익숙한 그 작품! 바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이다. 주옥같은 단편소설 세 편을 이책을 통해 모두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갑다.  




 <나의 첫 필사노트>의 서문을 보면 같은 글이 두번 반복되어 인쇄되어 있다. '이건 뭐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보니 왼쪽 텍스트는 인쇄 활자 버전, 오른쪽 텍스트는 '필사노트'의 예시인 손글씨 버전이었다. 마지막 부분을 보니 새봄출판사 대표님이 직접 쓰신 손글씨인 듯.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직접적이고도 효과적인 책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니! 필사의 좋은 예로 마음에 드는 구절에는 밑줄이나 별표도 넣고, 첨가사항도 적어 놓았다. 손글씨로 마주한 친절한 서문 덕분에 <나의 첫 필사노트> 사용법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첫 필사노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한쪽의 '일러두기'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먼저 이책에 실린 단편소설의 필사 버전에서는 문장과 단어를 최대한 현대식 표현으로 수정했고, 옮겨 적기 불편한 부분은 문장의 구조를 재배열하거나 첨삭하는 등 과감한 수정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과정은 아마도 작품을 옮겨 적는 독자들의 이해를 최대한 돕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반면 원문 버전에서는 최대한 원문을 살려서 실었다고 하니 원작 그대로를 만나볼 수도 있다. 




 이책은 세 편의 단편소설 모두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처음엔 필사 버전이, 그 다음엔 소설 원문이 실려 있다. '필사 버전'에서는 왼쪽에는 소설 텍스트가, 오른쪽에는 텅빈 백지가 마련되어 있다. (간혹 아랫부분에 주석이 적혀 있기도 하다) 앞서 출판사 대표님이 직접 시범을 보인 서문처럼, 본문에서도 왼쪽의 소설을 작품을 읽으면서 오른쪽 공간에는 마치 노트처럼 책에 바로 손글씨로 옮겨 적으며 필사하면 된다. <나의 첫 필사노트>라는 제목의 '필사노트'라는 의미가 책에 그대로 실현되어 있다. 




 소설의 '필사 버전' 텍스트가 끝나면 막간을 이용해 작가와 작품 정보가 간략히 실려 있다. 이름하야 '필사를 위한 몇 가지 도움말'. 필사 잘 하는 방법이 아니라 작품을 잘 이해하는 정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작품 원문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원문 버전' 소설이 독자를 기다린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 모두 같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애정하는 작품을 이렇게 옮겨 적으며 음미할 수 있는 책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문학작품의 필사는 단순히 따라 적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으면서 그 작품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더 깊게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님이 아들과 며느리에게 모두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데,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점점 스마트해지는 세상에 살다 보니 점점 펜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자판이 익숙해지는 요즘이다. 예전엔 반듯반듯 예쁘게 쓰던 글씨도 펜을 잡는 게 어색해지는 것 만큼 삐뚤빼뚤 못난이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다 메모라도 할라치면 내 글씨에 내가 놀라곤 한다. 손글씨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무언가를 계속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지라 필사책은 그런 면에서도 내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이책을 통해 좋은 작품을 다시 만나는 행복과 함께 잊고 있었던 손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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