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 - 더 늦지 않게 나를 만나기 위한 마음 수업
존 E 월션 지음, 부희령 옮김, 이인옥 그림 / 행성B(행성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 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 | 존 E 월션 글, 이인옥 그림, 부희령 옮김 | 행성B잎새 | 2011.09  



잘 지내시죠, 라는 오랜만의 인사에 불쑥 사실 요즘 조금 힘들어요, 라고 대답해 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이책을 선물 받았다. 마음의 평화와 진정한 행복을 찾는 힐링에세이라고, 이책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했음 좋겠다고, 게다가 완숙한 계절인 가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선정의 변을 달아서. 사실 언제부턴가 책을 읽을 땐 열심히 공감을 표하지만 막상 생활로 들어서면 여전한 나의 변화없음에 실망해 한동안 자신을 변화시키는 류의 책을 멀리했다. 허나 너덜너덜해져가는 내 마음을 나보다 더 걱정해주시는 그 마음이 감사해 외면하지 못하고 오랜만에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로의 조용한 여행을 떠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여정이 마냥 공감으로 가득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그 나름의 보람은 있는 법. 그런 면에서 나를 생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다. 그게 깊은 마음이든 아니면 잠시 스쳐가는 마음이든, 덕분에 오랫만에 나를 돌아볼 기회를 마련했으니 말이다.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다. 그와 함께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욕망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라고 강요하고 그래야 더 행복하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그에 비례해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나라별 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소위 잘 나가는 선진국이 아닌,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부탄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반면 우리나라는 행복지수는 68위로 하위권에 그쳤단다. 우리보다 가난한 부탄 국민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함을 많이 느낀다는 건 물질적 풍요가 늘 마음의 행복을 수반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미워하면 결국 비참해지는 것은 우리 자신일 뿐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고귀한 본성인 자연스러운 기쁨 속에서 살아가는 능력을 거부하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장 사랑하기 힘든 사람이라도,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10쪽)

지난 40여 년 간 여러 구루들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다양한 형태의 명상과 수행을 통해 삶의 의미와 마음의 평화를 찾는 구도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저자는 이책의 서문에서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내는 비밀은 물질적인 성취나 보상에 있지 않다. 사랑의 경험을 확장하고 사랑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며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자각하고 인식하는 데 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원래 하나로 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서로 간의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분리하면서 분쟁과 다툼, 폭력과 전쟁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고, 그 관계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연대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을 대하는 나의 변화는 곧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꾸고 그것이 이어져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우리는 분절된 각각이 아닌 하나의 존재라는 일체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아주 작지만 실은 큰 시작인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으키는 문제의 많은 부분은 나와 상대방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변화를 바라는 욕구와 집착은 그렇지 못한 현실과의 괴리에서 불만을 낳고 마음의 분노로 이어져 관계를 삐걱대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미워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럴수록 비참해지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걸. 저자는 진정한 행복에 이르려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들려준다.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아버지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저자는 너무 힘들어 구루를 찾아 조언을 구한다. 그런데 아버지를 구루라고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뜻밖의 조언에 당황하지만 고민 끝에 그것을 받아들였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저자는 아버지를 통해 타인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훈련을 하게 됐고 지옥 같았던 마음에 평안을 되찾았다. 그와 함께 삐걱대던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에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과 자녀와의 관계가 떠올라 마음이 짠해졌다.


- 다른 사람에게도 그들만의 관점, 그들만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크다. 다른 사람의 관점은 틀린 게 아니다. 단지 우리와 다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능력, 즉 그들의 관점과 경험을 이해하고 귀 기울일 수 있게 되면, 상처는 치유되고 소통은 원활해지며 활기찬 교류가 시작된다. (75쪽) 

마음 속에 분노를 갖느냐 깨달음을 갖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지옥과 천국을 오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무라이의 일화처럼 진정한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속박하는 수많은 마음의 생각들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참된 자아, 즉 우리의 참된 본질에 다가가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진정한 본질이란 바로, 우리의 큰 자아에 내재되어 있는 순수한 사랑이다. 너와 나라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는 서로 이어진 거대한 하나라는 일체감은 서로를 향한 사랑에서 시작되고 사랑으로 유지된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마음의 평화는 결국 '관계맺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는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어느새 시원해진 바람이 깊어가는 가을을 알려주는 요즘이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이책을 읽으며 올한해 나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생각해봤다. 힘들다고 투덜댔던 그 시간들이 실은 모두 내 마음의 지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바쁘다던 핑계로 미루기만 했던 일들이 사실 나의 게으름 때문은 아닌지, 누군가를 싫었던 이유가 어쩌면 그들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했거나 또는 나의 바람대로 그들을 바꾸길 원했으나 그러질 못했기 때문이 아닌지 말이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크게 와닿지 않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었다. 허나 《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처럼 책장을 넘기며 그간 나를 괴롭혀왔던 욕심과 아집, 이기심 등을 하나둘 털어내며 복잡했던 마음을 닦아보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깊어가는 가을 마음이 힘들다면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힐링에세이 한 권 곁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


-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한 건강한 대안은 마음을 열고 정직하게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연민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자신의 불행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우라. 슬픔을 멀리하고 불행이 존재하지 않는 척한다고 해서 행복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열고 삶의 모든 경험을 있는 그대로 포용해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참됨과 광대함을 의식해야 가능하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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